“결혼식?”연정훈은 그 단어를 곱씹더니 의미심장한 얼굴로 양시연을 바라보았다.“만난 지 1년 됐는데 벌써 결혼하려고요?”양시연이 아니라고 대답하려는데 변백호가 먼저 한발 빨랐다.“1년이요?”그리고 잠시 고민하는 척하면서 양시연에게 물었다.“우리가 만난 지 1년 되었던가요?”“6개월이요!”“그러니까요.”변백호는 미소를 지은 채로 연정훈과의 대화를 이어갔다.“연 대표님은 나이가 저희보다 많아 보이는데 이미 결혼하신 건가요?”“...”양시연은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상황을 몰래 지켜보던 양지원은 기분이 퍽 좋아져 디저트를 입에 넣었다. 연정훈의 상대로 변백호는 아주 제격이었다.연정훈은 살짝 한숨을 내쉬더니 덤덤하게 말했다.“미혼입니다.”“조급하지는 않으세요?”연정훈은 양시연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모든 게 때가 있는 법이니까요.”양시연은 얼굴이 화끈거려 감히 그쪽으로 바라보지 못했다.변백호는 양시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저는 마음이 너무 급해지더라고요. 하루빨리 우리 시연이랑 결혼하고 싶어서 못 참겠어요.”양지원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나 김세연은 죽상이 되었다.두 사람 사이 튀는 불꽃에 사람들도 자리를 옮기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상황을 주시했다.이승우는 구경하러 들렀다가 마침 들리는 대화에 쯧쯧 혀를 찼다.‘우리 정훈이 불쌍하게 됐네.’그러다가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난 건지 이승우는 웨이터를 불러 몰래 말을 전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웨이터는 양지원에게 걸어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아래 연회장 세팅이 완료되었습니다. 이 회장님을 비롯한 손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양지원은 그제야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발견하고 사람들과 아래층으로 향했다.그러다가 양지원은 연정훈을 따로 부르며 말했다.“정훈아, 어린 녀석들이 연애하게 내버려둬. 마침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겼다는데 넌 나랑 손 회장님 만나러 가자.”마치 연정훈이 양시연과 나이 차이가 크게 난다는 것처럼 들렸다.김세연이 참다못해 한마디 거들었다.“오늘
연정훈이 말했다.“왜 나한테 그래? 저 사람한테 물어봐.”이승우가 입꼬리를 씨익 올리더니 다시 양시연에게 물었다.“안 그래요?”‘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양시연은 이승우를 노려보았다.변백호는 자연스럽게 연정훈에게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그런 일이 있었던 것도 모르고. 제가 시연이를 대신해서 연 대표님께 사과드릴게요.”연정훈은 아주 쌀쌀맞게 말했다.“그쪽이 대신 사과를 한다고요?”“네.”이승우가 말했다.“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정훈이는 아내를 잃어버렸는데 그건 어떻게 갚으려고요?”변백호가 대답했다.“아내를 갚아줄 수는 없어도 아이는 노력할 수 있죠. 저랑 시연이가 3년 안으로 아이 둘을 낳으면 연 대표님을 친 아빠처럼 모시라고 할게요. 그러면 어떨까요?”이승우가 웃음을 터뜨렸다.‘오. 꽤 치는데?’이승우가 다시 반격하려는데 연정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번거롭게 그럴 필요 없어요.”변백호가 어깨를 으쓱거렸다.“난 어떻게든 내 사람 다시 데리고 올 거예요. 다른 사람에게 뺏기고는 못 살아서.”“와우.”이승우는 몰래 부승원을 향해 눈을 깜빡거렸다.‘우리 연 대표님 절대 지지 않아.’그러나 부승원은 여전히 무표정이었다.‘연정훈은 말만 할 뿐이지. 어떻게 다시 양시연을 찾아오겠어?’양시연은 얼굴이 화끈거렸고 몰래 연정훈을 살폈다.‘그건 댁 마음이고 나는 안중에도 없는 거야?’변백호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역시 소문으로만 듣던 연 대표님답네요.”“하지만...”변백호는 양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사람은 하나뿐인데 먼저 옆을 채간 사람이 임자 아니겠어요?”연정훈이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한 글자 한 글자 힘을 주어 말했다.“그건 저도 동의를 합니다.”그러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그때!문이 활짝 열리더니 반우희가 허겁지겁 안으로 들어왔다.“시연 언니, 왜 아직도 안 내려와요?”그리고 가까이 다가가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이승우는 반우희를 발견하고 턱을 살짝 치켜들었다.“우희
연정훈의 앞에서 양시연은 어떻게든 연기를 이어가야 했다.그래서 변백호를 끌어당기며 말했다.“지금 뭘 하자는 거야!”변백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하. 잔금 받기는 틀렸네.’변백호를 믿고 따르기는 글렀다는 생각에 양시연이 덥석 변백호의 팔에 팔짱을 꼈다.그러자 느슨해졌던 연정훈의 입꼬리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어쭈?’양시연은 그 여자를 향해 말했다.“릴리 씨가 어떻게 여기에?”여자는 여전히 울먹거리며 말했다.“언니, 선생님이 한국 이름 지어줬어요.”“아... 그래요? 이름이 뭔데요?”“노지혜요. 지혜롭다는 그 지혜요.”애교가 철철 흘렀다.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양시연을 향했다.양시연은 미소를 지은 채로 변백호를 꼬집었다.‘지혜롭다? 아주 애정이 넘치네.’고통을 참지 못한 변백호가 빠르게 팔을 빼냈다.“시연 씨가 데리고 오라고 했잖아요. 잊었어요?”양시연은 속으로 온갖 욕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내색 없이 미소를 지었다.“아, 깜빡했네요.”양시연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노지혜에게 말했다.“자, 여기로 와서 앉아요. 디저트 먹을래요?”“언니, 감사합니다...”“...”‘말꼬리 늘리지 말라고!’양시연은 잠시 자리를 떠나 디저트 챙기러 갔다.그러자 노지혜는 바로 쪼르르 변백호 앞으로 다가가 양손을 가지런히 앞으로 모으고 잔뜩 불쌍한 표정을 지었으며 큰 눈으로 뚫어져라 변백호를 바라보았다.“...”변백호는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라 입만 벙긋거렸다.그때 소녀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변백호의 팔짱을 꼈다.“...”디저트를 챙겨 돌아오던 양시연도 입을 딱 벌렸다.‘젠장!’양시연은 한숨을 내쉬고 디저트를 근처 테이블에 올려두었다.‘먹긴 뭘 먹어!’분위기는 아주 기묘해졌다.양시연은 더 이상 연기를 이어갈 수가 없었다. 변백호처럼 의리 없는 녀석을 믿은 자신을 탓해야 했다.노지혜는 아무 말도 없이 변백호 옆에 찰싹 붙었고 죽어도 떠나지 않을 것처럼 굴었다.다른 사람은 섣불리 입을 열지 못해도 반우희는 아니
반우희는 노지혜와 대화가 통하지 않자 아예 무력으로 처리하려 했다.그러자 노지혜는 아야, 하고 작게 신음을 뱉었으며 잡힌 곳이 아픈 듯 인상을 찌푸렸다.변백호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이었지만 무의식적으로 반우희에게 이렇게 말했다.“잡아당기지 마요.”이에 반우희가 깜짝 놀랐다.잠시 숨을 고른 반우희가 다시 용기를 내어 말을 이어가려는데 부승원이 반우희를 불렀다.“아직도 오지랖 넓은 걸 고치지 못한 거야?”반우희가 반박하려고 하자 부승원이 계속 말을 이었다.“길거리에서 싸우는 두 강아지를 말리다가 하마터면 물릴 뻔했던 건 잊었어?”반우희가 고개를 갸웃했다.‘강아지 싸움?’‘내가 언제?’부승원이 무표정으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고양이랑 강아지 싸움에는 끼어드는 게 아니야.”반우희는 그제야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렸다.그리고 노지혜를 잔뜩 노려보았다.‘이 강아지!’그러나 노지혜는 반우희를 향해 배시시 웃었다.‘멍멍!’반우희는 어이가 없었다.변백호는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었고 부승원에게 한번 당했으니 당연히 되갚아주려 했다.부승원은 평소 말수가 적었지만 입만 열면 공격력이 상승했다.누군가 말리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하루 종일 말다툼할 것이다.양시연은 속으로 변백호를 욕하며 다시 표정을 고쳤다. 그리고 좋아하는 과일을 챙겨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노지혜가 양시연의 자리를 꿰찼지만 양시연은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았다.대신 그 맞은편 자리에 앉으려 했는데 그러려면 연정훈의 앞으로 지나가거나 테이블을 빙 둘러 걸어야 했다.양시연은 빙 둘러 돌아가는 걸 택했다.연정훈은 미리 다리를 안으로 접어 양시연이 편하게 지나가도록 했다.양시연이 힐끗 쳐다보자 연정훈은 턱을 살짝 돌려 이곳으로 지나가라는 시늉을 했다.‘흥. 내가 왜.’넓은 홀은 꽤 북적거렸다.이승우는 혼자 이 재밌는 구경을 보다가 왠지 쓸쓸해졌다. 그래서 변백호와 부승원 사이에 끼어들어 몇 마디를 하다가 또다시 연정훈과 양시연 사이에 머리를 빼꼼 내밀고 분위기를 살폈다.양
“언제나 환영이에요. 누나랑 시간 의논하고 저한테 알려주세요. 두 분이 오지 않으면 생일 파티는 시작하지 않을 거예요.”“...”반우희가 승주를 슬쩍 밀어내며 말했다.“그만해. 그게 무슨 생일 파티냐? 뭐 라면으로 파티하게?”“누나 왜 그래요.”승주는 섭섭하다는 듯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충분히 준비했다고요.”“너 사이다 겨우 한 병 살 돈밖에 없잖아!”“아니거든요! 두 병 샀거든요!”그러자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연정훈은 몰래 어깨를 들썩이며 웃는 양시연을 지켜봤다.그리고 지금 보니 승주라는 아이가 왠지 더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사실 오늘 이 자리에서 승주가 가장 관심이 생긴 사람은 바로 노지혜였다. 노지혜는 아이의 눈에 인형처럼 예뻐 보였다.그래서 초대장을 노지혜에게 주려고 하는데 반우희가 막아섰다.“저 사람은 안 돼!”‘부적절한 관계가 있는 사람은 우리 집 출입 금지라고!’승주가 쯧, 하고 혀를 차더니 반우희를 나무랐다.“초대장은 내가 주지만 참가하고 안 하고는 받은 사람이 결정하는 거잖아요.”그리고 꿋꿋이 초대장을 변백호와 노지혜에게 건넸다.“누나, 매형 꼭 와요.”“...”모든 사람에게 초대장을 돌리고 승주는 한 발 뒤로 물러섰다.그리고 동준과 희주가 동시에 꾸벅 인사를 하며 말했다.“그럼 있다가 뵙겠습니다.”이승우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저 녀석 이제 큰 인물 되겠어.”볼일을 마치고 승주는 동생들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그리고 문 앞까지 걸어가더니 갑자기 몸을 돌려 마른기침했다.“저기, 형 누나들 생일 파티에 선물은 준비하지 않아도 돼요. 하지만 굳이 준비하고 싶다면 너무 값비싼 선물은 사절합니다. 저는 마음만 받으면 돼요.”이어 다시 꾸벅 인사를 하고 문을 열고 나섰다.반우희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창피는 반우희의 몫이었다.그러나 양시연은 이 상황이 꽤 흥미롭게 느껴졌다.어린 녀석이 뭘 하나 했더니 생일 선물을 받고 싶었던 모양이었다.방금 건넨 초대장을 펼치니 꼬물꼬물 작은 글씨가
양시연은 빠르게 손을 빼냈다.그리고 한 발 멀어지려는데 연정훈이 또 한 발 가까이 다가왔다.“연정훈 씨!”양시연이 손을 앞으로 뻗어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했다.“여긴 제 구역이니까 조심해요.”연정훈은 여전히 무표정이었고 양시연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손님맞이로 정신없이 돌아다녔더니 인내심이 떨어진 양시연이 바로 연정훈을 톡 쏘려 했다.그러나 연정훈의 시선은 양시연의 손가락으로 향했다.“손톱은 어쩌다가 부러졌어?”양시연이 멈칫하다가 손을 돌려 확인했다. 그러자 작은 고통이 전해졌고 손톱이 부러진 게 보였다.“실수로 부딪혔나 봐요.”그리고 다시 손을 빼냈다.끊어진 손톱이 연정훈의 손바닥을 스치자 옅은 고통이 느껴졌다.양시연은 손목을 살짝 돌리고 연정훈을 힐끗 쳐다봤다.연정훈이 행여나 변백호에 대해 물을까 서둘러 자리를 떠나려 했다.그러나 연정훈은 빠르게 앞길을 막았고 양시연은 경계를 담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그리고 연정훈은 의미심장하게 입을 열었다.“남자 친구?”“무슨... 문제라도?”“문제는 아니지만 한 번에 여자 친구가 한 명인 경우는 많아도 둘은 좀 색달라서 말이야.”“...”양시연은 모르는 척 넘어가려 했다.그러나 연정훈이 한 걸음 더 다가왔고 양시연은 바로 숨을 멈추고 뒷걸음질했다.연정훈이 양시연을 아래로 내려다보며 말했다.“마음이 많이 넓은 편인가 봐? 그런 제자가 옆에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을 걸 보면.”‘날 바보로 아나?’‘그 사람이 무슨 남자 친구? 짜고 쳐서 날 속이려는 거지.’연정훈은 그날 밤 술에 취한 양시연에게 된통 맞은 게 잊혀 지지 않았다.양시연은 꿋꿋이 모르는 척 연기했고 자신이 인정하지 않으면 이기는 판이라 생각했다.“무슨 제자요? 연 대표님 말 가려서 하세요. 그 친구 이제 성인이 되었고 멀쩡한 가문 자식이에요.”연정훈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비꼬았다.“그래. 어느 가문의 딸이겠지.”“네. 그렇고 말고요.”양시연이 고집을 피우는데 연정훈이 갑자기 양시연의 허리를 잡았다
연정훈은 양시연을 안아 들고 가장 가까운 방으로 향했다.“슬리퍼 달라고 할까?”양시연은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언제 내 발목까지 본 거야?’잠시 고민하던 양시연이 말했다.“도우미에게 대신 말해줘요.”연정훈은 말없이 방을 나서더니 2분 뒤 퍼 슬리퍼를 챙겨 돌아왔다.양시연은 허리를 숙여 하이힐을 벗으려 했다.그러나 연정훈이 한 발 더 빨랐으며 먼저 양시연의 발목을 잡았다.하이힐이 벗겨지고 연정훈의 손 온도가 느껴지자 양시연은 저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러들었다.양시연은 천천히 퍼 슬리퍼로 갈아신었다. 한 여름이지만 시원한 에어컨이 틀어진 방에서 퍼 슬리퍼가 아주 편안하게 느껴졌다.연정훈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씻으러 화장실로 향했다.화장실에서 돌아오기 전 양시연은 빠르게 방을 떠나려 했다.그런데 연정훈이 도망치려는 양시연의 목덜미를 살짝 잡으며 말했다.“승주한테 갈 거야?”“상황... 보고요.”“아이가 직접 초대를 했는데 안 가면 되겠어?”양시연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쳤다.“승주 생일 파티에 가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연정훈 씨 만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예요.”“...”연정훈은 양시연의 뒤에 서서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손을 뻗어 머리를 두어 번 쓸어내렸다.양시연은 깜짝 놀라 빠르게 뒷걸음질하며 연정훈을 노려보았다.그러자 연정훈은 덤덤하게 손을 주머니에 꽂아 넣었다.진이 빠진 양시연은 곧장 몸을 돌려 밖으로 향했다.하지만 연정훈은 그 자리에 남아서 조용히 물었다.“진짜 남자 친구인 건 아니지?”양시연이 인상을 찌푸렸다.“그 사람이 내 남자 친구가 맞든 아니든 그쪽은 이미 제 전 남자 친구이잖아요.”“남자 친구가 아니라면 내가 하고 있는 건 정상적인 대시일 테고 남자 친구라면 그 사이에 끼어드는 거잖아.”“...”“나도 도덕이 뭔지는 아는 사람이야.”양시연은 눈을 흘겼다.그리고 다시 몸을 돌리며 말했다.“얼굴에 난 상처는 아직 채 낫지 않았죠?”‘그 주제에 무슨 도덕을 논한다고
양시연이 몇 초간 제자리에 얼어붙었다.변백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내 말이 맞지?”“허튼소리 하지 말라고 했잖아.”양시연은 변백호를 흘겨보다가 그 뒤에 선 사람을 보며 말했다.“너나 잘해. 다른 사람 연애사에 관심 가지지 말고.”변백호가 말했다.“정곡을 찌른 사람들은 강한 부정을 한다는 대량의 데이터가 있어.”“...”양시연은 팔짱을 척 끼며 당당하게 말했다.“내가 무슨 정곡이 찔렸다고 그래? 양혁수가 뭐 이상한 사람도 아니고 만나는 게 잘못된 일도 아니잖아.”“그래서 만났어?”“맞춰봐.”변백호는 김이 빠진 듯 벽에 몸을 기댔다.“그 연 대표님이란 사람이 귀찮으면 가짜 남자 친구 찾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 알려줄게. 그냥 그 사람한테 양혁수랑 사귀었었다고 해. 그러면 포기할걸.”양시연은 잠자코 듣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너 참 스승이네. 이거 나쁘지 않은데?”그러나 양시연은 바로 표정을 바꾸고 몸을 돌렸다.“먼저 네 사랑하는 제자나 챙겨. 낯선 곳에서 상처받지 않게.”“...”승주와 약속을 했으니 양시연은 승주의 집을 다녀와야 했다.양지원의 생일 연회는 저녁 만찬이 가장 성대했고 곧 양석진도 도착할 것이다.양시연은 다시 양지원을 찾아갔는데 양지원은 다른 유명 인사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편하게 놀다가 일찍 집에 돌아와.”양시연은 마지막으로 양지원을 안아 주고 볼에 뽀뽀했다.모녀 사이가 아주 가까워 보이자 사람들은 속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아무리 양지원의 친딸이라 해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니 친딸인지 양딸인지 알 길이 없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양지원은 양민아보다 양시연을 훨씬 더 아꼈다.사람들은 여러 가지 추측을 했지만 양시연이 양지원과 양석진 사이에서 태어난 딸인 것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자리에서 벗어난 양시연은 바로 승주를 찾으러 떠나려 했다. 그런데 반우희가 먼저 전화를 걸어와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했다.“승주가 차도 구했어요?”“네. 이승우 씨한테 빌렸어요.”양시연은 의아해했
양시연은 민지연 같은 철없는 아이에게 더 이상 화낼 기운조차 없었다.민수희는 특별한 신분을 지닌 연호민의 아내였기에 그녀의 장례식은 평범한 이들의 장례보다 훨씬 더 복잡했다. 영정이 마련되자마자 조문객들이 하나둘 찾아들기 시작했다.양석진은 다음 날 오후에 도착했다. 그가 제사를 마치자 곧이어 양지원도 도착했고 연정훈과 양시연은 두 사람을 직접 맞이해 뒤쪽 휴게실로 안내했다.두 사람 모두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한 모습이었고 양석진이 입을 열었다.“우리 신경 쓰지 말고 너희들 일에 집중해.”연정훈은 떠났고 양시연은 남아 부모님께 차를 따라주었지만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양지원은 이마를 가볍게 톡톡 쳤다.“그만하고 가서 연정훈 도와줘. 지금 사람은 여기에 있지만 마음은 다른 곳에 있잖아.”양시연은 민망하게 웃으며 아무 말 없이 곧바로 뛰어나갔다.그녀가 떠난 뒤 양지원이 고개를 들어 양석진과 눈이 마주쳤고 급히 시선을 피하자 양석진은 태연하게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결혼한 것뿐인데 양씨 아가씨를 놀라게 해서 본가로 가게 만들다니 내가 좀 체면이 있는가 봐.”양지원은 말문이 막혔다.“...”양지원은 입술을 오므리며 대꾸했다.“누가 놀랐다는 거예요?”“그러면 왜 도망쳤어?”양석진이 되물었는데 양지원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그녀는 너무 많은 것을 고려하고 무서워했기에 잠시 고민에 빠졌을 뿐이었다. 양석진의 생각이 터무니없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묘한 끌림이 느껴졌다. 도망친 것이 아니라 정답을 찾지 못해서 전략적인 후퇴를 선택한 것이었고 집으로 돌아가 차분히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아이고.”양지원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턱으로 창밖을 가리켰다.“지금 장례를 치르고 있잖아요. 석진 씨는 뭐 하러 온 거에요? 여기서 결혼 얘기를 꺼내다니.”양석진은 침묵했다.“...”...연씨 가문은 장례를 3일 동안 치르기로 했고 마지막 날에는 화장을 진행할 예정이었다.둘째 날에는 가장 많은 사람이 애도의
민수희의 병세가 갑자기 악화하여 모두를 놀라게 했다.양시연은 방에서 짐을 싸고 있었고 연정훈은 전화로 상황을 파악하고 일정을 조정하느라 바빴다. 항공편 문제로 그들은 바로 갈 수 없었고 연정훈은 오전 비행기를 예약하고 먼저 가서 양시연은 쉬게 하려고 했다.“괜찮아요. 나도 같이 갈 거예요.”양시연은 민수희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때때로 밖에서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체면을 차려야 할 때가 있었다. 할머니가 위독하다면 며느리가 장례가 끝난 후에 가는 것은 듣기에도 좋지 않다.게다가 만약 장례가 치러지면 양시연은 연정훈과 함께 안팎으로 도와야 한다.연정훈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그들은 해가 밝기 전에 평소처럼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양시연은 그가 잠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아침이 되어 두 사람은 문제를 해결하느라 바쁘게 움직였고 결국 세운행 비행기에 올랐다.점심 전 드디어 병원에 도착했고 연재혁 부부는 이미 도착해 있었으며 그 외에도 민씨 가문 사람들과 가까운 친척들이 병원 복도에 가득 서 있었다.연정훈이 병실에 들어가 상황을 확인하고 나오자 의사는 말했다.“지금은 집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습니다.”모두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고 연재혁은 눈시울이 붉어졌으며 민씨 가문 사람 중 몇 명은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양시연과 표세연은 한쪽에 서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오후에 민수희는 퇴원해 집으로 돌아갔고 집 안에서는 간간히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것이 진심인지 가식인지 알 수 없었다.양시연은 민수희의 병세가 너무 빠르게 진행된 것 같아 의심스러웠고 표세연은 작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나이가 많아서 사실 넘어졌다가 겨우 회복되었는데 또 밤새 잠을 안 자고 연정훈 삼촌을 생각하며 정인의 일까지 신경 쓰다 보니 그렇게 힘든 걸 못 견디고 있는 거야.”연정훈 삼촌에 대해 양시연은 잘 알지 못했지만 민수희가 고령에 아들을 낳고 나이가 들어서는 자식의 죽음을 겪는 것이 참 불쌍하다고 생각했다.“연정훈과 양시연 두 사람
“나를 조사한다고?”“네. 못하게 하려고요?”연정훈은 웃으며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고 부드럽게 말했다.“마음대로 조사해.”양시연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사실 양시연은 그렇게 화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연정훈이 자신과 채팅하려고 다른 계정을 만들었다는 고도의 계산과 엉뚱한 발상이 놀라웠을 뿐이었다.양시연이 진지하게 조사하려 하자 연정훈은 개인적인 것부터 공적인 것까지 모든 계정과 관련된 정보를 솔직히 공개했다. “이메일! 이메일은요?”“세 개 있고 비밀번호는 다 똑같아.”연정훈이 자발적으로 정보를 제공하자 양시연은 그의 책상에서 일어나 그의 무릎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본격적으로 조사에 들어갔다.연정훈은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양시연이 자신을 신경 쓰고 더 붙잡으려 할수록 그의 마음속에는 묘한 기쁨이 피어올랐다.“이건 개인용이야.”연정훈은 양시연이 마우스를 잡은 손 위에 자기 손을 얹으며 직접 가이드를 해줬다.양시연은 눈을 굴리며 갑자기 무언가 떠올린 듯 고개를 돌려 연정훈을 바라보며 농담처럼 하지만 반쯤 진지한 표정으로 턱을 들어 물었다.“그러면 전에 정훈 씨가 말했던 거 기억나요? 당신이랑 소현주 씨가 관계를 확정하기 전에 꽤 오랫동안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던 거.”연정훈은 잠시 멈칫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응.”“그 이메일 아직 있어요?”“그 이메일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양시연은 실망한 듯 가볍게 혀를 차며 말했다.“정말 사랑했나 봐요. 그래서 그때의 편지도 다시 보지 않으려고 이메일까지 지운 거겠죠.”연정훈은 양시연의 코를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그런 걸로 놀리지 마. 그냥 귀찮아서 정리한 거야.”양시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연정훈은 그녀가 진심으로 신경 쓰고 있다는 걸 깨달았는지 조용히 이메일 계정과 비밀번호를 건네며 말했다.“마음대로 해.”“쳇. 누가 궁금하다고 했어요.”양시연이 입술을 삐죽 내밀자 연정훈은 그녀의 옆얼굴에 살며시 입을 맞추며 나지막이 말했다.“관심 없으면 됐어.
“다시 아니라고 해봐요.”서재에서 양시연은 책상을 향해 단호하게 손바닥을 내리쳤다.“정훈 씨, 바로 당신이 엔이잖아요.”연정훈의 손은 아직 책상의 전원 버튼 위에 머물러 있었다. 방금 그는 재빠르게 컴퓨터 전원을 꺼버렸고 양시연은 다시 켜보려 했지만 이미 모든 것이 드러난 상태였다.연정훈이 또 변명을 꺼내려는 순간 양시연은 단호한 손짓으로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지금 제대로 말하지 않고 거짓말을 한다면 오늘 밤 침실에 들어올 생각하지 마세요.”연정훈은 잠시 고민하더니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맞아. 나야.”양시연은 어이없었다.“...”‘아!’양시연은 화가 치밀어 이를 악물며 방 안을 서성였다.“정훈 씨, 정말 뻔뻔하네요.”연정훈은 등을 곧게 세운 채 최대한 침착한 태도로 양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단지 다른 방식으로 너에 대해 더 알고 싶었을 뿐이야.”“거짓말하지 마세요.”“...”“결혼 전 당신이 말했던 인생철학이나 도리는 결국 나를 속이기 위한 핑계였잖아요. 이건 거의 사기 결혼 수준이죠.”‘정말 나쁜 놈. 다른 계정을 만들어서 결혼하자고 설득하다니. 이런 방식으로 사람을 대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네.’연정훈은 순간 할 말을 잃었지만 논리와는 상관없이 기세를 세우려는 듯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위급한 상황에는 위급한 방법이 필요한 법이야. 그때 넌 날 너무 밀어냈잖아. 선택지가 없었다고.”“듣기 싫어요.”양시연은 깊게 숨을 내쉬고 연정훈의 맞은편으로 돌아서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우리가 냉전 중일 때도 당신 나랑 채팅했잖아요.”“...네가 너무 힘들까 봐.”양시연은 비웃음 섞인 웃음을 흘리며 그를 비꼬았다.“정말 내가 걱정돼서 그랬어요? 내가 외롭고 지쳐서 당신한테 개인 사진까지 보낸 거였나요?”연정훈은 얼굴 한 번 붉히지 않고 한결같은 태도로 대답했다.“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양시연은 주변을 둘러보다 두꺼운 책 한 권을 찾아 들었다. 마치 벽돌처럼 묵직해 보이는 책을 들어 올린 그녀는 연정
아직 침실로 가지 않았는데 두 사람은 이미 서재의 소파에서 웃음과 장난을 치고 있었다.양시연은 헝클어진 머리칼을 가만히 손으로 쓸어 넘기며 가쁜 숨을 고르고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정훈 씨, 정말 너무해요. 나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잔뜩 남아 있다고요.”연정훈은 양시연 옆에 비스듬히 누워 한 손으로 턱을 받친 채 미소 띤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머리 끈을 들어 건네주었다.양시연은 대충 머리를 묶으며 연정훈의 손에서 머리 끈을 받아 든 후 퉁명스럽게 말했다.“저 목말라요. 가서 물 떠와요.”연정훈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양시연의 뒤로 손을 뻗어 묶은 머리를 살짝 당겼다. 양시연은 참지 못하고 그의 팔을 몇 번 때렸다.연정훈은 소파에서 내려와 가까운 곳에서 물을 가져와 양시연에게 먼저 건넸다. 양시연은 시원하게 마신 뒤 소파에 누워서 연정훈은 다시 물을 따라와 그녀 맞은편에 앉아 마시기 시작했다.양시연은 옆으로 누워 그에게 물었다.“정훈 씨, 할머니 건강은 좀 어때요?”“별로 좋지 않아.”“네?”양시연은 당황했다. 그녀는 연정훈의 태도를 보고 적어도 할머니가 당분간은 괜찮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연정훈은 말했다.“나이가 많으셔서 생로병사는 자연스러운 일이야.”양시연은 연정훈의 말에서 할머니에 대한 큰 애정을 느낄 수 없었다.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면서도 연정훈은 단지 교양과 품위를 지키려는 마음에서 손자 역할을 간신히 다하는 것 같았다.그렇게 생각한 양시연은 느긋하게 고개를 들고 그가 물을 마시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응?’양시연은 속으로 의문을 가지고 눈을 가늘게 떴다.방금 연정훈과 장난을 치느라 어깨를 덮은 진한 색 잠옷 상의 단추가 풀려 쇄골이 살짝 보였고 양시연이 앉은 위치에서 유리컵을 들고 물을 마시는 그의 뛰어난 턱선이 잘 보였다.‘잘생기긴 했지만...왜 이렇게 익숙하게 느껴지지?’양시연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 맞은편에서 연정훈은 영문도 모른 채 정색하며 무언가 중요한 얘기를 꺼내려 했다.“잠깐.
‘망했어.’반우희는 송민재의 말이 점점 더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시연은 충분히 반우희 데리고 갈 수 있는 위치에 있었지만 결정권을 부승원에게 넘겨버린 상황이 의아했다. 결국 양시연이 부승원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이 확실해 보였다.“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반우희가 초조하게 물었다. 송민재는 살짝 기침하고 여유로운 태도로 말했다.“기다려야죠. 부 변호사 쪽에서 곧 팀 명단을 보내줄 겁니다. 만약 그 명단에 우희 씨 이름이 없다면 그때 가서 부 변호사에게 직접 부탁하세요.”반우희는 그 말을 듣고 맥이 빠졌다.‘부승원의 성격에 내가 아무리 부탁해도 통할 리가 없잖아.’하지만 마지막 희망을 붙잡으려는 듯 그녀는 부승원의 사무실 쪽을 몰래 훔쳐보며 첫 번째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그 시각 부승원은 책상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비서가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왔지만 부승원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물었다.“무슨 일이야?”비서는 두 가지 중요한 업무를 간단히 보고한 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반우희 씨 문제는 우리 쪽 인원을 배정해서 처리해도 괜찮을까요?”그제야 부승원이 고개를 들었고 비서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 미소를 띠고 덧붙였다.“게다가 만약 우리가 부주의하게 처리해서 사기 사건 같은 문제라도 연루되면 업계에서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잖아요.”부승원은 비서의 말을 듣고도 아무 대답이 없었다. 보통이라면 이런 침묵에 비서가 당황했겠지만 이번엔 달랐다.비서는 이미 부승원이 반우희에게 특혜를 준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일의 뒷수습도 자신이 처리했기 때문이다.잠시 후 부승원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 또 같은 실수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할 거야.”“알겠습니다.”비서는 예상했던 반응이라 놀라지 않았고 부승원의 얼굴을 살짝 살피며 조용히 물러날 준비를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부승원이 다시 그녀를 불렀다.“다른 일이라도 있습니까?”부승원은 잠시 생각에
“양시연 언니, 저 오늘부터 같이 갈 수 있는 건가요?”반우희가 반짝이는 눈으로 물었다.양시연은 부승원의 반응을 떠올리며 눈앞의 작고 귀여운 소녀가 더 마음에 들었다. 양시연은 의미심장하게 미소 지으며 반우희의 볼을 살짝 꼬집었고 반우희는 애교를 부리며 양시연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오늘은 안 돼요.”양시연이 말하자 반우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응?’반우희는 금세 자세를 고치며 애처로운 얼굴로 물었다.“저 안 데려가요?”양시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너를 이용해 큰 물고기를 낚으려는 거야.’양시연은 반우희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부 변호사님께 이미 얘기했어요. 며칠 뒤에 부 변호사님이 팀을 이끌고 정인에 들어가실 건데 우희 씨도 그 팀에 합류해서 함께 가면 돼요. 이게 가장 적합한 방법이에요.”반우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을 반짝였다.‘좀 돌아가는 느낌인데 그냥 바로 데려가면 되잖아.’반우희는 계속해서 간절한 표정으로 설득하려 했지만 양시연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길어야 삼사일 내로 우희 씨도 정인에 갈 수 있을 거예요.”“그럼...”“240만이에요.”양시연은 장난스럽게 윙크했고 반우희는 얼굴이 환해지며 손을 흔들었다.“그럼 언니, 조심히 가세요!”“다음에 봐요.”양시연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떠났고 뒤에서 반우희는 마치 만화 속 캐릭터처럼 환한 얼굴로 행복을 온몸으로 표현했다.‘너무 좋아!’그런데 고개를 돌리자 반우희는 유리창 너머로 부승원의 냉혹한 얼굴을 발견하고는 순간 고개를 푹 숙이고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부승원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며 침묵했다.“...”한편 위층에서 양시연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휴대폰을 꺼내 연정훈에게 해결되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연정훈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그렇게 쉽게?]양시연은 다리를 꼬며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타이핑을 이어갔다.[부승원 씨가 처음엔 단호하게 안 된다고 했지만 내가 살짝 놀라게 했더니 배우고 싶다고
양시연은 입꼬리가 살짝 떨렸고 송민재는 빠르게 반응하며 반우희를 끌어당겼다.“알았어요. 우희 씨의 일은 나중에 얘기하고 먼저 양시연 씨와 부 변호사님과 중요한 얘기를 해야 해요.”“네? 그런데 저는...”“그만 말해요.”송민재는 반우희를 끌고 나갔지만 반우희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며 양시연을 간절히 바라봤다.‘언니, 저를 잊지 마세요.’양시연은 침묵했다.“...”사무실 문이 닫히고 양시연은 미소를 지으며 부승원을 향해 몸을 돌렸다. 부승원은 냉정한 표정을 유지하며 연필을 쓰레기통에 던졌다.“연정훈이 양시연 씨에게 남겨준 팀이 부족해서 나한테 폐품을 구하러 온 거에요?”양시연은 어이없었다.‘저 입은 연정훈보다 더 못됐어.’양시연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방문한 이유를 말했지만 부승원은 대답했다.“능력이 부족해서 그 일은 할 수 없을 것 같아요.”양시연은 잠시 침묵했다.“...”양시연은 이 상황을 예상하고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부 변호사님, 겸손하시네요. 능력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너무 급하게 찾아온 게 문제겠죠. 바쁘신데 시간을 낼 수 없는 것도 이해합니다.”부승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서 선반에서 파일을 꺼내기 시작했다. 양시연은 다시 한번 부승원을 떠보았다.“부 변호사님, 연정훈 씨의 부탁이라 생각하고 한 번만 배려해 주세요.”부승원은 대답했다.“전 협력자를 찾을 때는 상대의 능력과 안목만 봅니다. 누구의 체면도 보지 않죠.”양시연은 웃으며 말했다.“부 변호사님, 저를 무시하는 건가요? 제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부승원은 얼핏 미소를 보였지만 여전히 무표정했다.“반우희를 눈여겨본 사람이 누구죠? 내가 생각하기엔 당신의 안목이나 능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다고 봅니다.”양시연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응시했다.“반우희를 먼저 눈여겨본 건 부 변호사님 아니었나요?”부승원은 잠시 멈칫하며 이마를 찌푸렸고 양시연은 두 다리를 꼬고 앉아 여유롭게 차를 마셨다.“내가 봤을
부승원은 냉정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처리할 능력이 없으면 애초에 문제를 만들지 말았어야지. 네가 사기를 당한 건 네 욕심 때문이야. 욕심이 없었다면 애초에 너를 노리지 않았겠지.”반우희는 그의 말에서 도덕적 결함을 느끼고 곧바로 반박했다.“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건 피해자 유죄론 이에요!”그녀는 말을 마치고는 송민재와 양시연을 번갈아 쳐다보며 속으로 외쳤다.‘이거 보세요. 변호사가 이런 말을 할 수 있어요?’양시연은 웃음을 꾹 참으려다 결국 터트리고 말았고 송민재도 헛기침하며 억지로 웃음을 삼켰다.하지만 부승원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냉정하게 물었다.“그 건담 피규어의 중고 시세가 얼마인지 알고 있나?”반우희는 입술을 삐죽이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열장에만 있었을 때는...천만 원 정도였어요.”“그래. 그럼 너는 얼마에 팔았지?”“...1600만 원에 팔았어요.”반우희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덧붙였다.“근데 그건 그 고객이 먼저 제안한 금액이에요.”부승원은 조소를 띤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사기꾼이 먼저 제안하지. 네가 제안하길 기다리겠냐?”반우희는 눈이 반짝이며 손등으로 손바닥을 치며 소리쳤다.“이거 보세요. 부 변호사님도 인정했잖아요. 그 고객이 사기꾼이라고요!”부승원은 어이없었다.“...”반우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주위를 둘러보며 억울함을 호소했다.“좋아요. 저도 솔직히 살짝 욕심이 났던 건 인정할게요. 하지만 그건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수 있는 거잖아요. 문제는 그 여자가 먼저 사기를 쳤다는 거죠. 그건 명백히 잘못이고 비도덕적이고 무엇보다 불법이에요.”양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동의했다.“맞는 말이네요.”송민재는 방울토마토를 하나 더 입에 넣으며 천천히 덧붙였다.“어쨌든 난 우희 씨 편이에요.”반우희는 송민재의 말을 듣고 힘을 얻은 듯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며 부승원을 바라봤다.속으로는 이렇게 외쳤다.‘보세요. 보통 사람이라면 다 저를 동정한다고요!’그러나 부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