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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서유는 이승하의 할아버지를 본 적은 없지만 그의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이태석이 집권했을 때 유럽 4대 가문은 모두 물러났다고 한다.

그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이씨 가문은 아시아 시장, 나아가 세계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렇게 막강한 인물이 갑자기 서유를 찾아온 것은 분명 결혼 때문일 것이다.

서유는 자신을 찾아온 목적을 어렴풋이 짐작하고는 긴장하고 두려웠지만 침착한 척하며 계단을 내려갔다.

초대받지 않고 들어온 이태석은 잘 짜인 양복에 용머리 지팡이를 짚고 늠름한 모습으로 거실에 서 있었다.

노인은 일흔다섯 살이지만 백발홍안이고 정정하며 온몸에 산천을 삼킨 기운과 고상한 선비의 냉담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서유는 그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그가 주는 압박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용기를 내어 손바닥을 꼭 쥐고 그에게 다가갔다.

“처음 뵙겠습니다. 어르신.”

그녀가 예의 바르게 부르자 이태석은 그제야 주위를 둘러보던 시선을 거두어 그녀에게로 옮겼다.

그 온화하고 침착한 눈은 서유를 훑어보기보다는 그녀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고 있는 것 같았다.

서유는 그의 발바닥에 찬 기운이 도는 것을 보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온몸의 모공 하나하나가 긴장되는 것 같았지만 얼굴에는 조금도 티를 내지 않았다.

그녀는 이태석이 줄곧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애써 침착한 척 그에게 앉으라고 청했다.

“어르신, 여기 앉아서 얘기 나누시죠.”

그녀는 청하는 자세를 취하여 이태석을 소파에 앉히려고 했지만 그는 손을 내흔들었다.

“아니네, 몇 마디만 하고 가겠네.”

이태석의 목소리는 세월의 변화무쌍함을 담고 있었지만 여전히 웅장하고 힘차 감히 그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는 기세를 갖고 있었다.

서유는 할 수 없이 내민 손을 거두어 키가 매우 큰 노인을 올려다보았다.

“어르신께서 분부할 말씀이 무엇인지요?”

그녀는 자신에게 무슨 일로 왔는지, 무슨 말을 하려고 왔는지 묻지 않고 분부할 일이 있냐고 물으면서 충분히 존중해 주었다.

원래는 서유를 안중에도 두지 않던 이태석은 그 말을 들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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