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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3화

아쉽게도 그의 타협은 이미 등을 돌린 여자를 감동시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무자비한 비웃음까지 얻었다.

“참 구질구질하네요. 이미 다른 사람이랑 잔 나를 원하다니. 이젠 자존심까지 버리겠다는 거예요?”

그녀의 잔인한 말에 이승하는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온몸의 피가 뽑힌 것처럼 얼굴은 하얗고 핏기가 전혀 없었다.

그는 여자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 질렀다.

“맞아! 나 구질구질해! 그렇지 않았다면 왜 매번 널 찾아오겠어?”

그는 고함을 지른 후 핏발 선 눈시울을 들어 올리고 억울한 눈빛으로 구걸했다.

“서유야, 나 이렇게 상처 주지 마.”

“아니요!”

무정한 그녀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할게요. 영국에서 돌아온 건 당신한테 복수하기 위해서였어요. 목적은 간단해요. 당신이 나를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사랑하게 한 후에 다시 차버리고 싶었어요.”

“내가 납치된 날, 당신이 날 구하기 위해 목숨도 바치는 걸 보고 성공했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형부를 따라 영국으로 돌아왔지만 당신이 깨어나서 또 날 찾아올 줄은 몰랐네요. 나랑 형부가 당신을 피해 여기저기 숨어다니느라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다시 고개를 약간 옆으로 돌려 창백한 얼굴의 남자를 보았다.

“형부는 나한테 잘해줘요.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 사람 옆에 있고 싶으니 제발 악몽처럼 자꾸 나한테 매달리지 말아요. 역겨우니까!”

그녀는 이 말을 남기고 옷을 꼭 껴입고 침실 욕실로 걸음을 옮겼다.

곧이어 침대에 누워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남자도 욕실을 따라갔다.

곧 열린 욕실, 작은 창문을 통해 다시 한번 요염한 호흡 소리가 들렸다.

모든 기대가 물거품이 된 이승하는 뻘건 눈으로 그 문을 응시하며 그녀에게, 또 자신에게 말했다.

“나 열 시간 기다릴게. 만약 네가 나와준다면 지난 일은 다 잊을 거고, 네가 거절한다면 이번 생은 영원히 만나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의 10년, 10시간을 바꾸어도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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