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는 눈시울을 붉히며 영원히 자신의 모습만 담을 수 있는 남자의 눈을 바라보았다.“승하 씨는 나의 처음이었고 앞으로도 쭉 당신 하나뿐이에요.”그녀는 애틋하게 손을 들어 조금씩 그의 굳게 닫힌 미간을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당신이 겪었던 일은 우리 같이 이겨내 봐요.”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마음을 달래는 마력이 있었다. 불안하고 공포에 젖었던 이승하는 점점 마음을 내려놓았다.그는 서유를 안은 채 온 힘을 다해 작은 그녀를 자신의 품에 힘껏 껴안았다.“앞으로 다시는 나 떠나지 마.”서유는 두 손을 내밀어 똑같이 그를 힘껏 껴안았다.“당신도 절대 나 떠나지 말아요.”그들은 다시는 헤어지지 않고 평생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죽음이 그들을 갈라놓지 않는 한.이승하는 악몽을 떨쳐내고 나지막이 물었다.“안 배고파?”서유는 고개를 가로저었고 남자가 또 물었다.“아직도 졸려?”그녀가 다시 고개를 흔들자 남자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그럼 나랑 같이 샤워하러 가자.”그는 말을 마치고 그녀의 두 다리를 번쩍 들어 안고서 욕실로 갔다.문이 닫히는 순간 남자는 짐승처럼 그녀를 벽에 밀어붙이고 큰 몸으로 그녀의 모든 것을 휩쓸었다.이번에는 차 안에서처럼 조심스럽지 않고 완전히 마음을 내려놓았다. 예전처럼...아니, 예전보다 더...서유는 예전과 비교할 겨를이 없었다. 단지 남자가 미쳤다고만 생각되었다. 마치 서유를 자신의 뱃속으로 집어넣을 기세였다.남자의 넓고 길쭉한 손바닥이 그녀의 허리를 감싼 채 그녀를 자신의 아랫배 쪽으로 잡아당겼다.마치 계산한 것처럼 정확하게 들어갔다...서유는 수줍은 얼굴을 숙이고 그의 가슴을 가볍게 밀쳤다.“빨리 씻어요.”하지만 이승하는 고개를 약간 숙여 흠잡을 데 없는 얼굴로 그녀의 목덜미를 문지르며 말했다.“씻고 있어.”서유는 얼굴이 더욱 빨개져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대답하려는데 남자가 샤워기를 틀었다.따듯한 물이 위에서 아래로 퍼부어 서유의 불그스름한 얼굴을 내리쳤다.알고 보니 그가 말한
남자에 의해 벽에 밀쳐진 서유는 작은 얼굴을 붉히며 입술을 살짝 벌려 그의 얇은 입술에 키스했다.그녀가 키스한 것은 입술 반쪽이었고 물의 흐름을 따라 향기와 함께 남자의 부드러움을 살짝 건드렸다.그녀가 한 걸음 다가가자 이승하는 걷잡을 수 없었다. 고귀한 몸은 그녀의 손길이 닿는 순간 피가 순식간에 끓어올랐다.이승하는 통제 불능으로 그녀의 허리를 꽉 조여 자신의 몸에 밀착시킨 후 공격에 돌입했다.그는 머리를 쳐들고 그녀에게 미친 듯이 키스했다.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그녀의 호흡을 강하게 빼앗아 갔다.매번 키스할 때마다 그녀를 씹어 강제로 뱃속에 삼켜버릴 기세였다. 숨 막히지만 또 치명적인 유혹을 가했다.서유는 눈을 지그시 깜박이며 흥분에 빠진 이승하를 보려고 했지만 그는 손을 들어 여자의 눈을 가렸다.이어 귓가에 뜨거운 호흡과 함께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이럴 땐 집중해, 서유야.”사실 서유는 이승하의 거침없는 광기를 견딜 수 있었지만 그가 귓가에 대고 말을 하거나 그녀의 귓바퀴에 키스하는 것은 견딜 수 없었다. 그것은 가장 민감한 부위였다.하필 이승하는 매번 그녀를 요구할 때마다 그녀의 귓바퀴에 먼저 키스했다. 마치 그녀의 약점을 잡고 일부러 자극하려는 것 같았다. 이에 서유는 매번 무기를 버리고 투항해야만 했다.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이승하가 몇 번 쓰다듬어 주자 서유는 온몸이 저리고 반격할 힘도 없었다. 그의 품에 녹초가 되어 자신의 몸을 맡겼다.따뜻한 물이 계속 흐르고 있었다.남자는 그녀에게 키스하면서 눈을 들어 물살을 맞으며 눈을 질끈 감은 여자를 바라보았다.그 작고 하얀 얼굴에는 수줍은 듯하면서도 감정이 북받친 후 드러나는 홍조가 물들어 있었다.이렇게 매혹적인 서유를 보며 남자는 마치 귀신에 홀린 것처럼 밤낮으로 그녀와 뒤엉키고 싶은 욕망이 불타올랐다.이승하가 유일하게 자제할 수 있는 이유는 서유의 몸이 견딜 수 없을까 봐 두려운 것이다. 그걸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자는 더 격렬하게 요구하지 않았다.그는 서유를
다음날 오후, 서유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가장 먼저 본 것은 이승하의 완벽한 옆모습이었다.서유는 그의 품에서 머리를 내밀고 두 손을 들어 자신의 턱을 괴고는 가까이에서 이승하를 훑어보았다.예전에 동아 그룹에서 일할 때 동료들이 부자 순위를 매겼는데 이승하가 1위를 차지했다.원영은 이 순위에 오를 수 있는 사람들은 돈 외에 비주얼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전국적으로 1위는 단연코 이승하라고 했다.그때 서유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지금 이렇게 살펴보니 이승하는 확실히 진귀한 명품 같았다.그녀는 여기까지 생각하자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그리고 용감하게 부자 서열 1위 남자에게 뽀뽀하려 했다.그녀가 막 다가오자 남자는 질끈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이봐요. 지금 뭐 하려는 거예요?”별이 가득한 그의 눈은 여자의 생각을 꿰뚫어 보듯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서유는 몰래 뽀뽀하려다가 들켜서 어색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일어나서 그의 뒤에 있는 커튼을 열었다.오늘은 햇빛이 들지 않고 뒷마당에 거위 털처럼 잔 눈송이가 흩날리고 있었다.서유는 거대한 뒷마당이 유리 꽃방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을 보았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그녀는 약간 믿을 수 없다는 듯 시선을 돌려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서유만 바라보는 남자를 향해 물었다.“핑크 장미를 보호하기 위해 특별히 꽃방을 만든 거예요?”이승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가볍게 말했다.“네가 좋아하는 거니까 당연히 잘 보호해야지.”서유는 이 말을 듣고 감동되어 코끝이 찡해났다.“난 당신에게 아무것도 선물한 적이 없네요.”처음 만나서부터 지금까지, 모두 이승하가 그녀에게 주고 서유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심지어 그를 위해 한 것도 딱히 없었다.서유는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지만 남자는 늘씬한 팔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았다.“네가 날 사랑하는 게 가장 큰 선물이야.”그는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았다. 그녀의 사랑만 빼고.남자는 그녀의 턱을 치켜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평생 나만 사랑해. 절대 포기하지도
이승하가 서유를 안고 막 식탁에 앉았을 때, 밖에서 롤스로이스 한 대가 들어왔다.차에서 내린 이연석은 네이비 코트를 걸치고 씩씩한 발걸음으로 재빨리 별장을 들어섰다.그는 코트를 벗어 하인에게 건네주고 다시 손을 들어 머리카락의 눈송이를 털더니 물었다.“형은요?”하인은 조심스럽게 부엌 쪽을 가리켰다.“도련님께서는 식사 중이십니다.”이연석은 하인의 시선을 따라 부엌을 보다가 이승하의 품에 안겨 있는 여자를 보고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그는 저벅저벅 걸어와 서유를 가리키며 말했다.“아직도 우리 형을 찾아올 염치가 있는 거예요?”서유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를 껴안은 남자가 차가운 눈동자를 번쩍 들더니 이연석을 쏘아보았다.“그 손가락 필요 없나 보지?”이연석은 형의 차가운 시선을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이 여자가 형한테 상처를 얼마나 줬는데 아직도 만나는 거야?”3개월 전, 이승하가 실려 와서 며칠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고, 깨어나서도 자주 토혈할 정도로 슬퍼했다. 할아버지가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의사를 불러오지 않았다면 이승하는 지금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이승하는 매번 이 여자를 위해 목숨을 바쳤지만, 서유는?형부랑 함부로 뒹구는 것도 모자라 이승하 앞에서 그런 짓을 하다니!하지만 이승하는 서유의 명성을 보호하기 위해 이것들을 모두 숨겼다.이연석이 병원에서 소수빈의 말을 엿듣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이승하를 바라보는 이연석의 눈빛은 이해할 수 없는 기색이 가득했다.“형 정신 결핍증 있잖아. 그런데 왜...”이연석은 어떻게 더러운 여자를 받아들일 수 있냐고 말하려는데 펑 하는 소리가 들렸다.숟가락이 유리그릇에 부딪혀 큰 소리가 났고 놀란 이연석은 이내 다음 말을 삼켰다.“미안!”식탁에 앉은 양복 차림에 아름다운 외모의 남자는 얼음장 같은 눈으로 이연석을 쏘아보고 있었다.이연석은 미간을 살짝 움츠렸다. 이승하는 보통 그에게 이 정도로 냉담하게 대하지 않는다. 서유를 위해서라면 정말 한
이연석은 화가 나서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며 답답해서 말을 이을 수 없었다.그러나 이승하는 차가운 눈을 들어 다시 한번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안 가?”이연석은 화가 나서 하인이 가지고 있던 코트를 빼앗아 어깨로 내동댕이치고는 떠나려고 돌아섰다.서유는 급히 이승하의 몸에서 내려와 이연석을 불렀다.“연석 씨, 잠깐만요.”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연석은 서유를 상대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승하의 경고가 떠올라 얌전히 발걸음을 멈추었다.어쩔 수 없었다. 핏줄의 억압이 너무 심해서 어릴 때부터 몸에 배어 있었다. 둘째 형님의 말씀이 곧 성지인데 누가 감히 듣지 않겠는가?서유는 이연석 앞에 와서 그를 보며 진지하게 설명했다.“연석 씨, 오해하지 마세요. 전 당신 형 배신하지 않았어요. 누군가 당신 형이 날 못 찾아오게 하려고 일부러 사람을 보내 날 사칭해 꾸민 일이에요. 모두 거짓이에요.”이연석을 그 말을 듣고 부쩍 수척해진 서유를 보았다.“그럼 반년 동안 어디 있었어요? 왜 형 찾으러 오지 않았죠?”서유는 눈을 늘어뜨리고 자신의 왼쪽 손목을 보며 사실대로 말했다.“지현우한테 감금당해서 도망치지 못했어요.”이연석은 어리둥절했다. 어쩐지 정가혜에게 서유가 이승하를 배신했다고 말했을 때 그녀는 죽어도 믿지 않았다. 그녀는 서유가 지현우에게 갇혀 돌아오지 못하는 것이라고 확신했다.이 일로 정가혜와 이연석은 크게 싸웠고, 이연석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가혜는 통역사를 데리고 영국으로 가서 서유를 찾아다녔다.후에 정가혜는 이승하가 서유를 직접 만나러 갔다는 말을 듣고 영국에서 돌아왔다.아마도 소수빈이 그녀에게 CCTV 영상, 녹음, 동영상을 보여줬을 것이고 정가혜도 다시 서유를 찾지 않았을 것이다.이연석은 정가혜가 믿었는지 안 믿었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다시 그녀를 찾아갔을 때, 그녀는 이연석을 상대도 하지 않았다.그도 이 때문에 서유를 원망하고 있었다. 이승하와 정가혜 모두 그녀를 위해 목숨도 아랑곳하지 않았다.그래서 방금 서유를 보
화가 난 이연석은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승하가 서유를 향해 입을 열었다.“가혜 씨는 아직 당신이 돌아온 줄 모르고 있어. 내일 같이 가혜 씨 만나러 가자.”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서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마침 내일 찾아가려던 참이었어요. 반년 동안 사라졌으니 많이 걱정하고 있을 거예요.”한편, 모퉁이를 돌아서던 이연석은 두 사람의 대화가 듣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제자리에 서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이를 악물고 다시 식당으로 향했다. 잘생긴 외모에 반듯한 이연석이 서유에게 다가와 가늘고 긴 손을 가슴에 얹고는 고개를 숙이며 정중히 사과했다.“형수님, 죄송합니다. 방금은 제가 무례했습니다. 형수님을 의심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제 무례함을 용서해 주세요.”깜짝 놀란 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를 껴안고 있던 남자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래서 조건이 뭐야?”둘째 형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을 보고 이연석은 그제야 깨달았다. ‘쌀쌀맞은 인간, 내가 사과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니...’결국은 그의 약점을 잡고 그가 사과를 하게 만든 후에서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 이승하의 상대가 되지 않았던 이연석은 속이 꽉 막히는 것 같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서유 씨가 무사히 돌아온 소식은 내가 가혜 씨한테 확실하게 전할게요.”이승하는 숟가락으로 국그릇에 담긴 국물을 휘저으면서 담담하게 그를 쳐다보았다.“그리고?”“내일 내가 직접 가서 가혜 씨 데리고 올게요. 됐죠?”그 말에 앉아 있던 남자는 그제야 문밖을 향해 턱을 치켜들었다.“나가봐.”그의 기에 눌린 이연석은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이를 갈며 자리를 떴다.화가 잔뜩 난 이연석의 모습을 보고 서유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이렇게 날 감싸면 내가 사람들한테 미움만 받게 될 거예요.”이승하는 또다시 닭고기 수프를 떠서 서유에게 먹여주며 단호하게 말했다.“내 와이프를 내가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켜?”와이프라는 말에 서유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곰곰이 생각한 뒤, 다시 고개를 들어 눈앞에서 답을 기다리고 있는 남자를 보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당신을 언제 사랑하게 됐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요. 그저 당신이 긴 머리를 좋아한다는 말에 난 머리를 길렀고 위가 안 좋은 당신을 위해 담백한 죽 한 그릇이라도 끓여주고 싶었죠.”“매번 당신이 날 데리러 올 때면 난 너무 기뻤어요. 화가 난 채로 떠나는 당신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고요. 당신의 눈빛 하나, 몸짓 하나, 말 한마디가 내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을 때부터인 것 같아요.”그녀가 하는 말을 들으며 그의 눈에는 애틋함이 더욱 짙어졌다.도대체 언제 사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저 함께한 시간이 많을수록 점점 정이 들었다고만 했다. 그녀는 그와 함께하면서 저도 모르게 그에게 마음을 빼앗겼던 것 같다. 아마 그 마음은 그녀 자신도 모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괜찮다. 이제는 그녀 또한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늦은 것은 아니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다. 서로 어긋났던 시간들이 아까웠다. 서로 사랑을 해도 부족할 시간이었을 텐데. 이승하는 소중히 여기지 않았던 지난날을 후회하고 있다.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눈썹을 어루만졌다. “더 이상 당신 다치게 안 해.”그녀는 웃음을 머금고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창밖에는 아직 눈송이가 흩날리고 있었고 식당에는 사랑하는 남녀가 다정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평화롭고 아름답기만 했다.한편, 지현우의 위치를 알아낸 택이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이승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보스, 지현우는 이미 귀국했고 현재는 그의 별장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전화를 받은 이승하는 품에 안겨 달콤한 잠을 자고 있는 서유를 내려다보았다.그녀가 잠에서 깨기라도 할까 봐 그는 자신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그녀의 손을 살짝 밀어내고 이불을 젖힌 뒤 침대에서 내려왔다. 욕실에 들어서자마자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목소리에 차가움이
가는 도중에 갑자기 택이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보스, 갑작스럽게 일이 생겼습니다. 지현우의 별장으로 바로 오세요.”한 손으로 차를 몰던 남자는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무슨 일이야?”전화기 맞은편,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며 택이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와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짙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던 그의 눈동자에서 창밖에서 흩날리는 눈보차처럼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굳은 얼굴로 전화를 단번에 끊어버리는 그는 이내 방향을 바꾸어 지현우의 별장으로 향했다. 한편, 잠에서 깨어난 서유는 습관적으로 옆자리를 만져보았고 차가운 기운이 손끝에 전해졌다.어디 갔지?당황한 그녀는 얼른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 침대 머리맡에 불을 켜고는 침대에서 내려왔다.슬리퍼도 신지 못한 채 그녀는 욕실과 옷방 그리고 서재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그러나 이승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공포와 불안감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녀는 외투를 걸치고 맨발로 2층에서 뛰어 내려와 주태현의 방문을 두드렸다.“주 집사님, 이 사람 어디 간 거예요?”잠에서 깨어난 주태현은 정신없이 일어나 문을 열었고 초조해하는 그녀를 다독였다.“도련님께서 볼일이 있으신 것 같아요. 서유 씨도 알다시피 처리해야 할 일이 이리 수시로 생기게 됩니다.”김씨의 신분에 대해서 서유도 이미 알고 있었던 터라 주태현은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매번 무사히 돌아오시니까 걱정하지 말아요.”그러나 서유는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 불안했다. 바로 이때, 거실 구석에 놓인 전화기가 갑자기 울렸다.주태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전화기를 쳐다보았다.“이상하네. 이 전화기는 오랫동안 울린 적이 없었는데 왜 갑자기 한밤중에 울리는 거지?”전화 소리에 그녀는 당황한 마음을 억누르고 주태현을 따라 그 전화기를 향해 걸어갔다.전화를 받자마자 주태현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하면서 그가 고개를 돌려 서유를 쳐다보았다.“지씨 라는 남자가 서유 씨를 찾는데요.”지씨? 설마 지현우? 그가 어떻게 이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