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는 곧장 차를 몰고 떠났다.강하리는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꽃을 든 채 집으로 돌아갔다.손연지는 그녀의 품에 들린 꽃을 보자 순간 당황했다.“그거... 구승훈이 준 거야?”강하리는 눈가가 파들파르르 떨리며 대답하지 않고 곧장 침실로 들어갔다.그날 밤, 그녀는 내내 잠들지 못했다. 방 안 가득 리시안셔스 향기가 퍼지는 것 같았다.다음 날, 강하리는 아침 일찍 최하영과 약속한 골프장에 도착했다.최씨 가문의 사업은 줄곧 회색 지대를 배회하고 있었지만 최하영 본인은 의외로 반듯한 모습이었다. 40대 남자가 가져야 할 배짱과 침착함도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었다.강하리는 최하영을 보고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고 최하영 역시 강하리를 보자마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강 대표님 실제로 뵈니 사진보다 훨씬 예쁘시네요.”전에 강하리를 만난 적은 없지만 김주한의 일 때문에 최하영은 강하리에 대해 알아본 적이 있었다.최씨 가문의 권력자로서 수없이 많은 여자를 만나봤던 그는 강하리의 사진을 봤을 때만 해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를 직접 보고 나니 확실히 구승훈의 눈이 높은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편한 스포츠 룩을 입었음에도 강하리는의 미모를는 감출 수 없었다.“한 번 쳐볼까요? 치면서 얘기하죠.”최하영이 손에 든 골프채를클럽을 흔들면서 들자 강하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최 대표님 먼저 하시죠.”“레이디 퍼스트가 먼저죠.”강하리도 더 망설이지 않고 공 쪽으로 걸어가 골프채를 예쁘게 휘둘렀다.최하영의 눈빛이 잠깐 번뜩였다. “강 대표님은 아실지 모르겠지만 공치는 습관이 구 대표님과 무척 닮으셨네요.”강하리는 싱긋 웃었다.“눈썰미가 좋으시네요. 구 대표님께서 배웠거든요.”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구승훈을 언급하자 그녀는 잠시 멈칫하며 마음속 어딘가 툭 건드려진 것 같았다.최하영은 웃음을 터뜨렸다.“어쩐지, 보아하니 두 분이 보통 사이는 아닌가 봅니다. 하긴, 그렇지 않았다면 그토록 희귀한 정보로
골프를 다 치고 나니 곧 점심시간이 다가왔다.최하영은 강하리에게 식사를 같이 하자고 제안했고 식사 자리에서 그가 신사답게 술도 권하지 않고 에티켓을 지킨 덕분에 즐거운 식사 자리가 되었다.식사가 끝날 무렵에야 최하영이 말을 꺼냈다.“그 땅, 강 대표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세요?”강하리는 다소 마음이 혼란스러워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최 대표님, 이 문제는 제가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요, 나중에 다시 얘기할까요?”최하영은 웃으며 대답했다.“네, 그럼 강 대표님께서 약속 잡으실 때까지 기다리죠.”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와 함께 식당에서 나온 뒤 곧장 차로 향했다.차 안에서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다.사실 그녀는 김주한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지 않았다.당시 구승훈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고 구승훈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다.김주한을 반쯤 죽여놓았다는 사실조차도 나중에 구승재에게 들은 이야기였다.강하리는 지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고 다시는 풀리지 않을 것 같았던 마음 어딘가에 균열이 생긴 것 같았다.그 틈새에 무시할 수 없는 당혹스러움이 밀려와 강하리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구승훈은 매번 그녀가 거절하지 못하는 것만 주는 것 같았다.그녀에게는 이 땅이 필요했다.이 땅이 없으면 정양철과의 내기 계약은 실패로 끝날 확률이 높았다.하지만 지금...어떤 기분으로 구승훈을 마주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노진우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강하리 씨, 사업 얘기가 잘 안됐습니까?”정신을 차린 강하리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잘 됐어요.”그녀만 대답하면 최하영은 분명 망설임 없이 그 땅을 대양 그룹에 넘길 것이다.다만... 이 호의를 어떻게 갚아야 할까?강하리를 보낸 후 최하영은 옆에 있는 룸으로 들어갔다.룸안에서 구승훈은 창가에 서서 강하리가 차에 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 뒤에야 구승훈은 뒤를 돌아보았다.최하영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강하리는 잠시 침묵했다.“퇴근하고 갈게요.”구승훈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그래, 데리러 갈게.”“아니요, 제가 알아서 갈게요.” 강하리는 단호하게 전화를 끊었다.구승훈은 끊어진 전화를 바라보다가 다소 무력한 웃음을 지었다.잠시 침묵하던 그는 주방에서 국을 끓이고 있는 가정부를 바라보았다.“해장국은 됐으니까 가서 장 좀 봐오세요.” 가정부는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구승훈을 바라보았다.“대표님, 집에 식재료 아직 있는데요.”구승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며 느긋하게 한 마디를 던졌다.“장 다 보고 나면 오늘은 그만 퇴근하세요.”당황한 가정부는 이윽고 그의 말뜻을 이해하고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그런데 구승훈이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하리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요? 달콤한 것 빼고, 물고기나 새우 이런 거 좋아해요?”가정부는 조금 당황했다. 이곳에 온 지 몇 달이 지났지만 강하리를 위해 요리를 해준 적은 몇 번 되지 않았다.강하리가 디저트를 좋아한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 대단한 것이다.“대표님께서 오랫동안 같이 살았으니 저보다 더 잘 아시겠죠.”이 말을 들은 구승훈은 눈빛이 어두워졌고 왠지 모르게 기분이 불쾌했다.가정부는 다른 뜻은 없었고, 그저 구승훈이 자신보다 더 잘 알거라 생각한 것이었다.하지만 그 말이 조롱처럼 들렸다.아직 술기운이 남아 있었던 구승훈이 잔뜩 굳은 표정을 하고 있자 더 무서워 보였다.구승훈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가정부는 서둘러 말했다.“일단 장부터 보고 올게요. 언제 한번 아가씨에게 새우만두를 해준 적이 있는데 몇 개나 드신 걸 봐서 꽤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돌아와서 만두 찔게요.”가정부는 말을 마친 후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구승훈은 온몸에 냉기가 감도는 채로 가만히 서 있었다.강하리는 오후 회의를 마치고 나오자 퇴근할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정주현은 서류 챙겨 들고 그녀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왔다.“만나야 할 사람이 두 명 있는데 오늘 저녁은 클라이언트와 먹을까요?”
하지만 그가 차에 타기 전에 노진우가 다가와서 차 문을 막았다.“도련님, 이대로 강하리 씨 차에 타면 강하리 씨 평판에도 좋지 않을 것 같은데요.”정주현은 코웃음 치며 다른 쪽으로 돌아갔고 노진우도 재빨리 뛰어넘어 반대편 차 문을 막았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강하리는 두통이 밀려오는 느낌에 곧장 밖으로 나가 택시를 불렀다.강하리가 떠나려는 모습을 본 정주현은 화가 나서 노진우를 발로 차버리고 싶었다.“노진우, 넌 진짜 구승훈 개야!”노진우는 정주현을 바라보며 말했다.“도련님은 잘 보이려고 꼬리 흔드는 개 같네요.”말을 마친 그는 정주현이 화를 내기도 전에 차를 몰고 떠나버렸고 정주현은 휴대폰을 들고 구승훈에게 전화를 걸었다.“구승훈 씨, 우리 페어플레이 하자고 하지 않았어요? 대체 강하리 옆에 노진우는 왜 붙이는 거예요?”구승훈은 느긋한 목소리로 대꾸했다.“정주현 씨, 그쪽은 매일 곁에 있으면서 난 사람 좀 붙이면 안 됩니까?”정주현이 피식거렸다.“참 간사하시네요.”“당신은 순수한가?”“난 적어도 그 여자한테 장난은 안 쳐요. 구승훈 씨, 정말 강하리를 돕고 싶었으면 그냥 조용히 돕기나 할 것이지 왜 그 기회를 틈타 동정을 바라는 건데요.”구승훈은 나른하게 웃었다.“내가 왜 조용히 도와야 하죠? 이왕 도와줬으면 알게 해야죠.”그렇게 말한 뒤 그는 전화를 끊었다.강하리는 아파트 문 앞에 서서 망설이다가 노크를 했다.구승훈은 문을 열고 현관에 서 있는 여자를 발견하고 짙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지문 인식하면 되잖아, 왜 노크를 해?”강하리가 웃으며 말했다.“남의 집에 왔을 때는 예의를 지켜야죠.”구승훈도 웃었다.“하리야, 여기가 남의 집이야?”강하리는 대답 대신 그의 시선을 피해 안으로 들어가 신발장을 열었고, 슬리퍼에 손이 닿자 잠시 멈칫했다.그녀가 신던 슬리퍼는 이미 사라지고 옆에는 새로운 신발이 놓여 있었다.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손님용 슬리퍼 한 켤레를 꺼냈다.구승훈은 그녀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아무 말도
강하리의 몸이 심하게 경직되며 순간 심장 박동이 멈춘 것 같았다.“구승훈 씨, 이거 놔요.”구승훈은 대꾸하면서도 더 꽉 안았다.“하리야, 가만히 있어. 잠깐만 안고 있을게, 잠깐만.”여전히 희미한 술 냄새가 남아 있는 남자의 숨결이 그녀의 목덜미에 닿으며 옅은 담배 냄새도 묻어났다.강하리의 몸이 더욱 굳어졌다.싱크대 앞에 가만히 서 있는 그녀의 귓가로 온통 남자의 숨소리가 맴돌았다.심장이 점점 더 세차게 뛰었고 강하리는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이거 놔요.”하지만 구승훈은 여전히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놓아주는 대신 그녀의 몸이 으스러질 듯 더 세게 안았다.“하리야, 너무 보고 싶었어.”강하리는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고 본능적으로 남자를 밀어내려고 애썼지만 오히려 구승훈은 그녀의 손을 꽉 움켜쥐며 붙잡았다.“가만있어 하리야, 더 움직이면 내가 너무 힘들어.”당황한 강하리는 홧김에 구승훈의 발을 밟았고, 밟고 나서야 구승훈의 단단한 아래가 그대로 느껴졌다.두 사람은 조금의 틈도 없이 바싹 밀착해 있어 구승훈의 물건이 자신의 허리춤에 닿는 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구승훈, 이... 이 변태!”구승훈은 그녀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파묻었다.“너무 보고 싶었어. 가만히 있어, 나 진정 좀 하게.”누구라도 이 상태로는 전혀 진정할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그는 단지 조금만 더 그녀를 안고 싶을 뿐이었다.주방에서 아내처럼 따뜻하고 다정한 모습을 하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고 싶었다.강하리의 이런 모습은 본 적이 없었으니까.구승훈은 지난 며칠 동안 자신이 보고 싶은 적은 없었는지 그녀에게 묻고 싶었다.하지만 제 발로 무덤을 파는 꼴이 될 것 같아 차마 입 밖에 꺼내지 못했다.구승훈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 정말 진정하는 중인듯했다.하지만 그곳의 단단함은 여전했고 강하리는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다.그때 구승훈의 입술이 갑자기 그녀의 귓가에 닿았다.“하리야,
강하리는 그를 노려보며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구승훈은 잠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돌아서서 부엌으로 들어가 보온병을 꺼냈다.강하리가 위층에서 내려오자 구승훈도 그녀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이거 가져가.”그는 보온병을 강하리에게 건네며 말했고 강하리가 거절하기도 전에 다시 입을 열었다.“아줌마한테 국 좀 끓여달라고 했어, 아주 담백한 거. 병원에 가져가서 아주머니한테 드리고 너도 좀 먹어.”그렇게 말한 뒤 남자는 보온병을 강하리의 품에 밀어 넣었다.강하리는 차에 돌아와 멍한 표정으로 옆에 놓인 보온병을 바라보았다.노진우는 강하리의 표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강하리 씨, 구 대표님과 무슨 오해라도 있는 겁니까?”정신을 차린 강하리가 꿰뚫어 볼 듯한 그의 시선을 피했다.“아니요.”“없다면 왜 서로 좋아하는 게 화해하지 않는 겁니까?”강하리는 웃기만 했다.“병원으로 가요.”노진우는 그녀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으려는 것을 보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정서원의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강하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녀의 눈빛이 더욱 밝아졌다.“오늘은 안 오시는 줄 알았어요. 조금 전 어머님께 식사 준비해 드리는데 굳이 아가씨 오시는 거 기다리겠다지 뭐예요.”간병인이 옆에서 말을 건네자 강하리는 웃으며 보온병을 들고 다가왔다.“엄마, 이제부터는 제가 안 와도 제때 식사 하셔야 해요.”정서원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고 간병인이 다가와 보온병을 열자마자 감탄했다.“참 정교하게 빚은 새우만두네요. 국물도 최소 몇 시간을 끓였죠? 아가씨도 참 세심해요. 일하면서 이렇게 어려운 음식도 만들고.”강하리는 보온병에 담긴 새우만두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간병인은 작은 국그릇에 담아 강하리에게 건넸다.“얼른 어머님께 드리세요.”강하리는 새우만두를 받아 들고 잠시 망설이다가 정서원에게 먹였지만 그녀는 국물을 두 번 정도 마시고는 더 먹지 못했다.강하리가 그녀의 팔다리를 움직이며 씻겨주려는데 정서원이
지난번 강찬수의 계좌에 문제가 생긴 것에 대해 구승훈이 말하려다가 송유라의 팬들이 병원에 찾아와 소란을 피우면서 중단된 적이 있었다.강하리가 구승재에게도 물어봤지만 구승재는 잘 모른다고 했다.이제 강찬수에 대해 알고 싶으면 구승훈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구승훈은 강하리의 전화를 받고 다소 놀랐다.“강하리?”“네.” 강하리는 대답하고 말을 이어갔다.“구승훈 씨, 강찬수 계좌에 대해 물어보고 싶어서요.”미소 짓던 구승훈의 얼굴이 들려오는 강하리의 목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굳어졌다.강하리의 목소리에서 어딘가 이상함을 느낀 것이다.“무슨 일이야?” 말을 마친 그는 강하리가 대답하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병원으로 갈게.”전화를 끊은 후에도 강하리의 마음엔 여전히 아픔이 남아있었다.정서원에 대한 안타까움과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함께 밀려왔다.당시 강찬수의 폭력으로 정서원뿐만 아니라 강하리의 운명도 바뀌었다.강하리는 심호흡을 하며 의자에 기대어 감정을 진정시켰다.노진우는 백미러로 강하리를 살펴보더니 그녀를 위해 차 음악을 틀어주었고 강하리는 미소 지었다. “고마워요.”“대표님께서 좋아하신다고 알려주셨어요.”강하리는 그를 힐끗 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구승훈이 도착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차에서 내린 그가 강하리의 창문을 두드렸고 차창을 내리자 보이는 여자의 얼굴에 구승훈의 눈빛이 더욱 어두워졌다.여자의 눈가는 살짝 붉어져 있었고 눈빛은 분노로 가득 찼다.구승훈은 마음에 찌릿한 통증이 느껴졌다.“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그가 낮은 목소리로 묻자 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었죠. 강찬수에 대해 나한테 얘기해 줄 수 있어요?”구승훈은 대답 대신 되물었다.“밥은 먹었어?”강하리는 고개를 저었다. “배 안 고파요.”지금은 밥 먹을 기분이 아니었다. 짐작만 했을 때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오늘 정서원의 말을 듣고 나니 강찬수가 죽어버린 것조차 원망스러웠다.구승훈은 그녀를 바깥으로 끌어당겼다.“
“울고 싶으면 참지 말고 소리 내서 울어.” 그가 강하리를 껴안자 강하리의 몸이 움찔했다. “구승훈 씨!”그녀가 갈라진 목소리로 소리쳤지만 구승훈은 오히려 더 꽉 껴안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렇게 안고만 있었고 반항하던 강하리도 점차 잠잠해졌다.소리 없는 눈물이 조용히 그의 셔츠를 적셨다. 구승훈은 가슴에 아릿한 통증이 밀려와 상대를 더 꽉 끌어안았다.이내 마음을 진정시킨 강하리는 눈물을 닦으며 옆에 있는 남자를 향해 고개를 돌려 최대한 차분한 어투로 물었다.“구승훈 씨, 이 돈의 출처 확인했어요?” 구승훈은 손으로 붉어진 그녀의 눈가를 어루만졌다.“알아봤어. 이 돈뿐만 아니라 다른 비정상적인 송금도 다 확인했어. 처음 네가 강찬수가 누군가의 사주를 지시로 널 협박한다고 의심했을 때 이미 다 확인했어. 하지만 상대는 사채업자였고 그 사이 그쪽 사람들은 이미 죽거나 사라졌어.”강하리는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그럼 단서가 전혀 없다는 건가요?”구승훈의 눈빛은 차갑고 무거웠다.“알아보면 언젠가 단서는 나오겠지.”강하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뭐라고 말하려고 할 때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구 대표.” 강하리가 뒤를 돌아보니 식당 앞에 한 손에 음식을 들고 서 있는 장진영이 보였다.“유라가 여기 생선찜이 먹고 싶다고 해서 포장해 가려고. 구 대표도 알다시피 유라가 생선을 제일 좋아하잖아.”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강하리를 향해 웃었다.“하리도 있었네.” 강하리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 얘기 다 끝났으니까 난 먼저 갈게요.” 말을 마친 그녀가 가려는데 구승훈이 서둘러 그녀를 뒤에서 끌어당겼다. “내가 데려다줄게.” 구승훈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장진영이 끼어들었다.“구 대표, 나 할 말이 있는데.” 강하리는 그 말에 구승훈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됐어요, 차 있어요.” “내가 데려다준다고!”강하리는 여전히 문 앞에 서 있는 장진영을 힐끗 쳐다보았다.“노진우 씨가 데려다주는 게 낫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