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화

작가: 일십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난 고개를 들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건 네가 자초한 결과야.”

이제 운명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모두의 조롱거리가 된 건 의연이었고, 난 뛰어난 무대 퍼포먼스로 광고 계약까지 따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허정희가 보고 싶다는 핑계로 전화를 걸어 집에 오라고 했다.

전생에서의 기억이 떠올라 코웃음을 치며 생각했다.

보고 싶다는 건 핑계일 뿐, 실제로는 나를 데려다가 벼락부자들과 맞선을 보게 하려는 거였다.

“네 나이에 어린 사람을 바라? 너 같은 게 어딜 늙은이와 결혼해야지, 그게 네 분수야.”

“가까운 곳에 시집이나 가. 그 사람들 손, 발 멀쩡하니까 너한테 과분한 거지!”

난 겨우 스물 초반이었다.

경제적으로도 이미 자립했고, 외모나 재능 모두 출중했다.

다른 사람보다 몇 배는 뛰어난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허정희는 마치 나를 바닥으로 내리찍듯이 끊임없이 독설을 퍼부었다.

돌이켜보면 다 지참금을 받기 위한 심리적 압박이었다.

난 바로 휴대폰 번호를 바꾸고 허정희와 여동생을 전부 차단했다.

매달 보내던 생활비 800만 원도 끊었다.

이번 생에서는 절대 더는 착취당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그녀들을 차단한 것을 알게 된 허정희는 분노하며 필사적으로 나와 연락하려고 했다.

그러다 결국, 촬영장까지 찾아왔다.

마침 그날 촬영은 물에 빠진 후 남자 주인공에게 구출되는 장면이었다.

얼음같이 차가운 물속에서 남자 주인공이 나를 안아 올리는 그 순간, 허정희가 나타났다.

허정희는 내가 얇은 드레스를 입고 젖은 채로 남자 주인공 품에 안겨 있는 것을 보더니 화가 치밀었다.

허정희는 다짜고짜 내 머리채를 잡아채더니 힘껏 뺨을 내리쳤다.

“그래, 네가 이런 더러운 짓을 하고 있었구나!”

“내 전화도 안 받더니, 이제 연예인 되니까 대단해졌어?”

“결국 몸 팔아서 여기까지 온 거지. 당장 시집이나 가! 우리 강씨 가문에 더는 망신 주지 말라고!”

매니저 소유는 주저하며 눈치를 봤다.

소유는 허정희가 내 엄마라는 것을 알았기에 들여보낸 것이었는데 이렇게까지 난리를 피울 줄은 몰랐던 것이다.

모두가 입을 막고 구경거리가 된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또 한 대의 뺨이 내 얼굴에 날아들려던 순간, 누군가가 허정희의 팔을 꽉 붙잡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남자 주인공 박수혁이었다.

박수혁은 침착하게 휴대폰을 꺼내 보여주며 말했다.

화면에는 아직 걸지 않은 신고 전화가 떠 있었다.

“공공장소에서 폭행하는 건 불법인 거 모르세요?”

허정희는 비웃으며 말했다.

“내가 엄마인데, 딸 혼내는 게 뭐가 문제야?”

“그래요?”

수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말했다.

“그럼 촬영 방해한 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 한 시간 동안의 촬영장 대여비는 3000만 원이고, 여기 있는 모든 스태프의 일당을 합치면 최소 6000만 원이 넘어요.”

“경찰을 불러서 정확하게 계산해볼까요?”

허정희는 그제야 당황하기 시작했다.

돈을 요구하는 건 허정희에게는 숨통을 끊는 일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강은별, 두고 보자!”

허정희는 나를 노려보며 자리를 떴다.

수혁은 자신의 외투를 벗어 나에게 걸쳐주려 했다.

난 떨리는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고마워.”

난 허정희가 당분간 조용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날 밤, 허정희는 강은별 엄마라는 아이디로 SNS에 가입해 나를 불효녀라고 대대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그 글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허정희의 글 속에서 난 잔인한 딸로 묘사되었고, 가족을 차단한 것도 모자라 암에 걸린 엄마를 외면한 불효녀가 되어 있었다.

“힘들게 키운 딸이 대스타가 되더니 이제 엄마는 안중에도 없어!”

“배은망덕한 년!”

허정희의 글은 큰 파문을 일으켰고, 난 불효녀라는 낙인 속에서 점점 더 심한 온라인 폭력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허정희는 이 논란을 이용해 생방송까지 시작했고, 시청자들과 함께 나를 비난하며 인기를 끌고 있었다.

난 직접 허정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내 인기를 이용하는 게 좋아요?]

허정희는 뻔뻔하게 대답했다.

[네가 남자 꼬시는 연예인 되길 원했잖아?]

[내가 그 길 막아줄 거야.]

내가 연예인이 되길 원했다고?

난 눈을 감고 가슴 한구석에 스며드는 씁쓸한 고통을 느꼈다.

관련 챕터

  • 가족들의 배신   제4화

    하지만 18살이 되기 전까지 내 꿈은 정의로운 변호사가 되는 것이었다.그 꿈을 이루기 위해 난 열심히 공부했고, 성적도 명문대에 합격할 정도로 우수했다. 하지만 고3 때 허정희가 암에 걸렸다.그때 유연히 지나가던 연예기획사 스카우터가 나에게 명함을 건넸다.난 모든 것을 포기하고 허정희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아무것도 모른 채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그러나 내 희생은 내가 바랐던 어머니의 사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허정희는 오히려 나를 부끄러워했고, 인터넷에서 내가 비난받는 상황이 허정희와 여동생까지 손가락질받게 한다며 미워했다.강은별 불효녀라는 해시태그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 10위에 오르자, 난 즉시 하나의 게시물을 올렸다.그 게시물에는 지난 3년간 내가 집에 보낸 돈의 이체 내역이 담겨 있었다.허정희가 암에 걸렸을 때의 100만 원 단위 치료비는 전부 내가 부담했다.허정희가 병이 나은 후에도 매달 800만 원의 생활비를 꼬박꼬박 보냈다.심지어 허정희가 항암 치료를 받을 때 난 모든 일정을 거절하고 곁을 지켰다.반면 허정희의 막내딸은 새 남자친구와의 연애에만 빠져 있었다.내가 올린 게시물은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이게 불효라고?” “명문대 갈 성적이었는데, 엄마 치료비를 벌기 위해 연예계에 들어갔다니... 은별이 진짜 대단해.” “연예계 처음 들어와서 얼마나 벌었겠어? 근데 그때 8,532원이 정확하게 이체된 내역을 보니까 그게 전부 월급이었잖아.” “와, 이건 진짜 딸 피를 빨아먹는 거네. 이제 병이 나으니까 도리어 뒤통수를 치네.”허정희가 휘두르던 칼날 같던 여론이 이제는 허정희를 겨냥한 비수가 되어 삼켰다.들리는 말로는 격분한 네티즌들이 허정희의 주소를 알아내고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결국 허정희는 겁에 질려 급히 이사를 했다.이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됐고, 매니저 소유가 사적으로 나에게 사과했다.허정희가 촬영장에 난입했던 것에 대해 몹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소유는 그저 허정희가 내 촬영을 보러 온 줄 알고 데려

  • 가족들의 배신   제5화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겠어?난 어깨를 으쓱하며 의연이를 향한 눈빛에 장난기가 가득했다.“너한테는 지워지지 않는 오점이 남았어. 평생 벗어날 수 없을걸?”“무대에 설 때마다 네가 저지른 더러운 짓들을 떠올리는 안티들이 있을 테니까.”“입을 막는 게 통했다면 팔로워 80만 명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진 않았겠지.”내 말이 정확히 아픈 곳을 찌른 듯 보였다.의연이의 얼굴이 싸늘해지더니 다른 멤버들에게 눈짓을 보냈다.다른 멤버들은 곧바로 눈치를 채고 화장실 문을 닫고 나를 둘러쌌다.화장실에는 CCTV가 없었다.이런 식의 집단 괴롭힘은 그들의 전형적인 수법이었다.전생의 난 이런 괴롭힘에 익숙했다.하지만 이제 난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의연이가 테이블 위에 놓인 뜨거운 물잔을 들어 내 허벅지에 쏟아부으려는 순간, 난 미소를 지으며 가방에서 작은 칼을 꺼내 의연이의 목에 댔다.모두가 놀라 눈을 크게 뜬 채 멈춰 섰고, 의연이 역시 꼼짝할 수 없었다.“남 괴롭히는 거 그렇게 좋았어?”난 의연이의 손에 들린 뜨거운 물잔을 바라보았다.감정이 격해진 나머지 물 몇 방울이 넘쳤다.그동안 의연이는 남의 은밀한 곳에 뜨거운 물을 붓는 것을 즐겼다.이제는 의연이 차례였다.“네 몸에 한 번 부어봐.”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의연이는 분노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내가 감히 이렇게 할 줄은 몰랐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내 칼끝이 의연이의 뺨에 닿자 온몸이 굳어버렸다.“난 널 죽이지 않을 거야. 근데 네 얼굴을 그으면...”난 눈을 가늘게 뜨며 거침없는 웃음소리와 함께 말했다.“나 같은 사람은 고작 3년 이하의 형을 살겠지만, 넌 평생 얼굴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겠지.”의연이가 더는 움직이지 않자, 난 다시 한번 칼을 밀어붙였다.그제야 의연이는 이를 악물며 들고 있던 뜨거운 물을 자신의 몸에 부었다.뜨거운 물에 의연이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온몸을 비틀었다.“만족해?”의연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 대답을 기대하며 물었다.하지

  • 가족들의 배신   제6화

    의연이는 내가 많은 사람 앞에서 의연이의 괴롭힘을 폭로할 거라 예상했을 것이다.하지만 그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난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며 천천히 말했다.“난 AM 걸그룹의 리더 하의연의 아버지를 고발하겠습니다! 하중범이 운영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심각한 탈세와 세금 회피가 자행되고 있습니다. 국세청의 철저한 조사를 요청합니다!”그때, 소유가 무대 뒤에서 나와 마이크를 받아들었다.전에는 한없이 약해 보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소유는 눈물에 젖은 눈으로 크게 외쳤다.“전 AM 걸그룹의 매니저인 소유입니다. 저 역시 하의연의 불법 행위와 비도덕적인 행동을 고발하겠습니다! 하의연은 고등학교 시절 제 동생을 괴롭혀 죽음으로 몰았습니다!”장내는 순간 아수라장이 되었다.평범하게 진행되던 앨범 발표회가 순식간에 고발 현장으로 변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난 소유와 눈이 마주쳤고. 서로 손을 내밀어 눈물을 닦아주었다.소유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곧장 현장에 도착했다.우리는 가지고 있던 증거를 제출했고 그 일부는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었다.전생에 내가 죽었을 때도 내 영혼은 사라지지 않았다.난 소유가 그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고통을 견디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의연이의 괴롭힌 증거뿐만 아니라 하중범 회사의 불법 행위까지 폭로하는 과정을 모두 보았다.하지만 소유는 결국 모든 진실을 밝히지 못했고 악인들은 마땅한 벌을 받지 않았다.하지만 내가 다시 태어났으니 이제 괜찮다.더는 소유가 혼자 고통을 견딜 필요는 없다.모든 것을 알고 있는 난 의연이가 여학생들을 괴롭히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자주 즐겼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등학교 시절 의연이는 그 영상을 이용해 여학생들을 협박했고, 잔인하면서도 교묘한 태도로 행동했다.그게 증거가 될까 봐 겁내지 않았다.그렇지만 연예계에 진출한 후로는 신중해졌고, 흔적을 남기는 일을 두려워했다.결국 의연이는 핸드폰 속 모든 영상을 삭제했지만, 난 그 핸드폰을 복원했고 모든 데이터를 확

  • 가족들의 배신   제7화

    허정희는 말을 끝내자마자 자랑스럽게 그 엔터테인먼트 회사와의 계약서를 보내왔다.난 이미지를 쭉 넘겨봤다.“어머, 이중 계약서네?”온통 위험한 함정투성이였다.얼마 후 파티에 참석했을 때, 전 작품에서 같이 연기했던 남자 주연 배우 수혁이를 만났다.듣자 하니 수혁이는 최근 또 다른 대작에 캐스팅되었다고 했다.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배우였다.“이번 작품 여자 주인공이 아직 안 정해졌는데, 이 감독님 연락처 필요해?”수혁이가 웃으며 말했다.난 주저하지 않고 연락처를 받아 적었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수혁에게서 갑자기 메시지가 왔다.[네 목걸이야?]난 목을 만져보니 텅 비어 있었다.팬이 선물해 준 목걸이가 떨어졌던 것이다.다행히 수혁이가 주웠다고 했다.하지만 그 운이 오래가지 않았다.곧이어 수혁이가 심각한 목소리로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이 목걸이, 누가 준 거야?][이건 보통 목걸이가 아니야. GPS 추적 장치가 들어 있어.][상대가 네 모든 행동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어. 사생팬들이 흔히 쓰는 방법이지.]그 말을 듣자마자 머릿속이 하얘졌다.GPS 추적 장치라고?이 목걸이는 며칠 전 팬클럽의 유명한 팬이 선물한 것이었다.그래서 소중히 여기며 착용하고 있었던 건데...그 팬의 이름은 주진아.전생에서도 내가 자주 봤던 인물이었다.팬미팅에서 항상 참석했고 주진아가 있으면 왠지 마음이 든든했다.악플러들에게 시달릴 때도 주진아가 있어서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내가 믿었던 그 팬이 사실은 사생팬이었다니? 난 손을 떨며 SNS를 열었다.주진아는 나와 맞팔을 한 몇 안 되는 팬 중 한 명이었다.주진아의 활동은 꽤 활발했다.평범한 덕질 팬처럼 보였지만...그러다 얼마 전 주진아가 올린 게시물을 스크롤 하던 중 고양이를 안고 찍은 사진이 눈에 띄었다.그 사진 속에서 어떤 디테일을 확인하는 순간, 내 몸은 얼어붙었다.주진아의 왼쪽 손목에 검은 점 하나가 있었다.그리고 전생에 나를 죽인 가면을 쓴

  • 가족들의 배신   제8화

    진아는 칼을 쥐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에게 다가왔다.급한 마음에 난 가방에서 후추 스프레이를 꺼내 진아의 얼굴에 마구 뿌렸다.그러고는 진아의 아랫도리를 세게 걷어찼다.진아가 고통에 몸을 웅크리는 사이, 의연이에게도 후추 스프레이를 뿌렸다.의연은 눈을 뜨지 못해 괴로워했고, 난 그 틈을 타 비상계단으로 도망쳤다.살기 위해 난 목숨을 걸고 달렸다.하지만 진아와 의연이는 금방 뒤를 쫓아오기 시작했다.그들은 더욱 분노에 차 있었다.난 확신했다.만약 잡히면 전생보다 훨씬 더 끔찍하게 죽을 게 뻔했다!한 층, 또 한 층.악당들과의 거리는 언제나 몇 발짝 차이일 뿐이었다.그러다 갑자기 발목을 삐끗하며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모든 희망이 사라졌고, 진아와 의연이의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도망가 봐, 왜 안 도망가?”과일칼이 내 목에 닿았다.그 차가운 금속 감촉은 전생에 내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생생히 떠올리게 했다.한칼, 또 한칼.그렇게 내 피는 며칠 동안 흘러나갔다.내가 완전히 숨을 거둘 때까지 진아는 나를 냉동고에 집어넣었다.그때 느꼈던 차가움이 피가 다 빠져나가서 느꼈던 추위였는지, 냉동고에 갇혀 느낀 절망의 추위였는지 난 분간할 수 없었다.눈물이 한 방울, 또 한 방울 떨어졌다.난 눈을 감고 다가올 고통과 죽음을 기다렸다.그때,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멈춰!”눈을 떠보니 수혁이었다.수혁이는 곧장 나에게 달려와 날 보호했다.이어서 수많은 경찰이 나타나 진아와 의연이를 포위했다.“손 들어!”“무사해서 다행이야.”수혁이는 내가 다친 곳이 없는지 살펴보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제야 난 수혁이가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나를 구하러 오느라 꽤 애를 쓴 모양이었다.수혁이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흘러나왔고, 화면에는 여전히 나와의 통화가 연결된 상태였다.“정말 고마워.”난 그제야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아무도 모를 것이다.난 진짜로 또 죽을 줄 알았다.수혁이는 잠시 망설이더니

  • 가족들의 배신   제9화

    “당신이 내가 연예계에 들어간 걸 부끄럽게 생각했다는 건 알아요.” “그렇지만 왜 나를 몸을 팔아서 출세한 여자라고 욕했어요?” “그때 난 겨우 18, 19살이었어요. 당신 병원비를 마련하려고 그 더러운 곳에 뛰어든 건데...”난 눈을 감고 쏟아지는 눈물을 애써 참았다.“당신은 엄마 자격이 없어요.” “반드시 벌을 받을 거예요.”이 말이 내가 허정희에게 건넨 마지막 말이었다.그 말을 듣고 허정희는 몸을 떨며 떠났다.그리고 곧 허정희는 벌을 받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허정희가 암이 재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이번에는 나처럼 도와줄 사람이 없었고, 가진 재산도 모두 바닥난 상태였다.그나마 남은 건 집 한 채뿐이었는데, 은희가 그 집을 몰래 팔아버리고 돈을 챙겨 남자친구와 함께 도망쳤다는 소식을 들었다.은희가 남긴 편지에는 허정희에 대한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은희는 편지에 자신이 시집가려던 집을 허정희가 치료비로 쓰려 했다는 것에 대해 몹시 분노하며, 허정희를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이기적인 인간이라고 욕했다.집을 팔아버린 뒤 자신이 무슨 얼굴로 남자친구와 결혼할 수 있겠느냐며 원망을 쏟아냈다.결국 그 참담한 저주의 말들은 허정희를 완전히 무너뜨렸다.그날 밤, 허정희는 근처 강으로 가서 투신했다.죽기 전 허정희가 걸었던 마지막 전화는 나에게 걸려왔다.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는 미안하다는 말이었다.하지만 난 이미 허정희의 연락처를 차단한 상태였고 메시지는 결국 전달되지 못했다.허정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건 이듬해 봄이었다.허정희의 시신은 거의 1년 동안 강물 속에 있다가 겨우 어부에 의해 발견되었다.경찰은 허정희의 유일한 생존자인 나에게 연락해 왔고. 난 그저 놀랄 뿐이었다.은희 역시 작년에 남자친구에게 사기를 당한 뒤, 차를 타고 가던 중 다투다가 함께 강에 빠져 죽었다고 했다.“악인은 결국 벌을 받는 법이지.”난 입을 삐쭉거리고는 허정희의 유골함을 아무런 망설임 없이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쓰레기는

  • 가족들의 배신   제1화

    난 죽었다.내 시신은 냉동고에 갇힌 지 40일 만에 발견됐다.얼굴은 일그러지고 몸은 처참하게 망가져 있었다.내 생전의 고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모습이었다.모자이크 없는 선명한 사진들이 하나둘 인터넷에 퍼져 나갔다.생전처럼 사람들의 시선은 오로지 내 몸매에만 쏠렸고 나를 두고 평가는 계속됐다.“역시 몸매로 뜬 거 맞네. 끝내줘.”“들었어? 하루 함께하는 데 6000만 원이래. 돈 많은 사람은 참 좋겠어.”“여배우라 해도 결국 당하고 죽었잖아.”온갖 악의적인 댓글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떨리는 몸을 간신히 추스르며 난 앞에 앉은 중년 여성을 바라봤다.중년 여성은 허정희, 내 어머니였다.하지만 이 모든 악플과 루머에도 불구하고 허정희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핸드폰을 넘기고 있었다.잠시 찡그리며 쪽팔리네 라는 말과 함께 사진을 공유하고는 가볍게 좋아요를 누르고는 다른 일을 하러 갔다.그래, 쪽팔리는 일이지.나 같은 딸을 둔 건 허정희에게 치욕이었을 거다.내가 연예계에 발을 들인 이후 허정희가 나한테 가장 많이 한 말은 바로 쪽팔려였다.한때 이름 없는 걸그룹 멤버였던 내가 유명한 여배우가 되기까지, 사람들은 내 아름다움이나 실력이 아닌 논란으로 나를 기억했다.사람들은 내 앞에서 손가락질하며 나를 야한 여배우라고 욕했다.이제는 죽음으로 다시 주목받았다.그러나 죽음은 동정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오히려 더 많은 추측을 하게 만들었을 뿐이다.도대체 얼마나 자극적인 상황에서 당했길래 이렇게 죽었을까?혹시 대단한 인물의 본처와 엮여서 그런 건 아닐까?나를 동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심지어 내 어머니조차도.전화벨이 울리자 허정희는 동생의 전화를 받았다.동생은 최근 스타가 되고 싶다며 자꾸 조르곤 했다.하지만 이제 나처럼 이런 수치를 겪은 후, 허정희는 더욱 강하게 반대했다.“너도 몸 팔아서 스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그냥 언니 유산이나 잘 물려받아.”“걔는 염치도 없고 뭐든 할 수 있었으니까 버틴 거야. 넌 달라, 깨

  • 가족들의 배신   제2화

    그날 무대 공연 도중, 내가 입고 있던 공연복이 갑자기 찢어졌다.그 일로 인해 난 무대에서 노출 사고를 겪었다.하지만 피해자인 나를 향한 동정은커녕, 사람들은 오히려 날 비난했다.마치 레드카펫에서 일부러 넘어져 주목을 받으려는 여배우들처럼, 내가 데뷔 무대에서 고의로 사고를 일으켜 주목을 받으려 했다고 추측했다.몇몇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내가 일부러 노출을 감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이때부터 창녀라는 비난이 나에게 쏟아졌다.그 이후로 난 끝없는 비난에 짓눌려 고개조차 들 수 없었다.대기실을 훑어보니 리더 의연이가 나에게 공연복이 든 가방을 던지며 말했다.“먼저 가서 갈아입어. 제발 내 앞에서 사라져 줘!”“너만 보면 짜증 나.”그 말을 듣고 있던 팀원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의연이의 말에 동조했다.유일하게 매니저 소유만이 나를 동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떨군 채 그 자리를 떠났다.하지만 가방 속의 공연복을 보며 혼자 미소를 지었다.나를 제외한 AM 걸그룹 멤버들은 모두 막강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특히 리더 의연이는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전생의 나 역시 규칙을 어기지 않고 묵묵히 따라갔지만, 의연이는 늘 나를 괴롭혔다.그러나 이번 생에서는 내가 복수를 시작할 차례였다.우리의 공연은 전생과 마찬가지로 성공적이었다.조명이 쏟아지는 무대 중앙에서 소녀들은 열정적으로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고, 팬들의 환호가 가득했다.그런데 그 순간 센터에 서 있던 여자의 어깨끈이 갑자기 끊어졌다.너무나도 갑작스러워 전혀 대비할 수 없었다.급히 가슴을 가리려 하는 사이, 누군가 카메라를 들어 촬영했다.의연이는 놀라서 무대 위에서 넘어졌다.사고가 발생해 공연은 중단되었다.매니저 소유는 서둘러 무대로 올라가 외투를 벗어 의연이에게 걸쳐주고 부축해 무대 밖으로 나갔다.하지만 그럼에도 관객들은 이미 수군거리기 시작했다.특히 몇몇 남자들의 시선은 음란하게 번득였다.경험 많은 사

최신 챕터

  • 가족들의 배신   제9화

    “당신이 내가 연예계에 들어간 걸 부끄럽게 생각했다는 건 알아요.” “그렇지만 왜 나를 몸을 팔아서 출세한 여자라고 욕했어요?” “그때 난 겨우 18, 19살이었어요. 당신 병원비를 마련하려고 그 더러운 곳에 뛰어든 건데...”난 눈을 감고 쏟아지는 눈물을 애써 참았다.“당신은 엄마 자격이 없어요.” “반드시 벌을 받을 거예요.”이 말이 내가 허정희에게 건넨 마지막 말이었다.그 말을 듣고 허정희는 몸을 떨며 떠났다.그리고 곧 허정희는 벌을 받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허정희가 암이 재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이번에는 나처럼 도와줄 사람이 없었고, 가진 재산도 모두 바닥난 상태였다.그나마 남은 건 집 한 채뿐이었는데, 은희가 그 집을 몰래 팔아버리고 돈을 챙겨 남자친구와 함께 도망쳤다는 소식을 들었다.은희가 남긴 편지에는 허정희에 대한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은희는 편지에 자신이 시집가려던 집을 허정희가 치료비로 쓰려 했다는 것에 대해 몹시 분노하며, 허정희를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이기적인 인간이라고 욕했다.집을 팔아버린 뒤 자신이 무슨 얼굴로 남자친구와 결혼할 수 있겠느냐며 원망을 쏟아냈다.결국 그 참담한 저주의 말들은 허정희를 완전히 무너뜨렸다.그날 밤, 허정희는 근처 강으로 가서 투신했다.죽기 전 허정희가 걸었던 마지막 전화는 나에게 걸려왔다.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는 미안하다는 말이었다.하지만 난 이미 허정희의 연락처를 차단한 상태였고 메시지는 결국 전달되지 못했다.허정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건 이듬해 봄이었다.허정희의 시신은 거의 1년 동안 강물 속에 있다가 겨우 어부에 의해 발견되었다.경찰은 허정희의 유일한 생존자인 나에게 연락해 왔고. 난 그저 놀랄 뿐이었다.은희 역시 작년에 남자친구에게 사기를 당한 뒤, 차를 타고 가던 중 다투다가 함께 강에 빠져 죽었다고 했다.“악인은 결국 벌을 받는 법이지.”난 입을 삐쭉거리고는 허정희의 유골함을 아무런 망설임 없이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쓰레기는

  • 가족들의 배신   제8화

    진아는 칼을 쥐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에게 다가왔다.급한 마음에 난 가방에서 후추 스프레이를 꺼내 진아의 얼굴에 마구 뿌렸다.그러고는 진아의 아랫도리를 세게 걷어찼다.진아가 고통에 몸을 웅크리는 사이, 의연이에게도 후추 스프레이를 뿌렸다.의연은 눈을 뜨지 못해 괴로워했고, 난 그 틈을 타 비상계단으로 도망쳤다.살기 위해 난 목숨을 걸고 달렸다.하지만 진아와 의연이는 금방 뒤를 쫓아오기 시작했다.그들은 더욱 분노에 차 있었다.난 확신했다.만약 잡히면 전생보다 훨씬 더 끔찍하게 죽을 게 뻔했다!한 층, 또 한 층.악당들과의 거리는 언제나 몇 발짝 차이일 뿐이었다.그러다 갑자기 발목을 삐끗하며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모든 희망이 사라졌고, 진아와 의연이의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도망가 봐, 왜 안 도망가?”과일칼이 내 목에 닿았다.그 차가운 금속 감촉은 전생에 내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생생히 떠올리게 했다.한칼, 또 한칼.그렇게 내 피는 며칠 동안 흘러나갔다.내가 완전히 숨을 거둘 때까지 진아는 나를 냉동고에 집어넣었다.그때 느꼈던 차가움이 피가 다 빠져나가서 느꼈던 추위였는지, 냉동고에 갇혀 느낀 절망의 추위였는지 난 분간할 수 없었다.눈물이 한 방울, 또 한 방울 떨어졌다.난 눈을 감고 다가올 고통과 죽음을 기다렸다.그때,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멈춰!”눈을 떠보니 수혁이었다.수혁이는 곧장 나에게 달려와 날 보호했다.이어서 수많은 경찰이 나타나 진아와 의연이를 포위했다.“손 들어!”“무사해서 다행이야.”수혁이는 내가 다친 곳이 없는지 살펴보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제야 난 수혁이가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나를 구하러 오느라 꽤 애를 쓴 모양이었다.수혁이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흘러나왔고, 화면에는 여전히 나와의 통화가 연결된 상태였다.“정말 고마워.”난 그제야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아무도 모를 것이다.난 진짜로 또 죽을 줄 알았다.수혁이는 잠시 망설이더니

  • 가족들의 배신   제7화

    허정희는 말을 끝내자마자 자랑스럽게 그 엔터테인먼트 회사와의 계약서를 보내왔다.난 이미지를 쭉 넘겨봤다.“어머, 이중 계약서네?”온통 위험한 함정투성이였다.얼마 후 파티에 참석했을 때, 전 작품에서 같이 연기했던 남자 주연 배우 수혁이를 만났다.듣자 하니 수혁이는 최근 또 다른 대작에 캐스팅되었다고 했다.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배우였다.“이번 작품 여자 주인공이 아직 안 정해졌는데, 이 감독님 연락처 필요해?”수혁이가 웃으며 말했다.난 주저하지 않고 연락처를 받아 적었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수혁에게서 갑자기 메시지가 왔다.[네 목걸이야?]난 목을 만져보니 텅 비어 있었다.팬이 선물해 준 목걸이가 떨어졌던 것이다.다행히 수혁이가 주웠다고 했다.하지만 그 운이 오래가지 않았다.곧이어 수혁이가 심각한 목소리로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이 목걸이, 누가 준 거야?][이건 보통 목걸이가 아니야. GPS 추적 장치가 들어 있어.][상대가 네 모든 행동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어. 사생팬들이 흔히 쓰는 방법이지.]그 말을 듣자마자 머릿속이 하얘졌다.GPS 추적 장치라고?이 목걸이는 며칠 전 팬클럽의 유명한 팬이 선물한 것이었다.그래서 소중히 여기며 착용하고 있었던 건데...그 팬의 이름은 주진아.전생에서도 내가 자주 봤던 인물이었다.팬미팅에서 항상 참석했고 주진아가 있으면 왠지 마음이 든든했다.악플러들에게 시달릴 때도 주진아가 있어서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내가 믿었던 그 팬이 사실은 사생팬이었다니? 난 손을 떨며 SNS를 열었다.주진아는 나와 맞팔을 한 몇 안 되는 팬 중 한 명이었다.주진아의 활동은 꽤 활발했다.평범한 덕질 팬처럼 보였지만...그러다 얼마 전 주진아가 올린 게시물을 스크롤 하던 중 고양이를 안고 찍은 사진이 눈에 띄었다.그 사진 속에서 어떤 디테일을 확인하는 순간, 내 몸은 얼어붙었다.주진아의 왼쪽 손목에 검은 점 하나가 있었다.그리고 전생에 나를 죽인 가면을 쓴

  • 가족들의 배신   제6화

    의연이는 내가 많은 사람 앞에서 의연이의 괴롭힘을 폭로할 거라 예상했을 것이다.하지만 그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난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며 천천히 말했다.“난 AM 걸그룹의 리더 하의연의 아버지를 고발하겠습니다! 하중범이 운영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심각한 탈세와 세금 회피가 자행되고 있습니다. 국세청의 철저한 조사를 요청합니다!”그때, 소유가 무대 뒤에서 나와 마이크를 받아들었다.전에는 한없이 약해 보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소유는 눈물에 젖은 눈으로 크게 외쳤다.“전 AM 걸그룹의 매니저인 소유입니다. 저 역시 하의연의 불법 행위와 비도덕적인 행동을 고발하겠습니다! 하의연은 고등학교 시절 제 동생을 괴롭혀 죽음으로 몰았습니다!”장내는 순간 아수라장이 되었다.평범하게 진행되던 앨범 발표회가 순식간에 고발 현장으로 변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난 소유와 눈이 마주쳤고. 서로 손을 내밀어 눈물을 닦아주었다.소유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곧장 현장에 도착했다.우리는 가지고 있던 증거를 제출했고 그 일부는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었다.전생에 내가 죽었을 때도 내 영혼은 사라지지 않았다.난 소유가 그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고통을 견디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의연이의 괴롭힌 증거뿐만 아니라 하중범 회사의 불법 행위까지 폭로하는 과정을 모두 보았다.하지만 소유는 결국 모든 진실을 밝히지 못했고 악인들은 마땅한 벌을 받지 않았다.하지만 내가 다시 태어났으니 이제 괜찮다.더는 소유가 혼자 고통을 견딜 필요는 없다.모든 것을 알고 있는 난 의연이가 여학생들을 괴롭히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자주 즐겼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등학교 시절 의연이는 그 영상을 이용해 여학생들을 협박했고, 잔인하면서도 교묘한 태도로 행동했다.그게 증거가 될까 봐 겁내지 않았다.그렇지만 연예계에 진출한 후로는 신중해졌고, 흔적을 남기는 일을 두려워했다.결국 의연이는 핸드폰 속 모든 영상을 삭제했지만, 난 그 핸드폰을 복원했고 모든 데이터를 확

  • 가족들의 배신   제5화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겠어?난 어깨를 으쓱하며 의연이를 향한 눈빛에 장난기가 가득했다.“너한테는 지워지지 않는 오점이 남았어. 평생 벗어날 수 없을걸?”“무대에 설 때마다 네가 저지른 더러운 짓들을 떠올리는 안티들이 있을 테니까.”“입을 막는 게 통했다면 팔로워 80만 명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진 않았겠지.”내 말이 정확히 아픈 곳을 찌른 듯 보였다.의연이의 얼굴이 싸늘해지더니 다른 멤버들에게 눈짓을 보냈다.다른 멤버들은 곧바로 눈치를 채고 화장실 문을 닫고 나를 둘러쌌다.화장실에는 CCTV가 없었다.이런 식의 집단 괴롭힘은 그들의 전형적인 수법이었다.전생의 난 이런 괴롭힘에 익숙했다.하지만 이제 난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의연이가 테이블 위에 놓인 뜨거운 물잔을 들어 내 허벅지에 쏟아부으려는 순간, 난 미소를 지으며 가방에서 작은 칼을 꺼내 의연이의 목에 댔다.모두가 놀라 눈을 크게 뜬 채 멈춰 섰고, 의연이 역시 꼼짝할 수 없었다.“남 괴롭히는 거 그렇게 좋았어?”난 의연이의 손에 들린 뜨거운 물잔을 바라보았다.감정이 격해진 나머지 물 몇 방울이 넘쳤다.그동안 의연이는 남의 은밀한 곳에 뜨거운 물을 붓는 것을 즐겼다.이제는 의연이 차례였다.“네 몸에 한 번 부어봐.”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의연이는 분노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내가 감히 이렇게 할 줄은 몰랐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내 칼끝이 의연이의 뺨에 닿자 온몸이 굳어버렸다.“난 널 죽이지 않을 거야. 근데 네 얼굴을 그으면...”난 눈을 가늘게 뜨며 거침없는 웃음소리와 함께 말했다.“나 같은 사람은 고작 3년 이하의 형을 살겠지만, 넌 평생 얼굴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겠지.”의연이가 더는 움직이지 않자, 난 다시 한번 칼을 밀어붙였다.그제야 의연이는 이를 악물며 들고 있던 뜨거운 물을 자신의 몸에 부었다.뜨거운 물에 의연이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온몸을 비틀었다.“만족해?”의연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 대답을 기대하며 물었다.하지

  • 가족들의 배신   제4화

    하지만 18살이 되기 전까지 내 꿈은 정의로운 변호사가 되는 것이었다.그 꿈을 이루기 위해 난 열심히 공부했고, 성적도 명문대에 합격할 정도로 우수했다. 하지만 고3 때 허정희가 암에 걸렸다.그때 유연히 지나가던 연예기획사 스카우터가 나에게 명함을 건넸다.난 모든 것을 포기하고 허정희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아무것도 모른 채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그러나 내 희생은 내가 바랐던 어머니의 사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허정희는 오히려 나를 부끄러워했고, 인터넷에서 내가 비난받는 상황이 허정희와 여동생까지 손가락질받게 한다며 미워했다.강은별 불효녀라는 해시태그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 10위에 오르자, 난 즉시 하나의 게시물을 올렸다.그 게시물에는 지난 3년간 내가 집에 보낸 돈의 이체 내역이 담겨 있었다.허정희가 암에 걸렸을 때의 100만 원 단위 치료비는 전부 내가 부담했다.허정희가 병이 나은 후에도 매달 800만 원의 생활비를 꼬박꼬박 보냈다.심지어 허정희가 항암 치료를 받을 때 난 모든 일정을 거절하고 곁을 지켰다.반면 허정희의 막내딸은 새 남자친구와의 연애에만 빠져 있었다.내가 올린 게시물은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이게 불효라고?” “명문대 갈 성적이었는데, 엄마 치료비를 벌기 위해 연예계에 들어갔다니... 은별이 진짜 대단해.” “연예계 처음 들어와서 얼마나 벌었겠어? 근데 그때 8,532원이 정확하게 이체된 내역을 보니까 그게 전부 월급이었잖아.” “와, 이건 진짜 딸 피를 빨아먹는 거네. 이제 병이 나으니까 도리어 뒤통수를 치네.”허정희가 휘두르던 칼날 같던 여론이 이제는 허정희를 겨냥한 비수가 되어 삼켰다.들리는 말로는 격분한 네티즌들이 허정희의 주소를 알아내고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결국 허정희는 겁에 질려 급히 이사를 했다.이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됐고, 매니저 소유가 사적으로 나에게 사과했다.허정희가 촬영장에 난입했던 것에 대해 몹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소유는 그저 허정희가 내 촬영을 보러 온 줄 알고 데려

  • 가족들의 배신   제3화

    난 고개를 들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결과야.”이제 운명은 완전히 뒤바뀌었다.모두의 조롱거리가 된 건 의연이었고, 난 뛰어난 무대 퍼포먼스로 광고 계약까지 따냈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허정희가 보고 싶다는 핑계로 전화를 걸어 집에 오라고 했다.전생에서의 기억이 떠올라 코웃음을 치며 생각했다.보고 싶다는 건 핑계일 뿐, 실제로는 나를 데려다가 벼락부자들과 맞선을 보게 하려는 거였다.“네 나이에 어린 사람을 바라? 너 같은 게 어딜 늙은이와 결혼해야지, 그게 네 분수야.”“가까운 곳에 시집이나 가. 그 사람들 손, 발 멀쩡하니까 너한테 과분한 거지!”난 겨우 스물 초반이었다.경제적으로도 이미 자립했고, 외모나 재능 모두 출중했다.다른 사람보다 몇 배는 뛰어난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그런데도 허정희는 마치 나를 바닥으로 내리찍듯이 끊임없이 독설을 퍼부었다.돌이켜보면 다 지참금을 받기 위한 심리적 압박이었다.난 바로 휴대폰 번호를 바꾸고 허정희와 여동생을 전부 차단했다.매달 보내던 생활비 800만 원도 끊었다.이번 생에서는 절대 더는 착취당하지 않기로 했다.내가 그녀들을 차단한 것을 알게 된 허정희는 분노하며 필사적으로 나와 연락하려고 했다.그러다 결국, 촬영장까지 찾아왔다.마침 그날 촬영은 물에 빠진 후 남자 주인공에게 구출되는 장면이었다.얼음같이 차가운 물속에서 남자 주인공이 나를 안아 올리는 그 순간, 허정희가 나타났다.허정희는 내가 얇은 드레스를 입고 젖은 채로 남자 주인공 품에 안겨 있는 것을 보더니 화가 치밀었다.허정희는 다짜고짜 내 머리채를 잡아채더니 힘껏 뺨을 내리쳤다.“그래, 네가 이런 더러운 짓을 하고 있었구나!”“내 전화도 안 받더니, 이제 연예인 되니까 대단해졌어?”“결국 몸 팔아서 여기까지 온 거지. 당장 시집이나 가! 우리 강씨 가문에 더는 망신 주지 말라고!”매니저 소유는 주저하며 눈치를 봤다.소유는 허정희가 내 엄마라는 것을 알았기에 들여보낸 것이었는데 이렇게까지 난리를

  • 가족들의 배신   제2화

    그날 무대 공연 도중, 내가 입고 있던 공연복이 갑자기 찢어졌다.그 일로 인해 난 무대에서 노출 사고를 겪었다.하지만 피해자인 나를 향한 동정은커녕, 사람들은 오히려 날 비난했다.마치 레드카펫에서 일부러 넘어져 주목을 받으려는 여배우들처럼, 내가 데뷔 무대에서 고의로 사고를 일으켜 주목을 받으려 했다고 추측했다.몇몇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내가 일부러 노출을 감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이때부터 창녀라는 비난이 나에게 쏟아졌다.그 이후로 난 끝없는 비난에 짓눌려 고개조차 들 수 없었다.대기실을 훑어보니 리더 의연이가 나에게 공연복이 든 가방을 던지며 말했다.“먼저 가서 갈아입어. 제발 내 앞에서 사라져 줘!”“너만 보면 짜증 나.”그 말을 듣고 있던 팀원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의연이의 말에 동조했다.유일하게 매니저 소유만이 나를 동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떨군 채 그 자리를 떠났다.하지만 가방 속의 공연복을 보며 혼자 미소를 지었다.나를 제외한 AM 걸그룹 멤버들은 모두 막강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특히 리더 의연이는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전생의 나 역시 규칙을 어기지 않고 묵묵히 따라갔지만, 의연이는 늘 나를 괴롭혔다.그러나 이번 생에서는 내가 복수를 시작할 차례였다.우리의 공연은 전생과 마찬가지로 성공적이었다.조명이 쏟아지는 무대 중앙에서 소녀들은 열정적으로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고, 팬들의 환호가 가득했다.그런데 그 순간 센터에 서 있던 여자의 어깨끈이 갑자기 끊어졌다.너무나도 갑작스러워 전혀 대비할 수 없었다.급히 가슴을 가리려 하는 사이, 누군가 카메라를 들어 촬영했다.의연이는 놀라서 무대 위에서 넘어졌다.사고가 발생해 공연은 중단되었다.매니저 소유는 서둘러 무대로 올라가 외투를 벗어 의연이에게 걸쳐주고 부축해 무대 밖으로 나갔다.하지만 그럼에도 관객들은 이미 수군거리기 시작했다.특히 몇몇 남자들의 시선은 음란하게 번득였다.경험 많은 사

  • 가족들의 배신   제1화

    난 죽었다.내 시신은 냉동고에 갇힌 지 40일 만에 발견됐다.얼굴은 일그러지고 몸은 처참하게 망가져 있었다.내 생전의 고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모습이었다.모자이크 없는 선명한 사진들이 하나둘 인터넷에 퍼져 나갔다.생전처럼 사람들의 시선은 오로지 내 몸매에만 쏠렸고 나를 두고 평가는 계속됐다.“역시 몸매로 뜬 거 맞네. 끝내줘.”“들었어? 하루 함께하는 데 6000만 원이래. 돈 많은 사람은 참 좋겠어.”“여배우라 해도 결국 당하고 죽었잖아.”온갖 악의적인 댓글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떨리는 몸을 간신히 추스르며 난 앞에 앉은 중년 여성을 바라봤다.중년 여성은 허정희, 내 어머니였다.하지만 이 모든 악플과 루머에도 불구하고 허정희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핸드폰을 넘기고 있었다.잠시 찡그리며 쪽팔리네 라는 말과 함께 사진을 공유하고는 가볍게 좋아요를 누르고는 다른 일을 하러 갔다.그래, 쪽팔리는 일이지.나 같은 딸을 둔 건 허정희에게 치욕이었을 거다.내가 연예계에 발을 들인 이후 허정희가 나한테 가장 많이 한 말은 바로 쪽팔려였다.한때 이름 없는 걸그룹 멤버였던 내가 유명한 여배우가 되기까지, 사람들은 내 아름다움이나 실력이 아닌 논란으로 나를 기억했다.사람들은 내 앞에서 손가락질하며 나를 야한 여배우라고 욕했다.이제는 죽음으로 다시 주목받았다.그러나 죽음은 동정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오히려 더 많은 추측을 하게 만들었을 뿐이다.도대체 얼마나 자극적인 상황에서 당했길래 이렇게 죽었을까?혹시 대단한 인물의 본처와 엮여서 그런 건 아닐까?나를 동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심지어 내 어머니조차도.전화벨이 울리자 허정희는 동생의 전화를 받았다.동생은 최근 스타가 되고 싶다며 자꾸 조르곤 했다.하지만 이제 나처럼 이런 수치를 겪은 후, 허정희는 더욱 강하게 반대했다.“너도 몸 팔아서 스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그냥 언니 유산이나 잘 물려받아.”“걔는 염치도 없고 뭐든 할 수 있었으니까 버틴 거야. 넌 달라, 깨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