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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작가: 꼬마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25 15:28:22
경찰이 심문이 마쳤다.

그리고 그 순간 유리창 앞에 한 사람이 달려와 가슴을 찢는 듯한 외침을 하였다.

“한지아! 너를 죽여버릴 거야! 너를 조각내서 죽여버릴 거야!”

한지아는 그 장면을 눈앞에서 멍하니 바라보았다. 소리를 지른 사람은 다름 아닌 강선우였다.

한지아가 자기 앞에서 체포된 순간부터 강선우는 마치 무언가 깨달은 듯 눈을 떴다.

강선우가 미친 이유는 자신의 마음을 가두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진정으로 깨고 싶다면 언제든지 깨어날 수 있었다.

한지아가 잡힌 뒤 강선우는 정신병원을 떠났다.

이전의 인맥을 활용해 그는 심문을 몰래 듣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강선우는 내가 한 말을 믿게 되었다.

한지아는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한지아! 내가 죽어서도 널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강선우는 미친듯이 울부짖었다.

한지아는 눈물을 흘리며 슬픈 미소를 지었다.

“선우 오빠, 나 정말로 오빠를 사랑해.”

“너무 사랑해서 이렇게 된 거야.”

“나를 미워하지 마. 나도 죽을 거니까.”

경찰이 강선우를 떼어놓고 한지아가 죽을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막았다.

“더러워! 네 사랑 따위는 상관없어! 내가 널 죽여버릴 거야!”

“내 손으로 널 죽여서 가을에게 복수를 해줄 거야!”

한지아는 경찰에 의해 끌려가며 절망과 무감각에 빠져 뒤에서 들려오는 강선우의 분노를 들었다.

충격적이고 끔찍한 시체 토막 참사는 여론의 뜨거운 관심 속에 빠르게 결말을 맞았다.

범인과 한지아는 사형 선고를 받고 즉시 집행되었다.

한지아가 죽은 그날, 강선우는 삽을 들고 내 묘 앞에 섰다.

강선우는 내 묘 앞에 물망초 한 송이를 놓고, 묘비를 정성스럽게 닦았다.

“가을아, 한지아가 죽었어. 이제야 너를 만날 자격이 생겼네.”

“사실 가장 잘못한 사람은 나야. 내가 살아있는 게 아니야.”

강선우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 사죄할게.”

강선우는 삽을 들고 내 묘를 가까이에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점심부터 저녁까지 강선우는 끝내 땅을 다 팠다.

강선우는 그곳에 누워 독약을 삼켰다.

독약은 강력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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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하필 정가을이야! 걔가 나보다 먼저 오빠를 만났다는 이유로 오빠는 걔를 사랑하게 된 거야? 만약 내가 먼저 오빠를 만났다면 우린 결혼했을 거라고!”한지아가 갑자기 크게 웃었다.“다행히 정가을은 죽었어! 걔는 진작에 죽었어야 했다고!”“오빠가 살아 있는 한 언젠가는 정가을을 잊고 완전히 내 사람이 될 거야!”강선우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한지아를 바라보았다. 그의 머릿속은 이미 아무런 생각도 정리가 되지 않았다.한지아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강선우를 바라봤다.“선우 오빠, 난 오빠를 사랑해. 오빠를 얻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오빠가 내 마음을 알기나 할까? 오빠와 정가을의 사이를 틀어지게 하려고, 난 내 인대까지 끊었어.”“오빠, 정가을이 맞췄어. 내 감정은 단순히 형제간의 정이 아니야.”한지아는 선우의 손을 잡고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사랑이야.”선우는 멍하니 눈을 깜빡이며 한참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가을아, 나도 너를 사랑해.”한지아는 분노에 가득 찬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쳤다.“집에 가서 정가을의 물건들을 전부 치워 버릴 거야. 정가을의 흔적이 오빠의 삶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리게!”한지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방 문이 거칠게 열렸다.세 명의 경찰이 방 안으로 뛰어들어와 한지아를 바닥에 눕히고 수갑을 채웠다.“한지아 씨, 당신은 현재 용의자로 지목되었습니다. 경찰서로 동행해 주시죠!”한지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며 중얼거렸다.“그럴 리가 없는데, 그럴 리가...”강선우는 그저 멍한 상태로 모든 것을 지켜볼 뿐이었다.한지아가 경찰서로 연행된 후에도 그녀는 끝까지 저항했다.하지만 경찰이 내 살인범의 심문 영상을 그녀에게 보여준 순간 한지아는 절망하고 모든 사실을 자백했다.처음에는 범인이 충동적으로 저지른 범죄라고 주장했지만 범죄 수사에 참여한 프로파일러는 그 진술에서 치명적인 모순을 발견했다.'충동적인 살인이라면 시신을 이렇게 잔혹하게 훼손할 수 있을까?''게다가 범인은 어떻게 이렇게

  • 첫 사랑의 생일, 내 기일   제8화

    부모님은 영안실에서 내 시신을 인도받아 집으로 데려와 장례를 준비했다.강선우는 소식을 듣자마자 미친 듯이 달려와 마지막으로 나를 한 번만 보게 해달라며 애원했다.강선우는 우리 집 문 앞에서 삼일 밤낮을 무릎 꿇고 빌었지만 집안 하인이 그를 쫓아냈다.“아직도 부족해요? 아가씨의 시신을 복구한 것도 당신이었잖아요.”“그렇게 오랜 시간 함께했으면서도 아가씨를 알아보지 못했던 사람이 무슨 염치로 아가씨 마지막 모습을 보겠다고 합니까?”“아가씨가 하늘에서 보고 있다면 당신을 절대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거예요. 이러지 말고 물러가세요. 아가씨가 돌아오는 길에 흙탕물을 끼얹지 마세요.”내 장례식 당일, 하늘은 폭우를 퍼부었다. 내 생을 마감한 날처럼.강선우는 내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었고, 멀리서 조문객들 뒤편에 무릎을 꿇은 채 쏟아지는 비를 그대로 맞았다.한지아는 강선우에게 우산을 들고 다가와 말했다.“선우 오빠, 벌써 사흘이나 굶었잖아. 몸이 이렇게 허약한데 비 더 맞으면 큰 일 나. 제발 이러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자.”“내가 해준 밥 먹고, 푹 자. 그리고 이 일들을 다 잊어.”“정가을은 이제 죽었어. 과거를 잊고 앞을 내다봐야 해. 내가 곁에서 오빠를 도울게.”강선우는 한지아를 밀쳐내며 울부짖었다.“어떻게 잊으라는 거야! 나는 가을이랑 7년을 함께 했어! 7년 동안 걔는 나한테 얻은 것이 아무것도 없어!”“마지막 순간에 나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내가 그 전화를 끊어버렸고! 걔가 죽었을 때 내 아이까지 임신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잊으라는 거야?!”강선우는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비명을 질렀다.“나는 살인자야! 내가 가을을 죽였어!”“아아! 가을아!”비통한 소리침 끝에 강선우는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강선우는 결국 미쳐버렸다. 정신과 의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했다. 강선우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강선우는 어두운 방에 틀어박혀 하루 종일 내 이름을 중얼거렸다.강선우는 주변 사람들을 모두 나로 착각했다.그는 약을

  • 첫 사랑의 생일, 내 기일   제7화

    입원 기간 내내, 강선우는 한지아 곁을 지키며 나를 철저히 외면했다. 그는 내가 한지아의 다리를 다치게 했다고 원망했다. 내가 아무리 해명을 해도 그의 눈빛은 점점 더 차가워질 뿐이었다. “정가을, 너 스스로도 생각해 봐.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지아 같은 어린애가 너를 모함하려고 일부러 자기를 다치게 했다고? 그게 말이 돼?”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솔직히 나도 몇 번이나 CCTV를 돌려보고 당시 상황을 떠올리지 않았더라면 믿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믿기 어려울수록 진실은 더욱 섬뜩했다. 자기 자신에게도 이렇게 잔혹할 수 있다니. 나를 향한 강선우의 인내심은 점점 바닥이 났다. “정가을, 이 일은 여기서 끝내고 더 이상 꺼내지 마. 그리고 지아를 그만 좀 괴롭혀.” “지아는 내겐 친동생이나 다름없어. 너희 둘은 앞으로도 계속 얼굴을 마주칠 사이니 좀 평화롭게 지내.” 한지아는 강선우의 특별한 편애를 고스란히 받았다.우리 두 집안의 부모는 오래된 전우 사이였다.그러나 한 교통사고로 지아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강선우 부모님은 한지아를 데려와 양딸로 삼았다. 한지아는 불행한 과거를 가진 탓에 강씨 집안의 애정과 보호를 독차지했고, 강선우 역시 오빠로서 그녀를 누구보다 소중히 여겼다. 하지만 한지아는 단순한 가족애를 넘어선 감정을 품기 시작했다. 이번 사건 이후, 나와 한지아의 갈등은 점점 심해졌다. 한지아는 다리를 다쳤다는 핑계로 강선우의 시간을 독차지했다. 나는 그 일로 강선우와 자주 다투게 됐다. “너 지아랑 보내는 시간이 나랑 있는 시간보다 더 많잖아! 도대체 누가 네 여자친구야?!” 강선우는 점점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지아를 비난해? 네가 지아를 다치게 하지 않았으면 우울증에 걸릴 일도 없었고, 내가 걔 옆에 있어 줄 필요도 없었을 거야!” 또 그 사건이었다. 아무리 내가 설명해도 강선우는 내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 뒤로 우리

  • 첫 사랑의 생일, 내 기일   제6화

    나는 한지아에게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러자 한지아가 되물었다. “가을 언니, 내 몸매가 더 좋아져서 언니를 위협하게 될까 봐 겁나는 거예요?” 나는 어이가 없어. 그냥 그녀를 내버려 두었다. 퇴근 시간이 되어 수강생들은 다 집에 가고, 나와 한지아만 남아 있었다. 한지아가 갑자기 말했다. “가을 언니, 나 일어날 수가 없어요. 나 좀 도와줄래요?” 나는 한지아의 손을 잡고 일으켜 주려 했지만 순간 내 손에 강한 힘이 느껴졌다. 한지아가 나를 아래로 세게 끌어당겨 내가 그녀 위로 넘어지고 말았다. 바로 이어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내 다리! 내 다리가 너무 아파요!” 한지아는 자신의 종아리를 붙잡고 고통스러워하며 바닥에서 몸부림쳤다. “가을 언니, 왜 내 다리를 누른 거예요? 내 유연성이 좋지 않은데, 이렇게 강제로 누르면 안 됐잖아요!” 나는 깜짝 놀라 서둘러 해명했다. 하지만 한지아는 내가 그녀의 다리를 일부러 눌렀다고 단정 지었다. 그 와중에 퇴근길에 나를 데리러 온 강선우가 이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재빨리 한지아를 안아 병원으로 향했다. 나는 뒤따라 나섰다. 건물 엘리베이터가 수리 중이어서 우리는 계단을 이용해야 했다. 급히 내려가던 중 한지아가 내 옷깃을 잡아당기며 앞으로 세게 끌어당겼다. 이미 정신없이 내려가던 중이라 나는 그녀의 힘에 균형을 잃고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발목에 날카로운 통증이 몰려왔다. 한지아는 아픈 와중에도 놀란 척하며 말했다. “가을 언니가 뒤처질까 봐 제가 그냥 잡아당긴 건데, 괜찮아요?” 강선우는 땀을 흘리며 말했다. “그만 신경 써. 우선 널 병원으로 데려가야 해.” 그들은 병원으로 갔다. 나는 계단 아래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며 마지막 힘을 짜내 119에 전화를 걸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한지아는 내 옆 병상에 누워 있었고, 강선우는 그녀 곁을 지키고 있었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나는 한지아

  • 첫 사랑의 생일, 내 기일   제5화

    강선우가 다시 눈을 떴을 때 한지아가 병상 옆에 앉아 있었다. 눈이 붉게 부어오른 그녀는 흐느끼며 말했다. “선우 오빠, 가을 언니 일 다 들었어. 흑흑... 다 내 잘못이에요. 나만 아니었어도 가을 언니가 집을 나갈 일도 없었을 거고,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하지도 않았을 거야...” 한지아는 진심 어린 듯한 모습으로 이야기했지만 이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강선우의 상처받은 신경을 찌르는 것 같았다. 나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강선우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강선우는 완전히 무감각해 보였다. 강선우의 텅 빈 눈빛은 생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한지아가 울며 소리쳤다. “선우 오빠! 제발 나 좀 봐. 나야, 한지아!” 하지만 한지아가 아무리 울부짖어도 강선우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그 순간, 병실 문이 갑자기 쾅 하고 열렸다. “강선우! 네가 내 딸한테 이럴 수 있냐?!” 내 부모님이 울부짖으며 병실로 뛰어들어왔다. 텅 빈 눈빛을 하고 있던 강선우의 시선이 조금씩 초점을 찾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그를 보자마자 달려와 그의 뺨을 후려쳤다. “강선우! 차라리 네가 죽어버려! 네가 가을이를 이렇게 만든 거야?!” 경찰은 이미 사건의 경과를 부모님께 설명해 둔 상태였다. 아버지도 눈에 핏발을 세우며 소리쳤다. “그 애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전화한 게 너라고! 그런데 왜 안 받았어?!” “내가 가을이를 너 같은 놈한테 맡긴 게 잘못이야! 처음부터 너 같은 빈털터리를 만나지 못하게 했어야 했어!” 내 부모님은 처음부터 우리 연애를 완전히 지지하지 않았다. 우리 집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고, 부모님은 내가 나와 비슷한 조건의 사람과 결혼하길 바랐다. 하지만 나는 강선우라는 가난한 청년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 시절, 시신복원사라는 직업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나는 강선우와 함께 지방으로 가서 고생하며 그의 곁을 지켰고, 반지하에 살며 유통기한이

  • 첫 사랑의 생일, 내 기일   제4화

    하지만 내 희망은 곧 산산조각이 났다. 강선우는 그렇게 말한 후,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이 터무니없는 추측에 웃음을 지었다. 그는 다시 일에 몰두했다. 나는 가슴이 얼어붙는 듯한 절망감을 느꼈다. 강선우는 여전히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나흘이나 지났는데도 내가 보낸 절박한 구조 요청을 장난으로만 여겼다. 갑자기 강선우는 복원 도구를 내려놓고 작업복을 벗었다. “잠깐 나갔다 올게.” 강선우는 작업실을 나가더니 핸드폰을 집어 들고 내게 전화를 걸었다. 당연히 전화는 받지 않았다. 그러자 강선우는 끈질기게 전화를 걸었고, 계속 반복하면서 점점 초조한 기색을 드러냈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강선우, 이제야 그 여자의 시신과 나를 연결시킨 거야?’ 전화를 받을 리 없자 그는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정가을, 제발 그만 장난치고 답 좀 해줘.”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우리 화해하자.” 그러나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강선우는 완전히 공황 상태에 빠졌고, 미친 듯이 내 친구들, 부모님, 동료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안녕하세요, 지금 가을과 연락이 안 되는데, 혹시 가을에게 연락이 닿으면 꼭 저한테 연락하라고 전해주세요.”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모두 같았다. “죄송해요, 저도 가을과 연락이 안 돼요.” 강선우의 머릿속에 갑자기 비 내리던 밤의 전화 통화가 떠올랐다. “선우! 누가 날 쫓아오고 있어! 교외 공업단지 풀밭이야! 빨리 신고하고 날 좀 구해줘!”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나의 겁에 질린 숨소리와 빗소리가 그의 기억 속에 되살아났다. 강선우는 그제야 내가 농담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강선우의 얼굴은 급격히 창백해지며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어.” “가을에게 원한을 가질 사람이 없잖아. 그렇게 따뜻하고 남에게 잘 대해주는 애인데, 누가 걔를 해치려 했겠어?” “게다가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다면 당연히 경찰에 먼저 신고했을 텐데, 왜 나한테 전화

  • 첫 사랑의 생일, 내 기일   제3화

    한지아는 우리 집에 머물며 강선우에게 함께 로맨스 영화를 보자고 했다.화면 속 남녀 주인공이 서로를 끌어안고 키스하며 아련한 분위기가 감돌자 한지아는 설렘 가득한 눈으로 강선우를 바라보았다.하지만 강선우는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그의 핸드폰 화면에는 내가 보낸 메시지가 떠 있었고, 그는 내 프로필 사진을 손가락으로 살며시 쓰다듬고 있었다. 한지아의 얼굴은 금세 굳어졌고, 억지로 미소를 짓다가 말을 꺼내려 했지만 강선우가 먼저 말을 막았다.강선우는 지친 듯 눈썹을 만지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지아야, 난 먼저 자러 갈게. 너 혼자 영화 봐. 무슨 일이 있으면 부르고.”한지아는 애써 미소를 유지하며 대답했다.“선우 오빠, 푹 쉬세요.”강선우는 침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그가 사라지자 한지아는 갑자기 소파 위 인형을 잡아들고 목을 꽉 쥐었다.“죽어버려! 죽어! 정가을, 너 정말 죽어야 해!”한지아는 인형을 몇 번이나 세게 내리쳤고, 그렇게 분노를 풀어내고 나서야 진정되었다.그러더니 갑자기 얼굴을 감싸며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괜찮아, 선우 오빠는 결국 내 것이 될 거야.”나는 그 모습을 강선우가 직접 보았으면 했다.‘보라고, 네가 그렇게 아끼는 '동생'이란 여자가 얼마나 추악한 속내를 품고 있는지.’‘마침 나도 죽었고 네가 원하는 대로 걔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겠지.’‘그게 네가 원했던 전부잖아.’싸운 후 나흘째 날, 그리고 내가 복원된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머리를 제외한 다른 부위는 이미 사람의 형태를 어느 정도 되찾았다.남은 것은 깊이 파인 칼자국들만 복원하는 일이었다.조수는 상처를 보고 숨을 삼켰다.“무려 백여든두 군데나 되는 칼자국이라니...이 여자는 고통 속에서 죽어갔던 거네요.”강선우는 무심하게 물었다.“시신의 가족은 아직 찾지 못했어? 사망한 지 나흘이나 됐는데 실종 신고도 없었다고?”“아직 없습니다. 아마 여류 노숙자가 아니었을까요.”나는 쓴웃음을 지었다.강선우는 지금

  • 첫 사랑의 생일, 내 기일   제2화

    강선우는 한지아를 데리고 우리 둘의 집으로 돌아왔다. 한지아도 여자라서 내가 사라졌다는 흔적을 곧바로 눈치채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우 오빠, 가을 언니 아직도 화나 있어?” 내가 집을 떠난 이유를 그녀도 짐작할 수 있었다. “응. 자기 집으로 갔어.” 우리 집 외에도 나는 몇 채의 집을 더 갖고 있었다. 강선우와 싸울 때마다 무작위로 다른 집에 숨어버리곤 했다. 한지아는 입술을 깨물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선우 오빠, 이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너무 제멋대로 굴었어...그날 밤은 정말 힘들어서 오빠의 위로가 필요했어.” 한지아는 눈가가 촉촉해진 채로 말을 이었다. “가을 언니가 화내는 것도 당연한 일이야. 나는 오빠랑 언니가 나 때문에 다투지 않았으면 좋겠어.” 강선우는 한지아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정가을이 너무 까다로울 뿐이야.” 그는 말을 덧붙였다. “이번엔 가을이 네게 사과하지 않는 한 내가 먼저 화해하는 일은 없어.” 한지아는 입꼬리를 애써 누르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더니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 내가 잘못했어요. 저녁은 내가 차릴게.” 한지아는 부엌으로 뛰어갔다. 강선우는 소파에 앉아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그는 낮게 혼잣말을 했다. “가을아, 그만 좀 해.” 나는 공중에 떠있는 채로 그의 말을 들었다. 심장이 바늘로 찌르듯 아팠다. 지금 이 상황에서도 강선우는 내가 단순히 투정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일주일 전, 우리는 연애 7주년을 맞았다. 나는 강선우를 위해 두 가지 깜짝 선물을 준비했었다. 하나는 내 초음파 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내 주민등록증이다. 7년을 사귀었으면 이제 결혼해야 할 때였다. 그러나 내가 기대했던 촛불이 빛나는 로맨틱한 저녁은 없었다. 대신 찾아온 건 냉랭한 침묵이었다. 그날 식탁에서 한지아의 전화가 걸려왔다. “선우 오빠, 내 다리가 또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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