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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작가: 아무감정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25 15:25:13
엄마는 주석형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내가 어릴 적 머물렀던 방으로 갔다. 그곳은 작은 방이었고, 창문도 없는 공간이었다.

먼지로 뒤덮이고 잡동사니로 가득한 그 방을 여는 엄마를 보며, 나는 가슴이 아팠지만 영혼은 울 수 없었다.

엄마는 오랜 세월 동안 그 방에 들어오지 않았다. 낯설게 느껴지는 방 안에서, 그녀는 천천히 기억의 문을 열었다.

침대 옆에 앉은 엄마의 손이 무언가를 만졌다. 그것은 바로 내 일기장이었다.

[외할머니가 말씀했다. 엄마가 날 키워주지 않았으면 난 이미 죽었을 거라고. 그래서 난 엄마에게 꼭 효도하고, 절대 화를 내지 않을 거다.]

[오늘 난 다섯 살이 되었다. 엄마가 동생을 낳았는데 동생은 정말 귀엽고 부드럽다. 난 앞으로 동생을 정말 잘 챙길 거다.]

[동생이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하지만 매일 나쁜 애들과 어울리며 괴롭힘을 당한다.

내가 동생을 도와줘야지.]

[동생은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항상 엄마 앞에서 거짓말을 하고 나를 고자질하지만, 내 동생이니까 화를 낼 수 없다.]

...

일기의 내용을 읽던 엄마는 결국 무너졌다. 엄마는 스스로를 끌어안고 바닥에 무릎 꿇은 채 흐느끼며 말했다.

“석경아, 엄마가 미안해. 정말 미안해!”

“왜 이런 일을 한 번도 엄마에게 말하지 않았니?”

‘엄마, 사실 전 당신께 말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저는 감사하는 마음이 더 컸어요.’

‘동생이 태어나기 전, 저는 5년 동안 엄마의 사랑을 받았어요.’

‘그 짧은 시간 동안의 사랑은 이후 당신이 내게 퍼부은 모든 냉대와 험담을 덮어줄 만큼 충분했어요. 저는 당신을 사랑했어요, 엄마.’

석형은 당황하며 물었다.

“무슨 일기요?”

엄마는 일기장의 내용을 한 줄씩 외워 내기 시작했다. 엄마가 한 줄씩 읊을 때마다 석형의 얼굴빛은 점점 변했다. 마침내 그의 얼굴에서 순진함과 두려움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 역겨운 계집애가 일기를 남겼다고요?”

“어째서 그걸 그냥 없애지 않았지?”

엄마는 석형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왜 너 같은 아들을 낳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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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계집애 말이에요. 내가 손 좀 대보려고 했더니, 감히 물건을 던져서 날 치더라고요?”“걔는 당신들이 날 위해 주워 온 장난감일 뿐인데 무슨 자격으로 날 거부하는 거죠?”주석형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그 혼란스럽고 어두웠던 여름이 떠올랐다.그날, 나는 샤워를 끝내고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내 방에 있는 석형을 마주쳤다. 그는 내가 입고 있던 잠옷을 보고 눈빛이 변하며 달려들었다.그리고 나를 침대에 눌러놓고 옷을 찢기 시작했다. 나는 침대 위에 있던 스탠드를 잡아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그러나 아빠가 방에 들어왔을 때, 그는 석형을 꾸짖지 않고 오히려 나를 폭행했다.“넌 석형의 장난감일 뿐이야. 석형이가 널 건드린 건 네게 영광인 줄 알아!”나는 그 말을 듣고 침묵했다.한 달 뒤, 석형의 성인식 여행에 나는 억지로 따라가야 했다. 그 여행이 바로 나를 어둠 속으로 밀어 넣는 발판이 되었다.엄마는 진실이 낱낱이 드러나자 충격에 휘청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멍한 눈으로 석형을 쳐다보며 말했다.“어떻게 그런 짐승 같은 짓을 할 수 있지?”하루 만에 아버지와 아들의 모든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졌고, 엄마는 그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나는 엄마를 이해했다. 내가 과거 석형에게 짓눌리고, 아빠에게 맞았던 그날, 진실을 엄마에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는 나를 차갑게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네 동생이 다치지 않게 잘 돌봐. 다치게 하면 너도 돌아오지 마.”나는 반항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짐승들이야. 너희 모두 짐승들이야.”엄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했고, 경찰을 부르겠다고 결심한 것이다.그러나 돌아서는 순간, 석형이 뒤에서 그녀를 내리쳤다. 석형의 손엔 엄마가 성인이 된 그에게 선물한 사인이 있는 야구 방망이가 들려 있었다. 방망이의 서명 자리엔 엄마의 피가 묻어 있었고, 핏방울이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너...”엄마는 머리를 감싸며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석형을 바라봤다. 석형은 방망이를 쥔 채

  • 죽은 지 5년, 엄마는 아직도 내 각막을 원한다   제8화

    엄마는 주석형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내가 어릴 적 머물렀던 방으로 갔다. 그곳은 작은 방이었고, 창문도 없는 공간이었다.먼지로 뒤덮이고 잡동사니로 가득한 그 방을 여는 엄마를 보며, 나는 가슴이 아팠지만 영혼은 울 수 없었다.엄마는 오랜 세월 동안 그 방에 들어오지 않았다. 낯설게 느껴지는 방 안에서, 그녀는 천천히 기억의 문을 열었다.침대 옆에 앉은 엄마의 손이 무언가를 만졌다. 그것은 바로 내 일기장이었다.[외할머니가 말씀했다. 엄마가 날 키워주지 않았으면 난 이미 죽었을 거라고. 그래서 난 엄마에게 꼭 효도하고, 절대 화를 내지 않을 거다.][오늘 난 다섯 살이 되었다. 엄마가 동생을 낳았는데 동생은 정말 귀엽고 부드럽다. 난 앞으로 동생을 정말 잘 챙길 거다.][동생이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하지만 매일 나쁜 애들과 어울리며 괴롭힘을 당한다.내가 동생을 도와줘야지.][동생은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항상 엄마 앞에서 거짓말을 하고 나를 고자질하지만, 내 동생이니까 화를 낼 수 없다.]...일기의 내용을 읽던 엄마는 결국 무너졌다. 엄마는 스스로를 끌어안고 바닥에 무릎 꿇은 채 흐느끼며 말했다.“석경아, 엄마가 미안해. 정말 미안해!”“왜 이런 일을 한 번도 엄마에게 말하지 않았니?”‘엄마, 사실 전 당신께 말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저는 감사하는 마음이 더 컸어요.’‘동생이 태어나기 전, 저는 5년 동안 엄마의 사랑을 받았어요.’‘그 짧은 시간 동안의 사랑은 이후 당신이 내게 퍼부은 모든 냉대와 험담을 덮어줄 만큼 충분했어요. 저는 당신을 사랑했어요, 엄마.’석형은 당황하며 물었다.“무슨 일기요?”엄마는 일기장의 내용을 한 줄씩 외워 내기 시작했다. 엄마가 한 줄씩 읊을 때마다 석형의 얼굴빛은 점점 변했다. 마침내 그의 얼굴에서 순진함과 두려움은 완전히 사라졌다.“그 역겨운 계집애가 일기를 남겼다고요?”“어째서 그걸 그냥 없애지 않았지?”엄마는 석형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왜 너 같은 아들을 낳았을까

  • 죽은 지 5년, 엄마는 아직도 내 각막을 원한다   제7화

    “나는 저는 물건을 사러 나갔다가 그 사람들이 절 알아봤어요. 따라오지 못하게 하려고 했지만, 그들에겐 칼이 있었어요.”“엄마, 난 무서웠어요. 진짜로 무서웠어요.”주석형은 말을 더듬으며 엄마에게 애원했다.“엄마, 제발 경찰이 저를 잡지 못하게 해 주세요. 나는 아직 젊고, 앞으로 크게 될 사람이에요.”석형은 공포에 질려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저 잡히면 안 돼요. 저 교사로 임용됐잖아요. 만약 제가 잡히면, 제 학생들은 어떻게 해요?”엄마는 석형의 팔을 꽉 붙잡았는데, 손톱이 그의 피부를 파고들 정도였다.“하지만 네 누나는 너 때문에 죽었어. 경찰이 널 그냥 놔둘 리가 없잖아.”석형은 무릎을 꿇고 엄마에게 빌었다.“엄마, 누나는 이미 세상에 없어요. 만약 저까지 잡혀가면, 누가 엄마를 부양해요?”석형은 엄마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 바로 아들은 자신의 노후를 책임져야 한다는 그녀의 신념이었다.이에 엄마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너 자수해, 석형아. 자수하면 경찰도 가벼운 처벌을 내릴 거야.”하지만 석형은 엄마의 손을 꼭 붙잡은 채 망설임을 보였다. 그러다 천천히 손을 풀며 말했다.“엄마, 제가 자수하면 인생이 끝장이에요.”“누나는 엄마의 딸이잖아요. 엄마가 탄원서만 하면, 저는 아무 일 없을 거예요.”석형은 엄마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그것만 있으면 저를 살릴 수 있어요.”엄마는 고민하며 망설였다.“하지만...”“하지만은 없어요!”석형은 갑자기 폭발하듯 소리쳤다.“엄마, 엄마는 내 엄마 맞아요? 이런 사소한 것도 날 위해 못 해 주는 거예요?”석형은 화가 난 사자처럼 방 안을 돌아다니며 성을 냈다.“엄마는 내 엄마예요. 그 애는 길에서 주워 온 떠돌이 개일 뿐인데, 왜 날 돕지 않고 그 애를 도우려고 해요?”그 말에 엄마는 차분히 말했다.“네가 어떻게 석경이를 그렇게 말할 수 있니?”석형은 비웃으며 말했다.“엄마가 그 애 이름을 주석경이라 지은 이유가 뭔데요? 제가 왔으니 그 애의 역할은 끝난 거잖

  • 죽은 지 5년, 엄마는 아직도 내 각막을 원한다   제6화

    그들은 석형까지 데려가려 했지만, 석형은 기지를 발휘했다.“내가 자동 신고 시스템을 설정해 놨어요. 30분 안에 취소하지 않으면 경찰이 바로 출동할 거예요.”그들은 비록 범죄자였지만 경찰은 두려워했다. 그래서 나만 낡은 인형처럼 끌고 갔고, 석형은 그대로 놔두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잡히지 않을 거라 자신했다.“우리가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도 우릴 잡지 못할 거야.”“여긴 다 그런 사람들이 사는 곳인데, 지금껏 아무 일 없었잖아.”그들은 그렇게 안심하며 나를 다시 끌고 갔다.그날의 도망은 내게 피로 물든 대가를 치르게 했다. 그들은 내 무릎을 산산조각 내고, 손을 벽에 못으로 박아버렸다. 마을 이장은 못질을 하며 누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이건 널 말 잘 듣게 하려는 거야. 다시 도망치면 이번엔 네 몸 전체를 벽에 못 박아버릴 거야!”“이 산골짜기에서 너 하나 묻어버리는 건 일도 아니야. 늑대 밥이 되면 뼈 한 조각도 안 남을걸!”나는 이장을 증오로 가득 찬 눈빛으로 쏘아보며 머릿속으로 그를 죽일 방법을 여러 번 상상했다. 하지만 그들을 죽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순종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들이 들어오면 나는 스스로 옷을 벗었고, 그들에게 기어가 복종했다.1년 반 동안 나는 그들이 경계를 풀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기회가 찾아왔다.폭우로 산사태가 일어나 오두막이 무너졌다. 하지만 나는 부러진 다리 때문에 설 수 없었고, 산속에서 반년 동안 기어다녔다. 그러다 마침내 착한 사람을 만나 구조되었다.외할머니를 찾았을 때는 이미 2년이 지난 뒤였다. 외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엄마는 충격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한편으로는 나를 불쌍히 여겼지만, 또 한편으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석형이가 그럴 리 없어. 걔는 착한 아이야.”외할머니는 엄마의 얼굴에 몇 대의 뺨을 내리쳤다.“그러면 네 생각엔 석경이가 목숨을 걸고 너랑 장난이라도 쳤다는 거야?”“아니면 석경이가 석형이를 모함하려고 이러는 거냐?”

  • 죽은 지 5년, 엄마는 아직도 내 각막을 원한다   제5화

    외할머니는 갑작스럽게 힘이 빠진 듯 주저앉았다. 그동안 강인했던 외할머니의 모습은 엄마의 말 한마디로 무너져 버렸다. 주먹을 꼭 쥔 손등엔 핏줄이 드러났다. 외할머니는 이 악물고 말을 이어갔다.“석경이는 산에서 도망쳐 나왔다고 했어. 무려 2년이나 걸렸지.”외할머니는 말을 할 때마다 이를 꽉 물어서, 말투가 흐릿하고 어눌했다.“작은 오두막에 갇혀 있었어. 매일같이 다른 남자들에게 짓밟혔지. 누가 오기만 하면, 그 애가 밥을 먹든 자고 있든 끌어내어 땅바닥에 눕혔어.”“더러운 진흙물이 그 애의 몸을 문드러뜨렸어. 그러면 그자들이 찬물로 씻겨내고는 다시 집어넣었어.”외할머니는 몇 차례나 말을 잇지 못하고 목이 메었고, 엄마는 외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이 점점 흐려졌다. 억제할 수 없는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엄마, 그거 거짓말이죠? 저한테 거짓말하는 거잖아요?”엄마는 마지막 희망에 매달렸다. 내가 그저 관심을 끌려고 거짓말을 했을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외할머니는 내가 입원부터 사망까지 받았던 모든 진단서를 꺼내 보여주었다.부러진 손뼈, 골절된 허리뼈, 탈출된 자궁, 무릎 아래로 산산조각 난 다리뼈.차가운 진단서 한 장 한 장이 엄마의 손을 떨게 했다. 그 손은 거의 진단서를 붙들 수 없을 정도로 흔들렸다.“그럴 리 없어요. 석형이 말로는 누나가 스스로 떠났다고 했다고요. 그런데 어떻게 산으로 가겠어요?”외할머니는 엄마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아직도 석형이 말을 믿는 거니?”“그때 석형이 속아서 위험한 곳에 갔던 거야. 석경이는 석형이 위험할까 봐 따라간 거고.”“그곳에서 붙잡혔을 때, 석경이는 도망칠 기회를 잡았어. 하지만 그 기회를 석형에게 넘겼지. 그리고 부탁했어. 밖으로 나가 경찰에 신고하라고.”외할머니는 쉰 목소리로 외쳤다.“그런데 석형은 신고하지 않았어! 집으로 돌아와 널 속인 거야!”엄마는 무너져 내렸다. 자신 앞에서 언제나 얌전하고 순수했던 석형이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그건 뭔가 오

  • 죽은 지 5년, 엄마는 아직도 내 각막을 원한다   제4화

    엄마는 당연히 내 사망 증명서를 믿지 않았고, 첫 반응은 증명서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것이었다.“엄마, 진짜 대단하네요. 이런 가짜 증명서를 만들어낼 생각을 하다니, 경찰에게 잡혀도 괜찮은 거예요?”“이거 그 배은망덕한 년이 엄마한테 시킨 거 맞죠? 내가 말했잖아요! 그 애를 데려오는 게 아니었다고!”“정상적인 애였으면 길가에 버려졌겠어요? 틀림없이 무당이 점쳐서 기운이 잘못된 애라 버려진 게 맞다니까요!”엄마는 끝도 없이 욕설을 퍼부으며 외할머니를 몰아붙였다. 외할머니도 더 이상 참지 못한 듯 표정이 굳어졌다.어릴 적부터 나에게 가장 잘해준 사람은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였다. 그들은 아들과 딸을 차별하지 않았고, 나와 주석형을 동등하게 대했다. 하지만 엄마는 아들만이 자신의 노후를 책임질 수 있다고 여겼다. 딸, 특히 나처럼 주워 온 아이는 돈만 축내는 존재로 여겼다. 시간이 흘러, 내가 석형과 함께 자라면서 엄마의 편애는 점점 더 심해졌다. 특히 아빠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엄마는 나와 석형을 혼자 키워야 하는 부담 속에서 나에게 화풀이했다.결국, 나를 외할머니 집으로 보내버리고, 몇 년 동안 찾아오지도 않았다. 그래서 외할머니와 나는 깊은 유대감을 가질 수 있었다.엄마가 내 사망 증명서를 찢으려 하자, 외할머니는 그것을 막으려 했으나, 석형이 그녀를 가로막았다. 석형은 엄마가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할머니, 건강이 안 좋으신데 흥분하지 마세요.”“누나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냥 잊어버리세요. 제가 엄마를 모시고 돌아갈게요.”엄마는 처음엔 고집을 부렸지만, 점차 얼굴에 당혹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진짜란 말이에요?”엄마는 증명서를 더 자세히 보려 했지만, 석형이 갑자기 눈을 감싸며 웅크렸다.“엄마, 저 눈이 너무 아파요.”“피가 나는 것 같아요. 너무 아파요.”엄마는 석형의 말을 듣고 급히 몸을 숙여 그의 눈을 살폈고, 정말로 눈가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나는 모든 것을 똑똑히 보았다. 석형이 몸을 숙

  • 죽은 지 5년, 엄마는 아직도 내 각막을 원한다   제3화

    보름이 지나고, 엄마가 주석형을 데리고 다시 돌아왔다. 엄마는 정말 몰상식한 행동으로 외할머니를 집에서 쫓아냈다.“날 원망하지 마요. 엄마가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던 손녀라면서요? 엄마가 이렇게 당하면 반드시 나타날 거야.”석형은 엄마의 팔을 붙잡으며 겉으로는 걱정스러운 척 말했다.“엄마, 외할머니 나이도 많으신데 이제 그만하세요.”“아마 누나가 여전히 제가 엄마의 사랑을 뺏어갔다고 생각하고 화난 거예요. 그래서 일부러 안 나타나는 거겠죠.”그는 한쪽 눈을 감싸며 말했다.“저는 한쪽 눈으로도 볼 수 있어요. 괜찮아요.”그러자 엄마는 석형을 끌어안으며 다급하게 말했다.“석형아, 괜찮아. 엄마가 반드시 그 못된 년을 찾아낼 거야.”“너를 이렇게 만든 애를 가만히 두진 않을 거야.”엄마는 차가운 눈빛으로 외할머니를 쏘아보았다.“굶어 죽고 싶지 않다면 당장 그 애를 찾아와요.”“나는 이미 병원도 준비해 놓았어요. 그 애가 나타나기만 하면 바로 수술할 수 있어요.”외할머니는 평소 독서와 신문 읽기를 즐기는 분이라, 조용히 비웃으며 말했다.“장기 매매는 불법이고, 노인을 부양하지 않는 것도 불법이야.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 것 같으면 계속해 보시지.”“나는 절대 이 집을 떠나지 않을 거야. 내가 떠나면, 석경이 혼이 날 찾지 못해 불안해질 거라고.”그 말을 들으며 내 심장은 날카로운 고통에 찔렸다.‘외할머니가 정말 나의 존재를 느끼고 계신 걸까?’그러자 엄마는 위협적으로 말했다.“내 성격 알잖아요. 엄마가 어디까지 버티나 보자고요.”외할머니는 화가 나 몸을 떨며 외쳤다.“그 애는 이미 이 세상에 없어! 왜 믿질 않는 거야?”“그 애가 네 친딸은 아니었어도, 너를 친엄마처럼 여겼는데 어떻게 그렇게 대할 수 있어?”엄마의 눈엔 분노만이 가득했다.“그 애 때문에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내 아들이 눈 하나를 잃었어.”외할머니는 진정하려 애쓰며 말했다.“그때는 사고였어. 누구도 원치 않았던 일이야.”“석형이가 굳이 나가 놀겠다고 고집

  • 죽은 지 5년, 엄마는 아직도 내 각막을 원한다   제2화

    외할머니는 조용히 앉아 엄마가 집안을 다 뒤지고 난 뒤에야 입을 열었다.“그 애는 정말로 여기 없어. 이미 시신도 기증했어.”“걔 이미 다짐했었어. 살아서든 죽어서든 다시는 너를 만나고 싶지 않다고.”엄마의 얼굴은 일그러졌고, 외할머니를 향한 시선엔 증오가 가득했다.“엄마, 그래도 내가 엄마 딸이잖아.”“아빠가 어떻게 돌아가신지 기억은 해요? 그게 다 저 애 때문이라고요. 아빠가 멀쩡히 살아계셨을 수도 있었고, 주석형 눈도 이 모양은 아니었을 거예요.”“나는 지금 그 살인자의 각막 하나만 필요할 뿐이에요. 생명까지 뺏으려는 게 아니라고요!”“그 애를 입양했던 걸 진심으로 후회한다니까!”외할머니는 그런 엄마를 실망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그 애도 너에게 입양된 걸 후회했겠지.”엄마는 옆에 놓인 의자를 발로 차 넘어뜨렸다.“그 애가 끝까지 안 나타나면, 엄마도 여기서 쫓겨날 줄 알아요!”“이 집 명의는 내 이름으로 돼 있어요. 내가 허락 안 하면 엄마는 이 집에 못산다고요!”엄마는 문을 쾅 닫고 나갔고, 외할머니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내 유일한 사진 한 장을 꺼내 들었다. 눈물과 콧물이 얼굴을 타고 흘렀다.“석경아, 너 우리 집안 사람들만 만나지 않았어도 더 잘 살았겠지?”“네가 석형이를 구했던 걸 후회하니?”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5년 전, 석형은 허락도 없이 졸업 여행을 가겠다고 했다. 나는 걔가 무슨 일을 당할까 두려워 함께 따라나섰다.결국, 석형은 오른쪽 눈을 감싸며 홀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엄마에게 말했다.“나쁜 놈들을 만났는데, 누나는 도망쳤어요. 저는 그놈들한테 눈이 찔렸고, 겨우 탈출했어요.”외할아버지는 내가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서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엄마는 석형을 데리고 병원 치료를 받으러 가는 내내 나를 욕했다. 엄마는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는 몰랐다.내가 그때 얼마나 죽기보다 못한 삶을 살았는지.석형이 말했던 졸업 여

  • 죽은 지 5년, 엄마는 아직도 내 각막을 원한다   제1화

    멀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엄마가 외할머니 집 문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주석경 어디 있어요? 얼른 서류에 서명해야 해요!”“그냥 각막 기증 동의서에 서명만 하면 돼요. 두 눈 다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쪼잔하게 굴 필요 없잖아요?”외할머니는 감정이 담기지 않은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며 대답했다.“그 애는 5년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났어.”엄마는 이 말을 듣고 비웃었다.“엄마는 내 엄마잖아요. 병든 건 당신 친손자고, 그런데 지금 타인의 편을 들겠다는 거예요?”“다 그 애 때문이야. 석형이 눈이 이렇게 된 게!”“두 눈 다 뽑아내지 않은 게 어디예요? 난 이미 할 만큼 했다고요!”짝! 외할머니가 엄마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너 같은 인간이 어떻게 석경이 엄마라는 소리를 해!”외할머니는 엄마를 땅에 쓰러뜨릴 만큼 강하게 때렸다.‘외할머니...’나는 갑작스럽게 눈물이 터져 나왔지만, 아무도 나를 볼 수 없었다. 사람을 때리고 난 외할머니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나는 외할머니를 꼭 안아드리고 싶었지만, 내 손은 외할머니의 몸을 그대로 지나쳐버렸다.엄마는 젊었을 때 자궁에 문제가 있었고, 의사는 임신이 어렵다고 말했다.그 소식에 절망하던 엄마에게, 외할머니는 길가에서 나를 주워 왔다.엄마는 처음에는 나를 키우기 싫어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주워 온 아이는 좋은 징조라며, 아들을 낳게 해 준다고 했다.엄마는 외할머니 집에서 나를 데려갔고, 내 이름을 주석경이라 지었다. 그리고 몇 년 지나지 않아 엄마는 정말로 임신했다. 그것도 아들을.그때부터 엄마는 나에게 관심을 끊었고, 나는 동생의 시녀가 되었다.“석경아, 비 오는데 나가서 네 동생 아이스크림 좀 사 와. 먹고 싶다잖아.”나는 억수같이 퍼붓는 비를 바라보며 밖으로 나갔다.“석경아, 네 동생 팬티는 찬물로 빨아야 한대. 찬물로 빨아야 입기에 깨끗하고 편하다고 하더라.”그래서 나는 한겨울, 얼어붙은 손으로 차가운 물에 빨래했다. 그날 밤, 엄마는 나를 얇은 잠옷 차림으로 집 밖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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