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당한 날, 재벌이 날 지켰다
약혼자 구연준의 첫사랑 강서라가 불치병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내게 찾아와 엉뚱한 부탁을 내밀었다.
"당신이 준비한 결혼식을 양보해 달라"는 것. 심지어 주례까지 서 달라고 했다.
'시한부 인생이라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식 당일, 강서라는 내가 밤새 바느질한 웨딩드레스를 걸치고 있었다.
손수 고른 다이아 귀걸이를 흔들며 구연준의 팔에 매달려 입장하는 모습이 눈앞을 어지럽혔다.
이 모든 것들이 원래는 내 것이어야 했다.
'죽을 사람에게 양보한 것까지는 참을 수 있어.'
하지만 그녀는 도를 넘었다.
어머니 유품인 양지백옥 팔찌마저 탐내는 것이었다.
...
자선 경매장에서 구연준은 첫사랑을 감싸듯 입찰가를 올리기 시작했다.
“400억!”
친척들에게 재산을 뜯긴 지금의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빨로 입술을 깨물며 지켜볼 수밖에.
소중한 유품이 그 추악한 두 사람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그 순간-
“600억.”
담담하지만 단호한 목소리가 경매장을 가르더니, 모두가 고개를 돌린 그곳에 소씨 가문의 후계자 소유찬이 서 있었다.
그가 팔찌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 물건은 강해라 씨에게 드리겠습니다.”
나는 멍한 채 팔찌를 받아들었다.
“유찬 씨, 600억은 반드시 갚겠습니다.”
그러자 그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속삭이듯 물었다.
“강해라 씨, 정말로 저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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