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그럼 다리도 멀쩡한데 왜 남의 남편 팔짱을 걸고 계시죠? 설마 고의로 그러는 건 아니시겠죠? 에구머니나! 이번에 돌아오신 이유가 다른 사람 남편 뺏으려는 거였어요?” 내가 단박에 핵폭탄을 투하하자 하경주는 허를 찔린 표정을 지었다. 하경주는 순간 방심한 듯 눈가가 붉어지더니, 곧장 서현석에게 기대려 했다. 그러나 나는 재빨리 서현석을 밀어내고, 대신 어깨를 내어주었다.“아주머니, 그냥 농담이에요! 아니, 그것보다 이 정도 말에 이렇게 무너지는 거예요?”내 연이은 빈정거림이 못마땅했는지, 서현석은 곧바로 나를 향해 소리쳤다.“왕가현! 지금 뭐 하는 거야! 하 아줌마는 이제 막 온 손님인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평소에 내 아들한테 너무 응석 부리더니, 버릇이 없어졌구나! 당장 사과해!” 서현석이 더욱 망발을 하기 전에 나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아주머니, 전 별 볼 일 없는 공장주 딸이에요. 배운 것도 없고, 예의도 없어서 평소에 막말하는 버릇이 있거든요. 그러니 경주 아주머니 같은 대인배가 저 같은 애한테 신경 쓰진 않으시겠죠?”내가 예상보다 빠르게 꼬리를 내리자, 오히려 하경주는 할 말을 잃은 듯 입을 다물었다.서현석은 너 너하더니, 결국 한 마디도 제대로 못하고 그저 씩씩대기만 했다.한편, 시어머니 하수련은 나의 연기를 멍하니 지켜보다가, 뒤늦게야 나섰다. 그녀는 세 사람을 향해 걸어가면서도, 손을 등 뒤로 가져가 나를 향해 은근슬쩍 엄지를 들어 보였다.‘에휴, 집에서 심심해서 헛소리나 뱉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좀 재미는걸?’저녁 식사 시간, 하경주는 하수련 접시에 반찬을 올리며 말했다. “언니, 그동안 현석 오빠 돌봐주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그러자 하수련이 대답하기도 전에, 서현석이 먼저 말을 잘랐다.“경주야, 그런 소리 말고 네가 더 많이 먹어야지. 너 봐라, 살도 많이 빠졌는데.”그렇게 말하며 서현석은 하경주의 그릇에 큼지막한 동파육 한 점을 올려 주었다.그러자 하경주는 살짝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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