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선아, 넌 나하고 함께 자자. 진성이는 막 야근을 마치고 와서 자야 하니까.” “아니면 오빠는 집에 가서 편하게 자, 그리고 일어나서 사인하러 다시 오면 되잖아.” 채선의 부모님은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셔서 그녀의 수술 서명은 남자친구인 진성이 해야 했다. 하지만 채선의 전생에서 진성은 병원에 오지 않았고, 수술 서명도 예화가 대신했었다. 이 일에 대해 들었을 때 채선은 오랫동안 의아해했지만, 뜻밖에도 병원은 이 일을 따지지 않았었다. “괜찮아, 난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정신 좀 차릴게. 벌써 4시가 다 되어가네. 금방 날이 밝을 거야. 채선이 너는 좀 더 자.” 진성은 병실 문을 열고 나갔지만, 여전히 병실 문 앞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예화는 진성에게 몇 번 소리쳤지만 그가 말을 듣지 않자, 피곤한 듯 그냥 채선의 침대에서 그대로 잤다. 채선은 보호자 침대에 걸터앉아 초초한 상태로 문밖 진성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그녀는 진성이 알아차릴 수는 없게 최대한 조심했다. 동틀 무렵이 바로 가장 심하게 졸릴 때라 어느새 채선은 얼떨결에 살짝 잠이 들고 말았다. “채선아, 자, 일어나서 죽 좀 먹어봐.” 몽롱한 채선은 누군가 기름진 닭죽 한 그릇을 들고 다가와 자신의 입에 주려는 것을 보았다. 예화였다. 그녀는 아직 단념하지 않았는지, 억지로 채선이 닭죽을 먹게 하려 했다. 채선은 어쩔 수 없이 두 수저 정도를 먹었다. ‘수술 6시간 전에는 아무것도 먹지 말라고 했는데, 하지만 이렇게 닭죽을 먹었으니 이따 간호사가 와서 물어보면 수술을 연기할 핑계가 생겼어.’ ‘이렇게 하면 조금 시간을 벌 수 있을 거야.’ 그녀는 닭죽을 두 수저 먹은 후 정신이 든 척 연기하며 놀란 얼굴로 예화를 바라보았다. “어머님, 저 수술 전에 음식을 먹으면 안 돼요.”채선은 혹시라도 닭죽 두 수저로는 부족할까 봐 눈물을 머금고 예화를 바라보며 그릇을 들고 벌컥벌컥 죽을 마시기 시작했다. “어머님이 자꾸 제게 먹으로 하시니, 그냥 먹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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