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더 이상 민효정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그녀가 갑자기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슬기야, 제발 부탁이야. 넌 정말 상욱이를 망치려고 작정한 거야?”그저 공정하게 경쟁할 뿐인데, 왜 그게 주상욱을 망치는 것이라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뻔뻔한 사람은 봤어도, 이 정도로 뻔뻔한 사람은 처음이었다.나는 몸을 약간 굽혀, 아래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말했다.“민효정, 그렇게 안쓰럽다면 너희 집 돈으로 지원해 주면 되잖아? 임씨 가문이나 주씨 가문만큼은 아니지만, 민씨 가문의 실력으로도 이 프로젝트 따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더 이상 시간 낭비하기 싫어 그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그 뒤로 며칠간, 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위해 바쁘게 지냈기에 다른 일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고승우와 한동안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나는 마침 차고에 있던 아무 차를 골라 타고, 고승우의 집으로 향했다.거실은 텅 비었고, 서재에선 종잇장을 뒤적이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고승우가 고개 숙인 채 뭔가를 살피다, 날 보곤 반가워하며 벌떡 일어났다.“슬기야, 네가 오기만을 기다렸어. 너를 위해 깜짝 놀랄 선물을 준비했거든.”내가 다가가자, 그는 내게 계약서를 내밀었다.읽어보니, 바로 내가 몇 달째 공들였던 그 프로젝트였다.“이 프로젝트 네가 갖고 있었어?”고승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아버지께서 나더러 경험을 쌓으라면서 맡긴 거야.”서류를 훑어보니, 이미 우리 집 회사 명의로 정리되어 있었고, 내가 사인만 하면 계약이 확정되는 상태였다.“제, 제정신이야? 이건 수백억이 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프로젝트라고!”그러자 고승우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내가 마침 네가 원하는 걸 갖고 있었으니, 당연히 너한테 줘야 되는 거 아니야?”나는 그의 말에 감동받을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 따뜻해지며 기분이 벅찼다.“그럼 난 뭘로 보답해야 될까?”고승우는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아무거나 다 괜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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