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준이 집으로 돌아간 후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어머니를 안는 순간 내 모든 피로가 한순간에 사라졌고 아버지는 내 이마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그래, 돌아오면 됐다.”눈에 고인 눈물을 억지로 참았는데, 기준에게 시집간다고 했을 때 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으셔서 내가 부모님이랑 많이 싸웠던 기억이 떠올랐다.지금 생각해 보면 부모님의 말씀이 다 맞았다.이튿날, 일어나자마자 어머니의 안색이 이상한 것을 발견해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물었다.“엄마, 왜 그래요?”어머니는 눈가가 빨개서 고개를 저으셨다.나는 걱정스럽게 물었다.“엄마, 나보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 않으셨어요?”나는 아버지를 보며 말했다.“아버지, 알려주세요.”아버지는 언짢으신 표정으로 말했다.“엄기준이 문 앞에 있어.”기준이 찾아왔던 것이다. 나는 기준이 계속 세연의 부드러움에 빠져 있을 줄 알았는데, 예상했던 비난 전화는 오지 않고 오히려 사람이 먼저 도착했다.내가 아니었으면 어머니도 이런 억울함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숨을 들이마시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자, 기준이 놀라 뒤로 넘어졌고 나는 두 걸음 물러서서 기준이 넘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기준은 무척 놀란 것 같았다.“지혜야.”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고 짜증이 난다는 듯이 말했다.“이혼 서류는 이미 네 책상 위에 올려놨고, 네가 하라는 요리는 안 해놨어, 아이는...!”기준의 눈빛이 갑자기 어두워졌지만, 나는 계속 말했다.“없어졌어, 무슨 일로 날 찾아온 거야?”웬일인지 일어선 기준의 눈빛은 예전처럼 덤덤하지 않았고, 내민 손도 조심스럽고 말도 뒤엉켜 있었다.“지혜야, 난 이혼 안 할 거야.”“콜록콜록.”아버지는 화가 나서 내 뒤에서 계속 기침을 하더니, 우리 쪽으로 다가와 우리 둘 사이에 끼어들며 입을 열었다.“아직도 우리 지혜 덜 괴롭혔다고 생각해서 이혼 안 하려는 거야?”아버지는 나의 헐렁한 바지를 들어 올렸다.“이거 봐, 지혜가 돌아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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