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는 정신을 차릴 새도 없었다.어머니는 고은지를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찼다.마치 미친 사람처럼 고은지를 계속 때리고, 손톱으로 그녀의 얼굴을 긁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그녀의 머리를 땅에다 부딪쳤다.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어머니는, 전생에 나를 죽일 때처럼 완전히 광기에 휩싸여 있었다.나는 자연스럽게 서재현 쪽으로 몸을 기울였고, 그의 손이 내 손을 꼭 잡아주자 마음이 조금 놓였다.결국 호위병들이 어머니를 떼어놓았다. 그러나 고은지는 이미 숨을 거두었다....서재현은 아버지더러 어머니를 데려가라고 했고, 나를 방으로 돌려보냈다.딸의 돌잔치가 열리기까지, 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소식을 다시는 들을 수 없었다.그러던 어느 날, 춘화가 망설이며 내게 말했다.“왕비님, 아직 모르셨겠지만, 나으리께서 N시로 내버려졌어요. 나으리와 사모님께서 내일 상경을 떠나십니다.”“아가씨께서 몸조리하시는 동안, 사모님께서 매일 찾아오셨지만 매번 저희가 막았어요.”나는 순간 놀란 표정을 보였지만, 곧 이 모든 게 서재현이 한 짓임을 알아챘다.아버지와 어머니가 상경을 떠나는 날, 나는 마차에 앉아 그들을 배웅했다.한 달 만에 본 아버지는 머리가 희끗희끗해졌고, 온갖 고생을 겪은 탓에 몸도 굽어 있었다.어머니는 더욱 심각했다. 완전히 미쳐버린 듯했고, 지팡이조차 제대로 잡지 못한 채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어머니는 나를 보자마자 비틀거리며 다가왔다.“아진아, 네가 드디어 날 만나주다니... 네가 대신 부탁 좀 해주면 안 되겠니? 네 아버지는 나이가 많아서 긴 여정을 견딜 수 없어. 네가 부탁해서 상경에 남을 수 있게 해 줘. 그래야 네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너를 위해 나설 수 있지 않겠니...”“제가 걱정돼요?”정말 웃긴 일이었다.내가 18년 동안 거지처럼 지냈을 땐 아무런 관심도 없더니, 이제 와서 걱정한다고?내가 고은지에게 여러 번 모함당했을 때도, 그리고 난산으로 죽을 고비를 넘겼을 때도, 그들이 나를 걱정했던 적은
Last Updated : 2024-12-2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