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는 바로 떠나지 않고 영혼이 되어 공중을 떠돌며 할머니가 실수로 통화버튼을 누르는 걸 보았다.할머니가 전화를 받자마자 핸드폰에서 남자의 고함이 들려왔다.“임미연, 너 지금 어디야? 네가 개처럼 숨어있는 게 나한테 협박이 될 거라고 생각해?”“너 할머니 찾아갔지?”“네가 할머니 찾아가면 내가 무서워한 줄 알았어?”“똑똑히 들어 임미연, 그 집에서는 내 말이 곧 법이야.”박형식의 말에 화가 치밀어올라 호흡이 가빠진 할머니가 가슴을 부여잡느라 핸드폰을 떨어트렸는데 박형식은 그 소리를 듣고 언성을 한층 더 높이며 물었다.“왜 대답이 없어, 뭐 죽기라도 한 거야?”그 말을 들은 나는 당장이라도 대답해주고 싶었다, 네 바람대로 나는 죽었으니 강지연이랑 오래도록 행복하라고.“말 좀 해 임미연!”박형식은 또 이를 악물며 분노에 차 말했다.“죽더라도 애는 낳고 죽어, 안 그럼 너 죽게 안 놔둬 내가.”아이라는 말에 할머니가 바로 의사에게로 고개를 돌리자 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뱃속에서 아이를 발견하긴 했는데...”“저희가 발견했을 때는 태아가 이미 강한 힘에 의해 다 부서져 있었어요. 그리고 시체에서 발자국도 발견됐고요.”“죄송합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살릴 수가 없었습니다.”의사의 말이 끝나자 할머니는 휘청거리며 눈물을 쏟아냈다.“발자국이라니, 설마...”“무슨 소리야 이건. 임미연, 너 대체 어딨는 거야?”박형식이 아까부터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지만 할머니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몸을 파르르 떨며 손으로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내 배를 어루만졌다.그곳에 박씨 집안의 후손이 있었다는 사실을 할머니도 이젠 알아버리신 것 같았다.“안돼!”내 배를 어루만지던 할머니는 세상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빠르게 손을 거둬들이더니 다른 손으로 그 손을 잡으며 정신줄을 놓아버린 사람마냥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박형식은 계속 핸드폰에 대고 화풀이하듯 소리만 질러대고 있었다.“임
Last Updated : 2024-12-2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