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하게 일그러진 내 새끼손가락을 보자, 태성은 정신을 차리고 나에게 다가왔다.“나 몰랐어!”‘몰랐어? 그럴 리가?’매번 때린 후의 목소리는 확실히 태성의 목소리였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태성은 떨어지는 내 손을 빠르게 잡았다.나는 태성의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나는 그를 밀어내는 것을 택했다.나는 입술을 오므리고 앞에 있는 태성을 뚫어져라 보았다.“너랑 관련이 있든 없든 이젠 상관없어. 진태성, 나는 이미 장애인이 됐어.”진실이 뭐가 됐던, 태성이 사람을 보내 나를 때린 것이든 아니든,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졌다.애초에 나를 속여서 지하실로 보낸 사람이 바로 태성이기 때문이다.남편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태성의 발언이 아니었다면, 가혜에 대한 내 고집을 ‘벌’로 나에게 돌려주지 않았다면, 나도 이런 꼴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아무것도 필요 없어, 회사 너한테 줄게, 난 빈털터리로 나갈 테니까, 우리 부모님 묻힌 곳만 알려주면 돼, 내일 계약서 쓸 사람 찾을 거야.”나는 안색이 창백하고 위가 조금씩 아파졌다. 지하실에서 3년 동안 갇혀 있어서 얻은 고질병이다.매일 설익은 밥, 차갑고 썩은 잎사귀만 먹어서 죽 한 그릇을 삼키기가 힘들었다.태성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보는 다급한 기색이 역력했다.“강혜진, 난 정말 모르겠어, 내 말을 못 믿는 거야?”“태성, 혜진 언니가 너랑 이혼하는 것을 아쉬워 안 할 것 같아? 일부러 이렇게 말한 거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 애초에 네 프로젝트가 잘못된 걸 언니가 사직하고 모든 걸 자기 책임으로 밀었잖아, 네가 자백 안 했던 거 잊었어?”“강혜진은 너랑 이혼하는 게 얼마나 아깝겠어! 잊었어? 언니한테는 이제 너밖에 없어!”가혜의 말이 맞다.그때의 나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정말 태성밖에 없었다.나중에 태성이 업무 중에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고 그는 해고되고 싶지 않아 했었다. 그는 자신이 한때 경멸했던 그 사람들로부터 폄하되고 싶지 않아 했다.“혜진아, 나 좀 도와
Last Updated : 2024-12-2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