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내가 더 일찍 그들을 만났고, 더 일찍 부모님의 딸, 주영재의 여동생이 되었는데.주현정은 고작 눈물로, 손쉽게 내 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빼앗아 갈 수 있었다.장현복은 엄마의 점점 더 화를 내는 걸 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때, 주영재가 부검을 하러 오라는 경찰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더 이상 집에 있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그와 함께 경찰서로 갔다.부검실에는 여자 시체가 한 구가 놓여 있었고, 강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그 시체의 처참한 모습에, 시체를 자주 봐온 주영재도 숨을 들이마셨다.시체의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흐릿했다. 들개 혹은 다른 짐승들이 시체의 얼굴을 갉아먹어 큰 구덩이만 남았다. 푸르스름한 두부 가루처럼 된 뇌의 잔여물이 시체의 까만 머리카락에 말라붙어 있었다.팔과 다리에는, 절벽에서 떨어지면서 생긴 새로운 상처 외에도, 오래된 상처들이 있었다.화상 자국은 물론 날카로운 칼로 찔린 구멍들.이 모든 상처는 사망자가 얼마나 처참하게 죽었는지 보여주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살아 있을 때도 행복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주영재는 깊게 한숨을 쉬고 내 시체를 능숙하게 살폈다.한참 후, 그는 입을 열었다.“여성, 나이 약 18세. 사망 원인, 고공 추락으로 인한 머리 중상과 내부 장기 모두 파손되었음. 그리고 사라진 두 손에는 뚜렷한 절단 흔적이 있어 타살이 의심됨.”보조는 그가 말한 내용들을 적으며 아쉬운 듯 말했다. “정말 안타까워요. 어린 나이에 그렇게 비참하게 죽다니, 정말 불쌍해요.”주영재는 장갑을 벗으려다 잠시 멈추더니 시체를 힐끗 본 후 날카로운 눈빛을 보였다.나는 알았다. 어쩌면 눈앞의 시체가 자신의 친동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인정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나는 그의 뒤를 따라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주영재가 집에 들어서자, 주현정은 애교를 부리며 달려왔다. “오빠, 왔어?”예전에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하던 주영재는 오늘 조금 달
Last Updated : 2024-12-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