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하, 잘못했어. 예전에는 내가 정신이 어떻게 됐었나 봐.”“하지만 날 믿어줘. 난 유진이를 사랑하지 않아. 유진이의 신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난 거야.”“너도 알잖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라는 걸. 그 당시 네가 내 고백을 거절했을 때도 난 널 원망하지 않았어. 그동안 늘 널 마음에 품고 있었다고.”심은하의 집을 어떻게 알아낸 것인지 유지태는 집 앞까지 찾아와 며칠 동안 그녀를 기다렸다. 마침내 집으로 돌아오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나무 그늘에서 뛰쳐나와 다짜고짜 애틋한 고백을 하기 시작했다.구역질이 나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그녀는 그 당시 그가 했던 고백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를 옮기면서 그녀는 유지태와 같은 반이 되었다. 그는 첫날부터 그녀를 괴롭혔고 심지어 자습 시간에 강단에 서서 애들을 향해 큰소리를 쳤다. 심은하는 내 여자 친구이니 누구도 건드리지 말라고...유지태를 따라다니던 남자애들은 심은하를 볼 때마다 형수님이라고 부르며 장난쳤다. 짜증이 났던 그녀는 그를 전학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는 더 이상 그녀를 귀찮게 하지 않았고 소유진과 점점 가깝게 지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거리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그랬던 것 같다. 가난한 집안의 딸이라고 생각해 그녀를 포기한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한진 그룹의 딸이라는 걸 알고는 또 이리 뻔뻔스럽게 찾아왔다. “은하야, 나랑 사귀자.”그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허리를 굽혔다. 바로 그때, 심은하가 손을 흔들자 십여 명의 경호원들이 나타났다.지난번에 사고를 당한 이후로, 심현섭이 그녀에게 경호원들을 붙여준 것이다. “이 인간 쫓아내.”경호원들에 의해 내동댕이쳐진 유지태는 낭패한 모습이었다. “유지태, 똑똑히 들어. 너 같은 쓰레기를 좋아하는 일은 없을 거야.”뒤돌아서던 그녀가 한마디 더 내뱉었다.“그리고 집을 팔든 차를 팔든 당장 돈부터 갚아.”그는 음험한 눈빛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날 밤, 고등학
Last Updated : 2024-12-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