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를 무심히 한 번 쳐다보고, 고개를 돌려 방으로 들어갔다. 발코니 문이 닫히는 순간 빗소리가 밖으로 차단되며, 모든 바람과 비가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침대 위에서 핸드폰이 진동을 울리며 알림이 떴다. 허문재의 전화였다. 이 몇 년 동안, 우리가 싸운 후에 그가 나에게 전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예전에는 허문재가 어느 날 나에게 먼저 사과하면 나는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가 어떤 잘못을 했더라도 나는 용서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마음만 복잡하다. 그리고 쓴맛이 서서히 몸 안으로 퍼져나갔다. 왠지 옛날 일이 떠올랐다. ... 허문재 어머니가 몇 년 전, 우리 마을에 여행을 왔다. 그때는 홍수 시즌이었고, 작은 개울이 몇 초 만에 넓은 홍수로 변했다. 그녀는 피할 수 없었고, 홍수에 휩쓸려갔다. 그때 아버지는 산에 있었는데, 위험을 무릅쓰고 그녀를 구했지만 그로 인해 한쪽 다리를 잃게 되었다. 허문재 어머니는 미안해하며, 내가 공부를 잘하는 걸 보고, 나를 도시로 보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나는 그때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만약 계속 마을에 있는 학교에 다니면 대학에 갈 가능성은 희박했다. 부모님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나는 마을을 벗어난 적이 없었고, 도시에서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랐다. 지하철역에서 표를 어떻게 사는지도 몰랐고, 커피가 몇 가지 종류인지도 몰랐으며, KFC와 맥도날드를 헷갈려 했다. 도시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일들이었지만 나에게는 모두 처음 겪는 일이었다. 나는 손발이 어찌할 바를 몰랐다. 심지어 말도 사투리가 자꾸 나오곤 못했다. 김연홍이 준비해 준 옷을 입고,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지만 나는 여기와 어울리지 않았다. 반 친구들은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었고, 그때 허문재가 나를 도와줬다. 내 성적은 마을 학교에서는 상위권에 있었지만 여기서는 뒤처졌다. 너무 스트레스가 쌓여 계단에서 몰래 울고 있을 때도
Last Updated : 2024-12-1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