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너머로 침묵이 흐르더니 지예령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곧 내일 모레 하는 사람이 이런 유치한 짓 좀 그만할래요? 아빠랑 정미 이모는 평생을 떳떳하게 살아온 분들인데 대체 왜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헐뜯는 거예요? 엄마 때문에 선우가 회사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잖아요.”이때 화가 난 듯한 강선우가 버럭 외쳤다.“예령아, 아줌마가 설마 또 우리 엄마랑 네 아빠의 사이를 의심하는 건 아니겠지? 결국 너무 한가해서 그래. 아줌마한테 딱일 것 같은데 이참에 양로원이나 소개해줄까?”나는 조소를 금치 못했다. 여자에게 빌붙어 사는 신제에 건방지기 짝이 없군.빌어먹을 자식 같으니라고! 간사한 놈!그리고 대답하기도 전에 휴대폰 너머로 쿵 하는 소리가 났고 곧이어 강선우의 신음이 들려왔다.“예령아, 다리가... 고질병이 또 도졌나 봐.”“선우야!”지예령은 내 말을 듣지도 않고 대뜸 휴대폰에 대고 악을 썼다.“선우가 다리를 다친 것도 다 엄마 때문이에요.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절대 용서 안 할 테니까 그런 줄 아세요.”이내 전화가 뚝 끊겼다.나는 너무 억울했다.그때 뭐라도 도움이 되려고, 게다가 겸손한 사모님으로서 40년의 결혼 생활이 유의미할 수 있도록 지성 그룹에서 청소 담당자로 일했다.당시 회사 입구에서 한창 유리 청소하는 와중에 안정미는 나를 보고도 브레이크를 밟기는커녕 곧장 들이받았다.마침 안정미의 아들 강선우가 등 뒤에 서 있었는데, 옆으로 피하는 순간 그가 바닥에 쓰러졌다.그런데 뭐가 내 탓이라는 거지?또한, 지예령이 아빠의 편을 들어 나를 원수처럼 대하는 이유도 안정미와 강선우의 관계 때문이다.남편은 안정미를, 딸은 안정미의 아들 강선우를 좋아했다.나중에 강선우가 회사에서 나를 괴롭혀도 지예령은 못 본 척했다.한편, 욕조 안의 물건이 진동하면서 거품이 뽀글뽀글 올라오자 이내 상념에서 빠져나왔다.나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이제 어떡해야 한단 말이지?지현석은 안정미와 색다른 놀이를 경험하려고 가정
Last Updated : 2024-12-0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