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엄마는 일찍 일어나 시장에 가서 자주 사던 생선을 사려고 했다. 엄마가 가게로 다가가자, 주인장이 오늘은 새우가 새로 들어왔는데, 크고 신선하다고 했다.“언니, 이거 좀 사가세요, 딸이 좋아할 거예요!”엄마는 담담하게 말했다.“우리 딸은 새우 안 좋아해, 해산물 알레르기 있어.”주인장이 깜짝 놀랐다.“아닐 텐데? 하정이 새우 안 좋아해요?”엄마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채소 파는 옆집으로 갔다.엄마는 왔다 갔다 하며 당근을 집어 들었다가 내려놓고 피망을 들었다 놓았다 했다.엄마의 행동이 정말 이상했다.그래서 가게 주인이 말했다.“추천해 드릴까요?”나는 엄마가 그 자리에 서서 애써 회상하는 것을 보았고 문득 깨달았다.엄마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랐던 것이다.나는 어렸을 때부터 하정처럼 주문할 수 있는 특권도 없었고 편식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항상 엄마가 해주는 대로 먹었다.결국, 엄마는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돌아가는 길에 정육점 주인이 갑자기 볶은 고기 한 그릇을 꺼내 옆에 있는 거지에게 내밀었다.“오늘 우리 딸이 피아노 콩쿠르에서 일등 했지 뭐예요, 너무 기쁘니까 이거 드릴게요.”거지, 피아노, 이 두 단어가 칼이 되어 엄마의 신경을 건드린 것 같았고 엄마는 갑자기 허리를 굽히고 눈물을 흘렸다.“하진야, 하진아, 우리 하진은 사랑받지 못한 거지가 아니야, 내가 사랑해, 우리 딸!”나는 엄마가 김대철이 날 살해하던 장면을 떠올린 것을 알았다.“가족이 있으면서 사랑해 주는 사람은 없는, 거지보다 못한 사람이네.”나는 마음이 평온했고 김대철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죽은 후에야 얻을 수 있는 사랑이 무슨 사랑인가?’엄마는 결국 아무것도 사지 않고 텅 빈 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고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일어나 다시 내 방을 치우기 시작했다.정신이 딴 데 팔려서 내 곤파스에 손톱이 박혀 버렸고 위에서 천천히 흘러나오는 핏자국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엄마가 갑자기 멍하니
Last Updated : 2024-11-2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