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범들은 내 손발을 마구잡이로 자르며 육 씨 가문에 경고했다. 경거망동했다가는 다음에는 예은이의 손가락을 보내겠다고 말이다.경찰에 신고하던 날, 예은이는 우는 척하면서 납치 장소를 암시했다. 딸을 잘 아는 엄마는 금방 그 뜻을 알아들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납치범들은 이미 우리를 다른 곳으로 옮긴 후였다.그리고 격분한 납치범들은 실수로 나를 죽였다.다음 날, 납치범들은 진짜로 예은이의 손가락을 보냈다.소포를 받은 엄마는 안에 든 손가락을 보면서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이미 여러 번 소포를 받았기 때문에 그녀는 소포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만약 자세히 봤다면 그 손가락이 가늘고 하얗다는 것을 발견했을 것이다. 분명 손가락 주인이 평소에 엄청 아낀 손가락이었다.난 이미 손가락이 없었다. 엄마는 내 열 손가락이 납치범들에게 잘린 지 오래라는 걸 알아채지 못한 것 같았다.납치범의 전화는 너무나도 정확했다. 마치 엄마가 소포를 받는 시간에 맞춰 전화하는 것 같았다.엄마는 여느 때처럼 물었다.“우리 예은이는 괜찮아요?”“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손가락뿐만이 아닐 거야.”납치범이 웃으며 말했다.엄마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꽉 쥔 채 다급하게 물었다.“여니의 손가락이 아니었어요?”“당연히 아니지. 여니의 손가락은 진작에 다 잘렸으니까.”엄마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변했고 얼굴은 일그러졌다.“그럼 다른 걸 자르면 되잖아요! 눈알을 파내든, 혀를 자르든! 왜 내 딸 예은이를 건드리는 건데!”나는 착잡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엄마가 동생을 더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슬펐다.“분명히 말했잖아요! 경찰에 신고한 건 여니가 암시한 거라고! 우리 예은이는 아무것도 안 했다고요!”납치범들이 장소를 옮긴 후 전화를 받고 나서 갑자기 험상궂은 표정으로 나에게 손을 댄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엄마였다. 동생이 무슨 일이라도 당할까 봐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리고 내가 위치를 암시했다고 거짓말을 한
Last Updated : 2024-11-2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