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는 강씨 가문 일가족을 아주 잘 돌보고 있었다.채 익지도 않은 강낭콩을 테이블에 올렸고 한성과 아들은 끝끝내 병원으로 실려 가고 말았었다.아들이 재희를 혼낸 뒤로 며느리는 이내 언짢아 잠시 처가댁으로 가서 지냈었다.[어머님, 제발 좀 돌아와 주세요. 우리 집안 거의 망할 기세예요.][할머니, 너무 보고 싶어요.]며느리와 손녀의 전화에 난 마음이 약간 움직였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그렇게 쉽게 망하지 않아. 나 없이도 잘 돌아갈 거야.”“네가 온갖 정성을 쏟아부을 만한 집안인지 잘 생각하고 움직여.”‘바보 같은 놈, 이렇게 좋은 아내를 아끼지 않는다니...’‘우리 며느리도 참 고생이네... 다른 놈이랑 결혼했으면 더 행복했을 건데...’전화기 너머 며느리의 침묵만이 전해져왔지만, 난 며느리가 똑 부러지게 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찾아와.”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고 울먹이는 며느리의 소리가 들려왔다.이 집안에서 나를 가장 아끼고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며느리일 줄은 몰랐다....한성이가 나를 다시 찾아왔을 때, 난 이미 도시 중심에서 분점을 내고 있었다.여전히 나의 생계를 유지해줬던 자그마한 음식 가게 말이다.우리 가게에는 아르바이트생이 참 많은데 집안 형편상 곤란한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난 그들의 세끼를 책임질 뿐만 아니라 비용까지 확실하게 챙겨줬다.학생들은 생글생글 웃으면서 나를 ‘연희 이모’라고 불렀었다.가게는 356일 동안 문턱이 닳을 정도였다.60대로 들어서고 있을 때도 가게의 열기는 시종일관 똑같았다.가게 문 앞을 맴돌고 있던 한성을 보게 되었을 때, 난 테이블을 치우고 있었다.“연희야.”“나랑 집에 가자... 이렇게 고생하지 말고...”그 한마디에 난 갑자기 전에 한성이가 했었던 말이 떠올랐다.평생 책임지겠다고 했었던 그의 달콤한 말을.그러나...“강한성, 아직도 모르겠어?”“내가 가장 고생한 건 너 때문이야.”난 몸이 고된 고생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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