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시어머니께서 병원으로 오셨다. 병원에서 며칠 더 지내며 몸조리하라고, 애는 자기가 돌보겠다는 것이다. 남편도 옆에서 거들며 동의하니 나도 별다른 생각 없이 그러겠다고 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고 나서야 시어머니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시어머니는 아이를 지나치게 신경 썼고, 심지어 내가 아이를 돌보려 하면 그걸 꺼리는 듯했다. 그런데도 시어머니가 하는 말에 딱히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시어머니가 변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정확히 뭐가 달라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내가 회사에 복귀한 뒤 아이는 대부분 남편과 시어머니가 돌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휴가를 맞아 집에 있었고, 우연히 시어머니가 두고 간 아이의 건강수첩을 발견했다. 별생각 없이 그것을 들춰보다가 예상치 못한 것을 보고 말았다. 수첩에는 아이의 혈액형이 AB형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나는 O형이고, 남편은 A형이었다. 우리 둘 사이에서 AB형의 아이가 태어날 리가 없었다. 그 순간 나는 마치 천둥을 맞은 것 같았다. 잠시 멍해 있다가 혹시 병원에서 실수한 것은 아닐까 생각했지만 문득 더 끔찍한 가능성이 떠올랐다. 열 달 동안 배 속에 아이를 품었던 그 시간 동안 시어머니는 시골에서 지냈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곧바로 데려갔다. 시어머니의 평소 이상한 행동들까지 떠오르자 나도 모르게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 아이... 설마 시어머니와 남편 사이에서 나온 건 아니겠지? 그럼 내 아이는 어디 있는 거야?’ 나는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작년 내가 출장 갔던 시기의 집 안 CCTV 영상을 확인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화면을 재생하는데 그 장면들은 내 눈을 찌르듯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더러웠다. 너무 더러웠다. 남편과 시어머니가 거실 바닥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뒹굴고 있었다. “명수... 더... 더 세게...” “하윤아, 사랑해? 만족해?” “사랑해... 만족
Last Updated : 2024-11-2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