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호는 나를 흘끔 쳐다보더니 난감한 얼굴로 미소를 살짝 지었다.“상관없어. 다만 시간을 정해야 할 것 같아. 아니면 들락이는 사람이 많아서 방해받을 수도 있어.”그가 동의하자 비로소 한시름 놓은 나는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종이봉투를 품에 안고 기숙사에 도착하니 정다겸은 이미 돌아와 있었다.다들 아직 서먹서먹한지라 각자 씻고 침대에 누웠고, 정다겸만 책상에 앉아 게임을 하느라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마이크 너머로 칭찬을 아끼지 않는 남학생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그녀는 기분이 좋은 듯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이따가 소등하고 나서야 조용해질 것 같았다.휴대폰을 들고 침대에 기어 올라가자 진성호가 친구 추가했다.프사는 귀여운 웰시코기였고, 입에 공을 물고 풀밭을 신나게 뛰어다니며 보송보송한 털을 흩날리는 모습이 생동감이 넘쳤다.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딘가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실마리가 잡히지 않아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화창을 열었다.이때, 진성호가 먼저 문자를 보냈다.[약 먹었어?]나는 빠르게 답장했다.[네, 감사합니다. 선생님.]결국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문자가 도착했다.[그냥 이름 불러도 돼.]내가 답장을 보내기도 전에 기다란 문장이 곧장 나타났다.[부작용이 좀 있을 수 있는데 가끔 메스껍거나 구토, 혹은 두통에 시달릴 거야. 하지만 정상적인 반응이니까 걱정하지 마. 만약 너무 심하다 싶으면 나한테 와서 진단서 가져가. 요 며칠은 훈련 빠지고 쉬어. ]나는 별안간 마음이 훈훈해졌다.갑작스럽게 생긴 병 때문에 보름 넘게 골머리를 썩이며 어떻게든 혼자 처리하려고 애를 썼고, 설령 힘들고 아플지언정 털어놓을 사람이 없었다.그런 와중에 진성호의 등장은 마치 한 줄기 빛처럼 느껴졌다.이내 감사하다고 빠르게 타이핑했다가 너무 형식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을 열심히 검색해서 웰시코기로 된 이모티콘을 보내고는 진지하게 답장까지 해주었다.진성호가 다시 문자했다.[잠든 줄 알았네. 얼른 자. 훈련은 빠질 수
Last Updated : 2024-11-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