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습에 나는 다소 초조해졌다. 나는 작은 목소리로 이수혁을 재촉했다.“수혁아.”수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고,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그때, 교회 문가에서 슬픈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수혁아, 저 여자는 누구야? 설마 나 몰래 다른 여자와 결혼하려는 거야?”거의 동시에, 수혁의 턱선이 팽팽히 긴장되었다. 결혼 반지를 들고 있던 수혁의 손가락마저 떨리고 있었다. 마침내 반지는 수혁의 손에서 미끄러져 딩동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참으로 맑고 청아했다.나와 수혁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수혁의 첫사랑, 백수지가 돌아온 것이다.수지의 예술 사진은 아직도 수혁의 침대 머리맡에 걸려 있다.“수지야, 돌아온 거야? 설마 이거 꿈이야?”수지는 나를 한번, 수혁을 또 한 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단호한 표정에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이 여자를 아내로 맞이한다면, 나는 너를 영원히 떠날 거야.”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지의 눈동자에 눈물이 고였다.“내가 기억을 잃고 다시 찾고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내가 없는 동안, 너는 나를 이렇게밖에 추억하지 않은 거야?”그러자 수혁은 망설임 없이 내 손을 뿌리치고 수지에게 걸어갔다.“수혁아, 오늘은 우리의 약혼식이잖아. 일단 마무리하고 나서 얘기해, 응?”내 말에 수혁은 걸음을 잠시 멈췄지만, 뒤돌아보지 않은 채 나에게 말했다.“수민아, 너도 알잖아. 너는 그저 대체품일 뿐이야. 충분한 보상을 해줄게, 하지만 오늘 약혼식은 더 이상 불가능해.”나는 간절히 수혁의 손목을 붙잡았다.“수혁아, 나 임신했어.”그 말에 수혁은 나를 돌아보았지만, 그 눈빛에는 기쁨이 아닌 냉담함만이 서려 있었다.“어떻게? 매번 피임약 먹으라고 했잖아.”그 순간, 내가 쌓아온 용기는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나는 눈물을 참으며 조심스럽게 설명했다.“한 번은 너가 술에 취한 날이 있었잖아. 그래서 준비를 못 했어.”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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