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후는 분명 내 그 알 수 없는 메시지에 혼란스러워한 듯 보였다.적어도 차 안에서 그의 표정은 이전의 즐거움과는 확연히 달라졌다.이마에 찡그린 주름이 그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시끄럽던 아들도 이때는 함부로 말을 걸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서지유는 조심스럽게 한서후의 팔꿈치를 톡톡 쳤다.“한 팀장, 무슨 일 있어요?”소녀의 걱정 어린 말에 한서후의 차가운 얼굴이 조금 풀리며 대답했다.“아, 별일 아니야. 그냥 기분이 좀 안 좋을 뿐이야.”그렇다.그가 기분 나쁘면 나는 기분이 좋다.왜 그는 동료 여자와 밝게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데 나는 집에만 있어야 하고, 하인처럼 시중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내 불륜이 가짜라도 그가 밤낮으로 괴로워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게 만들고 싶다.“팀장님이 가르쳐준 거잖아요, 기분 나쁘면 그냥 말하라고. 그런 감정을 마주하고 해결하라고요. 그런데 왜 팀장님 자신에게는 그렇지 않나요?”서지유의 위로하는 말에 내 가슴은 답답했다. 정말로 다시 한 번 죽은 것처럼 아팠다.한서후가 처음으로 소방 구조 활동에 참여했을 때 죽음을 직접 마주하며 그는 완전히 불면증에 시달렸다.그 힘든 시간 동안 나는 그와 함께 있었고 그를 지탱해주었다.나는 손쉽게 얻을 수 있었던 고수익 번역을 포기하고, 마음의 상처를 입은 한서후를 돌보며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하지만 한서후는 여전히 화재 현장에서 사람들을 구하지 못한 것은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했다.최선을 다해도 여전히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그 자책감은 사라지지 않았다.나는 한서후와 함께 산을 올랐다. 정상에 올라서 함께 소리쳤다.내가 그에게 했던 말, 지금 서지유가 위로하며 건넨 그 말과 똑같았다.우리는 함께 나누었던 많은 기억들을 한서후는 다른 여자에게 아무 거리낌 없이 이야기했다.“노력할게.”한서후는 서지유의 말에 살짝 흔들린 듯 보였고, 곧 핸드폰을 꺼내 내 대화창을 열었다.“시간 내서 우리 얘기 좀 하자.”“아이를 없애면 이 일은 없
Last Updated : 2024-11-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