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는 칼을 쥐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에게 다가왔다.급한 마음에 난 가방에서 후추 스프레이를 꺼내 진아의 얼굴에 마구 뿌렸다.그러고는 진아의 아랫도리를 세게 걷어찼다.진아가 고통에 몸을 웅크리는 사이, 의연이에게도 후추 스프레이를 뿌렸다.의연은 눈을 뜨지 못해 괴로워했고, 난 그 틈을 타 비상계단으로 도망쳤다.살기 위해 난 목숨을 걸고 달렸다.하지만 진아와 의연이는 금방 뒤를 쫓아오기 시작했다.그들은 더욱 분노에 차 있었다.난 확신했다.만약 잡히면 전생보다 훨씬 더 끔찍하게 죽을 게 뻔했다!한 층, 또 한 층.악당들과의 거리는 언제나 몇 발짝 차이일 뿐이었다.그러다 갑자기 발목을 삐끗하며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모든 희망이 사라졌고, 진아와 의연이의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도망가 봐, 왜 안 도망가?”과일칼이 내 목에 닿았다.그 차가운 금속 감촉은 전생에 내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생생히 떠올리게 했다.한칼, 또 한칼.그렇게 내 피는 며칠 동안 흘러나갔다.내가 완전히 숨을 거둘 때까지 진아는 나를 냉동고에 집어넣었다.그때 느꼈던 차가움이 피가 다 빠져나가서 느꼈던 추위였는지, 냉동고에 갇혀 느낀 절망의 추위였는지 난 분간할 수 없었다.눈물이 한 방울, 또 한 방울 떨어졌다.난 눈을 감고 다가올 고통과 죽음을 기다렸다.그때,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멈춰!”눈을 떠보니 수혁이었다.수혁이는 곧장 나에게 달려와 날 보호했다.이어서 수많은 경찰이 나타나 진아와 의연이를 포위했다.“손 들어!”“무사해서 다행이야.”수혁이는 내가 다친 곳이 없는지 살펴보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제야 난 수혁이가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나를 구하러 오느라 꽤 애를 쓴 모양이었다.수혁이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흘러나왔고, 화면에는 여전히 나와의 통화가 연결된 상태였다.“정말 고마워.”난 그제야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아무도 모를 것이다.난 진짜로 또 죽을 줄 알았다.수혁이는 잠시 망설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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