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서준혁이 깊은 눈동자로 신유리를 쳐다보았다. 그는 손가락을 구부리며 책상을 두 어번 더 두드렸다.그가 신유리의 이름을 부르는 건 아주 드문 일이었다. “신유리, 남 탓 하지 마.”그 말에 신유리는 순간 당황했다. 그녀는 서준혁에게 되물었다. “내가 남 탓한다고?”서준혁은 무척이나 태연했고,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신유리는 눈을 감으며 한참 동안 감정을 추슬렀고, 한참 후에야 다시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가 뭐라 말하려 하던 그때, 송지음이 안으로 들어왔다.송지음은 에코백을 멘 채로 똑바로 서준혁에게 다가가 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퇴근했어요. 이제 가요.”말을 끝낸 후, 그녀는 그제야 신유리를 본 것처럼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신유리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송지음은 눈을 깜박이더니 뭐가 생각난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 “유리 언니, 오후에 쥴리 언니보고 준혁 씨 회의 끝났다고 언니한테 말하라고 했는데. 왜 안 왔어요?”쥴리는 화인의 오래된 직원이었다. 신유리가 금방 회사에 들어오게 됐을 때, 그녀에게 적지 않는 괴롭힘을 당했었다.신유리와 쥴리가 서로 대꾸하지 않는다는 건 화인의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송지음이 쥴리보고 말을 전하라고 한 것도 분명히 일부러 그런 것이다.어쩐지, 나보고 남 탓한다고 하더라.신유리는 조용히 서준혁을 쳐다보며 그에게 펜을 건네주었다. “서…” 말을 이어 나가던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말을 바꾸었다. “서 대표, 사인해.”그 말에 서준혁은 그녀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피식대고는 펜을 들어 사인을 했다.송지음은 눈을 깜빡이며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입꼬리는 선명하게 올라갔다.그녀가 서준혁을 끌고 사무실을 나설 때까지, 신유리는 그녀의 발랄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준혁 씨, 같이 레스토랑 탐방하러 가면 안 돼요?”다정하게 행동할 때면, 그는 정말 부드럽고 세심했다. 단지 아쉽게도 그녀는 그의 다정함을 느껴본 적 없을 뿐이었다. 신유리는 그의 몸
Last Updated : 2024-01-1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