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리는 고개를 돌려 서준혁을 쳐다보았다.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전혀 개의치 않아 하며 물 묻은 셔츠를 벗더니 그것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그는 신유리를 쳐다보며 눈썹을 들썩였다.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가늠할 수 없었다.신유리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고개를 돌려 가벼운 목소리로 연우진에게 말했다. “출장 중이야.”말을 끝낸 후 그녀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에게 서준혁 얘기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서준혁은 그녀를 쳐다보더니 이내 담담한 말투로 물었다. “연우진?”“응.”“둘이 언제부터 그렇게 친해진 거야?”신유리는 서랍에 있는 타올을 꺼내더니 넋을 놓은 채로 그의 말에 대답했다. “우리 계속 친했어.”서준혁은 시선을 거두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원청아가 예약한 방은 스위트 룸이었다. 침대는 무척이나 컸고 거실에는 작은 소파도 놓여 있었다.그녀는 서준혁이 샤워를 끝낸 후에 바로 소파에서 잘 줄 았았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그는 웃옷을 벗은 채로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머리는 촉촉이 젖어있었고 쇄골에는 아직 닦이지 않은 물기가 남아있었다. 그 물방울들은 그의 피부를 따라 천천히 아래로 떨어지더니 결국 선명한 복근 사이로 사라졌다.서준혁은 자연스럽게 침대에 앉으며 신유리에게 타올을 던졌다. “닦아.” 그의 말투는 무척이나 간결했다.신유리는 그때 서류를 검수하고 있었다. 그 말에 그녀는 조금 얼어버렸다.잠시 후, 그녀는 타올을 받아 들더니 서준혁의 옆에 꿇어앉았다.신유리는 서준혁의 머리를 많이 닦아줬었다. 항상 서준혁이 머리가 아플까 걱정이 됐던 그녀는 그에게 먼저 제안을 했고, 몇 번 거절하던 그는 이내 그녀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두었다.하지만 그것도 아주 오래전의 일이었다.언제부터인지 서준혁은 더 이상 그녀보고 머리를 닦으라고 하지 않았다. 그녀의 집에서 야릇한 일을 하고 난 후에도 그는 항상 젖은 머리로 자리를 떠나곤 했다.신유리는 열심히 그의 머리를 닦아주었다. 그때 서준혁이 옆에 두고 있었던 핸드폰에 알림이 울렸다. 신유
하지만 곧이어, 서준혁은 바로 손을 거두었다. 눈앞에 있던 그림자가 사라지자 신유리는 미간을 조금 찌푸렸다.이내, 서준혁의 장난기 넘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가 너랑 자기라도 할까 봐?”그 말에 신유리의 속눈썹이 멈칫했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눈을 떴다.그녀가 서준혁에게 물었다. “그럼 뭐 하려 했는데?”무드 등 하나만 켜져 있어서인지 불빛은 조금 어두웠다. 그의 표정은 희미했고, 단지 차갑고 담담한 목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잘 거야.”“여긴 내 방이야.” 신유리는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따로 방 하나 더 잡아.”“번거로워.”그 말에 신유리는 움찔했다. 그녀는 등을 돌려 눈을 감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수면이 얕았다. 그 어떤 인기척도 그녀의 수면을 방해할 수 있었다.자정이 넘은 시각, 서준혁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고 날카로운 기계음이 귀를 때리기 시작했다.신유리는 인상을 찌푸리며 잠에서 깼고, 전화를 받고 있는 서준혁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두 사람은 같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래서인지 송지음의 무너진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준혁 씨, 지금 어디예요? 제일 병원으로 와주면 안 돼요? 아빠가 교통사고가 나서… 지금 긴급구조하고 있어요. 나 너무 무서워요.”그녀는 의식적으로 서준혁을 쳐다보았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있었다. “금방 갈게.”전화가 끊긴 후, 서준혁은 이마를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는 옷을 갈아입으며 신유리에게 명령했다. “성남 가는 비행기 티켓 한 장 예매해.”신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일 계약해야 해.” 그녀는 한참이 지난 후에야 입을 열었다.이번 계약은 화인에게 아주 중요한 건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에게 말했다. “돈 먼저 부쳐줘. 계약 다 하고 가면 되잖아.”그 말에 옷을 입고 있던 서준혁의 행동이 멈칫했다. 그는 그녀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신유리, 나 두 번 말하기 싫어.”화난 말투였다. 신유리는 이불
서준혁은 신유리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는 송지음의 손에 들린 가방을 받아 들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몰라. 일단 짐부터 올려놓자.”강운에서 성남으로 돌아왔을 때 그와 신유리가 유쾌하게 헤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지금 서준혁은 그녀에게 좋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송지음은 그의 말에 대꾸했다. 확실히 많이 피곤해 보이긴 했다. “유리 언니, 아빠가 아침에 금방 수술 끝내셔서 아직 중환자실에 있어요. 아직 면회는 안 돼요.” 그녀가 신유리에게 말했다.신유리는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고개를 숙이더니 그들에게 해명을 했다. “나 요양원에 가.”송지음은 그제야 상황을 알아차렸다. 그녀의 얼굴에 어색한 감정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죄송해요.”“그래.” 신유리는 그들을 스쳐 지나가더니 곧바로 요양원으로 다가갔다.몇 걸음이나 걸었을까, 그녀는 등 뒤에서 억울하게 서준혁을 원망하는 송지음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창피해 죽겠네. 왜 말 안 해줬어요?”서준혁이 작은 목소리로 뭐라 말했지만 신유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했다. 그는 짐을 들고 병원으로 들어갈 뿐이었다신유리는 거의 매달 한 번씩 요양원에 찾아왔다. 하지만 요즘에는 너무 바빠서 거의 두 달 만에 외할아버지를 찾아뵙게 됐다.신유리의 외할아버지는 은퇴한 선생님이었다. 그녀가 도착했을 때, 어르신은 나무 아래서 안경을 쓴 채로 신문을 보고 있었다.그녀의 모습에 어르신은 안경을 벗더니 허허 웃으며 말했다. “왔어?”신유리는 챙겨온 디저트를 그에게 건네주었다. “정심원 지나가면서 샀어요.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밤 양갱이에요.”“우리 유리, 말은 안 해도 다 기억하고 있었구나.” 외할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그는 나이가 지긋했고 사람들에게 인자한 인상을 주고 있었다.그는 신유리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그녀에게 물었다. “준혁이는? 또 바쁜가?”제일 처음에, 신유리가 서준혁과 사이가 나쁘지 않았을 때, 서준혁은 가끔씩 요양원에 찾아와 어르신을 챙기곤 했다.어르신의 생각은 그
”뭐 하는 거야?” 신유리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등 뒤에서 서준혁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그 말에 신유리는 인상을 찌푸렸다. “난 그냥 서류 수정하라고 말하러 온 거야.”“네가 쟤한테 서류를 수정하라고 한다고?” 서준혁의 말투에는 조롱이 조금 섞여 있었다. 그는 담백한 눈빛으로 신유리를 쳐다보았다.신유리는 바로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 신유리가 예전처럼 송지음을 부려 먹고 있다고 오해한 것 같았다.그녀는 조금 움찔거렸다. “이 서류, 송지음이 준 거야…”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송지음이 눈시울 붉히며 서준혁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녀가 낮고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준혁 씨, 유리 언니 탓이 아니에요. 요즘 아빠 일 때문에 너무 속상해서… 그래서 서류를 제대로 완성하지 못했어요.”입을 우물거리던 신유리는 결국 목젖까지 올라온 말들을 다시 삼켜버렸다.그녀는 서준혁을 쳐다보며 그가 입을 열기만을 기다렸다.“지음이 요즘 집에 일이 좀 있어. 무슨 문제 생기면 네가 먼저 처리해.” 결국 그는 차갑게 말 한마디를 던지며 송지음을 데리고 사무실로 들어갔다.신유리는 그 자리에 잠시 서 있더니, 이내 서류를 들고 사무실을 떠났다.오후, 신유리가 일부러 송지음의 트집을 잡아 그녀를 혼냈다는 사실이 회사 전체에 퍼지게 되었다.신유리가 화장실에서 들었을 때, 소문은 이미 신유리가 송지음 아빠가 사고 난 사이에 일부러 그녀를 괴롭혔다는 내용으로 버전이 업그레이드 되어있었다.소문 속의 송지음은 얌전하고 불쌍한 인턴이었고, 서준혁은 다정하고 세심한 대표였다. 그녀만 뻔뻔하고 못된 서브 여주의 명분을 가지고 있었다.그들은 마치 그 장면을 직접 본 것처럼 열정적으로 토론했다.신유리는 태연하게 화장실 문을 열었고, 아무 표정 없이 손을 씻고 자리를 떠났다. 남은 사람들은 어색함에 서로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자리로 돌아오자, 오전의 그 인턴은 다시 겁에 질린 얼굴로 그녀의 앞에 섰다. “유리 언니, 홍 주임님이 서류 빨리 달라고 재촉하세요.
신유리는 멈칫하더니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그녀는 의식적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서준혁을 쳐다보더니 입술을 오므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나 급한 일 있어. 당신들이랑 밥 먹을 시간 없어.”송지음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코를 훌쩍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서준혁의 옆으로 걸어갔다. 엄청 억울한 일을 당한 듯한 모습이었다.서준혁은 차가운 얼굴로 신유리를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숙여 송지음의 손을 확인했다.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마치 송지음을 달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디 다친 데는 없어?”그 말에 송지음은 고개를 흔들었다. “난 괜찮아요. 준혁 씨, 우리 이제 가요. 오늘 아빠한테 사골 가져다준다고 했잖아요.”말을 끝낸 후, 그녀는 자발적으로서 서준혁의 손을 잡으며 자리를 떠났다. 신 유리를 지나칠 때 특별히 그녀를 쳐다보기까지 했다.서준혁은 그렇게 송지음이 이끄는 대로 걸어갔다. 그는 걸음이 빨랐다. 하지만 송지음의 뒤를 따르는 그는 세심하게 속도를 늦춰 주었다.신유리 외할아버지의 상황은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 그냥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스쿠터에 스쳐 발목을 다친 것뿐이었다. 며칠 쉬면 괜찮아지는 부상이었다.걱정이 되었던 그녀는 외할아버지보고 입원하라며 고집을 부렸다. 의사에게 증명을 떼고 병원비를 지불하려던 그때, 그녀는 마침 엘리베이터 앞에서 서준혁을 만나게 되었다그는 혼자 그곳에 서 있었고, 손에는 보온병까지 들려 있었다.신유리의 모습에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네가 왜 여기 있어?”신유리는 움찔하더니 이내 손을 들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그녀의 말투는 무척이나 담담했다. “가족이 입원했어.”그녀는 항상 담담한 말투였다. 말에 엄청난 감정이 섞여 있지는 않았다.하지만 잠시 침묵을 지키던 서준혁은 피식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신유리를 쳐다보고 있었고, 검은 눈동자에는 냉랭함과 번잡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유리야, 요즘은 전처럼 재미없지는 않네.”신유리는 그의 말이 이해가 되지
신유리는 숨을 얕게 쉬며 제자리에서 있었다. 그녀는 한참이나 서준혁을 쳐다본 후에야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뱉어냈다. “예전에 약속했잖아. 우리 외할아버지 잘 보살펴준다고.”이건 아주 옛날의 일이었다. 그때 신유리는 처음으로 서준혁을 외할아버지에게 데리고 갔고, 그는 그녀가 얌전하게 자신을 따르기만 한다면 그녀의 외할아버지를 잘 보살펴주겠다고 말했었다.신유리는 말을 잘 들었고, 항상 얌전했다. 하지만 나중이 되자 서준혁은 인내심이 사라지고 말았다.그 말은 아주 오래된 말이었다. 서준혁이 과거를 한참이나 회상한 후에야 입을 열 정도로 오래된 말이었다. 그가 신유리에게 물었다. “내가 그런 말을 했었어?”그의 대답에 신유리는 고개를 숙였다. “기억 안 나면 그냥 못 들은 걸로 해.”“나가 봐. 시간 있으면 갈게.” 서준혁이 대답했다.그는 정확한 답을 알려 주지 않았고, 신 유리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퇴근할 때 그녀는 사무실에서 서준혁을 1시간이나 기다렸다. 하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병원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이미 저녁을 지나고 있었다.어르신은 금방 밥을 다 먹고 침대에 기대 책을 보고 있었다.신유리의 모습에 그는 책을 내려놓으며 그녀에게 관심을 표했다. “저녁은 먹었어?”비록 저녁을 먹진 않았지만 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대답했다. “먹고 왔어요.”그의 말에 어르신은 고개를 흔들며 책망이 섞인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유리야 할아버지 속이지 마. 네 얼굴색이 이렇게 안 좋은데. 저녁 안 먹은 게 분명해.”말을 끝낸 그는 더듬거리며 서랍을 열더니 안에서 케익 두 개를 꺼내 신유리에게 건네주었다. “오후에 학교 선생님들이 가져다준 거야. 일단 먹고 있어.”“맞다, 준혁이…” 그는 케이크를 신유리에게 건네주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 말에 신유리는 의식적으로 대답을 뱉어냈다. “준혁이 일 하느라 바빠요. 요즘 중요한 클라이언트가 있어서 다 야근하고 있거든요.”그 말에 어르신은 당황하고 말았다. 그는 신유리의 얼굴을 보며 엄
신유리는 눈썹을 찡그리며 무의식적으로 서준혁을 바라보았고, 서준혁은 대답할 생각 없이 그녀를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신유리는 그를 오래 따라다닌 만큼 서준혁의 눈빛만 보아도 그의 의도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지금 서준혁은 그녀가 스스로 해명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외할아버지도 눈썹을 찡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유리야?”신유리는 오른손을 움켜쥐었다. 그녀는 서준혁을 한 번 바라보고 눈을 내리깔고는 외할아버지에게 작게 얘기했다. “아주 오래전 일이에요.”말을 마친 신유리는 손에 힘을 풀고 손을 뻗어 캐리어를 끌었다. “먼저 모셔다 드릴게요.”그녀가 캐리어 손잡이를 잡기도 전에 서준혁이 캐리어를 낚아채어 끌고 갔다.그는 캐리어를 들어 신유리의 외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제가 들어드릴게요.”“오빠, 우리는 그럼 병실에서 기다릴게.” 송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그녀는 매우 예의 바르게 신유리의 외할아버지에게도 인사를 했다. “할아버님 감사합니다. 하루빨리 쾌차하시길 빌어요.”엘리베이터가 로비에 도착하자 신유리는 걸음을 멈췄다. “여기까지면 돼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손을 뻗어 캐리어를 챙겨 떠나려고 했다.서준혁이 말을 하기도 전에 신유리의 외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준혁아, 얘기 좀 하고 싶구나.”신유리가 눈을 살짝 찌푸리며, 핑계를 대려고 하던 참에 서준혁의 전화기가 울렸다.신유리가 그와 가까이 있어 발신인이 송지음인 것을 보았다.그녀는 시선을 한쪽으로 돌렸지만 서준혁은 자리를 피하지 않고 그대로 전화를 받았다. 신유리는 송지음이 말하는 것을 듣지 못했고, 서준혁이 ‘응’하고 대답하는 소리만 듣고 전화를 끊었다.그는 표정 변화 없이 신유리의 외할아버지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하지만, 지금 일이 생겨서 힘들 것 같습니다.”입으로는 죄송하다고 했지만 태도는 분명했다.신유리는 아래를 보며 캐리어를 건네받아 위층에서 내려왔고, 2분도 채 걸리지 않아 송지음이 그를 찾아와 있었다.그녀는 캐리어를 끌면서, 외할아버지
“신유리?” 우서진이 코웃음을 치며 약간 경멸하며 말했다. “걔 지금 옆방에서 오원영, 그 늙은이랑 같이 있는데. 너희들 그 늙은이가 어떤 인간인지 모르는군.”오원영은 성남 비즈니스계에서 다루기 어렵기로 유명한 사람으로, 능구렁이 같은 성격에 교활해 신유리가 벌써 다섯 잔도 넘게 마셨지만 그는 여전히 일과 관련된 얘기를 할 생각이 없었다.오히려 그녀에게 술을 따라주며,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유리 아가씨의 명성은 익히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이렇게 아름다우실 줄이야. 서대표는 정말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사실 신유리는 주량이 좋지 않아, 외부 접대자리에 도와줄 사람과 함께 다녔지만 오늘은 적합한 사람을 찾지 못했다.그녀는 술잔을 막고 싶었지만, 오원영이 기회인 듯이 그녀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유리 아가씨는 역시 젊어서 피부가 정말 좋으시군요.”신유리는 어지러움을 참고 손을 빼며, 불편한 마음을 참고 일어나 말했다. “죄송하지만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그녀는 술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워 세면대를 붙잡고 한참을 진정시킨 후에야 그 역겨운 느낌을 억누를 수 있었다.신유리는 화장실에서 나와 긴 호텔 복도를 매우 천천히 걸어갔다.오원영이 그녀의 몸을 보던 시선을 생각하니 속이 메스꺼웠다.복도의 방 하나를 지나가는데 문이 갑자기 열려 신유리와 방 안의 사람들의 눈이 마주쳤다.우서진은 신유리를 마주칠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 몸에서 술 냄새를 맡고는 무의식적으로 두 걸음을 물러섰다.신유리가 고개를 들어 그를 한 번 쳐다본 후 시선이 서준혁에게로 옮겨갔다.그녀가 입을 열어 얘기했다. “죄송합니다.”우서진이 전화를 받으러 그녀를 지나쳐가며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길 막지마”문 앞에는 신유리만 남아 어떻게 해야될지 몰랐다. 발이 바닥에 박힌 것처럼 제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안에서 누군가 “신유리.”라고 부를 때까지.신유리가 고개를 들어 누군가가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문 닫아.”그제야 정신을 차린 그녀가 말없이 문을 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