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371 - 챕터 1380

1383 챕터

제1371화

... 이토록 당장이라도 질식할 것 같은 느낌... 장소월은 처음이 아니었다.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떠보니 팔짱을 낀 채 문틀에 기대선 강용이 보였다. 언제부터 그곳에 서 있었는지 모를 그를 향해, 장소월은 심호흡을 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언제 왔어? 소리도 없이!” 강용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바람 때문에 문이 열렸더라고. 소리가 들려서 와봤어.” “그럼 현아는?” 강용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걔 걱정은 안 해도 돼. 돼지처럼 쿨쿨 자고 있어.” 장소월의 말투가 바로 차갑게 가라앉았다. “강용!” “알았어, 알았어. 최대한 참아볼게. 하지만 말인데, 너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설마 정말 아이까지 낳게 하려고? 나중에 결국 우리 둘 중 한 명이 키울 거잖아. 소현아 한 명 데리고 다니는 것도 충분히 부담스러운데.” 장소월이 말했다. “그 아이는 현아의 목숨, 더 나아가 소씨 가문의 운명까지 구할 수도 있어.” 강용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무슨 뜻이야?” “강지훈은 전연우보다 더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사람이야. 전연우라면 어쩌면 살아남을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겠지만, 강지훈은 가차 없이 죽여버릴 거야. 그 누구에게도 자비를 베풀어 살길을 열어주지 않거든. 혹시 어느 날 현아가 실수를 저질렀을 때, 어쩌면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한 번 용서해줄지도 몰라.” “하지만 강지훈이 아예 아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건데? 소현아와 배 속 아이 모두 화를 입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어?” 장소월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생각도 했어.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저 도박을 해보는 수밖에 없어. 강지훈이 현아를 마음에 두고 있을 거라고 말이야. 그러면 현아를 해치지 않을 테고, 아이는 더더욱 무사할 수 있을 거야. 어쨌든 그 아인 강지훈의 핏줄이잖아.” “강지훈은 승부욕이 센 사람이라 전연우와 겨루는 걸 좋아해. 전연우에겐 아이가 있는데 그 사람에겐 없잖아. 그래서 좀 더 확신하게 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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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2화

장소월은 장을 보러 시장에 나갔다가, 1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 강용은 이미 부엌에서 재료를 손질하고 있었다. 그녀는 문 앞에서 잠시 동안 안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강용이 직접 요리하는 날이 올 줄은 정말이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오전에 했던 말 때문인지, 강아지 그림이 그려진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그의 모습이 어쩐지 모르게 우스꽝스러웠다. 이런 평온한 날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계속 그녀 곁에 있는 것은 강용에겐 그저 시간 낭비일 뿐이다. 강용이 문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말했다. “보고 싶으면 가까이 와서 봐.” “그렇게 몰래 훔쳐보지 않아도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는데.” 장소월이 안으로 들어가 손에 들고 있던 식재료를 내려놓자, 강용은 자연스럽게 받아들고 씻기 시작했다. 그는 정말 계속 그녀 곁에 머물 생각인 걸까? “무슨 생각해?” “아무것도 아니야.” ‘됐어. 그런 건 나중에 다시 생각하자.’ 강용이 팔을 걷어 올려 팔뚝을 드러내며 말했다. “장소월, 경고하는데 또다시 날 버리고 떠날 생각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런 적 없어.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그 말이 사실이어야 할 거야. 그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장소월은 간단하게 몇 가지 요리를 했다. 현아는 임신한 몸이라 충분한 영양을 보충해줘야 하기에 족발과 백숙도 준비했다. 사방이 사막으로 둘러싸인 이 척박한 환경에서 이런 재료를 구했다는 건 여간 운 좋은 일이 아니었다. 평소에는 미리 예약을 해야만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남원 별장. 전연우는 회사 일에 완전히 손을 떼고 모두 기성은에게 일임했다. 서재에서 전연우가 별이를 무릎에 앉히고 글자를 가르치고 있었다. 시간은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간다. 눈 깜짝할 사이에 별이는 벌써 세 살이 되어가고 있었다. 기성은이 물었다. “대표님, 돌아가지 않으시겠습니까?” 별이는 전연우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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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3화

전연우는 깨어났고, 아무런 탈 없이 병원에서 퇴원했다고 한다. 대형 스크린에는 그의 뉴스가 쉴 새 없이 보도되고 있었다. 그중에는 전연우가 성세 그룹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고, 회사 전체를 기성은에게 넘겼다는 소식도 포함되어있었다! 처음에는 강용의 말을 믿지 않았다. 성세 그룹... 수많은 사람들의 시체를 짓밟고 올라선 그 자리를 지금 순순히 다른 사람에게 넘겨준다고? 그렇다면 과거 그가 했던 모든 것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장소월의 얼굴이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해졌다. 그녀의 변화를 눈치챈 강용은 그녀를 데리고 옆으로 빠져나와 양손으로 어깨를 붙잡았다. “더는 그놈 생각하지 마! 지금 삶이야말로 네가 원하던 거 아니었어? 네가 어떻게 도망쳐 나왔는데! 설마 다시 그놈 곁으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지?” 장소월은 시선을 다른 곳에 고정한 채,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그럴 리가.” “얼른 돌아가자. 우리가 오랫동안 안 보이면 현아 걱정할 거야.” 장소월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앞으로 걸어갔다. 전연우가 무사하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그녀의 마음속에 온갖 감정들이 뒤섞여 피어올랐다. 공포, 두려움, 안도감, 그리고 안타까움... 그녀는 전연우가 아니다. 당시 그녀는 분명 전연우를 죽일 생각이었지만 결국 하지 못했다. 어쩌면 전연우의 말처럼, 그녀는 영원히 약해빠진 마음을 극복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나약함 때문에 도리어 자신이 화를 입을 수도 있다.불안한 한 달이 흘러갔다. 그 시간 동안, 장소월은 그의 소식을 다시 들을까 봐 두려워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않았다. 소현아의 배는 점점 더 불러왔고, 병원 검사 결과 이란성 쌍둥이로 판명되었다. 남자아이 한 명과 여자아이 한 명 모두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그녀의 식사량도 점점 늘어났다. 소현아는 사과를 우적우적 씹으며 위층에서 허둥지둥 뛰어 내려왔다. “큰일 났어, 큰일 났어... 강용, 소월이가 없어졌어.” 강용은 즉시 소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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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4화

“아니요. 저희가 새로 고용한 요리사 딸입니다. 와이프가 전 재산 다 훔쳐서 도망갔다고 하더라고요. 돈 한 푼 없이 저희 가게에 와서 일자리를 구하길래, 딱한 마음에 거둬서 일을 시키고 있어요. 다른 건 몰라도 요리 솜씨는 정말 일품입니다. 저녁에는 바깥에 나오기 싫으신 손님들을 위해 야식 배달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가정식 요리는 뭐든 다 가능합니다.” “아기 안아 보셔도 돼요.” 장소월은 손목을 만지작거리고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저 팔이 안 좋아서요. 떨어뜨릴까 봐 겁나요.” “아... 엄마...” “안아...” 장소월은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네 엄마가 아니야. 이름이 뭐니?” “태명은 월이라고 하더라고요. 밤에 태어나서 대충 그렇게 지었대요.” 월이라고? 정말 우연인 걸까? 띵. “국수 나왔습니다.” 낯선 목소리였다. 장소월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요리사의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짧게 자른 머리, 그리고 뒷모습이 그와 너무나 닮아 있었다. 장소월의 눈동자에 순간적으로 공포가 피어올랐다. “아가씨, 국수 나왔습니다.” “저... 저 안 먹을래요.” 장소월은 그 한 마디를 남기고 황급히 몸을 돌려 뛰쳐나갔다. “이봐요. 아가씨, 돈도 이미 내잖아요.” 장소월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 앞만 보고 뛰어갔다. 사장이 쫓아 나가 보니, 그녀는 한 민박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참나, 내가 이 가게를 10년 넘게 운영해왔지만, 요리사 보고 도망가는 사람은 처음이야.” 사장은 투덜거리며 커튼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냄비를 씻고 있는 덩치 큰 남자를 보며 탁자를 툭툭 두드렸다. “당장 저 국수 조금 전 아가씨한테 갖다 줘. 국수가 불어서 내 가게 체면 떨어지면, 월급 제대로 못 받을 줄 알아.” 강용은 장소월을 찾아 나서려던 참에 막 국숫집에서 돌아온 그녀를 발견했다. “아가씨, 무슨 일이야? 대낮에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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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5화

장소월이 말했다. “고마워.” 그녀는 간단히 대답을 마치고 차갑게 몸을 돌렸다. 강용이 탁자 위에 국수를 올려놓았다. 장소월은 젓가락을 들었다가, 국수 위에 떠 있는 파를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강용은 재빨리 그릇과 젓가락을 가져와 그녀 옆에 앉았다. “너 많이 못 먹잖아. 남은 건 내가 처리해줄게.” 소현아가 어느새 냄새를 맡았는지 위층에서 내려와 킁킁거리며 말했다.“음! 맛있는 냄새! 소월아, 뭐 먹고 있어? 나도 먹을래.” “바보야, 정신 차려! 겨우 국수 한 그릇인데, 세 명이서 나눠 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소현아가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나는 조금만 먹을게.” 소현아는 얼른 달려가 젓가락을 가져왔고, 그렇게 두 사람 모두 장소월 옆에 바싹 붙어 앉았다. 강용이 말했다. “국물만 좀 남겨줘.” 소현아가 말했다. “나도 국물.” “파 싫으면 나한테 줘.” “파 싫으면 나한테 줘.” “바보야, 남의 말은 왜 따라해!” 소현아는 입술을 삐죽이며 장소월에게 일렀다. “소월아, 얘 나한테 욕했어. 그러니까 얘한테 면 좀 조금만 주고 나한테 많이 줘.”장소월이 말했다. “그래. 내 국수 나눠줄게.” “역시 소월이가 최고야!” 건너편 국숫집 안, 남자가 아이를 안고 있었다. 별이는 긴 머리 가발을 쓰고 여자아이 변장을 하고 있어 본래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그 사람이 딸을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앞으로 넌 계속 이런 모습으로 지내.” 별이는 손으로 유리를 긁으며 작은 얼굴 전체를 유리에 바짝 붙인 채 조용히 맞은편 집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어눌한 발음으로 옹알거리고 있었다. “엄마...”“괜찮아, 곧 만나게 될 거야.” “소월아...” 장소월은 등 뒤에서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줄곧 지워지지가 않았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만 있을 뿐 다른 특별한 점은 전혀 없었다. 최근 예민함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런 걸까. 세 사람은 국수 한 그릇을 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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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6화

분명 그녀가 잘못 생각한 것이다. 정말로 전연우라면 저토록 자신의 격을 떨어뜨리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았을 테니까. 밤 8시 30분, 강용은 갑자기 확인하려는 충동이 생겼는지 야식을 먹으러 건너편 국숫집으로 향했다. 이 시간대에는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 꽤 많았다. 사막 근처라 일교차가 커서 낮에는 반팔을 입고 다녔지만, 밤에는 목도리를 둘러야 했다. 장소월은 니트 롱스커트와 옅은 색 코트 차림에, 목에 두른 목도리로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었다. 이곳으로 여행 온 한국인들도 꽤 있었지만, 대부분은 반년 이상 머무른 주민들이었다. 가게 밖에선 손님들이 작고 낮은 의자에 앉아 야식을 즐기고 있었고, 그 옆에선 사장이 기타를 들고 이곳 민요를 부르고 있었다. 장소월은 거의 6개월 동안 이곳에 머물렀기 때문에 간신히 조금 알아들을 수 있었다. 공기 중에는 꼬치구이를 만들 때 피어오른 짙은 연기가 매캐하게 떠다니고 있었다. 소현아는 임신 중이라 이런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은 몸에 해롭기 때문에 따로 국수 한 그릇을 주문해 주었다. 장소월은 또다시 낮에 주문했던 만둣국을 시켰다. 가게에는 종업원이 한 명, 요리사가 두 명 있었다. 만둣국이 나오자 장소월은 만두를 한 입 먹어 보았다. 착각일 수도 있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한 맛이 느껴졌다. 강용이 물었다. “왜 그래? 맛이 없어?” 장소월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그럼 말해 봐. 내가 만든 거랑 이것 중에 뭐가 더 맛있어? 말 잘해. 아니면 다신 안 해줄 거야.” 장소월은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네가 만든 게 더 맛있어.” “그래야지.” “다 못 먹겠으면 나한테 줘. 먹던 거라도 상관없어.” 이 만두의 맛, 그리고 안에 들어간 속 재료까지, 전생에 그녀가 만들었던 만두와 너무나도 똑같았다. 거의 다 먹어갈 때쯤, 갑자기 앞 테이블에 있던 술 취한 남자 두 명 사이에 다툼이 일어났다. 주먹까지 오가기 시작하자 사장이 재빨리 달려가 말렸다. 결국 두 사람 싸움은 패싸움으로 번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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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7화

강용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태연하게 서 있는 남자를 쳐다보며 물었다. “당신은 이런 상황에서 별로 놀라지도 않는 것 같네요!” “손님들 여기 온 지 얼마 안 되죠? 아까 싸움을 벌였던 놈들은 이 지역 갱단이에요. 그놈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부정당한 수단으로 돈을 벌어놓고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싸움이 벌어진 거더라고요. 이곳 밤은 위험하니까 함부로 나오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장소월은 시선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연고를 꺼내 등에 나 있는 상처에 바르고 있었다. 강용이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아세요?” “귀로 들었죠.” 그의 등에는 커다란 화상 자국 두 군데가 더 있었다. 장소월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제가 도와드릴까요? 아까는 제가 신세를 졌어요.” 그는 차갑게 거절했다. “됐어요. 당신들 같은 외지인들은 알아서 몸조심이나 하세요.”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었다. 조금 전 난동을 부린 사람들은 이미 경찰차에 태워져 있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나가 경찰들과 현지 방언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소현아는 무서움에 딸꾹질을 하며 장소월의 뒤에 몸을 숨겼다. “소월아, 저 사람들 뭐라고 하는 거야?” 장소월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우리가 무슨 잘못을 저지르진 않았는지 묻는 것 같아. 저 사람이 우리를 대신해 설명해 주고 있어.” 바깥에 있던 가게 사장도 구급차에 실려 갔다. 시끄러움이 가라앉은 뒤 문밖에 나가보니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바닥엔 핏자국이 흥건했고, 아까 총을 맞은 사람의 허연 뇌수까지 흩뿌려져 있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는 광경이었다. 경찰들이 떠나자 그가 몸을 돌려 말했다. “이제 돌아가도 돼요.” 이어 그는 부엌에서 양동이를 들고 밖으로 나가 핏자국을 씻어내기 시작했다. 장소월은 그의 분주한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그녀의 느낌이 틀린 걸까? 그래. 오만하기 그지없는 전연우가 어떻게 저런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그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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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8화

“와, 이 아이 정말 귀여워. 소월아, 빨리 봐봐. 나도 나중에 딸 낳고 싶어. 매일 예쁘게 꾸며주고... 우리 세 명이서 같이 쇼핑도 다니자. 강용은 아빠, 나는 엄마, 소월이도 아기 엄마가 되는 거야.” 거의 정리가 끝나갈 무렵, 강용이 손을 툭툭 털며 말했다. “꿈이 아주 야무지네.” 장소월은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치며 우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가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자 그녀는 아이를 달래주고 싶은 마음에 팔을 뻗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이 아직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그녀를 막아서며 소리쳤다. “만지지 말아요.” 장소월은 깜짝 놀라 재빨리 손을 움츠렸다. 그가 부엌에서 국수 네 그릇을 들고 나와 탁자 위에 놓았다. “애가 낯을 많이 가려서요.” 소현아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왠지 소월이를 좋아하는 것 같았어요! 엄마라고 부르기까지 하던데.” “참, 아저씨, 이름이 뭐예요?” 그가 대답했다. “손이준이에요.” 강용이 물었다. “한국인이에요?” “사정이 있어 한국을 떠나 이곳에 정착했어요.” 소현아가 또 물었다. “그럼 아기 엄마는 어디 갔어요?” 고개를 젓는 장소월을 본 소현아는 맹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씹으며 중얼거렸다. “소월아, 왜 그래? 아, 알겠다. 이런 걸 물어보면 안 된다는 거지!” “아저씨, 대답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예의가 없었어요.” 강용이 손을 들어 소현아의 머리를 가볍게 톡 쳤다. “너 정말 바보구나.” 그는 아이를 안아 올리고 숨김없이 대답했다. “아내가 돈 들고 도망갔어요.” 강용은 얼굴을 감싸 쥐었다. 소현아는 동정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저씨, 정말 딱하시네요!” “아기도 너무 불쌍해요. 이렇게 어린 나이에 엄마를 여의다니.” 손이준이 말했다. “미안함의 의미로 국수를 끓였어요.” 장소월이 바로 말했다.“괜찮습니다.”하지만 소현아는 잔뜩 들뜬 얼굴로 손뼉을 쳤다. “좋아요, 좋아요.” 강용이 삐딱하게 물었다. “그렇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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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9화

별이는 몸을 기울여 장소월에게 팔을 뻗으며 옹알거렸다.“엄마... 안아...”“저 아이 참 신기해요. 낯도 안 가리고 저한테 엄마라고 부르네요”가짜 손이준 행세를 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전연우였다. 그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어렸을 때 병을 앓아서 뇌 손상이 좀 있었어요. 신경 쓰지 말아요.” 장소월은 가슴이 저릿해졌다. 그녀는 손을 뻗어 아이의 얼굴을 어루만지고는 휴지로 입가에 묻은 기름을 닦아주었다. “다시 엄마를 찾아줄 생각은 안 해봤어요? 지금은 너무 어려서 보살펴줄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야 아빠도 덜 힘들 텐데요.” “그 사람 돌아올 겁니다.” 국수를 먹고 있던 강용은 그 말에 사레가 들려 연이어 재채기를 했다. 장소월이 그의 등을 토닥여주자 소현아도 그녀를 따라 강용의 등을 두드렸다. 장소월이 말했다. “천천히 먹어.” 소현아도 똑같이 말했다. “천천히 먹어.” 강용은 그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대단한 사랑이네요.”장소월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강용.”“알았어. 입 다물게.” 장소월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 먹었지? 시간이 늦었어. 이만 돌아가자.” “만둣국 잘 먹었습니다. 강용, 식삿값 드려.” 다른 두 사람도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강용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돈을 더 얹어 주었다. “힘내세요, 형님.” 그들이 떠난 후, 전연우는 아이를 내려놓았다. 조금 전까지 신이 나 방긋방긋 웃던 별이는 곧바로 서러운 표정으로 울어대기 시작했다. “엄마...” 전연우가 말했다. “엄마는 곧 우리 곁으로 돌아올 거야.” 그녀는 국수엔 거의 손대지 않고 만두만 모두 비웠다. 전연우는 그녀가 남긴 국수를 남김없이 모두 먹어치웠다. 장소월은 집에 돌아온 뒤 두 사람에게 말했다. “강용, 차표 예매해. 여긴 안전하지 않은 것 같아. 더 이상 머물러서는 안 돼.” 소현아는 졸린 듯 눈을 비볐다.“우리 가는 거야? 어디로 가는데?” 장소월이 대답했다. “난 어디든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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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0화

거리에는 아직 적잖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그때 밤 열두 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장소월에게는 마치 죽음의 문턱을 넘는 것과 같은 소리였다. 전생에서 그녀는 이 종소리와 함께 병상에서 죽음을 맞이했었다. 시곗바늘이 자정을 지나는 순간, ‘펑’ 한 줄기 불꽃이 피어올랐다. 이어 연이어 폭죽들이 터지며 찬란하게 하늘을 수놓았다. 깜빡 잊고 있었다. 오늘은 불꽃 축제를 하는 날이라는 걸. 보아하니 오늘도 잠 못 이루는 밤이 될 것 같았다. 복도에서 잔뜩 들뜬 소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월아, 소월아, 빨리 봐, 불꽃 놀이한다.” “정말 예뻐!” “와, 강용, 빨리 봐. 여기 불꽃놀이 서울에서 하던 거랑 비슷하게 예뻐.” “우리 밖에 나가서 놀면 안 돼?” 강용은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 문틈으로는 불빛이 새어 나오지 않고 있었다. 잠들었나? 장소월은 창문을 닫고 커튼을 친 뒤 욕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 그리고는 침대에 앉아 탁자 위에 놓인 수면제를 바라보다가 결국 집어 들었다. 평소에는 두 알을 먹었지만, 지금은 네 알을 먹어야 한다. 이미 내성이 생겨 두 알로는 효과를 볼 수 없었으니 말이다. 약을 삼키자 금세 졸음이 밀려왔다. 얇은 커튼 밖으로 불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밤새도록 이어질 줄 알았던 불꽃놀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끝이 났다. 그렇게 거리는 이전의 평온함을 되찾았다. 소현아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왜 이렇게 빨리 끝나는 거야. 하나도 안 예뻤어. 이제 잘 거야.” “강용, 잘 자.” 강용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바보.” 이어 그는 팔짱을 낀 채 차가운 표정으로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냉담한 태도에도 소현아는 신나는 듯 폴짝폴짝 뛰며 방으로 돌아갔다. 조금 전 강용이 그녀에게 웃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녀를 싫어하지 않는 게 분명하다. 소현아는 천진난만한 눈으로 임신 4개월 된 둥그런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가, 태어나면 아빠랑 만날 수 있을 거야. 엄마는 두 명이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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