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374화

Author: 차라
“아니요. 저희가 새로 고용한 요리사 딸입니다. 와이프가 전 재산 다 훔쳐서 도망갔다고 하더라고요. 돈 한 푼 없이 저희 가게에 와서 일자리를 구하길래, 딱한 마음에 거둬서 일을 시키고 있어요. 다른 건 몰라도 요리 솜씨는 정말 일품입니다. 저녁에는 바깥에 나오기 싫으신 손님들을 위해 야식 배달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가정식 요리는 뭐든 다 가능합니다.”

“아기 안아 보셔도 돼요.”

장소월은 손목을 만지작거리고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저 팔이 안 좋아서요. 떨어뜨릴까 봐 겁나요.”

“아... 엄마...”

“안아...”

장소월은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네 엄마가 아니야. 이름이 뭐니?”

“태명은 월이라고 하더라고요. 밤에 태어나서 대충 그렇게 지었대요.”

월이라고? 정말 우연인 걸까?

띵.

“국수 나왔습니다.”

낯선 목소리였다.

장소월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요리사의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짧게 자른 머리, 그리고 뒷모습이 그와 너무나 닮아 있었다. 장소월의 눈동자에 순간적으로 공포가 피어올랐다.

“아가씨, 국수 나왔습니다.”

“저... 저 안 먹을래요.”

장소월은 그 한 마디를 남기고 황급히 몸을 돌려 뛰쳐나갔다.

“이봐요. 아가씨, 돈도 이미 내잖아요.”

장소월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 앞만 보고 뛰어갔다. 사장이 쫓아 나가 보니, 그녀는 한 민박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참나, 내가 이 가게를 10년 넘게 운영해왔지만, 요리사 보고 도망가는 사람은 처음이야.”

사장은 투덜거리며 커튼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냄비를 씻고 있는 덩치 큰 남자를 보며 탁자를 툭툭 두드렸다.

“당장 저 국수 조금 전 아가씨한테 갖다 줘. 국수가 불어서 내 가게 체면 떨어지면, 월급 제대로 못 받을 줄 알아.”

강용은 장소월을 찾아 나서려던 참에 막 국숫집에서 돌아온 그녀를 발견했다.

“아가씨, 무슨 일이야? 대낮에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그래?”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화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장소월, 31세, 암으로 사망.서울 강남병원, 소독수 냄새가 코를 찌른다.「연우야, 오늘 의사선생님이 투석한다고 주사를 놓아주셨는데 너무 아팠어.」「나 곧 죽어. 보러 와 줄 거지?」「제발, 연우야...」장소월이 힘겹게 머리를 돌려 전화기의 메시지 창을 보고 있다. 메시지를 몇 개나 보냈건만 감감무소식이었다. 전연우는 여전히 답장이 없었다...그녀의 손에는 링거 바늘이 꽂혀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몸은 뼈만 남아 앙상했고 두 눈은 안쪽으로 푹 꺼져 있었다.사지는 이미 암 후유증으로 인해 썩어가고 있었다.몸을 까딱할 수 없었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책임 간호사도 거의 보름 너머 와보지 않았다.원인: 더 이상 치료해도 의미 없음.그녀는 사실 엄살이 많았고 아픈 걸 끔찍이 무서워했다. 암 말기라 그녀는 매일 고통에 시달렸고 전연우에 대한 사랑만이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는 이유였다.하지만 이 넘쳐나던 사랑이 메말라가자 그녀에게 남은 건 뼈만 남은 몸뚱이였다.장소월은 전화기를 꺼버리고 조용히 죽기를 기다렸다.고통으로 그녀는 의식이 흐릿해졌다. 씁쓸하게 느껴졌다. 안 깐 힘을 다해 전연우와 결혼했고 8년간 그녀는 최선을 다해 좋은 아내가 되려 했다. 모든 걸 다 바쳐 그 사람 곁을 지켰는데 그녀가 얻은 건 무엇인가?사람들은 하나 둘 그녀의 곁을 떠났고 가난 외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그녀가 죽으면 제일 기뻐할 사람이 전연우다. 이제 그는 자유의 몸이다. 더 이상 징그러운 그녀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된다.전연우, 드디어 소원대로 송시아와 결혼할 수 있다.8개월 전.전연우의 생일날,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장소월은 소파에 앉아 그가 돌아오길 기다렸다.테이블 위 그녀가 정성껏 차린 음식들도 이미 차갑게 식어갔다.기다리던 전연우는 오지 않고 비서가 이혼서류를 가져왔다. 비서가 싱겁게 입을 열었다.“사모님, 사장님도 별다른 방법이 없어요. 이렇게 큰 전 씨 집안 산업을 누군가는 물려받아야 되잖아요.”장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2화

    새벽 12시.장소월이 악몽에 놀라 벌떡 몸을 일으킨다. 이마엔 땀이 맺혀있다.순간 익숙한 소독제 냄새가 코끝에 스친다. 그녀가 제일 싫어하는 냄새다.장소월은 잠시 멍해졌다. 죽은 거 아니었나?왜 아직 살아있는 거지?‘탈칵’하는 소리와 함께 깜깜했던 병실이 밝아졌다. 눈부신 불빛에 그녀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악몽이라도 꾼 거야?”긴 다리로 침대 곁에 다가왔다. 큰 체구가 그녀의 왜소한 몸에 비친 빛을 막아주기엔 넉넉했다.“전...전연우?”장소월이 머리를 들어 뼈속까지 증오하는 그 남자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놀라움에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다가오지 마!”왜 또 이 악마의 곁으로 돌아온 걸까?그녀는 본능적으로 거부하며 뒤로 물러선다.장소월의 머리는 지금 복잡하기 그지없다. 전연우를 본 순간 크나큰 두려움과 절망이 몰려와 숨이 막혔다.전연우가 멈칫한다. 이내 가느다란 눈은 차가움으로 가득 찬다. 불쾌한 듯 그녀를 쳐다보았고 잘생긴 얼굴이 어두워졌다.“의사 불러줄게.”남자의 차가운 저음이 칼처럼 위험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문이 쾅 하고 닫기고 나서야 장소월도 긴장이 풀렸다.남자가 떠난 후 방안에 떠돌던 강렬한 압박감도 사라졌다. 장소월은 황급히 이불을 걷어냈다. 순간 째질듯한 아픔이 손목에 전해졌다.손목을 보니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 손목을 그은 건가?장소월은 아픔을 견디면서 다른 한 손으로 침대맡의 테이블에서 구식 전화기를 들어 달력을 찾아보았다.시간을 본 순간 장소월은 너무 놀란 나머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지금은 무려 2000년, 그녀가 18살 되던 그해였다.장소월은 기억을 떠올리려고 애썼다. 그녀는 지금 입원 중이고 손목을 그어 전연우를 협박해 고백을 받아달라는 중인 것 같았다.전연우는 장소월이 10살 되던 해에 장해진이 밖에서 데려온 양자였다.장소월이 그를 사랑한다고 느끼게 된 건 그녀가 15살 되던 해 집에서 키우던 티베탄 마스티프가 갑자기 실성해 그녀한테 달려들어 물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3화

    장소월이 가볍게 숨을 들이쉬고는 전연우에게 웃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오빠, 미안해. 전에는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어! 내가 잘못했어. 그렇게 오빠를 궁지로 내몰면 안 되는 거였는데. 이제 깨달았어. 앞으로도 꼭 기억할게. 오빠는 오빠일 뿐이라고.”난리를 피우지도 떼를 쓰지도 않았다. 너무나도 평온한 나머지 아무런 생기 없는 인형 같았다.전연우의 어두운 눈동자가 빛나더니 얇은 입술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비웃음이었다. 그녀의 새로운 수작인 건가?전연우가 입을 열었다.“알았다니 다행이네. 밤새우지 말고 얼른 쉬어. 내일 데리러 올게.”그러고는 어른처럼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장소월은 피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고 수긍하는 듯 머리를 끄덕였다.돌아선 전연우의 눈에 부드러움은 찾아볼 수 없었고 차가움만이 남아 있었다.병실에서 나온 전연우는 주머니에서 하얀 손수건을 꺼내 장소월을 만졌던 손을 닦았다.엘리베이터 앞까지 걸어간 그는 옆에 놓인 쓰레기통에 손수건을 던졌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전연우가 지하 주차장으로 가는 버튼을 누른다.아우디 한 대가 라이트를 킨 채로 있다. 조수석에는 긴 파마머리를 한 여인이 앉아있다. 섹시한 옷차림에 손에는 담배가 들려있다. 야릇한 붉은 입술은 담배연기를 뿜어냈다.여자의 시선은 차에 타는 남자의 잘빠진 몸을 따라 움직였다.“잘 달래줬어?”전연우가 차에 올라 안전벨트를 했다. 그의 눈에 역겨움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곧이어 여자의 손에 들린 담배를 뺏아 창밖으로 던졌다. 그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시는 내 차 안에서 담배 피우지 마.”여자가 매혹적으로 웃어 보이더니 다리를 꼬았다.“안 피면 어린 아가씨 향수 냄새를 어떻게 덮어.”아이라인을 그린 예쁜 눈이 차 안에 놓인 핑크색 향수병으로 향한다. 거기엔 글자가 쓰여있는 스티커도 붙여져 있었다: 장소월 전용 좌석.그녀가 살짝 웃어 보이더니 말한다.“18살밖에 안되는 여자애가 점유 욕은 굉장히 강하단 말이야. 왜? 장가에 데릴 사위로 들어갈 생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4화

    택시에 탄 지 한 시간쯤 지나 장가 별장 앞에 멈춰 섰다.장소월은 집으로 들어가 신발을 바꿔 신었다. 아줌마가 그 모습을 보더니 인츰 다가왔다.“아가씨, 왜 혼자에요? 연우 도련님이랑 같이 들어오시는 거 아니었어요?”아줌마는 아직 많이 젊었고 주름이 많지는 않았다.장소월은 대뜸 아줌마를 꼭 끌어안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녀를 친자식처럼 아껴준 사람은 아줌마뿐이었다.그러나 뒤에는 전연우가 강제로 전가에 남겨 그와 송시아를 모시게 했다.“아줌마, 너무 보고 싶었어.”“어... 저기... 아가씨, 왜 그래요? 혹시 아직 다 안 나으신 건가요?”아줌마가 장소월을 밀어내더니 걱정스레 손을 그녀의 이마에 갖다 댔다.괜찮은 거 같은데?아줌마는 오늘 장소월이 약간 이상해 보였지만 딱히 뭐라 표현할 수는 없었다.“아니 그냥 안아보고 싶었어.”“이제 막 들어왔는데 배 안 고파요? 죽 끓여놨는데 얼른 오세요.”“입맛 없어, 그냥 올라가서 좀 잘래. 점심때 다시 불러줘!”밤을 꼬박 새우고 차를 탔더니 머리가 조금 어지러웠다.“아 맞다, 아가씨, 아까 회장님 전화 오셨는데 집 들어오시면 다시 전화 달라고 했어요. 아가씨한테 하실 말씀이 있어 보였어요. 그리고 이건 회장님 출장 가시기 전에 아가씨께 전달하라고 하신 거예요.”장소월은 실버 쇼핑카드를 건네받고는 머리를 끄덕인다.“응”장해진이 전연우 대신 그녀에게 주는 보상인가?장해진이 무슨 말을 꺼낼지 장소월은 알고 있었고 담담하게 전화를 걸었다.장해진에 대한 그녀의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는 확실히 좋은 아버지였다. 하지만 그것도 허울뿐이었다...그는 사실 좋은 아빠가 아니었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장해진이 늘 가업을 물려받을 아들을 갖고 싶어 했다는 것을. 하여 많은 애인을 두고 있었지만 그중 누구도 아들이나 딸을 낳지는 못했다.그래서 결국 전연우를 입양한 거다.나날이 커가고 있는 딸은 장해진에게 정략결혼의 도구일 뿐이었다.이익을 위해서라면 장해진은 수단을 가리지 않았고 자신의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5화

    장소월은 저녁을 먹고 일찍 잠에 들었다. 자기 전 그녀는 따듯한 우유 한 잔을 마시곤 했는데 오랫동안 고치지 못한 습관이었다.얇은 커튼 밖 어둠은 유난히 짙었다. 한줄기 라이트가 창문으로 비쳐들었다.타이어가 땅에 마찰되면서 나는 소리가 시끄럽게 귀청을 때렸다.전연우의 아우디 A6은 장해진이 회사에서 그에게 상으로 준 새 차였다.차에서 내려 현관으로 들어왔고 손에 든 차 키를 내려놓았다.날카로운 눈빛으로 한번 훑었지만 익숙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전에는 항상 가냘픈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 무미건조한 드라마를 보는 누군가가 있었건만 지금은 텅 비어 있었다. 테이블도 평소처럼 간식이 널브러져 있지 않고 깨끗했다.전연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아줌마가 주방에서 나왔다.“연우 도련님, 저녁 식사하셨나요?”“소월이는?”전연우가 묻는다.“아가씨는 몸이 불편하시다면서 일찍 잠에 드셨어요.”“올라가서 한번 볼게.”전연우가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어려있었다. 계단을 세 개쯤 올라가더니 발걸음을 멈추고는 말했다.“내일 점심에 윤이 돌아오니까 윤이 좋아하는 음식 몇 개 더 하고.”“네, 알겠습니다, 연우 도련님.”아줌마가 답한다.3층에 도착한 전연우, 손잡이를 돌렸지만 전처럼 열리지 않았다.안에서 잠군 것이다.전연우의 미간이 구겨졌다. 그와 장소월의 방은 모두 3층에 있었고 장해진의 방은 2층이었다. 2층은 평소에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고 4층은 윤이가 단독으로 쓰고 있었다.예전 같았으면 그는 장소월의 방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었고 안에서 잠근 적은 없었다.하지만 이번만큼은 그의 예상을 벗어났다. 장소월이 진짜 그에게서 마음을 거둔 것일까?전연우는 문을 두드렸다.“소월아, 자?”악마의 노크 소리에 정소월은 이불 속에 몸을 감추고 귀를 틀어막았다. 대꾸하기가 싫었다.사실 아까 전연우가 차를 끌고 돌아올 때부터 그녀는 소리를 듣고 깨어있었다.전연우는 밖에 집을 하나 샀다. 방 2개에 거실 2개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6화

    전생에 전연우가 송시아와 결혼한 이유도 송시아의 생김새가 백윤서랑 조금 닮아있어 백윤서 대용품으로 곁에 두고 있었다.장소월은 집안을 제외하고 성적이든 외모든 어릴 때부터 쭉 백윤서에게 밀렸었다.백윤서와 전연우 사이의 감정은 철근으로 만든 성벽처럼 단단했고 그 누구도 무너트릴 순 없었다.전연우가 백윤서에 대한 사랑은 뼈에 새길 만큼 깊었다.장소월은 전연우에게 그저 원수의 딸일 뿐이었고 일말의 감정도 없었다.노크 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장소월은 입술을 깨물었다. 전연우는 그녀에게 인내심이라는 걸 가져본 적이 없었다.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전연우는 오늘 저 문을 부시고도 남을 것이다.장소월은 불을 켰다. 이불을 거두고 신발을 챙겨 신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물을 열고는 잠에서 덜 깬 듯 눈을 비비며 말했다.“오빠? 왜 온 거야? 미안해. 내가 너무 깊게 잠들어서 못 들었나 봐. 무슨 일이야?”전연우의 진한 눈썹이 구겨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진짜 졸음을 무릅쓰고 일어나 문을 열어준 걸 보고는 미간이 살짝 풀렸다. 눈빛이 부드러워지는 듯하더니 그녀의 이마 쪽으로 손을 갖다 댔다.장소월이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몸을 돌려 테이블로 걸어가 컵에 물을 따랐다. 그러면서 감정을 잘 숨기려고 애썼다.전연우의 눈빛이 다시 차가워지더니 아무렇지 않은 듯 손을 거두고 방에 들어가 문을 닫는다.장소월은 마음이 불안해졌지만 지금의 전연우는 자신을 싫어하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이내 불안했던 마음이 다시 진정되었다.전연우가 핑크로 도배된 소녀의 방을 훑어보았다. 방안에는 잔잔하게 달콤한 냄새가 깔려있었다. 그의 차에서 나는 냄새와 같았다. 예전과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컨디션은 괜찮아졌어?”전연우가 아무런 기복이 없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장소월은 컵을 내려놓고 책상 앞에 놓인 걸상을 빼서 앉았다. 그러면서 그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관심 고마워요 오빠. 많이 좋아졌어.”전연우가 다가선다. 그의 몸에서는 담배와 술이 섞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7화

    전연우가 떠난 뒤, 장소월은 편하게 잠에 들었다.환생한 후 백윤서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부터 더 이상 무서운 악몽에 시달리지 않았다.다음날, 장소월은 위층의 시끄러운 발소리에 뒤척이다 눈을 떴지만 별로 피곤하진 않았다.죽기 전 항암치료를 받는 몇 개월 동안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매일 밤 뼈가 끊어질 듯한 아픔에 시달렸고 머리카락이 수도 없이 빠졌다. 그녀도 항암치료 때문에 그렇게 많은 머리카락이 빠질 줄은 생각도 못 했다.전생에서 그녀는 늦잠을 자는 것을 좋아해서 아침에 시끄럽게 깨우면 짜증을 내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상하게도 시끄러워 잠에서 깨도 짜증이 나지 않았다.그녀는 핸드폰을 보고 이제야 8시를 조금 넘긴 것을 확인했다.아줌마는 그녀의 늦잠 자는 습관을 알기에 일반적으로 위층에 올라오지 않았다. 장소월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시 잠에 들려고 눈을 감았다.전연우는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 그녀의 변화가 크다면 분명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이다.다시 잠에서 깨니 11시쯤이었다. 장소월은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가서 이를 닦았다.아줌마가 노크하고 말린 이불을 안고 들어왔다. “아가씨, 점심 준비가 끝났습니다. 연우 도련님께서 잠깐 돌아오셔서 아가씨와 함께 식사하시겠다고 하십니다.”장소월은 이를 닦으며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차가운 물로 세수하던 그녀는 거울에 비친 모습을 바라보았다. 화장하지 않아도 우유처럼 희고 부드러운 피부에 양쪽 볼은 복숭앗빛이 돌며 젊고 생기 있는 모습이 죽기 전 야위어서 마른 나무껍질처럼 초췌하던 모습과는 비교가 되어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얼굴을 만져 보았다. 사실 그녀는 예쁘장하게 생겼다. 쌍꺼풀 짙은 눈에 맑게 빛나는 눈동자가 무표정일 때는 아련하면서도 괴롭혀 주고 싶을 만큼 순진무구해 보였다.전생에서 그녀의 성격은 지금 생각해도 미움받을 만큼 안하무인에 제멋대로인 재벌 집 아가씨였다.장해진의 외동딸이라는 신분으로 가지고 싶은 건 무엇이든 가질 수 있었다. 전연우도 포함되었다.“알겠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8화

    장소월은 의자에 앉아 책상에 놓여 있는 백윤서가 준 선물을 뜯지 않은 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뜯어 보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었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머리핀일 것이다. 2000년, 평균 월급이 고작 몇만 원이던 시대에서는 귀한 물건이었다. 그녀는 액세서리를 하는 것을 즐기지 않았다. 액세서리를 하면 꼭 목줄에 얽매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심리작용이겠지만 그녀를 불편하게 했다.별로 펼쳐보지 않아 새 책 같아 보이는 고등학교 삼 학년 문제집을 펼쳐 보니 그녀가 풀기에 어려운 문제는 없었다. 예전에 장소월의 성적은 반에서 거의 꼴찌였다. 대학에 가기 위해 그녀는 전연우가 퇴근하고 나면 그에게서 과외받았다.전연우는 중졸이지만 5개 외국어에 능통했고 다양한 지식을 오직 자기 힘으로 공부했다. 그의 학습 능력으로 그녀의 학교에 있었다면 아마 전교 일 등은 물론이고 수능 만점도 가능했을 것이다. 전연우처럼 똑똑하면서도 노력하는 사람은 언제나 기적을 만든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장해진의 눈에 들 수 있었을까.장해진은 그녀의 성적에 딱히 관심이 없었다. 학업보다 장해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녀가 흥미를 느끼는 것들이었다. 장해진은 그녀를 명문가의 규수처럼 키우려고 무용, 피아노, 골프, 요리 그리고 자수 등 다양한 것들을 배우게 했고 더 엄격하게 개인레슨을 받도록 했다. 그는 이미 다 계획하고 있었다. 그녀가 20살이 되면 비슷한 조건의 집안과 정략결혼으로 가장 가치 있는 사업 파트너를 얻어 두 집안의 기업을 더욱 강대하게 하는 것이다. 장해진는 여자가 재능이 없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다. 여자는 결국 결혼해서 한 남자의 아내로서 공연히 밖에 나돌지 않고 집안일에 신경 쓰고 남편을 잘 섬기며 자녀를 양육하는 현모양처면 충분할 뿐이었다.장소월은 창밖으로 검은색 차량이 대문을 나서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떠났나 보다.장해진은 아마도 한 삼 일 뒤에 돌아올 것이다. 그때까지 어렵게 얻은 짧은 자유시간이

Latest chapter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74화

    “아니요. 저희가 새로 고용한 요리사 딸입니다. 와이프가 전 재산 다 훔쳐서 도망갔다고 하더라고요. 돈 한 푼 없이 저희 가게에 와서 일자리를 구하길래, 딱한 마음에 거둬서 일을 시키고 있어요. 다른 건 몰라도 요리 솜씨는 정말 일품입니다. 저녁에는 바깥에 나오기 싫으신 손님들을 위해 야식 배달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가정식 요리는 뭐든 다 가능합니다.” “아기 안아 보셔도 돼요.” 장소월은 손목을 만지작거리고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저 팔이 안 좋아서요. 떨어뜨릴까 봐 겁나요.” “아... 엄마...” “안아...” 장소월은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네 엄마가 아니야. 이름이 뭐니?” “태명은 월이라고 하더라고요. 밤에 태어나서 대충 그렇게 지었대요.” 월이라고? 정말 우연인 걸까? 띵. “국수 나왔습니다.” 낯선 목소리였다. 장소월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요리사의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짧게 자른 머리, 그리고 뒷모습이 그와 너무나 닮아 있었다. 장소월의 눈동자에 순간적으로 공포가 피어올랐다. “아가씨, 국수 나왔습니다.” “저... 저 안 먹을래요.” 장소월은 그 한 마디를 남기고 황급히 몸을 돌려 뛰쳐나갔다. “이봐요. 아가씨, 돈도 이미 내잖아요.” 장소월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 앞만 보고 뛰어갔다. 사장이 쫓아 나가 보니, 그녀는 한 민박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참나, 내가 이 가게를 10년 넘게 운영해왔지만, 요리사 보고 도망가는 사람은 처음이야.” 사장은 투덜거리며 커튼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냄비를 씻고 있는 덩치 큰 남자를 보며 탁자를 툭툭 두드렸다. “당장 저 국수 조금 전 아가씨한테 갖다 줘. 국수가 불어서 내 가게 체면 떨어지면, 월급 제대로 못 받을 줄 알아.” 강용은 장소월을 찾아 나서려던 참에 막 국숫집에서 돌아온 그녀를 발견했다. “아가씨, 무슨 일이야? 대낮에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그래?”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73화

    전연우는 깨어났고, 아무런 탈 없이 병원에서 퇴원했다고 한다. 대형 스크린에는 그의 뉴스가 쉴 새 없이 보도되고 있었다. 그중에는 전연우가 성세 그룹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고, 회사 전체를 기성은에게 넘겼다는 소식도 포함되어있었다! 처음에는 강용의 말을 믿지 않았다. 성세 그룹... 수많은 사람들의 시체를 짓밟고 올라선 그 자리를 지금 순순히 다른 사람에게 넘겨준다고? 그렇다면 과거 그가 했던 모든 것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장소월의 얼굴이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해졌다. 그녀의 변화를 눈치챈 강용은 그녀를 데리고 옆으로 빠져나와 양손으로 어깨를 붙잡았다. “더는 그놈 생각하지 마! 지금 삶이야말로 네가 원하던 거 아니었어? 네가 어떻게 도망쳐 나왔는데! 설마 다시 그놈 곁으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지?” 장소월은 시선을 다른 곳에 고정한 채,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그럴 리가.” “얼른 돌아가자. 우리가 오랫동안 안 보이면 현아 걱정할 거야.” 장소월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앞으로 걸어갔다. 전연우가 무사하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그녀의 마음속에 온갖 감정들이 뒤섞여 피어올랐다. 공포, 두려움, 안도감, 그리고 안타까움... 그녀는 전연우가 아니다. 당시 그녀는 분명 전연우를 죽일 생각이었지만 결국 하지 못했다. 어쩌면 전연우의 말처럼, 그녀는 영원히 약해빠진 마음을 극복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나약함 때문에 도리어 자신이 화를 입을 수도 있다.불안한 한 달이 흘러갔다. 그 시간 동안, 장소월은 그의 소식을 다시 들을까 봐 두려워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않았다. 소현아의 배는 점점 더 불러왔고, 병원 검사 결과 이란성 쌍둥이로 판명되었다. 남자아이 한 명과 여자아이 한 명 모두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그녀의 식사량도 점점 늘어났다. 소현아는 사과를 우적우적 씹으며 위층에서 허둥지둥 뛰어 내려왔다. “큰일 났어, 큰일 났어... 강용, 소월이가 없어졌어.” 강용은 즉시 소파에서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72화

    장소월은 장을 보러 시장에 나갔다가, 1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 강용은 이미 부엌에서 재료를 손질하고 있었다. 그녀는 문 앞에서 잠시 동안 안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강용이 직접 요리하는 날이 올 줄은 정말이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오전에 했던 말 때문인지, 강아지 그림이 그려진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그의 모습이 어쩐지 모르게 우스꽝스러웠다. 이런 평온한 날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계속 그녀 곁에 있는 것은 강용에겐 그저 시간 낭비일 뿐이다. 강용이 문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말했다. “보고 싶으면 가까이 와서 봐.” “그렇게 몰래 훔쳐보지 않아도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는데.” 장소월이 안으로 들어가 손에 들고 있던 식재료를 내려놓자, 강용은 자연스럽게 받아들고 씻기 시작했다. 그는 정말 계속 그녀 곁에 머물 생각인 걸까? “무슨 생각해?” “아무것도 아니야.” ‘됐어. 그런 건 나중에 다시 생각하자.’ 강용이 팔을 걷어 올려 팔뚝을 드러내며 말했다. “장소월, 경고하는데 또다시 날 버리고 떠날 생각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런 적 없어.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그 말이 사실이어야 할 거야. 그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장소월은 간단하게 몇 가지 요리를 했다. 현아는 임신한 몸이라 충분한 영양을 보충해줘야 하기에 족발과 백숙도 준비했다. 사방이 사막으로 둘러싸인 이 척박한 환경에서 이런 재료를 구했다는 건 여간 운 좋은 일이 아니었다. 평소에는 미리 예약을 해야만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남원 별장. 전연우는 회사 일에 완전히 손을 떼고 모두 기성은에게 일임했다. 서재에서 전연우가 별이를 무릎에 앉히고 글자를 가르치고 있었다. 시간은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간다. 눈 깜짝할 사이에 별이는 벌써 세 살이 되어가고 있었다. 기성은이 물었다. “대표님, 돌아가지 않으시겠습니까?” 별이는 전연우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71화

    ... 이토록 당장이라도 질식할 것 같은 느낌... 장소월은 처음이 아니었다.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떠보니 팔짱을 낀 채 문틀에 기대선 강용이 보였다. 언제부터 그곳에 서 있었는지 모를 그를 향해, 장소월은 심호흡을 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언제 왔어? 소리도 없이!” 강용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바람 때문에 문이 열렸더라고. 소리가 들려서 와봤어.” “그럼 현아는?” 강용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걔 걱정은 안 해도 돼. 돼지처럼 쿨쿨 자고 있어.” 장소월의 말투가 바로 차갑게 가라앉았다. “강용!” “알았어, 알았어. 최대한 참아볼게. 하지만 말인데, 너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설마 정말 아이까지 낳게 하려고? 나중에 결국 우리 둘 중 한 명이 키울 거잖아. 소현아 한 명 데리고 다니는 것도 충분히 부담스러운데.” 장소월이 말했다. “그 아이는 현아의 목숨, 더 나아가 소씨 가문의 운명까지 구할 수도 있어.” 강용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무슨 뜻이야?” “강지훈은 전연우보다 더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사람이야. 전연우라면 어쩌면 살아남을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겠지만, 강지훈은 가차 없이 죽여버릴 거야. 그 누구에게도 자비를 베풀어 살길을 열어주지 않거든. 혹시 어느 날 현아가 실수를 저질렀을 때, 어쩌면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한 번 용서해줄지도 몰라.” “하지만 강지훈이 아예 아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건데? 소현아와 배 속 아이 모두 화를 입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어?” 장소월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생각도 했어.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저 도박을 해보는 수밖에 없어. 강지훈이 현아를 마음에 두고 있을 거라고 말이야. 그러면 현아를 해치지 않을 테고, 아이는 더더욱 무사할 수 있을 거야. 어쨌든 그 아인 강지훈의 핏줄이잖아.” “강지훈은 승부욕이 센 사람이라 전연우와 겨루는 걸 좋아해. 전연우에겐 아이가 있는데 그 사람에겐 없잖아. 그래서 좀 더 확신하게 된 거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70화

    남원 별장 버려진 창고 안, 전연우는 눈앞 당황함에 어쩔 줄 모르는 여자를 향해 말했다. “너도 무서운 건 있는가 보네.” 이곳은 예전 장소월이 갇혀 있던 곳이다. 그 오랜 시간 얼마나 외롭게 버텨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여자가 울부짖으며 애원하고 있음에도, 그의 깊은 눈동자에는 조금의 자비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녀를 볼 때마다 머릿속에 떠오른 전생의 기억들이 그가 장소월을 얼마나 아프게 했는지 끊임없이 상기시키고 있었다. 그는 장소월이 자신을 떠나지 않을 거라는 믿음 하나로, 그녀의 사랑을 함부로 짓밟고 그녀의 모든 것을 무시해 버렸었다. 그녀가 혼자 외롭게 병들어 죽어간 그 순간에야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그녀가 죽어도 상관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숨을 거둔 순간 그녀를 얼마나 깊이 사랑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8년의 결혼 생활 동안, 그는 오직 자신의 목적만을 위해 한 번, 또 한 번 그녀에게 상처를 입혔다. 이제 그가 전생의 기억을 갖고 돌아왔다. 지금의 송시아를 포함해 과거 그녀의 등에 칼을 꽂은 놈들 모조리 그의 손으로 직접 제거할 생각이었다. “여기 들어오고 싶어 했던 거 아니었어? 목적을 달성했는데 기쁘지 않아?” 송시아의 주위엔 험악한 인상의 건달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전연우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녀였기에, 이어 그가 무슨 행동을 할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당신 애초부터 다 기억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동안 날 감쪽같이 속인 거고요? 난 당신한테 최선을 다했어요. 전연우 씨... 내 뱃속에 우리 아이가 있다는 거 잊으면 안 돼요.” “또 입만 열면 거짓말이군. 송시아... 전생에 쓰던 그 더러운 수법이 이번에도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전생... 그 단어가 전연우의 입에서 흘러나온 순간, 송시아의 낯빛이 순식간에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뒷걸음질 쳤다.“말도 안 돼. 당신까지 환생했을 리 없어.” 남자는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69화

    언제부터 문밖에 서 있었는지 모를 강용이 갑자기 나타나 시선을 내리깔고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장소월은 소현아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먼저 들어가서 밥 먹고 있어.” 소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어. 가서 그릇이랑 젓가락 갖춰놓을게.” 장소월이 문 앞까지 걸어 나가자 강용이 그녀의 팔목을 붙잡았다.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그건 너무 위험해. 강지훈이 세상 곳곳을 뒤져서 소현아의 행방을 찾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소현아에, 그 아이까지 계속 곁에 두는 건, 우리 위치를 드러내는 꼴밖에 안 돼. 너... 설마 다시 잡혀가고 싶은 건 아니지?” “그 외에 우리한테 다른 방법이 있을까? 나는 현아가 서울로 돌아가 강지훈에게 잡혀가는 걸 두고 볼 수 없어. 강지훈은 그 사람과... 똑같은 부류의 인간이거든! 절대 현아의 아이를 살려두지 않을 거야. 어쩌면 현아까지 목숨을 잃게 될 지도 몰라.” “강용, 강지훈이든 그 사람이든 모두 막강한 권력을 거머쥐고 있는 사람들이야. 그놈들 말 한마디면... 우리는 이 세상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버릴 수도 있어. 저항할 수 없으니, 도망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현아는 바보가 아니야, 그저 아직 성숙하지 못한 아이일 뿐이지. 누군가 천천히 가르쳐 준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네가 현아 같은 상황에 처했다고 해도, 난 똑같은 선택을 했을 거야.” 강용이 되물었다. “소현아 때문에 다시 잡혀가게 될까 봐 두렵지도 않아?” 장소월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서워.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두려운 건, 나 한 사람으로 인해 너희 모두 위험에 빠지는 거야. 강용... 나 정말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조용히 살고 싶어. 5년 전부터 계속 생각해 왔어, 내가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하지만 세상일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너무나 많아.”사실 그녀가 낙일 마을에 간 이유는 강영수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68화

    “머리가 정말 정상은 아니네. 그렇게 심심하면 병원에나 가봐.” 강용은 그녀를 보기만 해도 짜증이 밀려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들어가고는 쾅 하고 문을 닫아버렸다. 소현아는 슬픈 눈으로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강용, 왜 이 아이를 싫어하는 거야? 규영과 미경은 분명 네가 좋아할 거라고 했는데...” “규영과 미경도 내 좋은 친구 거든. 그 두 사람이 나를 속일 리는 없어.” “강용 너까지 이 아이를 원하지 않으면, 나도 필요 없어.” 그때 잠에서 깬 장소월이 아래층으로 내려오다 소현아의 목소리를 들었다. 실은 강용이 부엌으로 들어간 뒤부터 모두 똑똑히 들었었다. 장소월은 입술을 앙다물고 잠시 망설이다가 소현아에게 다가갔다. “현아야... 무슨 일이야?” 소현아는 장소월의 목소리를 듣고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소월아, 강용이 내 배 속에 있는 이 아이 싫대. 이제 나도 싫어. 지워버릴 거야.” 장소월은 미간을 찌푸리고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리 와, 우리 이야기 좀 하자.” 강용은 밖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장소월은 소현아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정원에 있는 그네에 앉았다. “현아야, 너 강용 좋아하지?” 그녀는 망설임 없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리고 소월이 너도 좋아해.” 장소월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현아야, 좋아하는 마음은 여러 가지 종류가 있어. 나랑 너처럼 친구로서 좋아하는 감정도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이성으로서 사랑하는 감정도 있어. 그건 평생을 변함없이 함께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이야. 현아는 어때? 네 마음은 어느 쪽인 것 같아?” 소현아가 대답했다. “난 강용과 평생 함께 살고 싶어. 현아는 강용을 좋아하지만, 강용은 현아를 좋아하지 않아. 그리고 내 배 속에 있는 아이도 싫대. 현아는 너무 슬퍼.” 그녀의 배 속에 있는 아이는 틀림없이 강지훈의 핏줄이다. “그럼 강지훈은? 너 그 사람 좋아하는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67화

    소현아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간신히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참아냈다. 평소 까불까불 장난기 많고 히죽거리기만 하던 사람이 예고도 없이 돌연 사납게 돌변한 것이다. 그녀는 두려움에 황급히 방으로 달려가 침대에 웅크린 채 이불 속에 숨어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녀는 강용이 강지훈과 같은 사람일까 봐 덜컥 겁이 났다. 그녀가 눈물을 흘릴 때면, 강지훈은 더욱 심하게 그녀를 괴롭히곤 했었다. 강용은 예전 장소월의 발자취를 따라다니다 이곳에 머물렀던 적이 있었다. 때문에 주변 환경에 꽤나 익숙했다. 그는 시장에 가서 신선한 닭, 오리, 생선, 고기 등을 사 왔다. 사막 근처라 물가가 다른 곳보다 훨씬 비쌌다. 특히 물은 가까운 곳에 오아시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가격이었다.강용은 민박집으로 돌아와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방음 시설이 좋지 않기 때문에 행여 위층에 잠들어 있는 장소월을 깨울까 염려되어 말이다. 집에 들어가 보니 또다시 소현아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녀는 소파에 웅크린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는데, 그를 보고 싶어 하면서도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 강용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부엌으로 향했다. 그러자 소현아는 소파에서 내려와 조용히 그의 뒤를 따라가서는 입으로 하나, 둘, 셋, 숫자를 세며 속삭였다. 강용은 앞치마를 두르고 능숙한 솜씨로 야채를 씻고 다듬었다. 허리를 굽혀 찬장 아래에 있는 기름을 꺼내려다가 뒤에 있는 여자를 발견한 그가 말했다. “내가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말했을 텐데?” 소현아는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했다. “세 걸음 안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했잖아. 내가 확실하게 세어봤어. 지금은 네 걸음이나 떨어져 있어.” 그 말에 강용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바보라는 말도 너한테는 과분하네.” 강용은 더 이상 그녀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장소월에게 줄 삼계탕을 요리하는 데에 집중했다.소현아는 줄곧 말없이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음식이 거의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66화

    세 사람은 근처 민박집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장소월은 불안한 마음에 문밖 가게 앞에 서 있는 소현아를 바라보며 말했다.“강용, 현아 좀 살펴봐 줘. 길을 잃으면 안 되니까.” 강용은 팔짱을 낀 채, 귀찮다는 듯 눈을 까뒤집으며 말했다. “정말 성가시단 말이야. 애초에 데려오지 말았어야 했어.”장소월은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됐어. 체크인 마치고 현아랑 같이 주변 좀 돌아봐. 나는 먼저 올라가서 쉴게.” “난 너만 신경 쓸 거야. 쟤는 내 알 바 아니야.” “강용, 여기 오기 전에 내가 너한테 했던 말 잊었어?” “소현아는 지금 임신한 상태라 옆에서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어. 이왕 데려오겠다고 결정했으면 혼자 내버려 두면 안 된다고도 했고. 하지만... 내가 하루 종일 쟤만 보고 있을 수는 없잖아.” 소현아가 꽃 세 송이를 들고 다가왔다. “소월아, 소월아... 이것 봐, 내가 방금 산 꽃이야. 예쁘지?” 장소월은 꽃을 받아들며 말했다. “예쁘네.” 소현아는 들뜬 얼굴로 강용의 손을 잡고 말했다. “강용, 나랑 같이 놀러 가자. 맛있는 거 많이 사줄게.” 강용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나 바빠. 가고 싶지 않아. 너... 나한테서 멀리 떨어져.” 소현아는 입술을 삐죽이며 장소월에게 일렀다. “소월아, 소월아, 강용이 나한테 화냈어.” 장소월의 입꼬리가 위로 예쁘게 호선을 그렸다. “그만해, 애도 아니고. 강용, 잠깐 현아랑 놀아주고 있어. 난 너무 피곤해서 방에 가서 쉬어야겠어.” 말을 마친 장소월은 바로 몸을 돌려 발걸음을 뗐다. 강용은 불안한 얼굴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손에 들고 있던 꽃을 프런트에 올려놓고 말했다. “나도 가서 짐 풀어야겠어.” “강용, 나랑 같이 놀기로 했잖아.” 이곳은 총 3층 건물로, 1층은 거실, 2층은 방, 3층은 창고로 구성되어 있었다. 마침 방도 3개가 구비되어 있고, 빨래를 널 수 있는 베란다도 있어 세 사람이 살기엔 적당한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