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 여자의 정체가 정확히 뭔지는 모르지만 어마어마한 거물의 아내임은 틀림없었다.사장과 소민아에게 잘 보이려 했던 직원은 속으로 동시에 이 생각을 하고는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버렸다.임유진은 고이준에게서 카드를 건네받은 후 바로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신입 직원을 바라보았다.“이 드레스로 할게요. 마음에 드네요.”“네... 네! 알겠습니다!”신입은 얼떨떨한 얼굴로 허리를 바짝 편 채 대답했다. 입사한 지 불과 몇 개월 안 된 자신이 이러한 큰 주문을 따낼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소민아는 임유진 쪽으로 확 기운 분위기에 입술을 깨물며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몇 걸음도 채 가지 못하고 다시 자리에 불려 세워지고 말았다.“소민아 씨, 지금 어디 가는 겁니까? 소민아 씨와도 관계되는 일이니 함께 CCTV를 보는 게 어때요?”임유진이 물었다.“아, 아니요. 그럴 필요는... 제가 실수로 물을 맞아버린 것뿐인데요.”소민아는 상황을 무마하려 애써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아까는 내 친구가 물을 끼얹었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것 때문에 고래고래 소리까지 질렀잖아요. 뭐, 좋아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오해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그럼 이제 억울한 내 친구한테 사과해야겠죠?”임유진의 말에 소민아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사과요?”“그럼 이 난장판을 만들어 놓고 사과 한마디 없이 사건이 해결될 줄 알았어요?”임유진의 목소리가 삽시간에 차갑게 가라앉았다.소민아의 얼굴은 어느새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소안나가 강씨 가문의 양녀로 들어간 후로 그녀는 늘 자신은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왔다. 그도 그럴 것이 전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던 콧대 높은 여자들마저 그녀에게 잘 보이려고 아부를 떨었으니까.그러니 누군가에게 사과한다는 일은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일이다. 그것도 평범하디 평범한 한지영에게는 더더욱 말이다.게다가 지금은 가게 직원들 앞이라 만약 정말 사과하게 되면 체면이 한순간에 바닥으로 떨어질 게 분명했다.“소민아 씨,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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