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유미는 이경빈의 말에 별다른 감흥이 없는 듯 평온한 얼굴로 물었다.“할 말은 그게 끝이야? 그럼 비켜. 이만 집으로 가야 하니까.”“내 얼굴 보고 싶지 않다는 거 알아. 그래서 나도... 최대한 네 앞에 나타나지 않으려고 했어. 하지만 나를 거부하지는 말아줘. 아니, 최소한 내 간만은 거부하지 말아줘. 너 계속 이대로 수술하지 않으면 그때는 정말...”“입 다물어!”탁유미는 이경빈의 말을 자르며 잔뜩 긴장한 얼굴로 윤이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자신이 아프다는 걸 윤이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평소 약을 먹을 때도 일부러 윤이가 없을 때를 봐가면서 먹었다.이제 남은 시간도 얼마 없는데 그 시간 동안 윤이의 걱정스러운 눈빛만 보는 건 사양이었다. 이경빈은 탁유미의 표정에 그제야 이 일은 아직 윤이에게는 비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엄마 아파요? 수술해야 해요?”윤이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아니, 엄마 너무 건강한데? 아빠가 뭘 잘못 알고 있는 거야.”타이밍도 참 얄궂게 이 말이 내뱉어진 다음 순간 탁유미는 또다시 간이 아파 나기 시작했다.탁유미는 고통을 참으며 다시 윤이 손을 잡았다.‘빨리 집으로 가서 약을 먹어야 해.’“자, 빨리 가자.”탁유미는 애써 고통을 참으며 발걸음을 옮겼다.하지만 그때 이경빈의 큰손이 다가와 그녀의 팔을 덥석 잡았다.“너 지금 또 아픈 거지?”다급한 그의 질문에 탁유미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노려보았다.“이거 놔.”“대답해. 너 지금 또 진통 시작된 거지?!”이경빈은 그녀의 진통이 빈번하게 일어날수록 그녀의 몸이 점점 더 유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안 되겠다. 지금 당장 나랑 병원 가자!”“이경빈, 쓸데없는 짓 하지 마! 병원은 무슨, 나는...”탁유미는 이경빈에게 쏘아붙이려다가 진통이 심해져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윤이는 이경빈이 탁유미의 팔을 우악스럽게 잡는 것을 보며 지난번 이경빈이 자신을 떼어내고 탁유미를 억지로 데려간 것이 생각났다.그 일이 있고 난 뒤 다시 만난 탁
최신 업데이트 : 2025-01-03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