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송윤지. 나... 너한테 상처 주고 싶지 않았어.”“넌 나한테 상처를 줄 수 없어.”송윤지는 배현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오늘에서야 깨달았어. 내가 널 그렇게 깊이 사랑했던 것도 아니란 걸.”배현진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번쩍 들었다.“다만, 한 가지는 이해가 되지 않아.”송윤지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미 마음속에 다른 사람이 있었으면서 왜 나를 만났어?”배현진은 목이 메는 듯 입술을 한 번 적시고 나서, 쉰 목소리로 답했다.“너는 유정 이모가 소개해 준 사람이었어. 우리 부모님도 너를 무척 마음에 들어 했고... 그리고 넌 예쁘지만, 배경이 없어서 다루기 쉬웠으니까. 결혼 후에 내가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도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네 친정도 나를 어쩌지 못할 테고.”송윤지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믿기 힘든 말이 송윤지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송윤지를 선택한 이유가 다루기 쉬워서, 그리고 배경이 없어서였단 말인가?생각해 보면, 강소아나 배윤아 같은 집안의 딸이었다면 이런 취급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 같은 사람들은 이런 일을 겪으면 결코 가만히 있지 않는다. 설령 본인이 참더라도 강력한 친정이 먼저 나서서 사위를 응징했을 테니까.송윤지는 놀라움이 가라앉자 갑자기 쓴웃음이 터져 나왔다.배현진은 송윤지의 반응에 표정이 굳었다. 배현진은 송윤지가 감정적으로 무너져 울거나, 자신을 때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송윤지는 울지도 소란을 피우지도 않았다. 송윤지의 태도는 지나치게 평온했다. 오히려 그 점이 배현진을 불안하게 했다.“송윤지, 정말 화가 났다면 나를 때려도 돼. 여기, 나를 때려! 내가 잘못했어. 내가 나쁜 놈이야. 어서 때려!”배현진은 송윤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송윤지는 배현진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송윤지는 잠시 배현진을 응시하다가 아무 말 없이 그 자리를 떠났다.그 순간, 송윤지는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 마치 오랫동안
Last Updated : 2025-01-0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