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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1화

“네가 뭔데 감히 북양 왕을 건드려?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거야?”“그나저나 한 선생, 우리 동방 가문 사람을 죽인 것에 대해서는 사과해야 되지 않을까?”동방 오우의 시선은 다시 한지훈에게로 향했다. 그의 표정에는 약간의 살기 또한 띠고 있었다. “그 누구든지, 감히 우리 파룡군을 헐뜯으려 한다면 단 하나의 말로밖에 없어. 그것은 바로 죽음이야!”한지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래, 역시... 한지훈, 넌 과연 미친놈이었어. 그럼 어쩔 수 없지, 내가 특별히 직접 나서서 널 나락으로 보내주마!”“솔직히 난 하찮은 놈들을 직접 상대하는 성격이 아닌데, 너 하나만큼은 직접 내 손으로 처단하고 싶네!”동방 오우는 한 손을 짊어지고는 오만한 표정을 한 채 말했다. 그는 자신의 실력에 대해 매우 자신만만해하고 있었다. “그래? 그럼 네 말은 이 자리에서 날 아작 내겠다는 거네?”한지훈은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동방 오우를 바라보았다. 그는 사실 동방 오우에게서 강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최소 5성 용급 천왕계의 강자이다. 만약 그들 두 사람이 여기에서 전투를 벌이게 된다면, 틀림없이 무고한 사람마저 피해를 입을게 뻔했다. “당연히 이곳에서 승부를 보자는 건 아니지. 화산에도 화산 만의 규칙이 있어.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되거든. 이건 사문의 훈계이기도 해. 그럼 이렇게 하자, 내일 너랑 나 경교 백일봉에서 붙는 건 어때?”동방 오우는 담담하게 제안을 했다. 결전을 앞둔 사람치고는 긴장감이 조금도 없었다. “그래!”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동방 오우를 바라보았다. 갑작스러운 도전장에 진우조차도 멍해졌다. 5대 명산의 위세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비록 동방 오우는 천신 경계를 돌파하지는 못했지만, 필경 명산이기에 다를 수 있는 수법이 매우 많았다. 그러나 한지훈은 상대의 실력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기꺼이 도전장을 받아들였다. “지훈 씨, 심사 숙고하고 결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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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2화

한지훈 또한 멀어져 가는 동방 오우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확실히 그는 뭔가 일반적인 강자들과는 달라 보였다. 동방 오우에게서는 절대적인 자신감을 보아낼 수 있긴 했지만, 결코 그런 극도의 광기는 아니었다. 내적의 강함이 묻어나는 자신감을 지닌 사람이었다. 한지훈이 전에 상대했던 사람들과는 달랐다. 아마도 이것이 바로 화산의 제자와 일반 무종 사람들의 차이점인 것 같다. 최소한 시야와 식견에 큰 차이가 있는 듯했다. 사실 이전에 한지훈 또한 5대 명산의 위명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 게다가 도청 전인과도 같은 거물조차도 5대 명산에 대한 경외심이 컸다. “화산은 5대 명산 중에서 그저 중류에 미칠 뿐이긴 하지만, 동방 오우 이 사람의 기운은 매우 남다르고 위험한 것 같아!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기세가 있는 것 같아!”진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반면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을 뿐이다. 사실 그는 그 기세의 근원을 완전히 느낄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진법이었다. 이것이야말로 5대 명산 사람들과 일반 무종 제자들의 가장 큰 차이점일 것이다. 그들은 무예를 익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진법까지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현시대에는 더 이상 진법이 전승되고 있지는 않았다. “지훈 씨, 이번 대결은 더더욱 조심해야 해. 동방 오우 이 사람, 절대 무시할 수는 없어!”진우는 심각한 표정을 한 채 입을 열었다. 그 말에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 곁에 있던 한 사무원에게 말했다. “실례하지만, 저를 도와 강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환불해 주세요. 제가 곧 국왕을 만나러 가야 되거든요!”일이 이미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데, 국왕에게 보고를 올리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네!”곧이어 한지훈과 진우 두 사람은 함께 진우의 차에 탔다. 그렇게 차는 곧장 천자각 방향으로 달려갔다. 천자각에 도착하자마자, 한지훈은 우선 유회원을 생포한 일에 대하여 국왕에게 보고를 올렸다. “그 누구도 이 유 선생이, 광명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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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3화

이 외에도, 부상국에서 여러 해 동안 은거해 온 천신계 강자인 궁본 현일 또한 내일 정오에 용경에 도착하여 직접 대결을 관전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유럽 러셀로렌 가문의 은세 강자들도 특별히 용국으로 달려와 이 광세의 결전을 직접 보기로 하였다. 그야말로 전 세계가 떠들썩하게 되었다. 백 년 동안 모습을 감추고 있던 천신 강자들도 드디어 나타나다니. 이 소식을 접한 진우의 안색은 더욱 보기 흉해졌다. 얼핏 보아도 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4대 가문은 대체 무슨 속셈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동방 가문, 대체 얼마나 더 많은 수를 두고 있는 거야!”답답한 나머지 진우는 탁자를 탁하고 내리쳤다. “보고 올립니다. 무종 대장로님께서 만나 뵙고 싶다고 하십니다!”바로 이때 흑병대의 한 병사가 진우에게 다가와 낮은 소리로 보고하였다. 이 시점에 무종의 대장로가 자신을 만나러 오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진우는 눈알을 몇 번 굴리다가는 일단 대답했다. “들여보내!”얼마 지나지 않아 무종 대장로 및 종묘 장로가 함께 진우의 사무실로 들어섰다. “이렇게나 대단하신 장로 분들께서 직접 여기까지 찾아오신 건, 혹시 한지훈과 동방 오우의 대결을 위해서 오신 건가요?”진우는 고개를 돌려 장로들을 바라보았다. “맞아!”무종 대장로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한지훈과 동방 오우는 모두 우리 용국의 인재들이지. 사실 오늘 오후, 그 두 사람이 곧 결전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솔직히 말해서 꽤 충격을 받긴 했어.” “맞아. 게다가 두 사람은 모두 우리 용국의 엘리트잖아. 어느 사람이 죽든 우리 용국에게 있어서는 큰 손실이 될 거야!”“대세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상황에, 용국은 더 이상 귀한 인재를 잃을 수는 없어!”무종 장로들뿐만 아니라 몇몇 종묘 장로들까지도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진우는 그들의 뜻을 알아 들었다. 그들 역시 방금 흑병대 병사가 말했던 것처럼, 두 마리의 호랑이가 서로 다투는 것을 바라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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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4화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노인이 로비로 들어섰다. 그는 바로 동방 오우의 곁을 지키던 그 노인이었다. 노인의 등장에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대장로가 일어서려는 순간, 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르신, 앉으시죠!”지금의 노인은 더 이상 동방 오우 곁에 있을 때의 그런 겸손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고, 한껏 교만한 태도를 보이며 대장로를 마주하고도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정 선생!”이내 대장로가 일어나 노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뒤이어 나머지 몇 명의 장로들도 잇달아 일어나 노인에게 인사를 했다. 진우는 공손한 장로들의 태도에, 머릿속으로 이 노인의 내력을 가늠하기 시작했다. 무종 대장로들마저 이렇게 예우하는 이상, 노인의 신분은 결코 간단하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다들 아직도 나를 잊지 않았군. 정말 감격스럽네!”정지룡 역시 장로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의자를 찾아 앉았다. “정 선생, 확실히 이건 좀 예상 밖이야. 어떻게 정 선생의 신분으로 동방 오우 편을 들다니. 이건...”대장로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정지룡을 살펴보았다. 장로들은 비록 한지훈이 동방 오우를 격살하는 걸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들은 절대적으로 동방 가문을 지지하고, 동방 오우의 편에 서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여전히 전반적인 점을 고려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동안 장로들은 유럽 몇 대 가문이 저지른 일들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받아오기도 했다. 그중 하나의 정보는, 무도 학원은 필연적으로 용국의 국운을 겨냥하여 궐기하게 되는데 때가 되면 용국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사실 장로들은 당연히 동방 오우와 한지훈 두 사람을 함께 보내고 싶었다. 한 편으로는 몇 대가문의 의도를 알아보기 위하여, 다른 한편으로는 무도 학원이 독재당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지룡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대장로들이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게 했다. 동방오우는 그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인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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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5화

그 어떤 위협적인 말을 들어도,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어르신, 지금 저희를 위협하는 겁니까?”어느새 진우의 눈빛에는 두 줄기의 차가운 빛이 뿜어져 나왔다. “위협?”그러자 정지룡은 진우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말했다. “이 어린놈아, 내가 널 죽이는 건 짐승을 죽이는 거랑 같은 도리인데, 내가 왜 너를 굳이 위협하겠어?”“당신들, 동방 오우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지? 하지만 이거 하나는 명심해, 한지훈이든 장로든 그 누구도 그의 적수가 되지는 못해. 그러니 괜히 줄을 잘못 서서 나중에 후회해도 날 탓하지는 마!”“요즘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사건들에 대해서도, 난 더 이상 길게 말하고 싶지도 않아. 당신들 나보다 더 잘 알거라 생각해. 앞으로 이 일을 원만히 해결하려면 동방 도련님한테 의지해야 돼. 당신들이 그렇게 모시는 한지훈은 전혀 실력이 안된다고.” 정지룡의 말을 들은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빛은 순간 어두워졌다. “어르신, 그렇게 독단적으로 구는 건 좀 아닌 것 같네요!”진우가 차갑게 맞받아쳤다. 바로 그때, 정지룡이 온몸의 기세를 펼치기 시작하더니 이내 5성 용급 천왕계의 기운이 만장을 덮어 심지어 진우까지도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압박을 받게 되었다. 이는 매우 어마무시한 위압이다. 이제 갓 5성 용급 천왕계에 진입한 강자들과 달리 정지룡은 이 경지에서 머무른 지 수십 년도 되었다. 다만 줄곧 그 한 걸음을 내디디지 않아 천신계에 발을 못 들여놓았을 뿐이었다. 그러므로 지금으로서, 그와 맞설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무적천과도 같은 강자뿐이었다. “어쩌라고?”정지룡의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이 가시지 않았고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 “이미 5성 용급 천왕계에 발을 들여놓은 나조차도 기꺼이 동방 도련님 곁에 남아 종이 되었는데, 왜 당신들은 아직도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거지?”“한지훈의 손에는 대체 뭐가 있는데, 혹시 신룡전? 그깟 신룡전, 나 혼자의 힘만으로도 절반은 아작 낼 수 있어.”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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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6화

다들 여전히 크게 놀라 난처해하고 있을 무렵, 흑병대의 한 병사가 재빠른 걸음으로 홀에 들어와 진우에게 말했다. “사령관님, 큰일 났습니다!” 이내 보고서 하나를 진우에게 건네주었다. 보고서를 확인한 진우는 갑자기 안색이 크게 변했다. “무슨 일이야?”불안한 마음에 대장로가 앞으로 나아가 진우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 “우천존이 이미 용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상국의 사신도 이미 한 시간 전에 용경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고 합니다!”“우천존은 광명파의 호천 육존 중 한 명인걸 알고 있는데, 사신의 신분에 대해서는 아는 정보가 아직 없습니다! 그나저나 이 두 사람이 동시에 용국으로 달려온 건, 단지 관전을 위해서 일가요?”진우는 보고서를 손에 든 채 한참을 서성거리다가 결국 이를 악물고 말했다. “장로 여러분, 이번 일은 중대한 사항이니 제가 반드시 우선 국왕께 보고를 올릴 겁니다!”그러자 대장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나도 너를 따라 함께 갈게. 그리고 이번 한지훈과 동방 오우의 결전은 잠시 보류하는 게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형세는 한지훈에게 매우 불리하게 될 거야!”“그럽시다!”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대장로와 함께 용각 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다. 한편 국왕은 최근 유럽에서 발생한 사사건건에 관한 보고서를 보고 있었다. 전체 맥락을 훑어보면, 유럽이 아마도 한 가지 대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들이 대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이 보고서의 표면상 만으로는 전혀 실마리를 알 수가 없었다. “폐하, 진우 및 무종 대장로 그리고 세 명의 종묘 장로께서 만나 뵙고 싶다고 합니다!”그 말에 국왕은 손에 든 보고서를 내려놓고는 손을 흔들었다. “얼른 들어오라고 해!”얼마 지나지 않아 진우 일행은 잇달아 천자각으로 들어섰다. “폐하, 방금 흑병대에서 얻어낸 정보인데 우천존과 사신이 함께 비행기에 탑승하여 용국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방금 저희끼리 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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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7화

명령을 받은 두 궁인은 곧바로 천자각을 빠져나갔다. “폐하, 이렇게까지 하는 게 타당하긴 할까요?”이내 종묘 장로들이 앞으로 나아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그럼 부당하다는 거야? 흥!”국왕은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나의 용국이 어찌 두 천신계 강자에 의해 흔들릴 수가 있겠어! 설령 동방 가문이든 동방 오우든 그 누구도 우릴 위협할 수는 없어!”“용국은 예로부터 대국으로서, 절대 외부의 압박과 협박을 받을 수는 없는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나서려는 자들은 목숨 바칠 각오를 해야 할 거야! 난 절대 타협할 생각도 없거든! 그러니 얼른 내려가!”진우 일행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 눈빛을 주고받고는, 결국 어쩔 수 없이 잇달아 천자각에서 물러났다. 한편 용경 교외의 한 별장에서는, 동방 오우가 이루루의 다리에 비스듬히 기댄 채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우천존과 사신이 직접 찾아온다고 했으니, 한지훈도 이젠 간담이 서늘해졌겠지.”이루루가 얼굴을 가리고 간드러지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 그녀도 한때는 한지훈을 연모하고 있었지만, 당시 한지훈은 이미 최정상에 올라 그녀가 한지훈에게 접근할 자격조차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곁에 있는 동방 오우라는 남자는, 한지훈보다 천 배는 나아 보였다. 그녀는 내심, 내일 결전 당일이 바로 한지훈의 제삿날이라 확신했다. 동방 오우와도 같은 든든한 남자가 자신을 뒷받침하고 있으니, 그녀의 눈에서 한지훈은 이미 비할 데 없이 나약해 보였다. “그 정도는 아닐 거야. 한지훈이 며칠 전에 우천존과 이미 한 번 만난 적이 있었어. 그러니 내가 예상하기로는, 한지훈은 진작에 우천존이 올 거라고 짐작했을 것이야!”동방 오우는 침착하게 말했다. “한지훈도, 우천존이 천생 서문을 탈취하기 위해 오는 걸 알고 있다는 말이야?”이루루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당연하지. 심지어 전에 광명존은은 직접 구걸한 적도 있어. 다만 아쉽게도 광명존 이 폐물 같은 놈은, 한지훈을 설득하기는커녕 오히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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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8화

한편 그 시각, 동방 가문의 별장에서는 동방소와 동방 오우의 두 사람이 한 노인의 양 측에 서있었다. 그리고 노인의 맞은편에는, 우천존과 기모노를 입은 또 다른 중년 남자가 한 명 앉아있었다.그가 바로 사신이었다. 그는 부상국에서, 궁본 현일에 버금가는 신비스러운 존재였다. 게다가 이미 수십 년 전에 천신계를 돌파하여 세상 사람들이 우러러볼 수 없는 높이에 이르기도 했다. “우천존, 우리 둘 사이의 약속, 혹은 화산과 광명파 사이의 약속을 이제는 지켜야겠지?”이내 가운데에 앉은 노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노인은 바로 화산과 세속 사이를 지키는 장로로서, 화산과 세속의 모든 사무 결책권을 쥐고 있었다. 화산과 광명파 사이에 암암리에 체결된 계약 역시 바로 이 노인이 주도하는 것이다. “어르신, 저희 광명파가 화산을 도울 거라는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겁니다. 하지만 여기 남은 반쪽의 흑룡심을 얻어내려면 여전히 어느 정도 인내심이 필요합니다!”“게다가 저희가 얻은 정보에 따르면 피라미드에는 인왕급 강자가 한 명 더 있다고 하는데, 과연 화산이 정말 무사히 용심을 얻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우천존은 미소를 띤 얼굴로, 남은 반쪽 용심의 행방이 적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그럼 한지훈 그 몸에 있는 두 개의 용심을, 대체 어떻게 나눌 생각인 건가?” 창안백은 눈썹을 찌푸리고는 물었다. “저희 광명파는 금룡심만 있으면 됩니다! 적룡심은 얼마든지 화산한테 넘겨줄 수 있습니다! 다만, 천생 서문의 내용에 대해서는 반드시 저희가 서로 공유를 해야 합니다!”“어르신도 아시다시피 천생 서문 없이는, 설령 용심을 쥐고 있다 하더라도 아무런 쓸모도 없고 스스로 융합의 방법을 깨달을 수도 없습니다!”우천존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동방 오우는 순간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우천존 님 그리고 창 씨 어르신, 제가 듣기로는 무적천도 한창 흑룡심을 융합시키고 있다고 하던데요? 그럼 차라리 그의 손에 있는 그 용심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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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9화

동그랗게 뜬 창안백의 눈동자에서는 두 줄기의 정광이 뿜어져 나왔다. “선생님, 방금 말씀하신 무도에는 국경이 없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저 아직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이내 동방 오우가 조심스레 앞으로 나아가 물었다. 최근 몇 년 동안 화산이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또 광명파와 비밀리에 무엇을 의논하고 있는지 동방 오우는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여태 그는 줄곧 동양 가문과 자신의 미래에만 관심을 갖고 있었다. 태어난 순간부터 화산에서 자라온 동방 오우,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친 부모에 대한 감정조차도 극히 옅었다. “자고로 세계에는 양극이 있어. 바로 서방의 교황청과 동방의 곤윤이지. 우리 명산들도 그리고 무종들도 결국 모두 이 양극에 복종해야 하는 거야!”“만약 서방이 협의를 체결하여 천신계의 강자가 세속에 개입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곤윤도 압박에 못 이겨 결국 협의를 체결할 거야. 때가 되면 드디어 난 세속에 들어서서 내 진가를 발휘할 수가 있지.”“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출세야. 내 나라? 흥! 절대적인 실력 앞에서는 나라든 뭐든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 이 세상은 언제나 강자들이 움직이게 되는 거야!” “그러나 선견 지명이 확실한 사람만이 이 이치를 깨달을 수가 있지. 그래서 내가 너더러 하산하고 한지훈을 유인하여 죽이라고 한 거야! 그의 손에 있는 용심과 천생 서문, 우리 화산이 반드시 얻어야 되거든!”창안백은 그윽한 눈빛으로 입구 쪽을 바라보며 한편으론 주먹을 꽉 쥐었다. 이는 또한 화산이 그에게 직접 맡긴 사명 중 하나였기에, 만약 명령대로 이행하지 못한다면, 그는 자결하여 사죄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동방 오우든 동방 소든 누구든지 마찬가지였다. 비록 동방 가문은 줄곧 화산을 자신들의 든든한 후원자로 여기고 있었지만, 사실 화산의 눈에 그들은 세상에 널린 수많은 바둑돌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런 바둑 돌은 일단 효력을 잃게 되면 결국 모래알이 되는 것이다. “그럼 음양존은...”동방 오우는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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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0화

“국왕이 내린 명령에 대해서는 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용경성 내에서 대군이 이동한 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잘 알고 계시겠죠!”“그래서 말인데 가능만 하다면 내일 일전은 취소했으면 합니다. 제가 어르신께 충고를 하나 하자면, 굳이 동방 가문과 국왕 사이의 관계를 깨뜨리지 마시죠!”진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동방 소는 차갑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혹시 진 선생은 한지훈을 대신해서 사정하러 여기까지 온 건가?”“그런데 정작 한지훈이 우리 동방 자제를 죽일 때는, 왜 진 선생이 나서서 사정하지 않았지? 동방 자제가 백골이 되어 돌아왔는데, 내가 대체 왜 한지훈에게 살 길을 남겨줘야지?”“이제 와서야 우리 동방 가문까지 찾아와서 부탁하는 건 이미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미 엎질러진 물, 다시 담을 수는 없어. 그러니 진 선생은 이미 돌아가게!”어느새 동방 소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그는 더 이상 진우의 체면을 세워줄 생각이 없었다. 게다가 지금 국왕은 누가 봐도 의도적으로 4대 가문을 압박하고 있었기에, 동방 가문은 결코 한지훈의 일에 관해서는 누구와도 타협할 생각이 없었다. 일단 한지훈을 죽이기만 하면, 국왕은 신심을 잃게 되고 앞으로 4대 가문과의 관계가 다시 재정리될 거라 믿었다. 하물며 황약파 또한 한편에서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전반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한지훈만 죽이게 되면 국왕은 4대 가문에 무조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넓은 시야를 보는 것에 능통한 동방 소가 진작에 이런 이치를 알아채지 못할 리는 없었다. “어르신, 고작 본인의 사리사욕을 위해서 우천존 게다가 광명파와 손잡는 것을 마다하지도 않고, 저희 용국의 군신을 말살하고 이렇게까지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만약 한지훈이 정말 죽게 되면 동방 가문이 여전히 가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진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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