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047화

Author: 진헤이
과거에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고통을 안겼으면서 이제 와서 단 하나의 일로 모든 걸 정리하겠다고 생각하다니?

갑자기, 허리에 강한 힘이 느껴졌다.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순간, 이유영이 강이한의 품 안에 안겨 있었다.

따뜻한 숨결이 얼굴에 닿았고 그와 동시에 키스가 마치 폭풍처럼 이유영을 휘감았다.

이유영은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강이한의 손길은 더욱 강하고 거칠게 그녀를 붙들었다. 그의 숨결에는 알 수 없는 절망과 말을 잃은 듯한 깊은 고통이 서려 있었다.

마치 자신을 뼛속 깊이 각인시키려는 듯한 격렬한 집착이 느껴졌다.

강이한의 따뜻한 손가락 끝이 이유영의 뺨을 부드럽게 스쳤다. 그리고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네가 원하는 게 이런 거라면, 그렇게 해줄게.”

서주의 혼란이 자신을 옭아매기 위한 덫이라면, 강이한은 이유영이 원하는 대로 해줄 각오를 다졌다.

만약 이것이 이유영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줄 수 있는 일이라면, 강잏나은 모든 걸 감내하겠다고 다짐했다.

“이건 네가 해주는 게 아니야. 그건 네 죄에 대한 당연한 대가일 뿐이야.”

이유영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온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텅 빈 눈동자의 이유영은, 내뱉는 말마다 칼날처럼 날카롭고 차갑게 꽂혔다.

이유영을 품에 안고 그녀의 숨결을 느끼면서도 그 숨결에서 단 한 점의 온기도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이 강이한을 더욱 고통스럽게 했다.

이유영은 마치 온기를 잃은 사람 같았다.

어쩌면 이유영이 가진 마지막 온기는 강이한이 스스로 다 소진시킨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남은 것은 차가움뿐이었다.

“네 말이 맞아. 이건 내가 받아야 할 대가야.”

강이한은 이유영의 말을 반복하며 인정했다.

하지만 강이한이 그게 무엇이든 이유영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다짐했다.

강이한의 키스가 다시 한번 이유영을 집요하게 덮쳤다. 그 속에는 강이한의 절박함과 미련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유영은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이유영의 손은 강이한의 손에 단단히 붙잡혀 있었다. 강이한은 이유영을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48화

    “우지 씨.”“네, 아가씨.”“오늘 제가 입은 옷, 무슨 색이에요?”이유영이 갑자기 물었다.이유영은 평소 이런 일상적인 질문을 잘 하지 않았다. 가끔 정원에 어떤 꽃이나 나무가 있는지 정도만 묻곤 했을 뿐이었다.하지만 오늘은 달랐다.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도 비참했지만, 자신이 입은 옷의 색조차 알 수 없는 현실은 그녀를 더욱 무기력하게 만들었다.“베이지색입니다.”우지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대답했다.우지는 이유영의 눈이 하루빨리 나아지기를 간절히 바랐다.이전에 이유영의 시력은 좋지 않았어도 적어도 자신이 입은 옷의 색 정도는 알 수 있었다.빛을 완전히 잃기 직전, 이유영은 몹시 두려워했다. 무엇보다도 월이를 볼 수 없게 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했다.월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할까 봐, 그게 가장 두려웠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강이한은 떠났지만 박연준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다음 날 아침, 이유영은 박연준에게서 희미하게 풍겨오는 비릿한 물냄새를 감지했다. 이유영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결코 기분 좋은 냄새는 아니었다.“강이한은 서주로 돌아갔어?”“너도 이제 돌아가.”서주라.생각하지 않아도 서주는 지금 어떤 상황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혼란 속에는 이유영의 손길도 있었다.이유영은 일부러 그 혼란을 조성해 강이한에게 넘겼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유영은 전혀 만족을 느낄 수 없었다.박연준은 조용히 이유영을 바라보며 물었다.“유영아,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거야?”“흥!”화가 안 풀렸냐고? 그 말은 너무 가볍게만 느껴졌다.두 사람 사이에는 단순한 화가 아니라 깊은 원한이 자리하고 있었다.“전기봉의 정보는 강이한에게 넘겨줬어.”“...”전기봉?이유영은 이전에 전기봉이 강이한의 손에 있다고 확신했었다. 하지만 나중에 그게 사실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만약 전기봉이 강이한의 손에 있었다면 엔데스 가문의 회장이 세상을 떠난 뒤, 그는 이곳에 더 머물 수 없었을 것이다.그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49화

    박연준은 전기봉의 행방에 대한 소식을 강이한에게 전했다.강이한은 이유영의 곁을 떠났다. 누구라도 알 수 있듯 박연준이 전달한 내용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그러나 강이한에게 주어진 것은 명백히 선택지였다.결국 강이한은 서주와 이유영 사이에서 선택해야 했고 그의 선택은 서주였다.이유영의 가슴 한구석이 답답함에 서서히 조여 왔다.그 느낌은 정말이지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이유영, 넌 참 똑똑해.”박연준이 이유영을 바라보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내가 안다고 해서 뭐가 달라져? 너희들이 하라는 대로 따르라는 거야?”이유영의 말투에는 날카로운 경계심이 담겨 있었다.“...”정말 그래야만 하는 걸까?강이한에게는 분명히 선택지였다. 하지만 이유영에게도 선택지는 있었다. 그리고 이유영은 그 선택을 거부할 권리가 있었다.“박연준, 아직도 모르겠어?”이유영은 냉소적으로 말했다.“평생 네 얼굴을 보지 않게 되길 기도해. 그렇지 않으면... 난 널 갈기갈기 찢어버릴지도 몰라.”이유영의 한마디 한마디는 날이 서 있었다.“...”그렇다면 이유영은 박연준과 강이한을 증오하는 걸까?확실히 이번 일로 인해 이유영의 마음속 미움은 더욱 깊어졌다.이유영은 박연준과 강이한을 진심으로 증오하게 되었다. 두 사람을 산산이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박연준은 가슴이 조여오는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유영아!”“날 위해 서주의 모든 걸 내려놓았다고 말하려고?”이유영의 말투에는 조롱이 가득했다.모든 걸 내려놓았다.박연준이 전기봉의 소식을 강이한에게 전한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그렇다면 이게 모든 걸 내려놓은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난 네게 부탁한 적 없어.”이유영의 목소리는 냉랭했다.“세상엔 네가 준다고 해서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법은 없어.”결국 박연준이 전기봉의 소식을 강이한에게 전한 것은 일방적인 희망일 뿐이었다.박연준은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지금 이유영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흔들리는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50화

    강이한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유영은 그의 곁에 없었다.이 사실은 임소미와 정국진의 마음에 깊은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들에게 있어 강이한이란 사람은 원래부터 신뢰할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었다.“이유영은 우천시에 있어요.”우천시?거긴 대체 어떤 곳이란 말인가?임소미와 정국진은 우천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살기 좋고 환경이 쾌적한 곳이라는 소문은 들었지만 정작 그곳에 가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강이한이 이유영을 생판 낯선 그곳에 버려두었다는 말인가?“대체 무슨 속셈이야?”정국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강이한에게 다가가며 전례 없이 날카롭고 위협적인 어조로 물었다.강이한은 담담히 대답했다.“염 선생을 찾아냈어요.”염 선생?정국진과 임소미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그 이름을 두 사람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과거 이유영의 두 눈이 큰 상처를 입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이 바로 염 선생이었다.하지만 그때 마침 염 선생은 은퇴한 상황이었고 그 뒤로 두 사람을 포함한 누구도 염 선생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그런데 강이한이 지금 염 선생을 찾아냈다는 말인가?그런데도 임소미는 여전히 강이한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그래서 지금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이유영이 우천시에 있는 지금 이 상황에서 강이한은 왜 이곳에 왔을까?지금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걸까?“치료 중이예요. 곧 결과를 알게 될 거예요.”강이한은 무심하게 말했다.강이한의 태도는 어딘가 묘하게 이상했다. 정국진은 이를 간파하고 미간을 찌푸렸다.그러나 강이한은 두 사람을 지나쳐 식탁에 앉아 있는 월이를 바라보았다.아이의 기억은 정말로 짧았다. 강이한을 보자마자 무서워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외쳤던 월이는 지금 강이한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그간 임소미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아이의 심리 회복에 얼마나 신경 썼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이제 월이의 마음속에는 어떤 두려움도 자리 잡고 있지 않았다.“그만 쳐다봐!”임소미는 본능적으로 강이한의 시선을 막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51화

    강이한은 지금 딸의 마음속에서 자신이 어떤 존재로 여겨지는지 정확히 알지 못할 것이다.사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그래서 우천시에서 돌아오는 내내 그의 마음은 무겁고 괴로웠다.강이한은 수많은 생각에 잠겼다.지난 세월 동안 강이한은 이유영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이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심지어 아이의 마음속에서 그는 이미 나쁜 사람으로 각인되어 있었다....서재에서.정국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강이한을 바라보고 있었다.그의 눈빛은 차가운 빛으로 번뜩였다.“나를 탓하지 마라.”이유영에 관한 이야기였다. 방금 정국진은 강이한에게 이유영과 헤어질 것을 요구했다.강이한은 지금 사랑하는 여자의 아버지에게서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더군다나 정씨 가문의 사람들 모두 이유영을 강이한에게 다시 맡길 생각이 없었고 둘의 관계를 완전히 끊으려 했다.“지금 유영이의 곁에 박연준이 있습니다.”강이한은 약간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이미 불편했던 감정은 강이한의 말에 더 강하게 흔들렸다.“그게 무슨 뜻이야?”정국진은 영리한 사람이라 강이한의 말을 듣자마자 두 사람 사이에 무언가 거래가 있었음을 눈치챘다.강이한은 복잡한 표정으로 정국진을 바라봤다.“염 선생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완벽한 희망을 보장할 순 없습니다.”아무리 의술이 뛰어나고 성공 사례가 많아도, 언제나 예외는 있기 마련이다. 염 선생이 이유영의 눈을 처음 살펴보며 이렇게 말했다.그는 연기로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손상된 눈은 처음이며 지금까지 시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모두 가족들이 많은 정성을 들인 덕분이라고 했다.이런 심각한 손상은 신중히 관리해야 했고 조금이라도 방심할 수 없는 상태였다.이것이 백산 별장이든 반산월이든, 심지어 황가 국제 그룹의 조명까지도 여러 번 교체한 이유였다. 이유영의 눈에 가장 적합한 빛을 찾기 위해 몇 번이고 바꿔야 했던 것이다.하지만 이유영의 두 눈은 결국 이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다.그날 염 선생이 자신도 백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52화

    그런 결과라면...직면하지 않는 것이 당연히 좋겠지만, 만약 그 상황에 이르게 된다면 그것은 강이한과 이유영 사이의 영원한 끝을 의미할 것이다.그녀가 원했던 대로 끝이 나는 것이다.그리고 이유영은 그로 인해 기뻐할까?강이한의 곁을 떠나고 싶어 했던 이유영의 모습을 떠올리자, 그는 숨이 막힐 듯한 고통을 느꼈다.하지만 이유영이 떠난다고 해도 강이한은 그녀를 탓할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은 강이한이 만든 결과였다....강이한과 정국진은 서재에서 한 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다. 서재에서 나올 때, 정국진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져 있었다.아이는 보이지 않았고 임소미만 홀에 있었다.두 사람이 서재에서 나온 모습을 보고 임소미의 표정도 어두워졌다.“진우를 보내서 이유영을 데려오게 했어요.”여진우를 보내 이유영을 우천시에서 데려오기로 했다?이유영이 거기서 어떻게 지내든지 상관없이, 임소미는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설령 요 선생이 거기에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치료는 장소에 상관없이 받을 수 있었고 약을 먹는 것 역시 어디서든 상관없었다.“돌아오라고 해!”정국진의 목소리는 다소 무겁게 떨어졌다.“...”임소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정국진을 바라보았다.도대체 서재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길래, 나온 후 정국진의 태도가 이렇게 변한 걸까?임소미는 정국진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당신,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집사!”“예, 선생님.”“진우에게 연락해서 우천시로 가지 말고 다시 돌아오라고 해.”“네!”“아니...”임소미는 정국진의 진지한 모습에 화가 나 발을 굴렀다.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왜 갑자기 강이한 편을 드는 것인가?서재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길래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지 임소미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임소미는 본래 차분한 사람이었지만 정국진의 태도에 화가 나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다.그의 뜻을 따르기엔 이유영이 너무 불쌍했다.저번에도 정국진은 강이한에게 기회를 줬지만 그 결과는 참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53화

    딸이 이렇게 다치고 나서 임소미는 강이한을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심지어 강이한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그가 사라져야만 모든 것이 편안해질 것 같았다.이유영이 돌아온 이후 몇 년 동안, 강이한이 이유영에게서 벗어나려 얼마나 애썼는지는 알 수 없었다.하지만 강이한은?한편으로는 한지음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유영에게 집착하며 그녀의 행복을 방해해 왔다.그런 상황에서 엄마라면 누구라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을 것이다. 임소미는 진심으로 분노하고 있었다.하지만 강이한에게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뒷마당에서.강이한은 멀리서 나비를 쫓는 아이를 따뜻하고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동시에 강이한의 마음이 아파졌다.그 아이는 나비를 쫓으며 정말 즐거워 보였다. 이곳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곳인 듯했다.정씨 가문은 그 아이를 진심으로 귀여워하고 아끼고 있었다. 그 아이는 꽤 작은 몸집을 가졌는데 아마 조산 때문일 것이다.“유씨 할머니, 저 잡았어요!”아이가 나비 한 마리를 잡고 기쁜 얼굴로 도우미에게 달려갔다.유 아주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작은 아가씨는 점점 더 빨라졌네요. 나비도 잡을 수 있군요.”“저 정말 대단하죠?”“네, 정말 대단해요.”찬을 받은 아이는 더욱 밝게 웃었다.“유씨 할머니.”“네?”“수박 먹고 싶어요.”“알겠어요. 가져다줄게요.”그 아이는 진심으로 사랑받고 있었다.여기서 그녀는 원하는 것은 거의 모두 얻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임소미는 종종 한탄했다. 그 아이는 건강이 그리 좋지 않아서 차가운 음식을 많이 먹으면 안 되었다.그런데도 아이는 아이스크림을 너무 좋아했다.아이는 나비를 놓아주었다.아이는 나비들과 노는 것을 좋아했고 절대로 해치려 하지 않았다. 수박이 왔다. 하지만 그것은 유 아주머니가 가져온 것이 아니었다.강이한을 발견한 아이의 눈에는 잠깐의 두려움이 스쳤다. 본능적으로 주위를 살폈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강이한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에는 경계심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54화

    강이한은 아마도 세상에서 이렇게 힘든 적은 없었을 것이다.세상에 아이가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보다 더 아픈 일이 있을까?그는 지금 그 고통을 고스란히 겪고 있었다.아이는 그렇게 경계하며 강이한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었다.강이한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아이가 이렇게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그는 결국 떠나기로 결심했다. 월이는 강이한의 고독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전혀 다가설 생각은 하지 않았다.모퉁이를 돌 때, 강이한은 갑자기 뒤돌아보았다. 그 순간, 아이는 그 자리에 서서 놀라서 움찔했다.남자는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월이에게 말했다.“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 기억해.”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월이는 여전히 그를 경계하며 바라보고 있었다.월이가 침묵하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면서 강이한은 절망을 느꼈다. 이 모든 고통은 한때 이유영이 홀로 겪었던 것이었다.이제 그 고통이 자신에게로 돌아왔고 이유영이 겪었던 아픔이 하나하나 그의 뼛속 깊이 스며들고 있었다....강이한은 떠났다.한편, 임소미는 조용히 정국진의 말을 듣고 있었다. 정국진은 강이한과 서재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했다.“살아있는 사람에게는... 도저히...”임소미는 한참 후에야 간신히 말했다.이것이 이유영이 항상 수술을 거부했던 이유였다. 이유영은 죽은 사람의 장기를 사용하고 싶지 않아 했고 그렇다고 살아있는 사람은 더욱 불가능한 얘기였다.그렇게 눈앞이 흐릿해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까지 수술을 거부했던 것이다.살아있는 사람의 것은 정말 구하기 힘들었고 기꺼이 수술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그렇다면 기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이유영은 어떤 수단도 쓰기를 원하지 않았다. 결국 그렇게 두 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강이한의 말대로 만약 석 달 후에 이유영이 염 선생의 약을 먹고도 아무런 효과가 없다면...강이한이 책임지겠다고 했다.이것이 서재에서 정국진에게 말한 내용이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55화

    강이한이 정국진에게 말했다.염 선생의 조언에 따라 내린 결정이었고 이유영을 평생 어둠 속에 두지 않겠다고 말했다.최대한 빨리 모든 것을 처리해 이유영의 시력을 회복시키겠다고도 덧붙였다.“자신을 벌하고 있는 거예요.”한참을 침묵하던 정국진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임소미는 그 말을 듣자 숨이 턱 막히는 듯했다.정말 자신을 벌하고 있는 걸까?그렇다.정국진의 말이 맞았다. 강이한은 자신의 과거를 스스로 벌하고 있었다.그것은 아마도 과거의 잘못에 대해 속죄하려는 그의 방식일 것이다. 하지만 그의 죄는 너무도 무거웠다. 과연 이런 방식으로 속죄가 가능할까?...강이한은 떠났다.잠시 후 월이가 임소미의 목을 끌어안고 재잘거리며 들어왔다.“할머니, 아까 모르는 사람이 준 거 안 먹었어요.”“정말 잘했구나.”월이의 말을 들은 임소미의 마음은 더없이 씁쓸했다. 이 모든 것이 강이한이 자초한 일이었고 그의 업보였다. 누구도 그에게 가혹하다고 비난할 수 없었다. 그는... 조금도 불쌍하지 않았다.하지만 정말 그럴까?임소미는 이유영이 평생 월이를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려왔다.그리고 강이한이 오늘 월이를 마지막으로 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임소미의 가슴은 더욱 무거워졌다.“할머니, 엄마는 언제 돌아와요?”월이는 정말 이유영이 보고 싶었다. 어머니에 대한 아이의 의존은 본능적이었다.“곧 돌아올 거야.”“할머니, 제 아빠는 누구예요?”“...”임소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미 불편했던 호흡은 월이의 질문을 듣고 더욱 답답해졌다.월이의 아빠는...“월이, 아빠가 보고 싶니?”임소미는 감정을 억누르며 물었다.아빠가 보고 싶냐는 질문에 월이는 고개를 기울였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아니요!”“왜?”“아빠는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요.”사랑하지 않는다고?월이가 기억하는 한, 월이의 세상에는 아빠가 존재한 적이 없었다. 항상 엄마인 이유영 혼자뿐이었다.아이는 단순했고 이유영의 외로움을

Latest chapter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38화

    한때, 연서가 떠난 후로 박연준은 차가운 가면을 쓰고 살아왔다. 그동안 그는 이성적인 외모 아래 숨겨진 광기를 드러냈다.하지만 이제 그 가면은 사라졌다.그는 온전히 마음을 드러냈고 그 모습은 사람들에게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그래.”결국 박연준은 문기원의 말에 따라 서주로 가기로 했다.문기원은 그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박연준이 서주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이유영은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려댔다.하지만 수술 이후 그녀의 휴대전화는 항상 무음 상태였다.우지와 우현은 온 마음을 다해 그녀를 돌봤고 그 무엇도 알지 못했기에 서주에서 아무리 많은 전화가 걸려 와도 이유영에게 전달되지 않았다....서주는 완전히 혼란에 빠졌다.강이한이 서주를 떠났다는 소식은 서주 전체를 뒤흔들었고 소은지와 정씨 가문도 그 소식을 듣게 되었다.소은지는 그 소식을 접하고 품에 안고 있던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탄식을 내쉬었다.소은지는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지난 3개월 동안 강이한을 아는 모든 사람이 어떤 날들을 보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들은 항상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강이한에게 불만이 많았지만 그가 정말 기억을 잃을 거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는 이유영을 위해 결국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모두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송연미가 들어왔을 때, 소은지는 심각한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있었다. 그녀는 이제 엔데스 운빈과 완전히 관계를 정리했고 송연정은 엔데스 현우와 여전히 함께 다녔다.“확실해?”송연미가 물었다.소은지는 정신을 차리고 송연미를 바라봤다.눈빛에는 깊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분명히 전기봉의 소식 때문이었다.예전에 우천시에서 전기봉이 엔데스 명우에게 잡혔을 거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는 즉시 돌아왔었다.하지만 그것은 불확실한 소식이었고 현우는 그녀에게 함부로 조사하지 말라고 했다. 지금의 엔데스 명우는 미친 사람과 같았다.설분비와 설옥아가 모두 곁을 떠났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37화

    박연준과 강이한은 정씨 가문에서 어떤 존재일까? 마음 아픈 존재일 뿐이었다.특히 여진우는 이유영이 겪는 고통을 지켜보며 그들이 이유영의 세상에 영원히 나타나지 않기를 바랐다.그래서 박연준과 강이한이 어떻게 지내는지, 무엇을 겪고 있는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가능하다면 그들이 이유영의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기를 바랐다.그때, 박연준이 말했다.“강이한은 자신과 이유영 사이에는 아무런 희망도, 아무런 미래도 없다고 했어.”박연준은 그 말을 들었을 때, 강이한의 목소리에서 절망을 느꼈다.도대체 무엇이 그를 그렇게까지 몰아넣었을까?여진우가 차갑게 말했다.“잘 알고 있네.”박연준은 그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웃음은 슬픔과 후회로 가득 차 있었다.“넌 정말 유영이의 오빠다워.”그 둘이 남매라는 것이 이 순간처럼 명확한 적이 없었다. 감정적으로 냉정한 태도, 차가운 판단력까지 닮아 있었다.여진우는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박연준은 계속해서 말했다.“강이한은 유영이가 걱정돼서 놓을 수 없다고 했어. 이제 아무도 유영이를 진심으로 돌봐주지 않을 거라면서.”이유영은 정씨 가문의 아가씨다. 이제 그녀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은 모두 정씨 가문을 의식할 것이고 그녀의 본질보다는 그 가문이 가진 힘을 염두에 둘 것이다.“너희는 너무 자기를 과대평가하는 거야. 너희 둘 없이도 유영이의 삶은 더 나아질 거야.”여진우는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과연 나아질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하지만 더 나아지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이유영의 세상에 다시는 상처를 남기지 않도록 해야 했다. 이제 충분했다. 이유영이 겪는 고통은 이제 끝내야 한다.“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유영이의 삶이 더 나아지기 전까지는, 그런 말은 하지 마.”“너...”여진우는 순간 화가 치밀었다.그는 담뱃불을 바닥에 비벼 끄고 돌아섰고 그의 차가운 뒷모습에서 강한 결의가 느껴졌다.박연준이 이유영을 다시 실망시키면, 여진우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여진우는 이유영을 위해서, 정씨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36화

    이유영은 거의 모든 고통을 혼자 견뎌냈다.“내가 의사 선생님을 불러올게.”이유영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여진우는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 그녀의 가족이었기에 그렇게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곧 의사를 불렀다.아침에 이미 진통제를 맞았기에 이번에는 복용하는 방법밖에 없었다.이유영은 약을 삼키며 그 쓴맛조차 느끼지 못했다. 아마도 우천시에서 먹었던 약이 너무 써서 이제는 그 맛에도 무뎌진 듯했다.10분 후, 여진우는 다시 물었다.“지금은 좀 나아졌어?”“아직도 아파.”이유영은 전혀 통증이 줄어들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아마도 진통제를 너무 많이 먹어온 탓인지, 그녀의 몸은 약효에 대한 내성이 강해져 버렸다. 그래서 아무리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었다.“다시 가서 의사 선생님 불러올게!”진통제를 먹어도 소용이 없었고 여전히 고통은 사그라지지 않았다.여진우가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순간, 이유영이 그의 옷소매를 붙잡았다.“가지 마.”“너...”“아마 내가 통증에 너무 예민한 것 같아. 의사 선생님이나 약 탓은 아니야.”여진우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유영은 항상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그녀 자신은 어떠했을까?이유영은 수없이 많은 고통을 혼자 견뎌냈다.그런 그녀를 보며 여진우는 가슴이 저릿했다.“난 나가서 담배 피우고 올게.”“의사 선생님께는 가지 마!”“알았어.”여진우는 약간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도대체 이유영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때조차...그는 문을 나서며 복도로 나왔다. 그곳에는 박연준이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분명 그들은 방 안에서 오간 모든 대화를 듣고 있었을 것이다.두 사람은 묵묵히 옥상으로 향했다.“따닥따닥.”여진우는 짜증스럽게 담배에 불을 붙였다.“방금 다 들었지?”박연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들었다.“이유영은 그런 고통을 겪을 필요가 없어.”여진우는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35화

    “나는 이제 유영이의 손을 놓지 않을 거야. 유영이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박연준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여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렸다.박연준의 강한 의지가 담긴 말이었지만 여진우에게는 마치 농담처럼 들렸다.그는 냉정하게 말했다.“유영이를 붙잡고 싶다면 네가 그럴 만한 능력이 있는지 보여줘.”여진우의 말은 깊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박연준은 그의 말을 곱씹으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잠시 후 여진우는 병실로 들어갔고 복도에는 박연준만이 남았다.그의 눈에는 전에 없던 결의가 서려 있었다.그가 이유영에게 저지른 악행은 너무 많았다.하지만 이번에는 온 힘을 다해 그녀 곁을 지키고 싶었다.문기원이 박연준의 뒤에서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며 문기원의 가슴도 아려왔다.“선생님.”문기원은 다가가 박연준을 불렀다.“갔어?”“네.”“어디로?”“그게...”문기원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묻어났다. 박연준도 강이한이 정말 떠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는 강이한의 사람들이 모두 서주를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온유도 함께 떠났다.하지만 어디로 떠났는지는 아는 사람이 없었고 그렇게 강이한은 정말로 이유영의 세상에서 모든 흔적을 지우듯 떠나버렸다.그런 떠남은 숨이 막히는 듯했고 동시에 고통스러웠다.“갔으니 다행이야.”한참 후, 박연준은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떠난 사람은 고통스럽지만 남아 있는 사람의 마음은 더 아팠다.강이한은 왜 이때 떠났을까? 아마도 어둠 속에서의 초라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을 것이다. 하지만 박연준은 이유영 곁에 남았고 미래는 더욱 불확실했다....마취가 풀리자 이유영은 엄청난 고통에 신음했다.“아가씨, 의사 선생님께서 죽을 좀 드시라고 하셨어요.”“괜찮아요.”이유영은 온몸을 떨었고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여진우가 들어오며 고통을 참고 있는 이유영을 보고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갔다.“많이 아파?”“오빠.”“내가 의사 선생님께 진통제를 놔달라고 할게.”“괜찮아!”“너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34화

    그러니 그들과 거리를 두는 게 최선이었다.병원 복도에서 여진우는 박연준에게 담배를 건넸다.“병원에서는 담배 안 피워.”박연준의 말에 여진우의 손이 굳었다. 결국 그는 담배를 다시 담뱃갑에 넣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유영이 다 나으면 두 사람 이혼 서류 준비해.”여진우의 어조는 단호했고 그 말에 박연준은 머리가 멍해졌다. 그는 여진우를 쏘아보았고 그 순간 그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강이한이 떠났다고 해서 유영이가 네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여진우의 날카로운 말이 박연준의 마음을 꿰뚫었다.어젯밤까지만 해도 그는 이런 말을 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이유영은 수술 후 마취가 풀리면 엄청난 고통을 겪을 것이고 그 고통을 감수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여전히 모든 것을 견디고 있었다.그 이유는 바로 박연준과 강이한 때문이었다.“너...”“내가 이런 말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여진우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그 미소는 차갑고 조롱 섞였지만 동시에 강렬한 힘이 느껴졌다.이유영의 세상에는 이제 그녀를 지키는 장벽이 생겼고 박연준은 더 이상 그녀를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과거 강이한의 세계에서 이유영은 혼자였다. 그녀의 세상은 강이한이 만들어낸 틀 속에 존재했고 그의 말이 법이었다.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그녀의 곁에는 가족이 있었고 그녀를 보호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제 누구도 그녀를 함부로 다룰 수 없었다.박연준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지만 가슴속 답답함은 사라지지 않았다.“엔데스 가문은 지금...”“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야. 위기의 순간이라고!”여진우는 그의 말을 가차 없이 잘라냈다.박연준은 할 말을 잃었다. 여진우의 말이 옳았다.그들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박연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여진우는 덧붙였다.“엔데스 가문 하나쯤이야, 정씨 가문이 이유영을 지키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박연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처음 그가 이유영과 강제로 결혼한 이유는 그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33화

    여진우는 이유영을 계속해서 달래며 말했다.“무서워하지 마. 긴장 풀고 심호흡해. 응?”시간이 흐르면서 이유영의 불안한 감정은 점차 가라앉았다. 마치 맹수처럼 그녀를 괴롭히던 기억들은 여진우의 따뜻한 위로에 힘없이 사라져 갔다.그녀의 마음은 평온을 되찾았고 여진우 역시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수술이 시작되었다.마취 단계에 접어들자 이유영은 조심스레 물었다.“이식할 각막이 누구의 것인지 알려줄 수 있어?”그 말을 들은 여진우는 무의식적으로 강이한을 쳐다보았고 강이한 또한 그를 바라보았다.두 남자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공기에는 묘한 긴장감과 씁쓸함이 감돌았다.결국, 여진우는 시선을 돌리며 짧게 대답했다.“모르겠어. 기증받은 거야.”“그 사람은?”“죽었어.”여진우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와서 미련을 갖기엔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이유영은 조용히 그의 말을 곱씹으며 그녀의 몸에서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마취가 퍼지며 이유영의 의식이 흐려지는 순간, 여진우는 문득 물었다.“유영아, 만약 강이한이 처음부터 자기 각막을 너에게 주겠다고 했으면 받아들였어?”그 순간, 수술실의 공기는 얼어붙었다.강이한은 이유영을 바라보았고 그의 눈에는 고통이 가득했다.하지만 이유영은 점점 깊은 잠에 빠져들고 있었기에 대답하지 못했다.강이한은 이유영이 받아들이지 않았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그를 증오했고 혐오했다. 그의 것으로 여겨지는 어떤 것도 자신의 일부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이유영의 고집은 누구보다 강했다. 오랜 세월 동안 그녀가 연서의 그림자 속에 머물렀을지라도 그녀는 스스로를 지키려 애썼다.하지만 이유영은 몰랐다. 마지막 순간, 그녀는 더 이상 연서의 그림자가 아니었고 오히려 연서는 그녀의 기억 속에만 존재할 뿐이었다.강이한과 박연준 역시 그러한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었을 것이다....수술이 끝났다.수술실에 함께 들어갔던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길로 나왔다.마치 그들의 인생처럼, 이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32화

    자신의 오빠이자 가장 믿는 사람이 곁에 있으니, 수술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유영은 든든했다.“그래, 다행이야.”이유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가 긴장으로 몸까지 떨리는 모습을 보며 여진우의 눈에는 안타까움이 스쳤다.이런 감정은 여진우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는 그 감정을 기꺼이 받아들였다.그래서 이유영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더욱 부드러워졌다.“무서워하지 마. 내가 늘 곁에 있을게.”여진우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독였다.사실 이유영은 아직도 이 수술을 왜 꼭 용성시에서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파리에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녀는 묻지 않았다.수술실에서.이유영은 이미 수술대에 누워 있었고 여진우는 약속대로 그녀 곁을 지켰다. 그리고 그 옆에는 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소독약 냄새가 모든 것을 덮어버렸고 그녀는 주변을 제대로 구분할 수 없었다.하지만 여진우는 강이한을 보는 순간, 그의 눈빛이 복잡하게 흔들렸다.여진우는 알고 있었다.강이한이 이유영과의 관계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을.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정말 끝난 걸까?“오빠.”“왜 그래?”“무서워.”차가운 의료 기구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자 이유영의 목소리는 더욱 떨렸다.여진우는 그녀가 대기실에 있을 때보다 더 심하게 떨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심지어 말할 때도 그녀의 목소리에는 억누를 수 없는 공포가 묻어났다.“무서워하지 마. 오빠가 곁에 있어.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있으니까, 좀 편안하게 있어 봐.”“그래도 무서워...”이유영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 공포는 마치 그녀의 영혼에서부터 나오는 것 같았다.수술대 반대편에 누워 있던 강이한은 이유영의 말을 듣고 온몸이 떨렸다.그는 그녀의 공포가 왜 그런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박연준에게 자신의 곁은 지옥과 같다고 말했던 것이다.이유영은 강이한 곁에 있을 때, 단 한 번도 편안한 날을 보낸 적이 없었다.그의 눈앞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31화

    밤은 그렇게 평온하게 지나갔다.이유영은 깊이 잠들었고 여진우 덕분에 기분이 한결 나아졌으며 박연준과 강이한에 대한 불쾌한 감정도 점차 사라졌다.물론 임소미는 계속해서 이유영에게 전화를 걸어 곁에 가고 싶다고 말했지만 이유영은 가족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걱정스레 거절했다.하지만 사실, 그녀는 마음 깊숙이 가족들이 곁에 있어 주길 바라고 있었다.여자는 다 그렇다. 가장 힘든 순간에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지만 또 한편으로는 가족이 곁을 지켜 주길 바라는 것이다.이유영은 편안하게 잠들었지만 몇몇 사람들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다음 날 아침, 그녀가 일어나기 전에 우지와 우현은 서둘러 아침 식사를 마쳤다.오늘은 이유영의 수술이 예정되어 있어 아침을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가자.”여진우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그는 조심스럽게 이유영을 품에 안아 일으켜 세웠다.“수술실까지 같이 가는 거야?”“응.”“박연준은?”“그가 보고 싶어?”“아니, 그런 건 아니야!”요즘 계속 박연준이 곁에 있었기에 갑자기 사라지니 자연스럽게 찾게 되었을 뿐이었다.하지만 박연준이 없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 그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유영은 계속 화가 났다.차 안에서도 이유영은 박연준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여진우가 온 이후로 박연준이 그녀에게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오빠.”“응?”“수술이 끝나면 나를 집으로 데려가 줘.”이유영은 집에 가고 싶었다. 월이도 보고 싶었다.그녀는 요즘 밤마다 월이를 그리워했다. 세상에서 자신의 아버지조차도 아이를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이유영은 더욱 두려워졌다.그런 세상 속에서 그녀는 아이 곁을 지켜주고 싶었다.그러나 그보다도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고 그 변화를 실제로 느끼고 싶었다.“물론이지.”여진우의 목소리는 따뜻했다.이유영은 조용히 미소를 머금었다.하지만 앞좌석에 앉아 있던 박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30화

    여진우는 마치 아무런 빛도 없는 건조한 사람이었다.과거에 강이한과 박연준은 그 면을 이용해 이유영을 협박했지만 지금은 그런 방법을 포기했다.강이한은 이미 포기했고 박연준은 그저 묵묵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수술, 다 준비됐어?”여진우는 낮고 깊은 목소리로 물었다.그의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엿보였다.“그럼.”박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실수는 절대 없어야 해.”여진우는 단호하게 말했다.“물론이지.”강이한과 박연준은 이번 수술이 이유영에게 다시 빛을 가져다줄 마지막 기회라고 믿었고 최고의 의료진을 준비해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했다.“그럼 다행이야.”여진우는 짧게 답했다.“너는 내일 여기 있을 거야?”박연준이 물었다.“맞아. 수술이 끝나면 유영이를 데리고 같이 돌아갈 거야.”박연준은 말없이 여진우를 바라보았다.이유영과 함께 돌아간다고? 이게 무슨 뜻인가?박연준은 지금 이유영의 남편이었다. 그들의 관계를 떠올리니 가슴이 답답해졌다.여진우는 그의 속마음을 읽은 듯 쏘아붙였다.“그런 생각은 하지 마. 만약 너희 사이에 희망이 없다면, 이제 그만 포기해.”그의 말은 날카롭게 박연준의 가슴을 찔렀다. 이미 답답한 가슴이 더 찢어지는 것 같았다.포기라고? 말은 쉽지만 실제로 포기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포기라니, 흥.”“포기 말고 더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더 좋은 방법? 없었다.“너와 그 녀석, 둘 다 유영이에게 어울리지 않아.”여진우의 단언에 박연준은 씁쓸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네 말이 맞아. 나도, 강이한도, 유영이에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야.”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부터 이유영에게 접근한 목적이 순수하지 않았으니까.그들은 그녀에게 험난한 세상을 선물했고 그녀는 그 폭풍 속에서도 강인한 난초처럼 꿋꿋이 살아남았다.하지만 그들은 결국 이유영을 자신의 세계로 억지로 끌어들이려 했고 그녀는 더 거센 폭풍을 맞아야 했다.만약 자신들이 없었다면 그녀의 삶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