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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장

작가: 십육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2-06-30 11:55:18
#그의 갑작스러운 다정한 행동에 소만리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양볼도 뜨거워졌다. 그녀는 기모진을 바라보았다.그의 옆모습은 강인했지만 표정은 무덤덤했다.

"할아버지 저 왔어요.

 그가 차갑게 말하자, 소만리는 즉시 알아차렸다. 알고 보니 기모진은 할아버지에게 금슬 좋은 부부 연기를 하려고 했던 것이다. 소만리는 순간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이때, 식탁에는 소만영이 앉아있었다.

 할아버지는 온화하고 착했다. 소만리는 왠지 모르게 할아버지가 친근하고, 마치 오래전에 할아버지를 뵌 적 있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에게 보여주기 위해 기모진은 소만영을 거들떠보지 않고 자신에게만 잘해주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그는 그녀에게 반찬을 집어줄 뿐만 아니라, 새우도 까줬다. 더욱이 자신을 보고 부드럽게 미소 짓는 기모진을 보고 놀랐다.

소만리는 환한 미소로 언짢아 하는 소만영을 쳐다봤다. 이건 정말 꿈같은 일이지만, 그녀는 이 꿈에서 곧 깰 것을 알고 있었다.

식사가 끝난 후, 소만리의 손을 잡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기모진의 온도는 그녀의 마음속까지 전해져 그녀의 뺨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그러나 현실은 참혹했다.

차에 도착했을 때 기모진은 소만리의 손을 밉살스럽게 뿌리쳤다.

“혼자 알아서 가.“ 순식간에 변한 그의 태도에 소만리를 어리둥절했다. 기모진은 뒤따라오던 소만영에게 차문을 열어주고 그녀를 태우고 가버렸다. 처량하게 버려진 소만리는 가을 저녁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기모진의 순간의 따뜻함을 흘러 보냈다.

그날 밤에도 기모진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사랑하는 남자가 지금 다른 여자 안고 사랑을 나누고 있을 때 소만리는 인터넷에서 종양에 대해 검색을 하고있었다. 그러자 그녀의 가슴이 미어졌다. 종양의 위치가 좋지 않아서 수술하기가 위험해 아이를 떼어내도 그녀의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그녀는 차라리 이 위험을 무릅쓰고 기꺼이 기모진의 아이를 낳을거라고 결심하였다..

다음날이 되자 소만리는 아침 일찍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한 후결과를 보고 운명을 받아들였다. 검진서를 보는 소만리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모진아… 기모진… 난 네가 나를 미워해도 평생 네 곁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 했어, 근데… 내 목숨이 이렇게 짧을 줄이야......

소만리는 아련하게 거리를 거닐었다. 이때 갑자기 문자로 동영상 하나가 왔다.

동영상은 어젯밤 그녀가 억울하게 팔찌를 훔친 누명을 씌우고 있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소만영이 팔찌를 슬쩍 주머니에 넣은 모습이 영상에 찍혔다. 소만리는 누가 보낸 영상인지 알 수 없으나 이내 고맙다고 답장을 하고 재빨리 택시를 불러 기모진의 회사로 갔다.

만약 그녀가 정말 오래 살지 못해도, 비열하고 음흉한 소만영이 기모진 옆에 있는 걸 허락할 수 없었다. 그녀는 회사에 도착해 자신의 신원을 밝혔다. 그러자 안내원이 미묘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 번 더 확인했다.

소만리가 엘리베이터로 향하자 뒤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만리는 휴대폰을 꺼내SNS를 확인고서야 어젯밤 일어난 일이 인터넷에 올라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댓글의 대부분은 그녀를 욕하고, 손버릇이 나쁘다, 미운 오리 새끼다. 완벽한 기모진에게 시집 갔어도 피는 못 속인다… 등등의 욕들이었다.

소만리는 휴대폰을 움켜쥐고 기무진의 사무실로 곧장 달려갔다. 회의를 막 마치고 나온 기모진이 소만리와 마주치자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네가 여길 왜 와? 지금 네가 얼마나 유명인사 인지 몰라?” 그는 바로 어제의 그 일을 꺼냈다.

소만리는 익명으로 보내온 동영상을 기모진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잘 봐. 도대체 누가 진짜 도둑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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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보낸거야?"기모진은 아무런 표정 없이 동영상을 보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소만리는 기모진의 질문이 웃겼다. "누가 보낸게 중요해? 네가 지금 보고 있는 진실이 중요한 게 아니야?""진실?" 기모진은 갑자기 짙은 검은 눈동자를 번쩍 뜨며 재생중인 동영상과 소만리 핸드폰에 있는 모든 사진들을 지웠다. 이를 본 소만리는 놀라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달려가 휴대폰을 뺏었지만 이미 휴지통에 있는 동영상들도 다 삭제되었다."기모진, 왜! 너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지금 인터넷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를 욕하는 줄 알아? 이 동영상이 내 결백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라고!" 소만리의 감정이 무너졌다. 그러나 기무진은 꿈쩍도 하지 않고 싸늘한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네 결백이 나랑 무슨 상관이야? 만영이만 행복하다면 난 뭐든 다 할 수 있어.” 그의 대답에 소만리는 말문이 막혔다. 그녀의 결백과 그녀의 목숨은 모두 그와 무관했다! 그는 소만영을 맹목적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소만영이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그는 전부 눈 감아줄 수 있었다.  소만리는 마음을 가라 앉히고 옆에 있는 기모진을 바라보고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기모진, 언젠가 내가 악플 때문에 죽어도 상관없어?"  기모진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그러면 너 죽을 거야?" 그의 냉담한 대답은 마치 날카로운 칼이 소만리의 심장을 찌르듯 아프게 했다. 소만리는 주먹을 불끈 쥐었고 그의 아름다운 모습은 점차 희미 해졌다. "기무진, 내가 죽어도 지금처럼 아무렇지 않길 바랄게.” 말을 마친 소만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눈물을 흘리며 떠났다.    12년 동안 어리석은 사랑을 했다. 그녀는 자신이 도대체 어떤 남자를 사랑했는지 믿을 수 없었다. 소만리가 회사를 뛰쳐나왔다. 언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지 몰랐다. 그녀는 얼떨떨결에 길을 건너다가 앞에서 오는 차를 보지 못했다.  "끼익—— "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가 들렸다. 소만리가 눈물에 젖어 흐릿해진 눈으로 그녀를 향해 급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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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모진의 싸늘한 질책에 소만리는 더욱 어리둥절했다."이미 알고 있는 거 아니었어?"소만리의 대답에 기모진은 더욱 격분하여 소만리의 턱을 잡고 무서운 눈으로 그녀를 노려봤다."그래서 옛 애인 만난 거야?"옛 애인? 그가 말하는 사람은 소군연 이였다. 당시 소군연과 기모진은 같은 과 친구였고, 그들은 모두 소만리의 대학 선배였다. 소군연은 졸업식 때 소만리에게 고백을 한다고 해서 친구들은 소만리와 소군연이 연인 사이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소만리는 고백을 받아 들이지 않아서 몰랐지만, 알고 보니 기모진도 그 둘이 사귀었다고 생각했다."소만리, 잘들어, 언젠가 내가 널 버려도 다른 남자랑 연애할 생각 하지도 마. 내가 신다 버린 신발 누가 신나 보자!” 그는 그녀를 신다 버린 신발로 표현했다. 소만리는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그를 밀어냈다."기모진, 네가 이 결혼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너처럼 바람 안 피워! 처음부터 끝까지 난 너 하나밖에 없었어! 네가 한 말들은 날 모욕할 뿐만 아니라 네 자신까지 모욕하는 거야!” 이 말을 끝내고 소만리는 급히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기모진은 텅 빈 거리에 가만히 서있자 멍 해졌다. 그는 소만리가 달아나는 뒷모습을 바라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달빛이 뒤덮여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소만리는 평소와 같이 출근했다. 하지만 출근하자마자 인사팀에서 불려갔다。 책임자가 직접 그녀에게 사직서를 건넸다. 소만리는 이해가 되지 않자 책임자가 차갑게 말했다. “우리 회사는 손버릇이 나쁜 사람 필요 없어요.” 소만리는 이 말을 듣고 SNS에 퍼진 팔찌 훔친 일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소만리의 결백을 증명할 증거를 기모진이 삭제해버려 남들 눈에는 염치없는 도둑으로 몰려 소만리는 억울하고 화가 났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경도에서는 기모진이 말 한마디 하면 그가 원하는 대로 흘러간다. 그러나 그는 영원히 그녀를 돕지 않을 것이다. 그는 심지어 그녀가 사라지기를 바랐다. 소만리는 이력서를 가지고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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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지나지 않아 기모진이 왔다. 그는 소만리를 보러 온 것이 아니라 그녀의 죄를 물으러 온 것이다. 면회실 안의 불빛이 아주 희미했지만 기모진의 무서운 표정은 잘 보였다."나 만영 언니 안 밀었어, 기모진! 제발 내 말 좀 믿어줘!" 소만리는 결연한 태도로 말했다.그러자 기모진은 차디찬 손바닥으로 그녀의 목덜미를 잡고 그녀를 앞으로 끌어당겼다. "이미 물증이 다 나왔는데, 아직도 발뺌하는 거야? 그의 깊은 검은 눈동자에서 차가운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나 진짜 안 그랬어! 소만영이 고의로 나를 모함하는 거야! 나 진짜 안 밀었어, 진짜야!"소만리는 감정에 복받쳤고, 그가 자신을 믿어 주길 바랐다. 그러나 기모진은 더 힘을 주고 사납게 소만리의 목덜미를 끌어당겼다. "만영이가 자기 목숨이랑 뱃속 아이를 걸고 일부러 떨어졌다고? 소만리, 네 변명이 웃기지 않아?""만영 언니 뱃속에 아이 네 친 자식 아니야…” 소만리는 아픈 마음을 참고 증오스러운 눈빛으로 기모진을 쳐다봤다.“닥쳐!” 소만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모진이 말을 끊으며 소만리를 뿌리쳤다. 소만리는 양손에 수갑을 찬 채 한동안 몸을 가누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자 그녀의 배가 아파오며 얼굴이 급격히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참으며 힘겹게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 "기모진, 내가 안 밀었어. 정말 안 밀었다고!". 기모진은 그녀를 위에서 내려다봤다. "네 이런 쓸데없는 말들은 감옥에 가서 해명해. 소만리, 잘 들어. 만약에 만영이 뱃속에 아이한테 무슨 잘못이라도 있으면 너 죽을 줄 알아!” 그는 차갑게 말하며 가차없이 돌아섰다.  소만리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기모진을 향해 애절하게 말했다.  "모진아, 나 배 아파..."  그러나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재빨리 떠났다.  교도관은 면회실 문을 닫고 소만리를 감옥으로 다시 들여보냈다. 이날 밤, 소만리는 계속 아팠다. 그녀는 교도관에게 임신했다고 말했지만 그를 도와주기는 커녕 같이 있는 수감자들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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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만리는 자신이 초라하다고 느꼈다. 여자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남자에게 자신의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한다. 하지만 소만리는 그를 마주할 때마다 가장 비천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에게는 그가 남긴 상처가 남아있다. "누가 들어 오래?" 기모진이 그녀를 문밖에서 가로막았다."여기 내 집이야"소만리는 기모진을 쳐다보며 말했다. "집? 이 집이 너한테 어울려?" 그가 비웃으며 차갑게 말했다. 기모진의 한마디 한마디는 듣고 소만리는 가슴에 못이 박힌 듯 아팠다."만영이 아니었으면 너 평생 감옥에서 살았을 거야." 기모진의 말에는 소만영에 대한 애정이 배어 있었다."그래 맞아, 만영 언니 아니었으면 내가 언제 감옥에 가보겠어? " 소만리는 비웃으며 말했다. "소만리, 너 아직도 변명을 해?" 기모진은 소만리의 대답이 언짢았다. "모진아, 아니야. 내가 하는 말 다 사실이야!" 소만리는 주먹을 불끈 쥐고 고개를 들며 거듭 강조했다. 기모진의 고운 얼굴이 차가워지며 소만리를 째려봤다. "네가 한 짓이 아니야? 좋아! 지금 당장 밖에 나가 빗속에서 무릎 꿇으면 내가 믿어줄게.” 소만리는 아랫배를 감싸고 멍하니 서 있었다."믿어 달래며, 아직도 멍하니 서서 뭐해?!" 기모진이 차가운 목소리로 재촉하다.소만리는 비를 맞으며 우수에 찬 눈으로 기억 속에 긴장했던 기모진을 쳐다봤다. "모진아, 그리워...""모진아, 나 배고파." 소만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방 안에서 소만영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알고 보니 소만영도 여기에 있었다.말할 수 없는 통증이 순식간에 번지며 그녀의 마음은 점점 무너졌다. 마치 구렁텅이에 빠진 것 같았다.기모진이 귀찮다는 듯 소만리를 힐끗 쳐다봤다. "만영이 오늘 밤 여기서 잘 거야. 이 집에 다시 들어오고 싶으면 내가 만족 할 때까지 무릎 꿇고 있어." 그는 이 말을 남기고 문을 닫으며 들어가버렸다.소만리는 차가운 빗방울을 맞으며 그의 몸도 같이 차가워졌다.밤이 되자, 안방 불이 켜지고 커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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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모진은 갑자기 너무 놀라 가슴에 가시가 박힌 듯 아팠다. 그리고 그는 망설임 없이 소만리를 끌어안았다. 이 장면을 옆에서 보고있었던 소만영은 기모진을 막으며 말했다. "모진아, 너 만리 데리고 어디 가려고 하는 거야?”. 하지만 기모진은 그녀를 외면한 채 소만리를 업고 병원으로 뛰어갔다.병원으로 가는 길, 기모진의 머릿속에는 어린 시절 한 여자아이를 만나 아름다웠던 장면들로 가득해져 그의 심장은 빠르게 뛰었다. 그는 지금 자신이 소만리를 싫어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은 채 그녀를 안고 응급실로 와버렸다.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말했는데, 지금 그의 셔츠에는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묻어 있었다... 기모진은 순간 숨을 쉬기 힘들었고 처음으로 소만리가 무사하길 바랬다. 밖에서 기다리며 서성거리는 그의 마음은 조마조마했다.그때 간호사 한 명이 안에서 나오자 기무진이 급히 그녀를 막으며 물었다. "제 아내는 좀 어때요?” 간호사는 기모진을 보고 원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남편분도 참…. 임산부를 비 맞게 하고, 게다가 온 몸이 상처투성이에요. 몸에 한기가 가득하고, 출혈도 있어서 아기 생사는 하늘의 뜻에 맡겨야 할 것 같아요.기모진은 순간 심장이 멎을 것 같았고, 머릿속에는 오직 소만리가 무사하기만을 바랬다.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수술실 문이 열렸다.기모진은 곧장 소만리에게 달려갔지만 아직 깨어나지 않아 소만리의 핏기 없는 얼굴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그는 참지 못하고 차가운 소만리의 손을 움켜쥐며 따뜻하게 바라봤다. “소만리, 나한테 왜 모진 오빠라고 불렀는지, 내가 어린 아리와 한 약속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말해줘.”소만리는 VIP병실에서 잠들어 있었지만 누군가 그녀의 손을 계속 잡고 있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수 있었다. 그 따뜻함이 점점 그녀의 피부에 스며들며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소만리가 완전히 깨어난건 이틀이 지나서이다., 그녀가 움직이자 누군가 손목을 꼭 잡고 있는 게 느껴졌다. 침대 옆에 기댄 기모진이 그녀의 손을 꼭 감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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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만영의 말을 듣자 기모진의 표정이 변했다. 그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소만리의 주치 의사와 소만영의 이야기를 들었다."어떻게 이럴 수 있죠? 소만리가 이런 일을 저지를 줄 몰랐어요…" 소만영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기모진은 잘 들리지 않아 올라가려 할 때, 의사가 난감해하며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사실 의사로서 저한테 이런 거짓말을 하라는 것은 덕을 해치는 거에요. 동생분도 참… 임신도 안 했는데 임신한 척하고 가짜 피로 아이까지 있는 척해서 우리까지 속이다니. 정말 어이가 없네요!”이 말을 듣고, 기모진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연기? 소만리가 임신한것도 연기였고 흘린 피도 가짜란 말이야?!"만리가 이렇게까지 하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지만… 그래도 사람 목숨으로 거짓말할 줄 몰랐어요. 심지어 선생님들에게 남편한테 거짓말해달라고 부탁까지 하고, 정말 자기 맘대로네요!”"동생 좀 말려주세요, 남편도 언젠가 가짜 임신 눈치챌 거예요" 의사는 말을 끝내고 자리를 떠났다.소만영은 의사 선생님을 뒤쫓아가 말했다. "선생님, 제발 누구에게도 절대 이 일을 말하지 마세요. 특히 제 여동생 남편한테요. 동생 남편이 알게 되면 동생을 때려 죽일까 걱정돼요.”의사는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이 일은 당사자들이 해결하세요. 어차피 소만리씨 지금 당장 퇴원해도 됩니다.”“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소만영은 의사의 뒷모습을 향해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 인사를 마친 소만영은 긴 한숨과 함께 미간을 찌푸렸다."만리야, 너 이번엔 정말 너무했어. 네가 나인 척 모진이 어릴 적 소꿉친구라고 거짓말한 거는 이해할게, 근데 어떻게 임신했다고 거짓말할 수 있어?” 소만영은 한숨을 쉬며 옆에 서 있는 기모진을 보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녀는 두려워 떨며 기모진을 바라봤다. "모진아, 너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기모진은 긴장해서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는 소만영을 보고 화를 가라앉히며 말했다. "소만리가 이런 일을 저지르는 걸 뻔히 알면서도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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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앞에 서 있던 소군연의 모친은 이 모습을 보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소군연의 부친이 옆에서 말렸다.“그만 좀 해. 아들이 평생 홀아비로 살길 바라는 거야?”“누가 지금 가서 훼방 놓으려는 줄 아세요? 가서 말해 줘야죠. 나도 이 혼사에 동의해도 되겠냐고.”“당신 동의하는 거야?”소군연의 모친이 막 대답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강연장 안 불빛이 밝아지는 것을 보았고 안에서 환호하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깜짝 놀라 소군연의 품에서 나온 예선은 소만리와 기모진,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 심지어 나익현과 나다희까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들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예선과 소군연을 향해 다가왔다.예선은 멍하니 소만리를 쳐다보다가 결국 이 모든 것이 그들이 미리 계획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그녀와 소군연의 부모만 감쪽같이 몰랐던 것이다.소군연은 절대 그녀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단지 그녀에게 인생에서 가장 지키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 누구인지 각인시키기 위해 좀 다른 방법을 썼을 뿐이다....이듬해 봄.생명의 기운이 깃든 모든 것들이 축제를 펼치는 계절.경도호텔 야외 정원에서는 결혼식이 한창이었다.그렇다.오늘은 소군연과 예선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공주님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멈추지 않았다.두 부부의 눈에는 실로 눈앞의 모든 존재들이 기적과도 같았다.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막내와 그 옆을 잘 보살피고 있는 듬직한 기란군, 그리고 곱고 맑은 딸 기여온까지.“엄마 아빠, 나랑 막내한테도 뽀뽀해 줘.”“뽀뽀, 뽀뽀.”막내는 기란군의 말을 알아들은 듯 소리쳤다.“너랑 막내는 맨날 하잖아. 여온이는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까 특별히 좀 더 많이 해 줘야지.”기모진은 귀여운 기여온을 안고 볼에 뽀뽀를 했다.“여온아, 요즘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 그놈이 평소에 무섭게 굴지는 않아?”“당신이 말한 그놈이 혹시 나예요?”강자풍이 짐짓 뾰로통한 얼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8장

    예선의 말을 듣고 소군연의 모친은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었다.예선의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있는 줄은 몰랐다.게다가 예선은 자신을 향해 ‘존중'이라는 단어를 썼다.예선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소군연의 모친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는 중 갑자기 소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예선아, 네가 그들을 존중한다고 해서 그들이 널 존중해 줄 줄 알아? 사람은 서로 존중해 주어야 하는 거야.”“그렇지만 군연은 그들의 아들이잖아. 만약 내가 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이 군연이랑 결혼을 한다면 그들은 두고두고 평생 나와 군연을 원망하며 살 거야.”예선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군연을 그렇게 만들고 싶진 않아. 나와 부모님 사이에서 평생 힘들어하면서 살게 할 순 없어.”“그렇지만 예선아...”“소만리, 이제 그만해. 너 나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꼭 함께 지내야만 하는 건 아니야. 그 사람이 평안하고 즐겁게 지낸다면 그것으로 족한 거야, 안 그래?”예선의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미 마음속에 결심을 한 것 같았다.소만리는 예선을 말리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 뭐라고 조언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선아, 그럼 이제 갈 거야? 소군연 선배 더 안 찾을 거야?”“찾아볼 곳은 다 찾아봤어. 이래도 못 찾는다는 건 아마도 군연과 나의 인연이 여기까지라는 거겠지. 군연이 혼자 조용히 있게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아.”예선이 돌아서자 소군연의 모친은 얼른 몸을 숨겼다.자신이 그들을 미행했다는 걸 그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이때 소만리가 예선을 불러 세웠다.“예선아,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너랑 군연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 보는 건 어때? 아직 안 가 본 곳이 혹시나 없는지 잘 생각해 봐. 소군연 선배가 거기서 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예선은 이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아직 안 가 본 곳이 한 군데 있긴 해.”“거기가 어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7장

    멀리서 예선을 몰래 관찰하던 소군연의 부모는 차 안에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흥. 군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게 깊다더니 한나절이 지나도록 군연이 어디 갔는지 짐작도 못하고 있군.”소군연의 모친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투덜거렸다.소군연의 부친은 아내를 힐끗 쳐다보았다.“그런 말 좀 이제 그만해. 지금은 군연이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야. 사실 난 저 예선이란 애, 꽤 괜찮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부모도 없다고 당신 많이 싫어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부모도 있고 그뿐만 아니라 엄마는 갑부에 아빠는 유명한 의사인데 당신 뭐가 불만이 그렇게 많아? 정말 아들을 평생 독신으로 살게 할 셈이야?”소군연의 부친은 솔직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지만 소군연의 모친은 그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당신도 예전에는 반대했잖아요? 나중에는 나도 동의했다구요. 하지만 아버님 체면 세워 드리느라고 동의하지 않았던 건데 이제 와서 날 탓하면 어쩌라는 거예요?”“그만둬.”소군연의 부친이 아내의 말을 끊었다.“어째서 말을 못하게 해요? 내가...”“예선이 움직였어!”소군연의 부친이 급히 액셀을 밟았고 소군연의 모친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잠시 후 소만리의 차는 경도대학교 정문 앞에 멈춰 섰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눈에 익은 건물을 바라보며 예전에 함께 보냈던 날들을 떠올렸다.그들이 대학에 갓 입학한 첫날이었다.그때 그들은 모두 각자 마음에 두고 있던 한 해 선배의 남자와 부딪히게 되었다.그 남자와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될 때까지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경도대학교에 있을 것 같아?”소만리가 물었다. 예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살짝 웃었다.“나도 확신할 수 없지만 네 말처럼 군연과 함께 했던 추억이 있는 곳은 다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여기 왔어. 운에 한번 맡겨 보려고.”예선은 말을 마치며 학교 안으로 걸어갔다.학교는 개방식이어서 예선과 소만리는 아무런 제지도 없이 바로 들어갔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6장

    소군연의 할아버지는 소군연의 글을 보고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퇴원하자마자 한 여자 때문에 사라져?게다가 이 여자가 아니면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그는 결코 그런 일이 발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소군연이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하니 마음이 몹시 답답하고 당황스러웠다.만약 소군연이 정말 결혼하지 않는다면 그들 소 씨 가문은 후사가 없게 되는 게 아닌가?낭패였다.그건 안 된다. 절대 안 될 일이었다.예선은 밖으로 뛰쳐나온 후 그가 갈 만한 곳을 찾아가 보았지만 오전이 다 지나도록 소군연의 행방을 알아낼 수 없었다.그녀는 소군연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역시나 받지 않았다.아무런 소득 없이 시간만 흘러가자 예선은 갑자기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그녀는 길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았다.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인생에 주어진 하루하루를 무탈히 사는 것만 같았다.갑자기 상실감이 확 밀려왔다.군연, 정말 날 포기하기로 한 거예요?우린 이렇게 헤어져서 제 갈 길을 가게 되는 건가요? 그런 건가요?예선은 막막한 마음을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었다.생각하면 할수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바로 그때 소만리에게서 전화가 왔다.예선은 얼른 그녀의 전화를 받아 소군연에게 일어난 상황을 전했고 소만리는 한달음에 예선에게 달려왔다.예선은 소만리를 보자마자 눈물샘이 터져버렸다.소만리는 예선을 위로했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일시적으로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걸 거야. 널 포기했을 리가 없어.”“아니야. 포기한 거야.”예선은 심호흡을 하고 스스로를 진정시켰다.“그의 가족들이 절대 날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특히 어머니는 강경하게 반대하시고 최근에 발생한 일 때문에 다른 가족들도 나에 대한 선입견이 더욱 나빠졌어.”“그동안 일어난 일은 너랑 아무 상관없어. 넌 피해자야.”“하지만 그들은 날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저 소군연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5장

    ”얼른 들어갈게요!”소군연의 엄마는 황급히 뛰어가다가 갑자기 뒤따라오는 예선에게 고개를 돌렸다.“넌 오지 마! 우리 소 씨 가문에 널 환영하는 사람은 없어!”소군연의 엄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예선은 소군연을 만나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예선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어떻게 소군연이 스스로 퇴원을 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어제까지도 분명 병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소군연의 집으로 가는 길에 예선은 소군연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보았다.그러나 소군연은 받지 않았다.소군연에게 핸드폰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선은 계속 전화를 시도했고 예상대로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소군연을 만나고 싶었다.그러나 가는 길이 너무 막혔다.드디어 예선이 소군연의 집에 도착해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앙칼진 소군연의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가 어떻게 스스로 집에 왔다는 거야? 방금 깨어난 거 아니야?”“이것 좀 봐 봐. 이거 보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될 거야.”소군연의 부친은 원망 섞인 말투로 소군연의 모친에게 뭔가를 쥐여 주었다.예선이 얼른 현관에 들어서자 따가운 소군연의 모친 목소리가 그녀를 향했다.“따라오지 말라고 했는데 넌 왜 또 왔어? 누가 널 환영한다구...”“됐어. 그만하고 이것 좀 보라니까.”소군연의 부친은 예선이 들어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군연의 모친 말을 끊었다.예선은 소군연의 부친이 미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쫓아내지 않자 얼른 안으로 걸어갔다.소군연의 모친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메모지 한 장이었는데 메모지에는 짧은 몇 마디가 쓰여져 있었고 모두 소군연의 모친에게 전하는 말인 것 같았다.소군연은 자신이 이틀 전에 깨어났다고 실토하며 잠에서 깬 이후 자신의 엄마가 예선에게 모질게 투덜거리는 말만 하는 것을 보고 예선과 절대 결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4장

    예선은 아무도 없는 병실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즉시 소군연을 찾아나섰다.그러나 근처를 한 바퀴 둘러보아도 예선은 소군연의 모습을 찾지 못했고 마음속에서 초조함이 스멀스멀 밀려왔다.이때 소군연의 엄마가 들어왔다.병상에 누워 있어야 할 소군연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을 본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 혹시 무슨 검사하도 하러 간 거야?”소군연의 엄마는 불만이 가득 담긴 얼굴로 예선에게 물었다.소군연의 엄마가 보이는 이런 태도에는 이골이 났는지 예선은 개의치 않으며 담담하게 돌아섰다.“저도 알고 싶어요.”“나보다 먼저 와 놓고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제가 왔을 때도 병실에 아무도 없었어요.”예선은 돌아서면서 말을 이었다.“간호사한테 한번 물어볼게요.”“잠깐만.”소군연의 엄마가 예선을 멈추어 세우며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너한테 말을 해 둬야겠어. 군연인 이미 너 때문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었어. 다친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 너 때문에 영 씨 집안 두 모녀는 감옥에 갇혔어. 이건 분명히 네가 우리 가문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야. 네가 우리 군연이를 얼마나 좋아하든 우리 군연이 널 얼마나 좋아하든 상관없어. 넌 우리 소 씨 가문에 들어올 수 없어.”이 말을 들은 예선은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영 씨 집안 두 모녀가 감옥에 간 것까지도 예선의 탓으로 돌린단 말인가?예선과 소군연은 엄연히 피해자였다.영내문 같은 악랄한 사람은 오늘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 악행을 저지를 사람이었다.영내문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인 중의 악인이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벌여진 일들로 이 모든 것이 자명한데 소군연의 엄마는 여전히 예선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예선은 더 이상 소군연의 엄마와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시간 낭비 에너지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3장

    채수연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이미 모든 상황을 다 이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여온아.”채수연이 기여온에게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앉아 다정하게 말했다.“여온아, 선생님이 여온이 좋아하는 거 알지? 어딜 가든 매일 기쁘고 즐거운 일만 있길 바라. 그리고 하루빨리 말도 할 수 있게 되길 바랄게.”기여온이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한껏 고개를 끄덕였다.채수연은 일어서서 강자풍을 바라보았다.아직도 눈에는 그에 대한 호감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조금 전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더 이상의 집착은 사라졌다.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반드시 고집스럽게 쟁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채수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강자풍을 바라보며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강자풍도 더 이상 아무 말없이 몸을 굽혀 기여온을 품에 안고 돌아섰다.돌아서기 전에 채수연에게 따뜻한 작별의 미소도 잊지 않았다.“채 선생님,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어쨌든 선생님께 많이 신세 졌습니다. 고맙습니다.”채수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절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 주신 걸로 이미 다 갚으셨어요. 하지만 강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긴 하네요. 기회가 되면 같이 식사라도 해요.”“그럼요, 언제든지요.”강자풍이 흔쾌히 승낙했다.친구가 된다는 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채수연은 그 자리에서 기여온을 안고 점점 멀어지는 강자풍의 뒷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두어 걸음 앞으로 나섰다.“강 선생님, 저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 대답해 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강자풍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다정한 미소를 가득 품고 뒤돌아보며 물었다.“뭐가 궁금하신가요?”“좋아하는 여자가 정말 있긴 한 거죠?”강자풍은 기여온의 작은 얼굴에 부드러운 시선을 잠시 떨구며 입을 열었다.“지금 저의 가장 큰 소원은 여온이가 무탈하고 건강하게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2장

    ”어쩌다가 듣게 되었어요.”강자풍은 순순히 시인했다.채수연은 강자풍의 대답을 듣고 자신이 난감해할 줄 알았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예전처럼 초조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고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다만 약간의 부끄러움은 어쩔 수 없었다.강자풍은 채수연이 난감해하지 않도록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채 선생님을 도와드리려고 했던 건데 어떻게 하다가 영상이 찍혀 인터넷에 올라오는 바람에 선생님을 더 난처하게 해 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나와 여온이 일로 또 한 번 고민거리를 안겨 드린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강자풍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기여온을 향해 부드러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하지만 선생님, 걱정 마세요. 앞으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 없을 거예요.”채수연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순간 마음속에서 상실감이 강하게 몰아쳤다.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강자풍을 쳐다보며 강자풍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역시나 그의 말은 그녀를 안타깝게 만들었다.“채 선생님, 여온이한테 더 잘 맞는 유치원을 찾았어요. 제가 일하는 곳과도 더 가까워서 여온이 등하원하는 데도 훨씬 편리할 것 같아요.”강자풍의 말을 들은 채수연은 갑자기 마음이 너무나 허전했다.“여온이한테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봐 유치원을 옮기기로 하신 거예요?”강자풍은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이게 선생님한테도 우리한테도 좋은 것 같아요.”강자풍은 ‘우리'라는 말을 할 때 기여온에게 시선을 주었다.채수연은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자신의 감정이 줄곧 일방적인 것이었고 닿을 수 없는 허무한 희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강자풍의 눈에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강 선생님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채수연도 강자풍의 말에 활짝 웃으며 동의했다.“아까는 정말 죄송했어요. 저희 엄마와 엄마 친구가 강 선생님에 대해 한 말은 정말 부적절했어요. 죄송합니다.”강자풍은 조금도 개의치 않으며 입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1장

    류 씨 성을 가진 남자가 트집을 잡았고 결국 강자풍이 기여온을 데리고 나가는 장면이 모두 찍혀 인터넷에 공개된 것이었다.이 남자도 양심은 있었던지 기여온의 모습은 블러 처리를 해서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게 했지만 강자풍의 모습은 영상에서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채수연의 엄마는 한눈에 영상 속 사람이 강자풍임을 알아차렸다.영상 아래의 댓글을 본 채수연의 엄마는 더욱 초조한 눈빛으로 말했다.“수연아, 너 어떻게 이런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할 수 있어?”채수연의 얼굴이 찡그려졌다.“맞아요. 부인하지 않을게요. 난 강 선생님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어요.”“뭐라고!”“아유... 수연아, 너 정말 이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진 씨 부인의 눈빛이 미묘하게 반짝거렸다.“내가 보니까 여기 댓글 단 사람들이 벌써 이 남자 신상을 다 파헤친 것 같던데. 이 남자 예전에 우리 F국에서 한때 주름잡았던 그 강어라는 사람 동생이라더라구. 그 강연이라나 뭐라나 누나라는 사람은 업계에선 더욱 악명이 높았대.”“뭐! 그 강 선생이 강어와 강연의 동생이라고?”채수연의 엄마는 자신의 소중한 딸이 악명 높은 집안 배경을 가진 사람과 사귀게 될까 봐 전전긍긍했다.“나도 그 사람 형과 누나에 대해서 들은 적 있어요. 나도 알고 있다구요. 하지만 강 선생님은 지금까지 그 일에 개입한 적이 없어요. 만약 조금이라도 개입했다면 벌써 경찰서에 잡혀 들어갔을 거예요.”채수연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게다가 강 선생님은 이 아이의 친아빠가 아니에요. 친구 딸인데 잠시 이 아이를 돌보고 있을 뿐이에요. 그리고 아주머니, 부탁드리는데요. 이 아이가 말을 못 하는 걸로 자꾸 걸고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말을 못 해서 누구보다 괴로운 건 이 아이잖아요. 입장 바꿔서 누군가가 아주머니 아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절대 듣고 싶지 않을 거잖아요, 네?”“...”채수연의 입에서 뭐라도 가십거리를 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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