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리는 한쪽에 버려진 자루를 바라보았다.자루는 크진 않지만 이 안에 4살짜리 아이 하나가 들어 있다고 한다면 충분한 크기였다.소만영, 이 양심도 없는 독한 여자는 정말 이런 비인간적인 일을 할 만한 여자다.소만리는 그 자루를 몇 초 동안 멍하니 바라보다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소만영은 소만리가 긴장한 얼굴로 자루를 여는 모습을 보며 살금살금 그녀의 뒤로 가서 손에 들고 있던 삽을 들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소만리, 죽어!이 세상에서 너와 나 오직 한 명만 살 수 있어!그녀는 온 힘을 다해 삽을 소만리의 뒤통수에 내리쳤다. 소만영은 자신이 원하던 대로 다 됐다고 생각한 순간 소만리가 갑자기 몸을 돌려 소만영의 기습 공격을 피했고 있는 힘껏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소만영. 네가 가장 죽이고 싶은 사람이 나란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내가 예전처럼 그렇게 방심할 거라 생각했어?”소만리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어머니로서의 신념이 그녀에게 더욱 강한 힘을 주었다.“네 목표는 나잖아. 내 자식 건드리지 말고 나한테 덤벼!”소만영은 화가 나서 소만리의 손목을 벌렸고 비틀거리며 뒤로 몇 걸음 넘어졌다.“소만리 잘 들어. 그래 난 널 건드릴 힘이 없어. 그래서 네 아이들 건드리려고 해! 어쩔 건데?”그녀는 미친 듯이 피식 웃으며 눈빛이 험악해지며 말했다.“그때 내가 마음이 약해서 너의 씨를 남겼는데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마음이 약해서?”소만리는 지금 소만영의 입에서 이 말을 들었을 때 너무나 비참했다.“소만영, 네가 기란군을 곁에 둔 것은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라 기란군을 이용해서 네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했을 뿐이잖아!”진짜 목적이 들통나니 소만영은 이를 악물었고 더욱 화가 더 치밀어 올랐다.소만리는 여유로운 걸음으로 소만영에게 다가갔다.“그때 네가 기모진인 것처럼 가장하고 이름을 속여 감옥에서 나를 때리고 기란군을 빼앗았고 내 외할아버지를 죽였어. 그리고 내 얼굴을 망가뜨리고 내 각막을 적출하고
소만영이 놀라서 고개를 돌려 보니 찬바람이 일렁이는 아름다운 얼굴을 한 기모진이 넋을 잃은 그녀의 시선으로 들어왔다.“모, 모진...”그녀는 당황한 듯 다가온 남자를 쳐다보다가 소만리의 손을 홱 밀치고 몸을 돌려 도망치려고 했다.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의 목이 다시 조여졌고 소만영은 겨우 두어 번 숨을 내쉬었을 뿐인데 질식할 것 같았다.한순간에 그녀의 숨결이 잠겼다.기모진의 손가락은 냉수처럼 차가워 그녀의 피부에 스며들자 그 추위에 소만영은 온몸을 떨었다.그녀는 기모진이 정말로 자기를 죽이고 싶어 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그는 온몸이 살기로 덮혀 괴력을 뿜었고 손의 힘도 갈수록 세졌다. 심지어 그는 어깨의 상처까지 힘이 들어가 상처가 벌어졌고 등 뒤에서 선명한 피가 배어 나왔다.소만리는 급히 기모진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소만영을 불쌍히 여겨서가 아니라 기모진이 이런 사람 때문에 살인 누명을 쓰는 걸 원치 않았다. 그의 상처에서 다시 피가 나기 시작한 것이 더욱 가슴 아팠다.그러나 기모진은 손을 놓을 뜻이 없었다. 그녀는 뼛속까지 퍼져나가는 살기를 느꼈다.그가 얼마나 소만영을 미워하는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소만리와 허송세월한 시간들, 설령 소만영이 죽는다고 해도 그의 화를 풀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기모진의 눈빛이 더욱 심각해지자 소만리는 기모진의 손을 잡았다.“모진, 나도 당신처럼 그녀가 정말 미워요. 그렇지만 우리가 그녀 때문에 살인죄를 짊어질 필요는 없어. 그럴 가치도 없는 사람이야. 기란군을 생각해. 여온이를 생각해. 아직 우리 가족이 다 모이지 않았잖아. 모진, 그녀를 놓아줘. 모진!”소만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듣고서야 기모진의 이성은 점점 돌아왔다.그는 소만영의 목을 조르던 손을 놓았다. 소만영이 땅바닥에 털썩 쓰러져 기절했다.소만리는 붉어진 두 눈과 가볍게 손가락을 떨고 있는 남자를 보며 가슴이 아팠다.그녀는 기모진의 손바닥을 잡았고 아직 그의 손이 차갑다는 것을 알았다.
강자풍은 눈치가 빨라 그 부하들을 모두 내보냈다.떠나기 전 그는 소만리를 바라보며 말했다.“누나 필요한 게 있으면 불러요. 밖에 있을게.”소만리도 사양하지 않고 말했다.“그럼 기모진 좀 잘 돌봐줘.”“응.”강자풍은 어깨를 으쓱하고 돌아섰다.이렇게 큰 방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소만리는 침착하게 소만영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는 소만영의 곁으로 가서 여왕처럼 높이 서서 불쾌한 표정을 하고 있는 여자를 노려보았다.“소만영, 또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 다 말해. 더 이상 내 시간 낭비하게 하지 말고.”“흥. 넌 당연히 빨리 해결하고 싶겠지만 난 그렇지 않아.”소만영은 손을 들어 입가의 피를 닦아냈고 그 아름다운 눈은 삽시간에 독을 잔뜩 바른 듯 소만리를 매섭게 노려보았다.“소만리, 이번 생에 모진이 날 사랑하게 만들 수 없다는 거 나도 잘 알아. 그렇지만 너희들을 행복하게 해 줄 마음도 없어.”그녀는 측은한 듯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네 소중한 딸은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에 가둬뒀지. 난 그 방에 먹을 것을 놔두었는데 그중 한 음식에는 내가 쥐약을 넣어뒀어.”소만영은 말을 이었다.“그 작은 것이 운이 좋으면 최대 이틀은 살 수 있겠지만 운이 나쁘면 지금 이미 하늘나라로 갔겠지.”소만영은 말을 마치고 깔깔대었다. 그녀는 소만리가 마음이 아프고 애타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소만리는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소만영은 갑자기 웃음을 멈추었다. 그녀는 소만리가 이렇게 침착한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녀는 마음이 급했다.“소만리 너 미쳤니? 아니면 겁에 질린 거야? 네 딸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지 않아?”“물론 나도 알고 싶은데. 말해 줄래?”소만리는 여유 있게 되물으며 냉엄한 얼굴에 자신만만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소만영, 넌 기묵비와 한동안 결탁했었지. 흑강당이 F국에서 어떤 세력을 갖고 있는지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 그렇지?”“그게 뭐 어때서!”소만영이 소만리를 노려
소만리가 거세게 소만영을 노려보았다. 천둥 같은 기세로 소만영을 뿌리치며 말했다.“흑강당 사람들은 할 수 없겠지만, 난 할 수 있어!”뭐!소만영은 갑자기 머리가 멍해졌고 소만리가 성큼성큼 떠나는 것을 보고 비로소 자신이 방금 뜻밖에 기여온의 행방을 말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이 속임수는 분명히 그때 기모진이 법정에서 이미 그녀에게 썼던 수법인데 이번엔 그녀가 소만리에게 속아 넘어갈 줄은 몰랐다.소만영은 얼른 일어나 소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입구를 지나자마자 경호원에게 발길질을 당해 다시 돌아왔다.그녀는 고통스러워 바닥에 엎드려 피를 토했고 소만리가 냉담하게 주저함 없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고 다시 일어설 힘이 없어졌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제일 먼저 기묵비의 별장에 도착했다.기묵비는 그들이 온 것을 알았지만 예상했다는 듯 여유로운 모습이었다.단지 소만리와 기모진이 나란히 같이 서 있는 모습이 꼴 보기 싫었을 뿐이다.그는 이미 그가 소유할 수 없어진 소만리를 보며 비꼬며 말했다.“당시 기모진은 너를 아프게 해서 이혼 합의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했지만 지금 넌 이 남자 곁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군. 소만리, 애초에 그가 당신에게 준 그 많은 불행과 상처를 잊었나?”소만리는 남자의 비꼬는 시선을 담담하게 온몸으로 맞으며 말했다.“당연히 잊지 않았죠. 내가 잊지 않았기 때문에 나와 기모진 사이의 비극은 전부 누군가에 의해 이간질을 당한 거란 걸 똑똑히 기억하고 있죠.”“하지만 그렇게 음흉하고 악랄하다 해도 두 사람의 목숨을 짊어진 악녀였는데. 당신은 그녀를 사형집행의 문턱에서 구해내어 계속 그녀가 내 인생을 파괴시키게 했죠.”기묵비는 소만리가 말하는 이 여자가 소만영이라는 걸 알아들었다.“기묵비, 당신을 처음 본 날부터 난 당신을 친구로 대했고 신뢰하는 사람으로 대했어요. 당신이 날 구해주고 어려운 고비를 넘길 수 있게 도와준 것 고맙게 생각해요.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 당신과 난 원한이 너무 깊어 양립할 수 없
초요의 이런 행동은 기묵비를 무척 놀라게 하였고 소만리와 기모진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당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기모진은 얼굴을 옆으로 돌려 뒤에 서 있는 초요를 바라보았다.“당연히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너무나 잘 알죠. 당신은 모르는 것 같네요.”초요의 말투는 냉담했고 오히려 더 침착하고 결연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었다.“그들을 보내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지금 죽은 두 아이를 대신해서 복수할 거예요.”기묵비는 얼굴빛이 점점 나빠졌지만 끝내 입을 떼지 않았다.초요는 더욱 힘껏 총구를 들이댔고 총을 쏜다면 총알이 기묵비의 심장을 관통할 것이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초요가 여기에 있을 줄은 몰랐지만 초요가 그들을 돕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초요, 우리랑 같이 가요.”소만리는 초요를 기묵비 곁에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만약 그 사람 곁에 계속 머문다면 분명히 또 이 남자로부터 상처를 받을 것이었다.그러나 초요는 소만리를 향해 살짝 미소만 지으며 말했다.“소만리 언니, 모진 오빠. 먼저 가세요. 전 여기 남을게요.”소만리는 초요가 여기에 남으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초요의 결심을 보고 더 권해봐야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다.기모진은 초요와 서로 눈이 마주치자마자 단호하게 소만리의 품에서 기여온을 끌어안고 한 손으로 잡았다. 소만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소만리, 우리 먼저 가자.”소만리는 초요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그저 떠날 수밖에 없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이 기여온을 데리고 차에 올라타 떠나는 모습을 보자 기묵비는 갑자기 몸을 돌려 민첩하게 초요가 들고 있던 총을 빼앗았고, 한 손으로 그녀의 가느다란 목을 움켜쥐었다. 눈동자엔 분노가 일렁이고 있었다.“당신 정말 살기 싫은 거야?”기묵비의 날카로운 눈빛은 스케이트 날처럼 초요를 가차 없이 찔렀다.그러나 초요는 그를 무관심한 듯 흘겨볼 뿐 시선을 돌렸다.“날 봐!”기묵비가
방금 기모진이 한 말을 그녀는 사실 다 듣고 있었고 그녀는 기모진의 회한과 미안함 그리고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모순을 다 느낄 수 있었다.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소만리는 지척에서 그를 볼 수 있는 거리가 다시는 천신만수를 사이에 둔 거리가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다가가서 팔을 들어 기모진의 등 뒤에서 그를 살며시 안았다.자책감에 시달리던 기모진은 갑자기 소만리의 품에 안겼고 잠시 놀랐지만 이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아직도 당신이 나한테 한 짓이 다 이해되진 않지만 난 정말 이제 당신 미워하지 않아요.”“기모진, 앞으로 우리 잘 살아요. 네?”소만리의 맑은 목소리가 귓가로 미끄러져 들어갔고 마치 아름다운 멜로디가 기모진의 심장에 떨어지는 것 같았다.기모진은 몸을 돌려 조각처럼 깎아놓은 듯 윤곽이 또렷한 얼굴로 소만리의 아름다운 얼굴을 손바닥으로 어루만졌다.두 눈이 마주치자 마치 아무 소리도 나지 않고 시간이 멈춘 듯했다.기모진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소만리의 눈썹을 스치며 흘러가자 눈빛은 점점 더 흐릿해지고 멀어졌다.“소만리, 사랑해.”소만리는 입술을 오므리고 웃으며 기모진의 이마 앞으로 자신의 이마를 가까이했다.“응. 나 알고 있어요.”기모진은 소만리가 자신에게 사랑한다는 그 말이 듣고 싶었지만 지금은 소만리의 용서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가 감히 더 이상 바라는 건 사치였다.이튿날.소만리는 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경도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아직 초요가 마음에 걸렸다.그녀는 초요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가 바로 받았다.그러나 그녀는 소만리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소만리 언니, 경도로 돌아가 계세요. 전 할 일이 있어요. 제게는 중요한 일이에요.”소만리는 왠지 은근히 불안하였다.“초요, 기묵비는 위험한 사람이에요. 계속 그 사람 곁에 있으면 안 돼요.”“그가 위험하다는 것을 아니까 그 사람 곁에 남아 있는 거예요.”초요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소만
초요는 아픔이 심장을 관통하는 것을 느꼈고 눈을 내리깔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손에 쥔 핸드폰이 힘없이 스르르 미끄러졌다.“타탁.”핸드폰이 그녀의 발에 떨어졌고 한 방울 두 방울 더 많은 피가 핸드폰 화면에 쏟아졌다.핸드폰 너머에서는 놀란 남자의 고함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오고 있었다.“초요, 초요! 초요 대답해!”운전대를 잡은 기묵비의 손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고 그는 미친 듯이 속력을 내어 경찰서 문 앞에 이르렀다.한 무리의 사람들이 둘러서 있는 것을 보고 그는 곧장 돌진해 갔다.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들어가 보니 피바다 속에서 그는 백지처럼 창백한 눈빛을 한 여자를 보았다.기묵비의 심장은 마치 한 겨울 얼음 창고에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의 온몸의 피가 순식간에 식어버렸다.“초요.”그는 앞을 가로막는 사람들을 밀치고 한쪽 무릎을 꿇고 의식을 잃은 그녀를 끌어안았다.“초요! 초요! 일어나!”그는 그녀를 품에 안고 혼란스럽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계속 불렀다.하지만 아무리 소리쳐도 소용이 없었다.기묵비의 시선은 곧 흐려졌다. 그는 뭔가가 자신의 눈을 적셨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그의 마음이 찢어지고 찢어서 숨이 막힐 것 같다는 건 분명히 알았다.그는 주위의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전혀 듣지 못했다. 그저 눈앞의 모든 것이 검게 보였고 오직 선명하게 눈에 띄는 것은 온 바닥을 물들인 붉은 피바다뿐이었다.“묵비 오빠...”기묵비는 얼떨떨해하며 지금 가장 듣고 싶어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벌겋게 충혈된 두 눈을 번쩍 들어 초요가 지친 눈을 희미하게 뜨고 그를 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초요, 초요. 겁내지 마. 내가 널 죽게 놔두지 않을 거야!”기묵비는 대답했다.초요는 그저 살며시 웃으며 피투성이의 손을 힘겹게 들어 기묵비의 손에 USB를 쥐여주었다.기묵비는 멍하게 그 USB를 바라보았고 날카로운 송곳으로 살을 에는 듯한 아픔이 온몸에 파고들었다.그는 갑자기 지금 가지
피로 물든 그의 손을 들어보니 조심스레 보관하던 민트색 머리끈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그는 손끝을 떨며 머리끈을 입술에 갖다 대었다.“죽지 마. 죽으면 안 돼.”그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이내 눈시울이 더욱 붉어졌다.“네가 말한 대로 영원히 나한테 매달려 있어. 약속 꼭 지켜.”기묵비는 떨리는 목소리로 읊조렸지만 마음속의 두려움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이때 수술실 문이 열리고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나왔다.“교수님, 초요는 어때요?”의사는 유감인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총알은 빼냈는데 심장 위치를 정확히 관통해서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초요 양은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마치 날벼락이 떨어지는 것 같았고 기묵비는 마치 화석처럼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얼마나 정확하게 관통했는지. 흑강당 사람들이 한 짓 아닌가요?”의사는 가볍게 탄식했다. 너무나 가슴 아프고 한탄스러웠다.초요는 그가 죽인 것이다.그가 직접 부하들에게 초요에게 총을 쏘라고 명령한 것이었다.그는 그녀가 정말로 자신을 배신하고 그의 모든 사업을 망치려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는 그녀가 처음부터 그를 배신할 마음이 없었고 마음에서 내려놓은 적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래서 그녀는 경찰서 앞에서 돌아선 것이었다.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순간 그는 자신이 초요를 이토록 아끼고 있었음을 비로소 깨달았다.그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지만 초요는 그렇게 소리 없이 그의 마음속에 들어온 것이었다...기묵비는 더할 수 없는 고통을 참으며 아무도 없는 수술실로 들어갔다.그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만나러 갔다. 그러나 갑자기 그녀를 똑바로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밝고 달콤한 미소가 가득했지만 지금 눈앞에는 그저 창백하고 소리 없는 기억만 남았다.그는 초요의 곁으로 가서 무표정한 얼굴로 머리를 숙이고 입술을 초요의 차가운 입술에 대었다.초요, 다음 생이 있다면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