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리는 당당하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그래요. 나와 기모진의 아이예요.”기묵비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고 정황을 정확히 알고 싶었기 때문에 소만리의 정곡을 찌르는 듯한 말을 계속 듣고 있었다.“기묵비, 내 뱃속의 아이는 처음부터 당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어요. 심지어 당신이 나와 당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생각하던 날 밤도 내가 당신을 위해 특별히 제작 주문한 향 때문에 생긴 당신의 환각일 뿐이었어요.”“당신은 꿈을 꾸었을 뿐이고 당신의 환상이 만든 광경일 뿐이었어요.”기묵비는 소만리의 조향 능력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사실은 그에게 있어서 너무나 풍자적이고 체면이 깎이는 일이었다.이렇게 오랫동안 그는 소만리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줄 알았고 그녀를 이미 다 가진 줄 알았는데 그날 밤의 일은 단지 꿈이었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더욱 가소롭게 여겨졌고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날 밤 그는 확실히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와 온화하고 아름답게 서로에게 사로잡혀 얽혀 있던 여인은 초요였다.“기묵비, 이제부터 다시는 당신의 위협을 받지 않을 거예요. 기모진을 다치게 한다면 내가 직접 동영상을 경찰에 보낼 거예요. 당신이 오랫동안 세운 사업, 내가 뿌리 뽑아 버릴 거예요. 당신 지위도 명예도 다 잃게 만들 거라구요.”소만리의 날카로운 눈빛은 그녀의 각오와 기세를 드러내기에 충분했다.기묵비는 이 날카롭고 가시 돋친 아름다운 눈을 바라보며 불같이 화를 내며 돌아섰다.강자풍은 이때 다시 소만리의 곁을 돌아보며 말했다.“미녀 누나 완전 멋진데. 난 기묵비가 여자한테 치욕 당하는 거 처음 봐.”그러나 소만리는 지금 농담할 기분이 아니었다.“당신 사람들 갔어요, 안 갔어요?”“걱정 마요. 내가 전부 다 배치했으니까. 누나 딸은 무사히 돌아올 거에요.”강자풍은 가볍게 와인잔을 흔들며 말했다.“그런데 나 갑자기 누나랑 조건 바꾸고 싶어.”강자풍은 소만리에게 다가가 속삭였다.“돈은 필요 없어.
이 대답을 듣고 기묵비는 이내 깨달았다.소만리, 이것이 네가 강자풍 편에 선 이유였군.당신은 역시 아름다운 외모와 지혜를 다 갖춘 여자군.그러나 네가 이렇게 하면 가족이 다 함께 모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좀 순진한 생각인데.아마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당신이 진정으로 알게 될 때가 올 거야....병원.초요는 시간을 보고 기묵비의 지시에 따라 정해진 시간에 별장으로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다.그러나 그녀가 막 돌아서려는 순간 기묵비가 성큼성큼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그의 얼굴빛은 차가웠고 온몸에 한기를 뿜어내며 심기가 아주 불편해 보였다.초요는 기묵비가 기모진을 귀찮게 하려고 방문한 것임을 느꼈고 즉시 문밖에서 기묵비를 막았다.“당신 뭐 하러 여기 왔어요? 당신이 말했잖아요. 내가 매일 밤 제시간에 별장에 나타나면 여기 기모진을 귀찮게 하러 오지 않겠다구요.”초요가 병실 안에 있는 기모진이 들을까 봐 낮은 목소리로 상기시켜주었다.기묵비는 못마땅한 듯 경멸하고 비웃으며 말했다.“넌 아무래도 너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같아. 초요. 네가 이렇게 하면 정말 기모진이 무탈할 거라 생각했어?”그는 문 앞을 가로막고 있는 초요를 인정사정없이 밀쳤다.“기묵비!”초요는 그를 덥석 끌어당겼다. 초요의 눈은 그에게 남은 한 가닥 미련조차도 실망으로 뒤덮여 있었다.“기묵비, 내가 당신을 무시하게 만들지 마세요.”그러나 기묵비는 시큰둥하게 말했다.“당신이 날 어떻게 보든 말든 내가 신경이나 쓸 것 같아? 초요, 난 여태껏 신경 쓴 적 없어. 당신이 나 때문에 자살하러 갔을 때에도 난 신경 쓰지 않았어. 너를 위해 조금이라도 마음 아파하고 신경 쓴 적이 없다니까. 내가 신경 쓴 건 오직 소만리 뿐이었다고.”그의 입에서 토해 내는 말들은 마치 유리 파편 같았다. 일말의 여지도 남기지 않고 잔인하게 초요의 마음을 도륙 내고 있었다.초요는 넋이 나간 듯 힘없이 기묵비에게 밀쳐졌고 그녀의 발걸음이 갈피를
기모진은 자신이 본 화면을 믿을 수 없어 기묵비의 핸드폰을 한 손에 빼앗았다.한 번 자세히 본 후 기모진은 이 동영상이 조작된 것이 아님을 발견했다.화면 상단에 표시된 날짜도 진짜였다.“어때? 이 선물이 놀랍지 않아?”기묵비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기모진의 얼굴빛이 변해가는 걸 바라보며 말했다.“죽을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지?”기모진은 기묵비를 아랑곳하지 않고 시선을 동영상 속 귀여운 그림자에 고정했다.그는 손을 뻗어 화면 속에 천진난만하게 웃는 귀여운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눈가가 뜨거워졌다.“여온.”“자기 딸이 아직 무사히 이 세상에 살고 있는 걸 보니 너무 기쁘지?”기묵비는 비꼬며 말했고 눈빛은 한층 더 거만해졌다.“그때 내가 소만리를 죽은 것처럼 꾸며서 너의 시야에서 벗어나게 한 후 F국으로 데려온 것과 같은 방법으로 난 여온이를 죽은 것처럼 꾸몄지.”기모진은 핸드폰을 움켜쥐고 날카롭고 차가운 눈초리를 치켜세우며 말했다.“기묵비, 이렇게 어린 아이까지도 가만두지 않다니.”“얘 친아빠가 너인걸 어떡하니?”기묵비는 책임을 기모진에게 돌리며 말했다.“만약 여온이가 3년 동안 나를 아빠라고 부르지 않았다면 난 아예 인정사정없이 대했을 거야.”“기묵비.”“흥.”기묵비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화도 나고 질투도 많이 나지? 너의 친딸이 나를 아빠라고 부를 뿐만 아니라 나를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지아빠로 생각해.”“당신한테 질투 나냐고?”기모진은 마치 우스갯소리를 들은 듯 어이없다는 말투로 말했다.“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날 사랑하고 있고, 그런 우리에겐 사랑스런 딸이 있어. 또 곧 태어날 아이까지 있어. 내가 당신을 질투할 것 같아?”기묵비의 얼굴에 승리의 웃음이 일순간 사라졌다.그는 기모진이 가지고 있는 것이 더욱 그를 질투하게 만든다는 걸 부인할 수 없었다.기모진도 마침내 소만리가 입을 다물고 말하지 못하는 고충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기여온이 기묵비의 손
생각해 보니 그럴 만도 하다.그 아이는 기모진의 친혈육이다. 어떻게 자신의 혈육이 다른 사람에 의해 다치는 걸 가만두고 볼 수 있을까.그러나 알고 보면 또 모든 아버지들이 다 그렇게 자신의 아이를 사랑하는 건 아니었다.초요는 자조 섞인 웃음이 피식 났다. 기묵비에게 죽임을 당한 두 아이를 생각하니 그녀는 가슴이 미어질것만 같았다.기묵비는 느릿느릿 병실에서 걸어 나오다가 넋을 잃고 멍하니 서 있는 초요를 보며 눈빛이 약간 어두워졌다.“날 따라와.”그가 명령했다. 그러나 초요가 자신에게 원한을 품은 눈빛을 보내자 멈칫하며 물었다.“왜? 기모진이 가서 돌아오지 못할까 봐 걱정돼? 흑강당이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알잖아. 그래 맞아, 내가 기모진이 돌아오지 못하게 한 거야.”“야비해.”초요는 경멸의 눈빛을 가득 담아 말했다.기묵비는 초요를 앞에 두고 그의 윤곽이 분명하고 준수한 얼굴에 한기를 실어 말했다.“이건 기 씨 집안사람들이 나한테 진 빚이야.”“기 할아버지가 정말 잘못했다고 해도 그걸 기모진한테 분풀이해서는 안되는 거잖아요. 당신은 늘 기 씨 집안사람들이 당신에게 빚을 졌기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제 보니 당신은 단지 기모진을 질투했던 거뿐이예요. 모든 면에서 당신보다 나은 기모진이라서 말이에요!”“입 다물어!”기묵비는 큰소리로 그녀를 제지했다. 그리고 마음속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초요를 강제로 별장으로 데려갔다.임신 중이라 움직임이 불편한 소만리는 술집에서 강자풍의 소식을 잠자코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우리 여온이, 무사할 거야.곧 엄마 아빠 곁으로 돌아올 거야. 그리고 네가 가장 좋아하는 기란군 오빠랑 넷이서, 앞으로 우리 식구 모두 함께 잘 살아갈 거야.강자풍은 부하의 전화를 받고 막 처리하러 가던 참이었다.강자풍은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들보들하고 귀여운 아이를 본 적은 처음이었다. 그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멋진 오빠, 나 데리고 어디 가려고요?”기여온은 너무
걱정과 초조함이 가득한 아름다운 얼굴을 보며 강자풍은 비로소 무언가를 깨달았다.“큰일 났어.”그의 안색이 돌변하여 급히 몸을 돌려 기여온을 데리고 떠난 그 ‘소만리'를 쫓아갔다.소만리는 정확히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지만 강자풍이 “큰일 났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그녀는 기여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다는 걸 알고 빠른 걸음으로 쫓아갔다.하지만 두 걸음 뛰자 그녀의 아랫배가 불편했다. 자신의 현재 건강 상태를 생각하면 더 이상 경솔하게 걸어서는 안 된다.“강자풍, 내 딸은!”그녀는 황급히 멀어져 가는 강자풍의 뒷모습에 소리쳤다.강자풍은 마치 들리지 않는 듯 소만리가 강자풍을 향해 쫓아오는 쪽을 바라보았다.불빛이 뒤섞인 가로등 아래 기여온의 작고 흐릿한 얼굴이 보였다.그 시각 여온은 한 여자의 품에 안겨 있었는데 그 여자는 재빨리 길가에서 택시를 막아 세웠고 기여온을 안고 택시를 타고 가버렸다.“여온아!”“제기랄!”강자풍은 폭언을 퍼부으며 차를 세우고 계속 쫓아가려 했지만 한참 동안이나 지나가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이때 소만리도 그를 뒤쫓아왔다.“강자풍, 어떻게 된 거야? 아까 그 여자 누구야?”강자풍은 눈썹을 깊게 찡그리며 소만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누나 쌍둥이 자매 있어요?”쌍둥이?소만리는 문득 깨달았다.소만영이다!“방금 누나인 줄 알았는데. 누나랑 완전 똑같이 생겼어요.”강자풍은 조금 짜증이 나서 머리를 움켜쥐고 요행을 바라는 듯 안색이 좋지 않은 소만리를 바라보았다.“누나, 만약 그 여자가 누나 자매라면 누나 딸에게 별문제 없겠지?”“그 여자는 내 자매가 아냐!”소만리는 주먹을 불끈 쥐고 몸을 홱 돌렸다. 강자풍은 서둘러 소만리에게 말했다.“누나 걱정하지 마. 내가 누나 딸을 구해준다고 약속했으니 꼭 지킬게. 내가 여온이 데려올게.”소만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즉시 차를 불러 기모진을 만나러 병원으로 갔다.하지만 기모진은 없었고 초요도 그가
”딸을 찾아요? 당신 딸이 누군데요?”“기여온.”기모진은 차가운 눈빛을 가득 담아 말했다.“당신들 흑강당 사람들에게 기묵비의 별장에서 끌려간 네 살짜리 여자아이.”강어는 이 말을 듣고 곤혹스러워졌고 주변의 부하들이 그의 곁에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강자풍의 상황을 설명했다. 기모진은 그들이 속삭이는 모습을 보며 쌀쌀한 어조로 말했다.“내 딸을 내놓으시오.”강어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여기 내 구역에 와서 요구할 수는 있지만 당신 약간의 대가를 치러야 할 거예요.”“그만해!”강어는 기모진을 제압하라고 눈짓으로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그때 갑자기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강하게 울렸다.기모진은 이 소리를 듣자 침울해졌던 가슴에 따스한 햇살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그는 급히 고개를 돌려 빠른 걸음으로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여자를 보았다.“소만리.”“기모진, 당신 어떻게 여기에 있어요?”소만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병원에서 몸조리 잘 하라고 했잖아요?”기모진은 소만리의 손을 잡았다.“소만리, 우리 딸 여온이가 살아 있어.”소만리는 의아해했다.“당신 어떻게 알았어요?”“기묵비가 일부러 나한테 알려 줬어.”기모진은 얼마 전 기묵비가 병원에 찾아왔다는 사실을 소만리에게 알렸다.소만리는 그제야 깨달았다.기묵비는 줄곧 기여온의 안전을 이용해 자신을 협박했지만 지금 여온이는 다른 사람에게 구출되었다.기묵비에게는 더 이상 쓸 카드가 없었기 때문에 아예 기모진에게 기여온의 소식을 알리고 기모진을 위험에 빠트린 것이다.이로써 기묵비가 기모진에 대해 가진 원한이 얼마나 사무친 것인지 알았다. 기모진이 죽어야 여한이 없는 것이다.이 점에 관해서는 기모진도 확실히 알게 되었다.강어는 눈앞의 두 부부의 모습을 보는 것에는 별 흥미가 없고 아끼는 동생인 강자풍에게 궁금한 점이 있었기 때문에 이 일에 끼어들지 않고 먼저 떠났다.소만리는 소만영이 기여
소만리는 한쪽에 버려진 자루를 바라보았다.자루는 크진 않지만 이 안에 4살짜리 아이 하나가 들어 있다고 한다면 충분한 크기였다.소만영, 이 양심도 없는 독한 여자는 정말 이런 비인간적인 일을 할 만한 여자다.소만리는 그 자루를 몇 초 동안 멍하니 바라보다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소만영은 소만리가 긴장한 얼굴로 자루를 여는 모습을 보며 살금살금 그녀의 뒤로 가서 손에 들고 있던 삽을 들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소만리, 죽어!이 세상에서 너와 나 오직 한 명만 살 수 있어!그녀는 온 힘을 다해 삽을 소만리의 뒤통수에 내리쳤다. 소만영은 자신이 원하던 대로 다 됐다고 생각한 순간 소만리가 갑자기 몸을 돌려 소만영의 기습 공격을 피했고 있는 힘껏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소만영. 네가 가장 죽이고 싶은 사람이 나란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내가 예전처럼 그렇게 방심할 거라 생각했어?”소만리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어머니로서의 신념이 그녀에게 더욱 강한 힘을 주었다.“네 목표는 나잖아. 내 자식 건드리지 말고 나한테 덤벼!”소만영은 화가 나서 소만리의 손목을 벌렸고 비틀거리며 뒤로 몇 걸음 넘어졌다.“소만리 잘 들어. 그래 난 널 건드릴 힘이 없어. 그래서 네 아이들 건드리려고 해! 어쩔 건데?”그녀는 미친 듯이 피식 웃으며 눈빛이 험악해지며 말했다.“그때 내가 마음이 약해서 너의 씨를 남겼는데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마음이 약해서?”소만리는 지금 소만영의 입에서 이 말을 들었을 때 너무나 비참했다.“소만영, 네가 기란군을 곁에 둔 것은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라 기란군을 이용해서 네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했을 뿐이잖아!”진짜 목적이 들통나니 소만영은 이를 악물었고 더욱 화가 더 치밀어 올랐다.소만리는 여유로운 걸음으로 소만영에게 다가갔다.“그때 네가 기모진인 것처럼 가장하고 이름을 속여 감옥에서 나를 때리고 기란군을 빼앗았고 내 외할아버지를 죽였어. 그리고 내 얼굴을 망가뜨리고 내 각막을 적출하고
소만영이 놀라서 고개를 돌려 보니 찬바람이 일렁이는 아름다운 얼굴을 한 기모진이 넋을 잃은 그녀의 시선으로 들어왔다.“모, 모진...”그녀는 당황한 듯 다가온 남자를 쳐다보다가 소만리의 손을 홱 밀치고 몸을 돌려 도망치려고 했다.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의 목이 다시 조여졌고 소만영은 겨우 두어 번 숨을 내쉬었을 뿐인데 질식할 것 같았다.한순간에 그녀의 숨결이 잠겼다.기모진의 손가락은 냉수처럼 차가워 그녀의 피부에 스며들자 그 추위에 소만영은 온몸을 떨었다.그녀는 기모진이 정말로 자기를 죽이고 싶어 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그는 온몸이 살기로 덮혀 괴력을 뿜었고 손의 힘도 갈수록 세졌다. 심지어 그는 어깨의 상처까지 힘이 들어가 상처가 벌어졌고 등 뒤에서 선명한 피가 배어 나왔다.소만리는 급히 기모진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소만영을 불쌍히 여겨서가 아니라 기모진이 이런 사람 때문에 살인 누명을 쓰는 걸 원치 않았다. 그의 상처에서 다시 피가 나기 시작한 것이 더욱 가슴 아팠다.그러나 기모진은 손을 놓을 뜻이 없었다. 그녀는 뼛속까지 퍼져나가는 살기를 느꼈다.그가 얼마나 소만영을 미워하는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소만리와 허송세월한 시간들, 설령 소만영이 죽는다고 해도 그의 화를 풀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기모진의 눈빛이 더욱 심각해지자 소만리는 기모진의 손을 잡았다.“모진, 나도 당신처럼 그녀가 정말 미워요. 그렇지만 우리가 그녀 때문에 살인죄를 짊어질 필요는 없어. 그럴 가치도 없는 사람이야. 기란군을 생각해. 여온이를 생각해. 아직 우리 가족이 다 모이지 않았잖아. 모진, 그녀를 놓아줘. 모진!”소만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듣고서야 기모진의 이성은 점점 돌아왔다.그는 소만영의 목을 조르던 손을 놓았다. 소만영이 땅바닥에 털썩 쓰러져 기절했다.소만리는 붉어진 두 눈과 가볍게 손가락을 떨고 있는 남자를 보며 가슴이 아팠다.그녀는 기모진의 손바닥을 잡았고 아직 그의 손이 차갑다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