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 왜 혼자 왔어? 비록 기모진과 처음 결혼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이 네가 결혼하고 처음으로 처갓집으로 인사하러 오는 날인데, 그가 어떻게 너를 혼자 보냈어?"소만리는 가슴이 아팠지만, "그가 오든 안 오든 다 똑같아요, 어쨌든 내가 정말 그와 부부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잖아요."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웃었다."……" 사화정의 웃던 얼굴이 약간 굳어지며 곤혹스러운 듯 눈썹을 찡그렸다. "천리, 너,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소만리는 넋을 잃고 있다가 막 말을 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익숙한 발자국 소리가 현관을 향해 황급히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그녀는 손가락을 꽉 쥐고 현관 쪽으로 등을 돌린 채 냉담하게 말했다. ”제가 기모진과 결혼하려고 했던 이유는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였어요. 저는 그와 다시 시작할 생각조차 해본적이 없어요.”그녀는 더욱 시큰둥하게 말했다."최고로 꽃다운 청춘에 굴욕을 당했던 남자를 내가 어떻게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겠어요? 흥~그냥 그를 가지고 논 거예요."이 말을 듣고, 사화정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천리 너……" 그녀가 말을 하던 중간에, 곁눈질로 그림자 하나가 더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기모진?!"사화정은 현관을 향해 이 이름을 외쳤다.소만리의 심장이 갑자기 뛰었지만, 얼굴은 매우 침착했다.역시, 그녀는 그의 발자국 소리를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소만리는 그제서야 알았다는 척,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일어나, 눈썹을 찡그리며 남자를 향해 조용히 비웃었다."당신이 다 들었고, 또 분명하게 알아들었을 테니, 그럼 이제 제가 당신과 결판을 지을게요."그녀는 자연스럽게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 "기모진, 나는 당신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어요. 내가 지금 사랑하는 사람은 기묵비예요. 당신과 결혼하는 것은 당신의 감정을 가지고 놀기 위한 것이었어요. 아시겠어요??”기모진은 눈앞의 차갑고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며 여전히 가슴이 조여왔다. “그럴 리 없
그가 나타나자 소만리는 자신이 문을 잠그는 것을 잊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기모진은 기세 당당하게 그녀에게 다가갔지만, 소만리는 미처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지 못한 채 남자에게 손을 잡혔다."기모진, 다시는 날 건드리지 말고 놓아줘요!""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기모진이 다가와 물었다. 그의 얼굴에 슬픔이 묻어났지만, 그는 여전히 인내심을 갖고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천리, 나에게 말해줘."라고 말했다.소만리는 경멸하듯 비웃었다. "기모진, 내가 할 말은 다 했어요. 제발 정신 좀 차리고 당신이 나에게 했던 일을 생각해 봐요, 정말 내가 당신을 사랑할 거라고 생각해요? 허~ 당신도 그렇게 순진해 보일 때가 있는지 몰랐네요."그녀는 조롱하는 듯한 말투로, 말을 하고 가려고 했다.기모진은 심해지는 아픔을 참으며 소만리를 다시 끌어당겼다. 눈앞에서 날카로운 눈동자가 진홍색으로 물들어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천리, 이게 당신의 진심이라면 지금 여기 숨어 혼자 울고 있지 않았을 거야.""내가 울고 있었지만, 단지 나는 기란군과 헤어지는 게 안타까웠을 뿐이에요, 설마 내가 당신을 위해 울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녀는 비꼬듯 되물었지만, 오히려 입꼬리를 치켜들고, 꽃처럼 활짝 웃으며, "기모진, 당신 정말 불쌍하네요. 당신의 지금 모습은 당시의 나와 매우 닮았어요, 어때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농락당하는 기분이 좋지 않죠? 가슴이 정말 아프죠? 매우 고통스럽고 불편한 마음을 느꼈나요?"소만리는 차갑고 도도한 미모를 뽐내며, 흘겨보며 밝게 웃으며 그녀의 손끝이 그의 섬세한 뺨에 닿았다."쯧쯧, 기 도련님이 힘들어하는 모습이 정말 마음 아프네요. 안타깝지만, 당신의 이런 모습 보니 정말 통쾌하네요.... 와우!"소만리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게, 기모진은 소만리의 뒤통수를 덥석 누르고 머리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맹렬하게 키스했다.소만리는 당황해하며, 저항할 겨를도 없이, 기모진이 그녀를 벽에 밀어붙였다.그
"천리, 엄마 아빠는 네가 아직도 우리에게 원한이 있다는 걸 이해하지만, 기모진은 정말….""당신들이 정말로 나를 당신들의 딸로 생각한다면, 나를 막지 마세요, 기모진이 지금 이렇게 된 것은 자업자득이에요, 그는 애초에 여지를 남겨놓지 않고, 나를 지옥으로 몰아넣었어요, 나는 눈에는 눈, 이에는 로 대할 뿐이에요, 그가 지금 괴로워할수록 저는 더욱 기쁜 걸요!"소만리는 말을 하고는 아예 캐리어를 끌고 떠났다.기모진은 2층 계단 어귀에 서서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눈 밑의 빛이 순식간에 꺼지고 어둠이 솟구쳤다.소만리는 어쩔 수 없이 기묵비의 별장으로 이사해야 했다.지난 이틀 동안 안정이 되었고, 기묵비는 그녀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그녀는 기묵비가 매일 밤 초요의 방에 가서 자고 다음날 늦게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만리는 좀 이상하다고 느꼈고, 그녀는 초요의 방에 들어가 침대 머리맡 탁자에 놓인 있는 그와 함께 찍은 사진을 한 눈에 보았다.그녀는 매우 괴로웠습니다, 초요가 자살을 하러 가다니.그런데 어떻게 그럴 수 있지?그날 초요가 떠나기 전에 분명히 기묵비는 그녀가 좋아하는 남자랑 사귀는 걸 허락했다고 말했는데, 분명 그녀가 행복해야 했다.그런데, 그녀는 행복하지 않았다.소만리는 그날 초요의 표정을 떠올렸다.그녀는 눈시울이 계속 붉어져 있었고, 그녀는 눈물을 참고 있었다.소만리는 사진을 집어들고 사진 속 보조개를 치켜들고 행복하게 미소 짓고 있는 소녀를 바라보며, 초요의 웃는 눈동자에서 문득 무엇인가 생각 났다."설마 초요가 좋아하는 사람이 기묵비란 말인가…."그녀는 방금 이런 추측을 했고, 바로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소만리가 돌아서자 기묵비가 뒤에 서 있었다."당신 짐작이 맞아요, 그녀는 나를 좋아해요.”기모진이 그렇게 시원스럽게 인정할 줄은 몰랐다, 소만리는 액자를 내려놓으며. "원래 초요가 좋아하는 사람이 당신이었군요. 그녀가 전에 임신했을 때, 그녀의
그는 막무가내로 다가와 소만리를 필사적으로 몸 아래로 압박하며, 온몸의 매서운 기운이 그녀를 가두었다.그러나 소만리는 당황하지 않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침착하게 기묵비의 손을 잡았다."기묵비, 당신은 내 마음속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어야 만족하나요?""만약 당신이 나를 이런 식으로 얻었다고 해서 당신이 기모진을 이겼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에게 영원히 그를 이길 수 없다고 말해줄게요. 왜냐하면 나는 그를 사랑하기 때문이에요. 처음부터 끝까지, 내 마음속에는 오직 한 남자, 그 사람뿐이에요!"기묵비는 입술을 꽉 깨물고, 소만리의 말을 구구절절 듣고 있자니, 그의 인상이 더 찌푸려졌다.소만리는 기묵비가 약간 정신이 팔려 있는 것을 보고 힘껏 그를 밀어냈다.기묵비는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소만리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난 다시는 기모진에게 당신을 가질 기회를 주지 않을 거야. 천리, 당신은 내 것이야."그의 두 눈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마치 이성을 잃은 마귀처럼 소만리의 뜻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외투를 찢고, 머리를 숙여 그녀의 얼굴에 바짝 붙였다."날 건들지 말아요, 기묵비 당신은 정말 미쳤어요!" 소만리는 온 힘을 다해 저항했고, 혼란 속에서 그녀는 기묵비가 손목에 차고 있는 머리끈을 잡아당겼다.기묵비는 민트색 머리끈을 보고 사람이 넋이 나간 것 같았다.소만리는 옷깃을 꽉 움켜쥐고 기묵비의 품에서 빠져나왔다.소만리가 황급히 떠나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기묵비는 비로소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그러나 그는 더 이상 소만리를 막지 않고 침대에 앉아 멍한 눈빛으로 이 머리끈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눈을 들어 침대 선반에 있는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그는 갑자기 자신이 약간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렇게 기분이 좋지 않을 때 그를 좋아한다고 말한 그 소녀가 그를 위로하러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가 기분이 나쁠 때마다 초요가 항상 제일 먼저 나타나서 그가 싫어하고 배척하는
그들은 기여온의 안위를 협박했고, 소만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왜 엄마를 못 만나게 해요, 나 엄마 만날래요, 엄마~저는 군군이에요."기란군의 여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소만리는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려고 노력했지만, 연이어 기모진의 소리가 울려퍼졌다."천리, 당신이 나를 미워하더라도. 군군은 언제나 친자식이니, 떠나려면 그에게 작별인사라도 해야죠.”그의 말투는 비상적으로 침착했고, 그 순간 그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아무도 모를 정도로 차분하게 들렸다."천리를 봐서라도 그녀의 얼굴을 한 번 더 만나게 해드리죠." 기묵비는 선심 쓰듯 말하며 돌아서서 대기실로 들어갔다.그는 굳은 표정의 소만리에게 다가가 "천리, 당신을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지만, 당신은 당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야죠.”비록 기묵비가 명확하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소만리는 이미 그 의미를 이해했다.기모진과 기란군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잠시 후 두 부자는 소만리가 안에서 걸어 나오는 것 보았다.수려한 외모에 담담한 웃음을 띠고 있는 그녀의 그 아름다운 눈동자는 기복이 없이 눈앞에 있는 이 부자를 바라보았다."엄마!" 기란군은 그녀 앞으로 달려가 그녀의 다리를 안았다. "엄마, 어디 가세요? 엄마는 군군과 아버지가 필요 없으세요?”소만리는 고통을 참으며 기란군의 작은 손을 마지못해 벌리고 담담하게 말했다. “기란군, 앞으로 너는 아버지와 같이 살 거야, 엄마는 다른 곳에 일하러 가야 해요, 당분간은 못 돌아와.""엄마…" 기란군은 슬픔에 잠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소만리는 오히려 덤덤하게 시선을 떼고, 불만스러운 눈으로 기모진을 바라보았다. "기 도련님, 저를 붙잡을 방법이 없어서 아이를 이용해서 붙잡으려고 합니까? 당신은 날 정말 사랑하나 봐요, 아쉽게도 늦었네요 깊은 애정이 풀보다 비천하니, 당신의 사랑은 애초에 소중하지 않았어요.”"기란군은 당신이 데려가요, 만약 당신이 정말 뉘우치신다면 이 아이를 잘 돌봐줘요.""내가
"네, 동의해요." 소만리는 그의 의아해하는 눈빛을 침착하게 맞이했다.소만리가 그렇게 흔쾌히 승낙할 줄은 몰랐고, 기묵비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그러나 그는 오히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왠지 모르게 기쁜 마음이 전혀 없었다.그런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살아서는 사람으로 만나지 못하고, 죽어서는 만나지 못하는…. 주검이 된 초요가 생각났다.이때, 어떤 경호원이 기묵비의 곁으로 다가가서, 그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기묵비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소만리를 바라보았다. “내가 지금 일이 있어 외출해야 해요, 오늘 밤 당신 방으로 찾아갈게요.""네,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소만리는 망설임없이 대답했다.그녀의 시원시원함에 기묵비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그는 정말 엄마의 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려웠다.그래서 초요, 이것이 당신이 자살하려는 이유였어?하지만 당신이 처음 내 아이를 가졌을 때, 당신도 단호하게 떼 버리지 않았어?무슨 근거로 내가 당신을 눈 속에서 반성하도록 벌주었기 때문에, 유산이 돼서, 자살로 나한테 항의하는 거야?무슨 근거로?기묵비가 떠난 후 하인은 소만리를 데리고 그녀가 3년 전에 살던 방으로 왔다.방 내부의 인테리어는 전혀 변하지 않았고, 이불에서 여전히 햇살냄새도 났는데, 분명히 매일 누군가가 관리하고 있는 듯했다.소만리는 자신의 짐을 정리하고, 함께 가지고 온 디퓨저 상자를 꺼냈다.이때 그녀의 핸드폰 벨이 울려서, 보니 기란군의 전화였다.소만리는 꾹 참고 받지 않았는데, 곧 이어 기란군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엄마, 군군과 아버지는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릴 거예요, 엄마, 꼭 돌아오세요, 아빠와 저를 밀어내지 마세요.]이 글을 보면서, 소만리는 가슴이 쓰리고 아팠고, 그녀의 눈시울이 금방 뜨거워졌다.소만리는 눈물을 삼키고 아예 휴대전화를 꺼버렸다."군군, 엄마가 여동생과 함께 꼭 돌아갈게.”다만 기모진, 당신은 저를 믿고 기다려줄 건가요?....
기묵비는 소만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등에 가볍게 키스하고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껴안았다."천리, 기모진과 더 이상 왕래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일편단심으로 나를 따라온다면, 당신과 여온에게 최고의 삶을 살게 해 줄 거예요."그가 말하면서 그의 눈빛은 더욱더 심취하고 흐릿해졌다.그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소만리 목욕 타월의 허리띠를 잡아당기고, 목욕가운이 풀리자, 그는 더욱 매혹적인 향기를 맡았다.저항이 없는 소만리를 마주하며 그는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고, 그의 얇은 입술이 그녀의 옆구리를 향하며, 돌아서서 그녀를 안고 침대로 갔다………눈이 점점 더 많이 내리자 소만리는 목욕 가운을 두르고 편안한 표정으로 창가에 앉아 있었다.그녀는 침대에서 깊은 잠에 빠진 기묵비를 곁눈질하며 말없이 한숨을 내쉬었다.성공적으로 재난을 모면한 셈이었다.여온, 엄마가 곧 너를 볼 수 있을 거야.그녀는 생각을 하다 고개를 들어보니, 문득 맨션 바깥에 낯선 차 한 대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일어서서, 정말 낯선 차 한 대가 밖에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고, 가로등 조명 아래 그녀는 운전석에 앉은 남자의 몸매 윤곽을 어렴풋이 보았다."모진?"그녀가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보려고 할 때, 맨션에서 경호원이 나왔다.그리고 바로 이때, 그 차는 빠르게 떠났다.기모진인가?소만리는 그가 정말 F국까지 쫓아올까 봐 조금 걱정했었다.그러나 F국은 기묵비의 세력권이고, 기모진은 여기서 고통만 받을 게 뻔했다.그녀는 침대에서 잠든 남자를 보고 거실로 나갔다.......다음 날.기묵비는 꿈에서 자연스럽게 깨어났고, 눈을 떠보니 반대편 침대가 텅 비어 있는 것을 보았지만, 여전히 소만리의 몸에서 나는 향기가 남아있었다.지난밤 소만리와 있었던 이런저런 일들이 생각하며 그는 약간 생각에 잠겼다.왜 그런지 모르지만, 소만리라는 사람을 얻은 후, 그는 오히려 아무런 기쁨과 만족을 느끼지 못했다.오히려 나중에 꿈을 꿨는데
소만리는 기묵비가 가리키는 사람이 기모진이라고 느꼈다.그런데 그녀가 막 이렇게 생각을 했을 때, 차가 갑자기 급커브를 틀어 한적한 골목에 들어서더니 갑자기 멈췄다."두 가지 중 선택해요, 하나는, 그가 당신에게 완전히 단념하도록 하세요. 그럼 바로 당신을 데리고 여온을 만나러 갈 거예요, 둘째, 그에게 진실을 알리고, 평생 여온을 만날 생각을 하지 않는 거죠." 기묵비의 악몽 같은 말 소리가 귓가에서 울려퍼졌다.소만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으니, 당신이 가르쳐 줄 필요 없어요."그녀는 냉정하게 말하고 바로 차 문을 열었다."만약 당신이 그의 말을 듣고 이곳을 떠나게 할 수 없다면, 나는 내 방식대로 그를 사라지게 할 거예요.”기묵비는 소만리가 내릴 때, 이렇게 말했다.소만리가 잠시 멈칫하더니, 차에서 내려, 그녀는 눈을 밟고, 출발하니 '우두둑우두둑'하는 작은 소리가 났다.멀지 않은 곳에 주차 되어있는 차를 향해 걸어가며, 소만리는 차에 탄 남자의 실루엣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비록 희미했지만, 기모진의 생김새는 이미 눈동자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줄곧 바짝 따라오던 기모진은 F국의 길을 잘 몰랐고, 기묵비가 이 사람을 갑자기 골목으로 몰고 주차하게 할 줄은 몰랐다.그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바꿀 겨를이 없었다.마주 걸어오는 소만리를 보며 기모진은 문을 열었다.소만리는 조용히 심호흡을 하고 기모진의 앞으로 걸어갔다. “더 이상 안 따라오면 안돼요? 당신 정말 짜증나는 거 알아요?"그녀가 무자비하고 냉혹하게 말했다.기모진은 놀라거나 동요하지 않고 소만리를 바라보았으나, 그의 심장을 스케이트 날로 심하게 도려낸 것 같았다."천리, 도대체 무슨 고충이 있는 거야?" 그는 참을성 있게 물었다.소만리는 경멸하듯이 가볍게 웃었다. "기모진,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말아요, 난 아무 고충 같은 것도 없고, 단지 단순히 당신에게 복수하려는 것뿐이에요.”"아니, 당신은 나에게 복수하려는 게 아니야. 당
문 앞에 서 있던 소군연의 모친은 이 모습을 보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소군연의 부친이 옆에서 말렸다.“그만 좀 해. 아들이 평생 홀아비로 살길 바라는 거야?”“누가 지금 가서 훼방 놓으려는 줄 아세요? 가서 말해 줘야죠. 나도 이 혼사에 동의해도 되겠냐고.”“당신 동의하는 거야?”소군연의 모친이 막 대답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강연장 안 불빛이 밝아지는 것을 보았고 안에서 환호하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깜짝 놀라 소군연의 품에서 나온 예선은 소만리와 기모진,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 심지어 나익현과 나다희까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들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예선과 소군연을 향해 다가왔다.예선은 멍하니 소만리를 쳐다보다가 결국 이 모든 것이 그들이 미리 계획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그녀와 소군연의 부모만 감쪽같이 몰랐던 것이다.소군연은 절대 그녀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단지 그녀에게 인생에서 가장 지키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 누구인지 각인시키기 위해 좀 다른 방법을 썼을 뿐이다....이듬해 봄.생명의 기운이 깃든 모든 것들이 축제를 펼치는 계절.경도호텔 야외 정원에서는 결혼식이 한창이었다.그렇다.오늘은 소군연과 예선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공주님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멈추지 않았다.두 부부의 눈에는 실로 눈앞의 모든 존재들이 기적과도 같았다.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막내와 그 옆을 잘 보살피고 있는 듬직한 기란군, 그리고 곱고 맑은 딸 기여온까지.“엄마 아빠, 나랑 막내한테도 뽀뽀해 줘.”“뽀뽀, 뽀뽀.”막내는 기란군의 말을 알아들은 듯 소리쳤다.“너랑 막내는 맨날 하잖아. 여온이는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까 특별히 좀 더 많이 해 줘야지.”기모진은 귀여운 기여온을 안고 볼에 뽀뽀를 했다.“여온아, 요즘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 그놈이 평소에 무섭게 굴지는 않아?”“당신이 말한 그놈이 혹시 나예요?”강자풍이 짐짓 뾰로통한 얼
예선의 말을 듣고 소군연의 모친은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었다.예선의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있는 줄은 몰랐다.게다가 예선은 자신을 향해 ‘존중'이라는 단어를 썼다.예선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소군연의 모친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는 중 갑자기 소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예선아, 네가 그들을 존중한다고 해서 그들이 널 존중해 줄 줄 알아? 사람은 서로 존중해 주어야 하는 거야.”“그렇지만 군연은 그들의 아들이잖아. 만약 내가 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이 군연이랑 결혼을 한다면 그들은 두고두고 평생 나와 군연을 원망하며 살 거야.”예선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군연을 그렇게 만들고 싶진 않아. 나와 부모님 사이에서 평생 힘들어하면서 살게 할 순 없어.”“그렇지만 예선아...”“소만리, 이제 그만해. 너 나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꼭 함께 지내야만 하는 건 아니야. 그 사람이 평안하고 즐겁게 지낸다면 그것으로 족한 거야, 안 그래?”예선의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미 마음속에 결심을 한 것 같았다.소만리는 예선을 말리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 뭐라고 조언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선아, 그럼 이제 갈 거야? 소군연 선배 더 안 찾을 거야?”“찾아볼 곳은 다 찾아봤어. 이래도 못 찾는다는 건 아마도 군연과 나의 인연이 여기까지라는 거겠지. 군연이 혼자 조용히 있게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아.”예선이 돌아서자 소군연의 모친은 얼른 몸을 숨겼다.자신이 그들을 미행했다는 걸 그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이때 소만리가 예선을 불러 세웠다.“예선아,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너랑 군연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 보는 건 어때? 아직 안 가 본 곳이 혹시나 없는지 잘 생각해 봐. 소군연 선배가 거기서 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예선은 이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아직 안 가 본 곳이 한 군데 있긴 해.”“거기가 어
멀리서 예선을 몰래 관찰하던 소군연의 부모는 차 안에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흥. 군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게 깊다더니 한나절이 지나도록 군연이 어디 갔는지 짐작도 못하고 있군.”소군연의 모친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투덜거렸다.소군연의 부친은 아내를 힐끗 쳐다보았다.“그런 말 좀 이제 그만해. 지금은 군연이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야. 사실 난 저 예선이란 애, 꽤 괜찮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부모도 없다고 당신 많이 싫어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부모도 있고 그뿐만 아니라 엄마는 갑부에 아빠는 유명한 의사인데 당신 뭐가 불만이 그렇게 많아? 정말 아들을 평생 독신으로 살게 할 셈이야?”소군연의 부친은 솔직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지만 소군연의 모친은 그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당신도 예전에는 반대했잖아요? 나중에는 나도 동의했다구요. 하지만 아버님 체면 세워 드리느라고 동의하지 않았던 건데 이제 와서 날 탓하면 어쩌라는 거예요?”“그만둬.”소군연의 부친이 아내의 말을 끊었다.“어째서 말을 못하게 해요? 내가...”“예선이 움직였어!”소군연의 부친이 급히 액셀을 밟았고 소군연의 모친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잠시 후 소만리의 차는 경도대학교 정문 앞에 멈춰 섰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눈에 익은 건물을 바라보며 예전에 함께 보냈던 날들을 떠올렸다.그들이 대학에 갓 입학한 첫날이었다.그때 그들은 모두 각자 마음에 두고 있던 한 해 선배의 남자와 부딪히게 되었다.그 남자와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될 때까지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경도대학교에 있을 것 같아?”소만리가 물었다. 예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살짝 웃었다.“나도 확신할 수 없지만 네 말처럼 군연과 함께 했던 추억이 있는 곳은 다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여기 왔어. 운에 한번 맡겨 보려고.”예선은 말을 마치며 학교 안으로 걸어갔다.학교는 개방식이어서 예선과 소만리는 아무런 제지도 없이 바로 들어갔
소군연의 할아버지는 소군연의 글을 보고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퇴원하자마자 한 여자 때문에 사라져?게다가 이 여자가 아니면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그는 결코 그런 일이 발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소군연이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하니 마음이 몹시 답답하고 당황스러웠다.만약 소군연이 정말 결혼하지 않는다면 그들 소 씨 가문은 후사가 없게 되는 게 아닌가?낭패였다.그건 안 된다. 절대 안 될 일이었다.예선은 밖으로 뛰쳐나온 후 그가 갈 만한 곳을 찾아가 보았지만 오전이 다 지나도록 소군연의 행방을 알아낼 수 없었다.그녀는 소군연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역시나 받지 않았다.아무런 소득 없이 시간만 흘러가자 예선은 갑자기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그녀는 길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았다.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인생에 주어진 하루하루를 무탈히 사는 것만 같았다.갑자기 상실감이 확 밀려왔다.군연, 정말 날 포기하기로 한 거예요?우린 이렇게 헤어져서 제 갈 길을 가게 되는 건가요? 그런 건가요?예선은 막막한 마음을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었다.생각하면 할수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바로 그때 소만리에게서 전화가 왔다.예선은 얼른 그녀의 전화를 받아 소군연에게 일어난 상황을 전했고 소만리는 한달음에 예선에게 달려왔다.예선은 소만리를 보자마자 눈물샘이 터져버렸다.소만리는 예선을 위로했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일시적으로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걸 거야. 널 포기했을 리가 없어.”“아니야. 포기한 거야.”예선은 심호흡을 하고 스스로를 진정시켰다.“그의 가족들이 절대 날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특히 어머니는 강경하게 반대하시고 최근에 발생한 일 때문에 다른 가족들도 나에 대한 선입견이 더욱 나빠졌어.”“그동안 일어난 일은 너랑 아무 상관없어. 넌 피해자야.”“하지만 그들은 날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저 소군연
”얼른 들어갈게요!”소군연의 엄마는 황급히 뛰어가다가 갑자기 뒤따라오는 예선에게 고개를 돌렸다.“넌 오지 마! 우리 소 씨 가문에 널 환영하는 사람은 없어!”소군연의 엄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예선은 소군연을 만나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예선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어떻게 소군연이 스스로 퇴원을 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어제까지도 분명 병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소군연의 집으로 가는 길에 예선은 소군연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보았다.그러나 소군연은 받지 않았다.소군연에게 핸드폰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선은 계속 전화를 시도했고 예상대로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소군연을 만나고 싶었다.그러나 가는 길이 너무 막혔다.드디어 예선이 소군연의 집에 도착해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앙칼진 소군연의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가 어떻게 스스로 집에 왔다는 거야? 방금 깨어난 거 아니야?”“이것 좀 봐 봐. 이거 보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될 거야.”소군연의 부친은 원망 섞인 말투로 소군연의 모친에게 뭔가를 쥐여 주었다.예선이 얼른 현관에 들어서자 따가운 소군연의 모친 목소리가 그녀를 향했다.“따라오지 말라고 했는데 넌 왜 또 왔어? 누가 널 환영한다구...”“됐어. 그만하고 이것 좀 보라니까.”소군연의 부친은 예선이 들어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군연의 모친 말을 끊었다.예선은 소군연의 부친이 미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쫓아내지 않자 얼른 안으로 걸어갔다.소군연의 모친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메모지 한 장이었는데 메모지에는 짧은 몇 마디가 쓰여져 있었고 모두 소군연의 모친에게 전하는 말인 것 같았다.소군연은 자신이 이틀 전에 깨어났다고 실토하며 잠에서 깬 이후 자신의 엄마가 예선에게 모질게 투덜거리는 말만 하는 것을 보고 예선과 절대 결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
예선은 아무도 없는 병실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즉시 소군연을 찾아나섰다.그러나 근처를 한 바퀴 둘러보아도 예선은 소군연의 모습을 찾지 못했고 마음속에서 초조함이 스멀스멀 밀려왔다.이때 소군연의 엄마가 들어왔다.병상에 누워 있어야 할 소군연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을 본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 혹시 무슨 검사하도 하러 간 거야?”소군연의 엄마는 불만이 가득 담긴 얼굴로 예선에게 물었다.소군연의 엄마가 보이는 이런 태도에는 이골이 났는지 예선은 개의치 않으며 담담하게 돌아섰다.“저도 알고 싶어요.”“나보다 먼저 와 놓고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제가 왔을 때도 병실에 아무도 없었어요.”예선은 돌아서면서 말을 이었다.“간호사한테 한번 물어볼게요.”“잠깐만.”소군연의 엄마가 예선을 멈추어 세우며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너한테 말을 해 둬야겠어. 군연인 이미 너 때문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었어. 다친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 너 때문에 영 씨 집안 두 모녀는 감옥에 갇혔어. 이건 분명히 네가 우리 가문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야. 네가 우리 군연이를 얼마나 좋아하든 우리 군연이 널 얼마나 좋아하든 상관없어. 넌 우리 소 씨 가문에 들어올 수 없어.”이 말을 들은 예선은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영 씨 집안 두 모녀가 감옥에 간 것까지도 예선의 탓으로 돌린단 말인가?예선과 소군연은 엄연히 피해자였다.영내문 같은 악랄한 사람은 오늘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 악행을 저지를 사람이었다.영내문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인 중의 악인이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벌여진 일들로 이 모든 것이 자명한데 소군연의 엄마는 여전히 예선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예선은 더 이상 소군연의 엄마와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시간 낭비 에너지
채수연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이미 모든 상황을 다 이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여온아.”채수연이 기여온에게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앉아 다정하게 말했다.“여온아, 선생님이 여온이 좋아하는 거 알지? 어딜 가든 매일 기쁘고 즐거운 일만 있길 바라. 그리고 하루빨리 말도 할 수 있게 되길 바랄게.”기여온이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한껏 고개를 끄덕였다.채수연은 일어서서 강자풍을 바라보았다.아직도 눈에는 그에 대한 호감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조금 전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더 이상의 집착은 사라졌다.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반드시 고집스럽게 쟁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채수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강자풍을 바라보며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강자풍도 더 이상 아무 말없이 몸을 굽혀 기여온을 품에 안고 돌아섰다.돌아서기 전에 채수연에게 따뜻한 작별의 미소도 잊지 않았다.“채 선생님,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어쨌든 선생님께 많이 신세 졌습니다. 고맙습니다.”채수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절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 주신 걸로 이미 다 갚으셨어요. 하지만 강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긴 하네요. 기회가 되면 같이 식사라도 해요.”“그럼요, 언제든지요.”강자풍이 흔쾌히 승낙했다.친구가 된다는 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채수연은 그 자리에서 기여온을 안고 점점 멀어지는 강자풍의 뒷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두어 걸음 앞으로 나섰다.“강 선생님, 저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 대답해 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강자풍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다정한 미소를 가득 품고 뒤돌아보며 물었다.“뭐가 궁금하신가요?”“좋아하는 여자가 정말 있긴 한 거죠?”강자풍은 기여온의 작은 얼굴에 부드러운 시선을 잠시 떨구며 입을 열었다.“지금 저의 가장 큰 소원은 여온이가 무탈하고 건강하게
”어쩌다가 듣게 되었어요.”강자풍은 순순히 시인했다.채수연은 강자풍의 대답을 듣고 자신이 난감해할 줄 알았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예전처럼 초조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고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다만 약간의 부끄러움은 어쩔 수 없었다.강자풍은 채수연이 난감해하지 않도록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채 선생님을 도와드리려고 했던 건데 어떻게 하다가 영상이 찍혀 인터넷에 올라오는 바람에 선생님을 더 난처하게 해 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나와 여온이 일로 또 한 번 고민거리를 안겨 드린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강자풍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기여온을 향해 부드러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하지만 선생님, 걱정 마세요. 앞으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 없을 거예요.”채수연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순간 마음속에서 상실감이 강하게 몰아쳤다.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강자풍을 쳐다보며 강자풍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역시나 그의 말은 그녀를 안타깝게 만들었다.“채 선생님, 여온이한테 더 잘 맞는 유치원을 찾았어요. 제가 일하는 곳과도 더 가까워서 여온이 등하원하는 데도 훨씬 편리할 것 같아요.”강자풍의 말을 들은 채수연은 갑자기 마음이 너무나 허전했다.“여온이한테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봐 유치원을 옮기기로 하신 거예요?”강자풍은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이게 선생님한테도 우리한테도 좋은 것 같아요.”강자풍은 ‘우리'라는 말을 할 때 기여온에게 시선을 주었다.채수연은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자신의 감정이 줄곧 일방적인 것이었고 닿을 수 없는 허무한 희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강자풍의 눈에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강 선생님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채수연도 강자풍의 말에 활짝 웃으며 동의했다.“아까는 정말 죄송했어요. 저희 엄마와 엄마 친구가 강 선생님에 대해 한 말은 정말 부적절했어요. 죄송합니다.”강자풍은 조금도 개의치 않으며 입
류 씨 성을 가진 남자가 트집을 잡았고 결국 강자풍이 기여온을 데리고 나가는 장면이 모두 찍혀 인터넷에 공개된 것이었다.이 남자도 양심은 있었던지 기여온의 모습은 블러 처리를 해서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게 했지만 강자풍의 모습은 영상에서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채수연의 엄마는 한눈에 영상 속 사람이 강자풍임을 알아차렸다.영상 아래의 댓글을 본 채수연의 엄마는 더욱 초조한 눈빛으로 말했다.“수연아, 너 어떻게 이런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할 수 있어?”채수연의 얼굴이 찡그려졌다.“맞아요. 부인하지 않을게요. 난 강 선생님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어요.”“뭐라고!”“아유... 수연아, 너 정말 이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진 씨 부인의 눈빛이 미묘하게 반짝거렸다.“내가 보니까 여기 댓글 단 사람들이 벌써 이 남자 신상을 다 파헤친 것 같던데. 이 남자 예전에 우리 F국에서 한때 주름잡았던 그 강어라는 사람 동생이라더라구. 그 강연이라나 뭐라나 누나라는 사람은 업계에선 더욱 악명이 높았대.”“뭐! 그 강 선생이 강어와 강연의 동생이라고?”채수연의 엄마는 자신의 소중한 딸이 악명 높은 집안 배경을 가진 사람과 사귀게 될까 봐 전전긍긍했다.“나도 그 사람 형과 누나에 대해서 들은 적 있어요. 나도 알고 있다구요. 하지만 강 선생님은 지금까지 그 일에 개입한 적이 없어요. 만약 조금이라도 개입했다면 벌써 경찰서에 잡혀 들어갔을 거예요.”채수연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게다가 강 선생님은 이 아이의 친아빠가 아니에요. 친구 딸인데 잠시 이 아이를 돌보고 있을 뿐이에요. 그리고 아주머니, 부탁드리는데요. 이 아이가 말을 못 하는 걸로 자꾸 걸고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말을 못 해서 누구보다 괴로운 건 이 아이잖아요. 입장 바꿔서 누군가가 아주머니 아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절대 듣고 싶지 않을 거잖아요, 네?”“...”채수연의 입에서 뭐라도 가십거리를 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