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들은 소만리는 비꼬듯이 웃었다.그녀는 웃고 또 웃었지만 그녀의 눈시울은 바닷바람에 점점 젖어갔다.“기모진, 당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요?”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고, 아름다운 눈동자는 이미 눈물로 가득 차 있었다.“당신은 나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는데, 이제 와서 우리가 다시 만나는 그 순간에 나를 좋아했다고요?”소만리는 이 좋아한다는 말이 가장 비참했다.“기모진, 한사람을 좋아하는 다는게 이런 건가요?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이 행복하길 바라야 하는 것 아닌가요? 설마 당신의 관념 속에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녀에게 매섭고 다치게 하고, 고통스럽게 하는 것 인가요?”소만리는 마음속의 불만을 완전히 털어놓았고 바닷바람이 휘몰아쳐 그녀의 눈가에서 흐르는 눈물을 떨어뜨렸다.그 눈물이 기모진의 손등에 떨어졌고, 눈물의 뜨거운 온도가 그의 피부를 가늘게 태우고 있었다.“기모진, 당신 스스로를 속이지 말고, 나를 속이지 말아요. 당신은 항상 소만영을 사랑했는데, 그녀가 그렇게 잔인한 짓을 했어도, 당신은 그녀를 옹호했어요. 내가 누명을 쓰고 모함 당했을 때, 당신은 무엇을 했나요? 당신은 나를 비바람이 몰아치는 길가에 내던지고 죽게 내버려 두었어요!”이를 들은 기모진은 고통에 목이 메어 소리 없이 흐느껴 울었다.그는 두 팔을 벌려 소만리를 품에 안았다.“그만해, 이제 그만해……..”그는 구차하고 낮은 목소리로 부탁했다.소만리는 기모진의 품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그녀는 더욱 화를 내며 주먹을 들어올려 그를 때렸다.“기모진 날 나줘요, 왜 말을 못하게 해요? 당신이 저질러 놓고, 왜 나는 말을 못하게 해요!”“내가 당신을 그렇게 사랑했을 때, 당신은 내 사랑을 당신 발 아래 놓고 짓밟아 버렸어요! 내가 ‘죽는’ 날까지 당신은 여전히 소만영과 행복하게 약혼했어요, 당신은 한사람의 마음을 완전히 찔려 죽는 맛이 어떤지 알아요? 사는게 죽는 것 보다 못하다는 느낌을 알기나 해요?”소만리
소만리는 입을 벌려, 무자비하게 기모진의 입술을 깨물었다.남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심취한 깊은 눈을 떴다.그러나 그의 눈에는 웃음기가 어려 있었는데, 분명히 소만리의 무자비한 거절을 극도의 즐거움으로 여겼다.그는 그녀를 놓아주고 뺨을 한 대 맞았다.소만리는 그를 극도로 미워하며 기모진의 입술에 묻은 피를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다른 여자한테 키스했던 입술로 키스하지 마세요! 역겨우니까!”그녀는 분노하며 몸을 돌렸다.기모진은 가느다란 손가락을 들어 입가에 묻은 헌혈을 닦으며 말했다.“내가 키스한 사람은 당신 한사람이야.”소만리는 그 말을 듣고 걸어가던 발걸음이 서서히 느려졌다.기모진은 소만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당신이 믿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사실이야. 나는 당신 이외의 여자와 키스한 적이 없어.”소만리는 눈을 날카롭게 뜨며 말했다.“그래요, 당신은 다른 여자와 키스한적이 없겠죠, 그래서 당신은 소만영을 건드린 적이 없어요? 그럼 당신들은 군군을 어떻게 낳았죠? 생각만 했더니 군군이 태어났나요?”“......”기모진은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기모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소만리는 비웃음을 더했다.“그때 그녀가 임신을 몇 번 했는지도 잊었어요? 더군다나 한번은 악독한 저로 인해 유산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우리의 결혼기간 동안 당신이 언제 밤에 돌아온 적이 있어요? 당신은 매일 그 마귀랑 함께 있었잖아요!”“기모진, 당신이 아직도 남자라면, 당당해야죠, 내가 당신을 업신여기지 못하게.”소만리는 노발대발하며 길에 주차된 차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차에 올라타자마자 문을 쾅 닫았다.기모진은 그 자리에서 멍하니 있었다가 이따금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그의 코트의 냉기가 더 심해졌다.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기란군이 소만영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소만영과 결코 관계가 없었을 수도 있다는 직감이 있었다.그가 술에서 깨어 있을 때 그는 자신이 그녀를 건드린 적
아들?소만리는 멍하니 멈추었다가 갑자기 깨달았다.소만영이 나를 속였어. 내가 그때 낳은 아이는 딸이 아니라 아들이었어!소만리의 심장이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눈썹에 미소를 머금은 남자를 바라보며 눈동자 속에 한 가닥의 의문이 남았다.기모진은 소만리의 눈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고 그녀를 바라보며 깊은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소만리의 의심은 순식간에 사라지는 듯했고, 그녀는 재빨리 차에서 내려 모씨의 집 문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소만리의 다급한 모습을 보며 기모진은 미안한듯 눈을 내리깔았다.소만영은 확실히 극악무도한 죄를 저질렀는데, 그는 언제 아닌 적이 있을까?마침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 사화정은 기란군의 손을 잡고 모현과 함께 식당으로 걸어가다가 갑자기 하인이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선생님, 사모님, 천리아가씨가 오셨어요!”사화정과 모현은 귀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동시에 고개를 돌렸고, 빠른 걸음으로 그들을 향해 걸어오는 소만리를 보자 부부는 반가운 표정으로 돌아섰다.“천리!”사화정이 절로 다정하게 소만리의 이름을 불렀다.모현 역시 기대만큼 가까워진 소만리를 보며 기뻐했다.“만리, 마침 잘 왔어. 아빠와 엄마랑 함께 식사하자.”소만리는 앞에 있는 부부를 바라보며 그들은 염두 해 두지 않은 듯 보였다.굳은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그녀는 갑자기 기란군의 작은 그림자가 사화정과 모현의 뒤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엄마.”기란군이 앳된 목소리로 소만리를 불렀다.꼬마 녀석의 귀엽고 잘생긴 아이의 작은 얼굴에 천진난만한 미소가 가득했다.소만리는 기란군을 차분히 바라보다 갑자기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천리, 너 왜 그래?”소만리의 낯빛이 이상해지자, 사화정은 걱정스러운 듯 그녀에게 다가갔다.“천리, 너…….”“군군 말고, 다른 어린 친구들이 있나요?”소만리는 조용히 물었지만, 눈도 깜박이지 않고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기란군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쪼그리고 앉아 떨리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기란군의 눈썹을 만졌다.그의 눈, 그의 코, 그의 귀, 그리고 그의 귀여운 작은 입……“엄마, 왜 그러세요? 왜 울어요?”기란군은 의아한듯 눈을 깜빡이며 손을 내밀어 소만리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소만리는 기란군의 하얗고 여린 작은 손을 꼭 잡고 그녀의 손바닥에 소중히 쥐었다.“군군, 엄마의 아가야, 엄마가 드디어 너를 만났네!”소만리는 더 이상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고, 기란군의 마른 몸을 그녀의 품에 꽉 안았다.그녀는 기란군을 꼭 껴안고 마음속의 슬픔, 분노, 기쁨이 한데 모여, 뜨거운 눈물을 한없이 쏟아냈다.그녀는 그녀가 사실 더욱 기뻐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마음은 오히려 매우 아팠다.뜻밖에도 이런 식으로 그녀와 그녀의 자식을 괴롭힐 생각을 하다니 소만영은 정말로 너무 사악했다.지난 5년동안 기란군이 소만영에게 가혹한 대우를 받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소만리의 마음이 조여왔다.그녀는 심지어 그때 소만영이 칼을 들고 기란군의 얼굴을 칼로 베는 장면을 너무 가슴이 아파 감히 떠올리지 못했다.소만영이 그런 미친 짓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소만영의 고문으로 상처받은 것은 그녀의 친 자식이었다!기란군은 소만리의 격동적인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는 소만리의 품에 안겨 사랑받는 느낌을 좋아했다.사화정은 이 장면을 보고, 기쁘고 괴로워하며 눈물을 글썽이며 모현의 어깨에 기댔다.하늘은 정말 불공평했다.왜 그들의 딸이 그토록 많은 비통한 일을 감당해야 합니까?기모진은 곁에서 조용히 엄마와 아들이 서로 껴안고 있는 장면을 응시하며 눈가가 시큼해졌다.그는 지난 6년 간의 시간이 다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그는 사랑하는 여자를 다시는 밀어내지 않을 것이다.소만리는 목이 메고 흐느껴 울며 기란군이 그녀의 등을 쓰다듬어 위로 할 때까지 오랫동안 감정을 가라앉히지 못했다.“엄마 울지 마세요, 감히 누가 우리 엄마를 괴롭혀요.
남자의 따스한 시선을 마주한 소만리의 눈에는 싸늘한 한기가 서려 있었다.“기모진, 만약 당신이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다면, 내 아이를 돌려줘요.”“이것이 당신이 나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야?”기모진은 쓴 웃음을 지었다.“군군은 엄마를 가질 수 없고, 다시 아빠를 잃네.”“아빠?”소만리는 웃었고, 비꼬는 웃음은 기모진의 눈에 강렬한 경멸과 함께 전달되었다.“기모진, 당신이 군군의 아버지로서 무슨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기모진은 입술을 꽉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만리는 그의 앞으로 다가가자, 찬바람에 작고 가냘픈 몸매가 늠름한 몸매의 남자를 마주하고 있다.“날 괴롭힐 때 마다 당신이 나에게 뭘 먹으라고 했는지 기억나세요? 피임약을 먹으라고 했는데 나 같이 천한 여자는 나의 아이를 가질 자격이 없다고 했잖아요. 잊었어요?”“......”소만리의 질문과 함께 기모진은 두 칼날 같은 눈썹을 찡그렸다.“그때 소만영이 자살하는 척 속여 병원에 가던 날, 사실 난 이미 당신의 아이를 임신 했었어요.나는 순진한 마음으로 내가 임신하면 우리의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이 기쁜 소식을 당신에게 전할 겨를이 없었는데, 이 좋은 소식에 당신은 내 앞에 피임약을 던졌어요.”이 말을 듣고 기모진의 눈동자에 희미한 빛이 갑자기 번쩍였다.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소만리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때 당신 이미 임신한 상태였어?”“그래요, 그때 제가 군군을 임신한 상태였는데, 그게 또 어떻다고요, 당신은 신경이나 썼어요? 당신은 아무런 신경도 안 썼잖아요!”“당신은 나와 대화할 때조차 짜증스러워했고, 그래서 결국 당신은 나에게 이혼 하하며 문자 메세지를 보내서, 당신의 아이를 가질 자격이 없다고 나에게 사생아를 지우라고 했죠. 이 세상에서 소만영만이 당신의 아이를 키울 자격이 있다고 말했죠. 만약 내가 이 아이를 지우지 않았다면, 아마 당신이 직접 이 아이를
“내가 소만영에게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혔을 때 당신은 나에게 무슨 말을 했었죠? 내가 임신한 사생아 아이가 소만영의 낙태된 아이와 함께 묻힐 것이라고 말 했었죠.”“기모진, 당신이 군군에게 그리고 나에게 얼마나 잔인했는지 이런거 다 잊었어요? 당신은 지금 무슨 근거로 군군이 행복하고 원만한 가정을 주겠다고 말하는 거에요? 당신은 군군의 아버지가 될 자격이 없어요!”소만리는 기모진이 꼭 잡은 손바닥을 훌훌 털고 소탈하게 돌아섰다.기모진은 심장 박동과 호흡이 정상 빈도로 돌아오지 않은 채,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눈송이가 그의 어깨 위로 떨어졌지만, 오히려 그의 심장을 녹이는 것 같았고, 너무 축축하고 추웠다.소만리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기란군 앞으로 곧장 걸어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군군, 앞으로 엄마와 함께 살래?”가란군은 주저 없이 즐거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군군은 엄마와 함께 살래요! 그리고 아빠도요, 군군은 앞으로 다른 아이들처럼 엄마 아빠가 이 말을 들은 소만리의 눈에는 막막함이 조금씩 드리웠다.“엄마, 밥 먹고 엄마 아빠랑 함께 집에 가는 거예요?녀석의 순수한 눈에는 기대가 가득했다.기모진은 멀리서 이 광경을 보고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파다.그는 이미 소만리가 반드시 부정적인 대답을 할 것을 예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소만리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았다.그녀가 뜻밖에 고개를 끄덕여 기란군에게 긍정적인 답을 주었다!“응, 저녁 식사 후에 아빠 엄마가 군군을 집에 데려갈게.”소만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눈에는 부드러운 모성애가 가득했다.“군군은 항상 엄마 아빠가 있는 착한 아이인데, 앞으로 누가 감히 군군에게 엄마 아빠가 없다고 놀리면 엄마가 혼내줄게!”“최고예요!”기란군은 작은 손뼉을 치며 돌아서 사화정과 모현에게 달려갔다.“외할머니, 군군은 곧 엄마 아빠랑 집에 갈 거에요. 다음에 또 와서 여기서 잘 거니까, 저를 너무 보고 싶어 하지 마세요.”사화정의 눈이 뜨거워졌
소만리는 기모진이 그녀 앞에 무릎을 꿇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충격적이지 않다는 것은 거짓말이지만, 더 웃긴 느낌이었다.눈 앞에 있는 남자는 늠름하고 오만하며 경도 전체에 기 도련님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가 누구이든 간에 그에게 약간의 체면을 세워주거나, 어떤 이는 아첨하며 비위를 맞춰 주기도 했다.하지만 그런 남자가 그가 한때 내팽개친 여자 앞에 무릎을 꿇었다.소만리의 아름다운 눈은 낮게 드리워져 기모진의 짙은 수심이 가득한 미간의 아무런 감정 없는 시선으로 얼굴을 바라보았다.“이거 정말 아라비안 나이트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네요. 제일 가는 가문의 도련님께서, 그에게 버림 받은 여자에게 무릎을 꿇다니, 기 도련님 이거 정말 웃기지 않아요?”“당신의 기분이 나아진다면, 난 무엇이든 괜찮아.”소만리의 비아냥에 기모진은 흔쾌히 받아들였다.“흥.”소만리가 가볍게 웃었다.“나를 기쁘게 해 주는 건 아주 간단해요, 당신이 내 앞에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면 난 정말 행복 할 거예요.”기모진의 눈빛은 흐릿흐릿 했고 소만리의 차가운 눈빛이 한줄기 빛처럼 그의 마음속을 비추며, 그의 마음을 더 차갑고, 더 아프게 했다.그는 소만리의 손을 꼭 잡고 그녀의 손 안의 온도를 욕심 내듯 느꼈다.“만리.”“더 이상 나를 만리라고 부르지 마세요. 내 인생의 비극은 내가 소만리가 된 날부터예요.”소만리는 기모진의 손을 차갑게 뿌리치려 했지만 기모진은 더욱 힘을 주었다.“기모진, 날 놔줘요. 난 정말 더 이상 당신에게 매달리고 싶지 않아요. 당신은 내가 지금 얼마나 당신을 미워하고 있는지 알아요, 당신이 정말 미워요!”그녀의 마지못한 단호한 말에 기모진은 온몸이 약간 얼어붙었다.그녀는 그를 미워하고 원망했다고 말했다.원망.기모진은 그 아픔을 말없이 거두었고, 슬픔을 억눌렀지만 목소리가 떨렸다.한참 후에야 그는 다시 떨리는 눈망울을 들었고, 그의 검은 눈동자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아름답
깜깜한 밤,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소만리의 눈빛은 차가웠고, 핑크빛 입술로 말했다.“귀머거리들은 벙어리가 장님이 사랑을 봤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기모진은 붉게 달아오른 눈을 뜨고, 소만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멍하니 듣고 있었다.“기모진, 당신은 어쩌면 당신이 했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아서 약속이 농담이 될 수도 있고, 사랑의 말이 웃긴 말이 될 수도 있지만, 나는 잊지 않았어요.”그녀는 말을 잠시 멈췄고, 그녀의 눈빛은 더욱 냉소적으로 변해갔다.“소만영이 당신의 마음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라고 나에게 직접 말했죠, 당신이 그녀를 만난 첫날부터 당신은 그녀를 평생 지키고 싶었던 유일한 여자로 여겼다고 당신 입으로 직접 말해줬잖아요.”소만리는 그때 기모진이 했던 말을 되풀이하며 농담 섞인 웃음을 더했다.“처음에는 사랑한 사람이 소만영 뿐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한 사람이 나였다고 하는군요, 흥, 기모진 이게 당신의 입으로 말하는 사랑인가요? 이런 사랑은 저는 필요 없을 것 같아요.”그녀는 기모진에게 더 이상 기회를 주지 않겠다고 말하고는 단호하게 돌아서 재빨리 떠났다.기모진은 멀어져 가는 소만리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스스로를 비웃었다.그 당시의 일에 대해 그는 입이 백 개라도 변명할 방법이 없었다.”그가 왜 그렇게 소만영을 내버려두었는지 소만리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것은 모두 어린 소만리를 좋아하고 아끼는 데 있었다.하얗게 눈이 내려 밤하늘에 흩날린다.눈은 소리 없이 내렸지만, 기모진은 그의 몸에서 무엇이 부서져 내렸는지 들었다……그는 밤새 어떻게 지냈는지 몰랐다.그는 졸리지 않아 줄곧 기란군의 침대 곁을 지켰다.작은 얼굴을 보고 있자니 더욱 죄책감과 안타까움이 들었다.소만리가 기란군을 품었던 그 어려운 시절을 생각하면, 그는 가슴을 칼로 베는 듯했다.날이 막 밝아오자 기모진은 아래층에서 인기척이 들려오는 것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