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454장

Author: 십육인
last update Last Updated: 2022-07-18 16:00:32
지난 5년 동안, 그는 기란군이 아빠라고 부르는 것이 이렇게 감동적이라고 처음으로 느꼈다.

그는 기란군 앞에 가서 쪼그리고 앉아, 온유하고 웃는 눈빛으로 이 작은 얼굴을 자세히 감상했다.

작은 얼굴, 어쩌면 심리적인 영향인지 지금 보면 볼수록 이 아이의 눈썹과 눈이 소만리와 매우 닮았다고 느꼈다.

“군군.”

그는 속으로 들뜬 마음을 억누르고 부드럽게 외쳤다.

기란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 언제 집에 갈수 있어요? 저 엄마가 보고 싶어요. 아 엄마가 아니고, 미랍 누나지.”

그는 일부러 강조했다.

기모진의 마음이 조여왔다.

“군군, 미랍 누나가 바로 너의 어머니야. 너에게 엄마는 오로지 이 한 명이야. 기억하렴.”

“기억할게요.”

기란군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안의 작은 물건을 흔들었다.

“제가 이 작은 토끼를 빨리 만들어서 엄마께 호신용으로 선물할 거예요.”

꼬마가 이야기하면서 그것을 소개했다.

기모진은 그제서야 이것이 소형방범 무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섯 살 기란군이 이런 손재주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지만, 그가 소만리에게 선물한 위치추적 칩이 달린 팔찌를 생각하면 이 아이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화정이 에프터눈 티와 간식을 들고 방에서 나오다가 갑자기 기모진을 보고 그녀는 조금 의아하게 생각했다.

“기 도련님, 언제 오셨어요? 군군을 데리러 오셨어요?”

기모진은 다가오는 사화정을 바라보며 천천히 일어섰다.

“외할머니.”

기란군은 사화정을 즐겁게 불렀고,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예전 같지 않던 편안함과 즐거움이 묻어났다.

기란군의 이러한 변화는 전부 소만리의 노력이라는 것을 기모진은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이 아이는 소만영에 의해 음지로 끌려들어갔지만 다행히 친 어머니인 소만리가 햇살이 내리쬐는 양지의 세계로 다시 데려왔다.

“군군 정말 착하구나.”

사화정은 한 손을 내밀어 기란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못내 아쉬운 듯 가볍게 탄식했다.

“소만영이 한 짓은 정말 끔찍해서 나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황제가 사랑한 여인   455장

    “쨍그랑--------”사화정이 손에 들고 있던 애프터눈 티가 갑자기 미끄러져 땅에 떨어졌다.순간 약해진 그녀의 손은 마치 허공에 움직이지 않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당...당신 무슨 소리예요.....미랍이 만리라니.....”사화정은 중얼거렸다. 수정 같은 눈물이 그녀의 눈가에 가득차서 그녀의 눈앞의 모든 것을 흐리게 했다. 또렷한 것은 그림 같은 소만리의 얼굴이었다.사화정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으며, 물론 그녀의 소중한 딸이 정말로 이 세상에 무사히 살아 있기를 진심으로 바랬고, 그리고 그녀는 이 기간 동안 천미랍도 진심으로 사랑했다.그녀는 자신이 마땅히 기뻐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쩐지 마음이 몹시 아팠다.소리를 들은 모현은, 사화정이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눈물을 흘리는 서 있는 모습을 보고, 걱정과 의문스럽게 다가갔다.“화정, 왜 그래요? 왜 이렇게 울어요?”모현은 근심 가득한 눈빛으로 기모진을 바라보며 말했다.“기 도련님 언제 오셨어요? 화정이 왜 이렇게 슬퍼 하죠? 당신이 군군을 데리러 온 게 아닌가요?”기모진은 기란군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저는 군군을 데려가지 않고, 모 부인 역시 슬퍼하시는 게 아니라 기뻐하시는 거예요.”“기뻐요?”모현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그가 질문하려고 하자, 사화정이 갑자기 몸을 돌려 그의 손을 꼭 잡았다.“모현, 우리의 소중한 딸이 원래 살아 있대요!”“...........뭐라고? 화정 당신 뭐라고 했어요?”모현의 눈이 순간 흥분과 기대의 빛이 번뜩였다.사화정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실제로 미랍이 바로 만리예요, 그녀가 우리의 소중한 천리! 그녀가 바로 천리예요!”모현의 온몸이 얼이 빠지고,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미랍이 바로 만리......”사화정은 몸시 울며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모현의 어깨에 기대어 말했다.“모현, 정말 다행이에요, 우리의 소중한 딸이 아직 살아있어요, 그녀가 살아있어요, 정말 다행이야!”

    Last Updated : 2022-07-18
  • 황제가 사랑한 여인   456장

    “갔다고요? 그녀가 어디로 가요? 어디로 갔는지 아세요?”사화정은 애타게 물어보았다.프런트 데스크 아가씨는 추측하듯 말했다.“이 시간에 당연히 집으로 간 것 아닐까요.”“집으로.......”사화정은 멍한 눈빛으로 두 글자를 곱씹었다.집........모씨의 집은 그녀의 집이어야 했지만, 사화정과 모현은 소만리가 기꺼이 그들과 함께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아마도 그녀는 원하지 않을 것이다.사화정은 전날 밤 소만리가 기란군을 위해 집을 방문했을 때 소만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그녀는 그날이 그녀가 마지막으로 모가에 가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당시 사화정은 알 수 없었지만, 이제는 소만리의 뜻을 알게 되었다.그 생각에 사화정은 순간 눈물이 비 오듯 쏟아지며 뼈저리게 후회했다.모현은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화정 울지 마요, 우리 서두르지 말아요, 우리는 꼭 천리를 만날 수 있어요.”“그녀는 우리가 보고 싶지 않을 거예요. 그녀는 우리를 분명 죽도록 미워할 거예요......”사화정은 눈시울을 붉히며 머릿속에서 병원에서 있었던 그날이 떠올랐다.그녀는 소만리가 바로 자신의 친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자책하며 자살을 기도했었다.그때 소만리가 엄마라고 불렀었다.그녀는 단지 그녀를 구하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외쳤다고 했지만 사실 그 엄마라고 부른 소리는 진짜였다.사화정은 당시 소만리가 외쳤던 그 두 글자를 되새기면 더욱 가슴이 아팠다.만약 소만리가 그녀를 어머니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가슴 아픈 두 글자가 될 것이다.소만리는 예선과의 약속 장소로 차를 몰고 갔다.불향기가 가득한 마라탕 분식집, 이 시간은 이미 만원이었다.많은 사람들이 소만리를 보고 모두가 의아해 했다. 이런 연기나는 음식을 안 먹을 것 같은 선녀가 마라탕을 먹으러 온 셈이다.이때 예선이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만리, 여기야!”소만리가 소리를 듣고 바라보니 예선을 보았을

    Last Updated : 2022-07-18
  • 황제가 사랑한 여인   457장

    소군연은 곁눈질로 바라보다가 바로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표정이 훨씬 더 굳어졌다.소만리는 뒤에 누가 왔는지 보지는 못했지만, 소군연과 예선의 반응을 보면 짐작할 수 있었다.주변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고 기모진을 보며 흥분한 여학생의 얼굴은 붉어졌다.“이 남자 정말 멋있어!”“그는 기씨 그룹 사장님인 거 같아.”“인터넷에서 저 사람을 본 적이 있어, 바로 기모진이야!”소만리는 아무런 기색도 없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 머리도 돌리지 않았다.“예선, 소 선배, 무의미한 사람들 신경 쓰지 말고, 우리 다른 곳 가서 먹어요..”예선은 다가오는 기모진을 노려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소 선배, 우리 갑시다!”“그래.”소군연 역시 일어나 불만스러운 듯 기모진을 바라보았다.소만리가 가방을 들고 몸을 돌리자 기모진이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남자는 큰 키와 늘씬한 몸매로 여전히 풍채가 넘쳤다. 검은 가죽 코트는 겨울 저녁의 서늘함으로 물들었지만 그의 눈빛은 싸늘했던 지난날과는 달리 봄바람처럼 온화했다.“당신이 지금 나를 보고 싶지 않다는 건 알지만, 당신에게 꼭 해야 할 말이 하나 있어.”기모진의 말투가 부드러웠다.소만리는 예선과 소군연을 향해 살짝 미소 지었다.“예전, 소 선배, 잠시만 기다려주세요.”그녀는 기모진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가게 밖으로 나갔고, 기모진이 바로 따라 나갔다.겨울 저녁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가로등 아래 서 있는 소만리의 작고 우아한 얼굴이 어슴푸레한 따스한 빛 아래서 유난히 차갑고 싸늘하게 느껴졌다.“기 도련님은 여전히 이렇게 재주가 넘치네요, 매번 내가 있는 곳을 정확하게 알 수 있네요. 왜요? 또 그때처럼 바람둥이 아내를 혼내 주려고 하나요? 하지만 난 이제 당신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걸 명심하는 게 좋을 거예요. 내가 누구와 함께 있고 싶은지, 무얼 하는지, 당신이 물어볼 자격도 없어요.”그녀는 냉소적이었고 심지어 비꼬기까지 했다.기모진은 소만리와 소군연이 함께 길거

    Last Updated : 2022-07-18
  • 황제가 사랑한 여인   458장

    기모진은 찬바람 속에 서서 소만리가 떠나려고 돌아서는 뒷모습을 그리운 듯 바라보며 꼿꼿하게 서 있는 모습이 가로등에 비쳐 쓸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입술 끝을 잡아당기자 씁쓸하고 괴로운 느낌이 마음에서 퍼졌다.눈에서 희미하게 축축한 기운이 감돌아 먼 곳의 그 아름다운 모습을 흐릿하게 했다.그가 어찌 지금의 그녀의 냉담하고 몰인정한 것을 탓할 수 있겠는가, 모든 건은 자업자득에 불과할 뿐이었다.......소만리는 예선, 소군연과 함께 식사를 마친 뒤 혼자 옛 아파트로 돌아갔다.그녀가 창가 앞에 서자 얼마 전 기모진이 한 말이 절로 귓가에 맴돌았다.“내가 사랑한 사람은 언제나 오로지 당신 뿐이었어.”“아”소만리가 살짝 웃었다.어느 누구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그렇게까지 다치게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기모진, 날 사랑한다고 말하지 말아요. 내 마음이 당신에 의해 완전히 다쳐서 죽은 후에야 고의가 아니라고 했어요.“윙윙윙........”침대 선반 위에 놓은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소만리는 생각을 멈추고, 핸드폰을 들어보니 사화정이 걸어온 전화였다.예전에 그들이 급히 나를 찾아 헤매던 모습으로 보아 그들은 모두 이미 내가 그들의 친 딸인 줄 알고 있었을 것이다.그녀는 묵상하며, 핸드폰 진동이 계속 울려도 받지 않았다.사화정이 다섯 번째 전화를 걸 때 소만리는 응답 버튼을 눌렀다.분명히 그녀가 전화를 받을 줄 모르고 1,2초 동안 침묵이 흐른 뒤 마침내 그녀가 놀라서 입을 열었다.“미랍 아가씨?”그녀가 그녀를 이렇게 불렀다.소만리는 뜻밖이라 조금 놀랐다.설마 그들이 아직 모를까?기모진이 그들에게 말하지 않았나?“무슨 일이에요? 왜 이렇게 전화를 많이 하셨죠?”소만리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덤덤하게 물었다.사화정은 격한 감정을 억누르고 아무렇지 않은 척 입을 열려고 노력했다.“미랍 아가씨, 군군이 아직 잠을 못 자요. 당신을 보고 싶어하고, 당신이 자장가를

    Last Updated : 2022-07-18
  • 황제가 사랑한 여인   459장

    차창은 닫혀 있지만, 사화정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소만리는 잘 알고 있었다.사화정은 분명히 어떤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데, 그 감정을 소만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똑똑똑”사화정은 다시 차창을 똑똑 두드렸다.그녀는 소만리가 싫어할까 봐, 또 소만리가 보고만 있을까 봐 감히 너무 세게 두드리지 못했다.“미랍 아가씨, 미랍.......”사화정이 부르고 있는데 갑자기 “딸깍” 하는 소리가 들렸고, 소만리는 안전벨트를 풀었다.드디어 소만리가 차에서 내리려는 반응을 보이자 사화정과 모현의 얼굴에서 동시에 기쁨이 느껴졌다.소만리는 문을 열고 마침내 차에서 내렸다.축축한 눈빛을 드리운 채 설레는 눈빛을 드리운 부부에게 소만리는 담담하게 조용히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어 물었다.“군군은 방에 있어요?”사화정과 모현은 주의 깊게 그녀를 주목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군군은 방안에 있어요.”“네 알겠어요.”소만리는 말 한마디 없이 돌아서며 군더더기 한 글자도 더이상 쓰지 않았다.소만리가 돌아서서 대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사화정과 모현은 그 자리에서 멍하니 넋이 나간 채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울컥하며 목이 메였다.“천리.......”소만리는 뒤에서 뜨거운 두 시선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녀는 매우 시원스럽게 걸었다.지난날 여러가지로 몸과 마음의 고통이 지금 이 순간 새삼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그녀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번지는 마음의 상처를 막을 수 없었다.소만리는 기란군의 방에 들어갔다. 어린아이가 침대에 기대어 앉아 책 한권을 들고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곁눈질로 힐끗 보니, 익숙한 그림자가 다가오자 기란군은 급히 작은 머리를 번쩍 들어올렸다.소만리를 보자 인형 같은 기란군의 작은 얼굴에는 순간 기쁨의 미소가 번졌다.“엄마.”그는 너무 자연스럽게 외쳤다.소만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 달콤한 꿀이 흘러내리는 듯 따뜻한 기운이 아직 낫지 않은 그녀의

    Last Updated : 2022-07-18
  • 황제가 사랑한 여인   460장

    사화정과 모현은 방 문 밖에서 이 광경을 보고 더욱 가슴이 아팠다.그들이 감히 들어가서 방해하거나, 경솔하게 소만리에게 사실 기란군이 그녀의 친자식이라고 말하려 하지 않았다.이 광경을 보고, 사화정은 입과 코를 막고, 오열하는 울음소리를 억누르고, 빨리 돌아서 자리를 떴다.“화정!”모현은 목소리를 낮추며 사화정을 불렀고, 소만리를 바라보는 것을 아쉬워하며 뒤를 따라갔다.사화정은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침대에 누워 비통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렸다.비록 모현이 마음속에도 아픔이 있지만, 남편으로서, 남자로서, 이럴 때는 반드시 사화정보다 더 강건하고 침착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화정, 울지마, 이러지 마.”모현은 사화정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어쨌든 적어도 우리 딸만큼은 살아있고, 그렇게 멋지게 살아가고 있으니 기쁘고 뿌듯해 해야지.”사화정은 이 말을 듣고 더욱 눈물을 흘렸다.당연히 그녀는 기쁨을 느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러나 과거의 일은 마치 밀물처럼 머릿속에 떠올랐고, 그녀가 소만리를 때리고 욕하는 장면들, 그리고 소만리가 병으로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비참한 모습까지 떠올랐다.그런 생각만 해도 사화정은 숨쉬기 조차 힘들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어떻게 나 같은 엄마가 있겠어요? 설사 낯선 사람이라도 이렇게 때리고 욕하면 안 되는데......”“모현, 그거 알아요? 이 손으로 우리 딸을 몇 번이나 때렸어요, 내가 그녀에게 나쁜 년, 천한 년이라고 욕하고 심지어 그녀에게 가서 죽으라고 저주까지 하고, 부모에게 버림 받아야 한다고 욕했어요.”“내가 어떻게 이렇게 악했을까요, 아이가 아파서 피를 토할 정도였는데, 기모진의 관심을 끌기 위해 기모진에게 시늉을 한다고 비난했어요.”모현은 이 말을 듣고, 두 눈이 촉촉해지며 소리쳤다.“화정 그만 말해요, 그만 말해요......”그는 사화정이 말하는 차마 돌이킬 수 없는 옛날 일들 속에서, 친아버지인 그도 매정하고 가혹하게 대했다고 작은 소리로 중

    Last Updated : 2022-07-18
  • 황제가 사랑한 여인   461장

    소리가 나자 소만리는 천천히 돌아서니 눈 앞의 사화정과 모현이 미소를 머금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들은 비록 웃으면서도, 여전히 그들의 눈에 얽힌 설렘과 불안함은 감출 수 없었다.이제 와서 소만리는 더 이상 빙빙 돌지 않으려 했다.“모두들 이미 다 아시죠?”그녀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모현과 사화정은 이 말을 묻는 소만리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잠시 침묵 끝에, 사화정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미랍 양.”소만리는 반복되는 이 호칭에, 웃으며 사화정의 말을 끊었다.“저를 모천리라고 불러도 되지 않나요?”“......”“......”이 말을 듣고 사화정과 모현은 순간 숨이 막혔다.그들은 멍하니 눈앞의 작고 섬세한 얼굴을 바라보았고, 그의 즉시 그들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천리!”사화정은 눈물을 흘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소만리 앞으로 달려갔고, 회환과 미안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자애로운 마음을 품고 소만리를 따뜻하게 감싸주었다.잠시 후 사화정은 떨리는 손가락을 뻗어 소만리의 얼굴에 부드럽게 닿았다.그녀는 소만리의 희고 섬세한 뺨을 소중히 쓰다듬어 주고 온화하고 진실한 감촉을 느끼며, 사화정은 입술을 꼭 깨물고, 가슴 아픈 소만리를 한 품에 안았다.“아가야, 내 아가야!”사화정은 절로 고함을 지르며 소만리를 꼭 껴안았다.“천리, 엄마가 이번에 드디어 너를 찾았어,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울면서 사과했다.모현 역시 눈시울을 붉히며 소만리에게 다가가 울먹이며 말했다.“얘야, 아빠도 미안해, 정말 미안해.”그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심 어린 사과는 눈 속에 깊은 미안함과 회심의 뜻을 담고 있었다.모현은 손을 들어 몇 초간 망설이다가 소만리의 머리에 살짝 얹고 애석한듯 쓰다듬었다.사화정과 모현의 미안함과 애정을 느끼면서도 소만리는 처음처럼 잔잔한 듯 흔들림 없는 얼굴로 촘촘하고 컬이 된 속눈썹만 감았다 떴다.그녀는 저항하거나 도망가지

    Last Updated : 2022-07-18
  • 황제가 사랑한 여인   462장

    소만리가 그들을 부르는 호칭에 사화정과 모현은 놀라고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냉담한 표정의 그녀를 바라보았다.“천리.....”소만리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아름다운 눈을 들어올려 주위를 둘러보고 유럽 스타일의 소파로 걸어가며 가느다란 손가락 끝이 그 위에 가볍게 스쳐 지나갔다.“그때 당신들은 소만영을 위해, 적극적으로 저를 초대해 밥 먹으러 오라고 하셨지요, 소만영을 위해 기꺼이 저 같은 원수를 정중히 대접하시느라 마음이 편하지 않으셨을 텐데요?”사화정과 모현은 이 말을 듣고 더욱 괴로웠다.소만리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부모님을 찾아 뵙지 못 한지 도대체 몇 년이 지났냐고 그때 부인이 저에게 물으셨어요.”“모 부인, 그때 제 대답을 아직도 기억하시나요?”그녀는 사화정의 깊은 미안함의 눈빛을 뒤돌아 바라보며 말했다.“천리.......”“제가 말했죠 찾았는데, 한 가족으로 모일수 없다고요. 왜냐하면 제가 지금 친부모님 앞에 서도 그들은 나를 인정하지 않으니까요.”사화정은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그렁그렁 한 채 소만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천리, 천리야 엄마의 설명 좀 들어봐.”소만리는 웃었다.“설명할 필요 없어요, 저는 당신들을 뭐라고 탓하지 않아요, 저는 그저 어쩌면 우리에게는 부녀의 정, 모녀의 정에는 인연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고 싶어요.”“아니야 천리, 천리 그런 말 하지 마. 엄마 아빠 잘못이야 소만영이라는 나쁜 여자에게 휘둘리지 말았어야 했어, 친딸도 못 알아보고......”“천리, 엄마 아빠에게 한번만 만회할 기회를 줘.”모현도 다가왔다. 그의 미간에는 괴로움과 우울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천리,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엄마 아빠는 너를 잊은 적이 없어. 소만영이 나타나기 전에, 어머니는 매일 밤 너를 생각하고, 네가 잘 지내고 있는지 걱정했어. 이 큰 집에도 항상 너의 방을 가지고 있었어. 네가 언제 집에 돌아오는 날을 위해서 너의 어머니는 너의 방을 매일 세심하게 청

    Last Updated : 2022-07-18

Latest chapter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9장

    문 앞에 서 있던 소군연의 모친은 이 모습을 보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소군연의 부친이 옆에서 말렸다.“그만 좀 해. 아들이 평생 홀아비로 살길 바라는 거야?”“누가 지금 가서 훼방 놓으려는 줄 아세요? 가서 말해 줘야죠. 나도 이 혼사에 동의해도 되겠냐고.”“당신 동의하는 거야?”소군연의 모친이 막 대답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강연장 안 불빛이 밝아지는 것을 보았고 안에서 환호하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깜짝 놀라 소군연의 품에서 나온 예선은 소만리와 기모진,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 심지어 나익현과 나다희까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들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예선과 소군연을 향해 다가왔다.예선은 멍하니 소만리를 쳐다보다가 결국 이 모든 것이 그들이 미리 계획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그녀와 소군연의 부모만 감쪽같이 몰랐던 것이다.소군연은 절대 그녀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단지 그녀에게 인생에서 가장 지키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 누구인지 각인시키기 위해 좀 다른 방법을 썼을 뿐이다....이듬해 봄.생명의 기운이 깃든 모든 것들이 축제를 펼치는 계절.경도호텔 야외 정원에서는 결혼식이 한창이었다.그렇다.오늘은 소군연과 예선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공주님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멈추지 않았다.두 부부의 눈에는 실로 눈앞의 모든 존재들이 기적과도 같았다.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막내와 그 옆을 잘 보살피고 있는 듬직한 기란군, 그리고 곱고 맑은 딸 기여온까지.“엄마 아빠, 나랑 막내한테도 뽀뽀해 줘.”“뽀뽀, 뽀뽀.”막내는 기란군의 말을 알아들은 듯 소리쳤다.“너랑 막내는 맨날 하잖아. 여온이는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까 특별히 좀 더 많이 해 줘야지.”기모진은 귀여운 기여온을 안고 볼에 뽀뽀를 했다.“여온아, 요즘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 그놈이 평소에 무섭게 굴지는 않아?”“당신이 말한 그놈이 혹시 나예요?”강자풍이 짐짓 뾰로통한 얼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8장

    예선의 말을 듣고 소군연의 모친은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었다.예선의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있는 줄은 몰랐다.게다가 예선은 자신을 향해 ‘존중'이라는 단어를 썼다.예선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소군연의 모친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는 중 갑자기 소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예선아, 네가 그들을 존중한다고 해서 그들이 널 존중해 줄 줄 알아? 사람은 서로 존중해 주어야 하는 거야.”“그렇지만 군연은 그들의 아들이잖아. 만약 내가 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이 군연이랑 결혼을 한다면 그들은 두고두고 평생 나와 군연을 원망하며 살 거야.”예선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군연을 그렇게 만들고 싶진 않아. 나와 부모님 사이에서 평생 힘들어하면서 살게 할 순 없어.”“그렇지만 예선아...”“소만리, 이제 그만해. 너 나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꼭 함께 지내야만 하는 건 아니야. 그 사람이 평안하고 즐겁게 지낸다면 그것으로 족한 거야, 안 그래?”예선의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미 마음속에 결심을 한 것 같았다.소만리는 예선을 말리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 뭐라고 조언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선아, 그럼 이제 갈 거야? 소군연 선배 더 안 찾을 거야?”“찾아볼 곳은 다 찾아봤어. 이래도 못 찾는다는 건 아마도 군연과 나의 인연이 여기까지라는 거겠지. 군연이 혼자 조용히 있게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아.”예선이 돌아서자 소군연의 모친은 얼른 몸을 숨겼다.자신이 그들을 미행했다는 걸 그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이때 소만리가 예선을 불러 세웠다.“예선아,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너랑 군연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 보는 건 어때? 아직 안 가 본 곳이 혹시나 없는지 잘 생각해 봐. 소군연 선배가 거기서 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예선은 이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아직 안 가 본 곳이 한 군데 있긴 해.”“거기가 어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7장

    멀리서 예선을 몰래 관찰하던 소군연의 부모는 차 안에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흥. 군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게 깊다더니 한나절이 지나도록 군연이 어디 갔는지 짐작도 못하고 있군.”소군연의 모친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투덜거렸다.소군연의 부친은 아내를 힐끗 쳐다보았다.“그런 말 좀 이제 그만해. 지금은 군연이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야. 사실 난 저 예선이란 애, 꽤 괜찮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부모도 없다고 당신 많이 싫어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부모도 있고 그뿐만 아니라 엄마는 갑부에 아빠는 유명한 의사인데 당신 뭐가 불만이 그렇게 많아? 정말 아들을 평생 독신으로 살게 할 셈이야?”소군연의 부친은 솔직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지만 소군연의 모친은 그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당신도 예전에는 반대했잖아요? 나중에는 나도 동의했다구요. 하지만 아버님 체면 세워 드리느라고 동의하지 않았던 건데 이제 와서 날 탓하면 어쩌라는 거예요?”“그만둬.”소군연의 부친이 아내의 말을 끊었다.“어째서 말을 못하게 해요? 내가...”“예선이 움직였어!”소군연의 부친이 급히 액셀을 밟았고 소군연의 모친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잠시 후 소만리의 차는 경도대학교 정문 앞에 멈춰 섰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눈에 익은 건물을 바라보며 예전에 함께 보냈던 날들을 떠올렸다.그들이 대학에 갓 입학한 첫날이었다.그때 그들은 모두 각자 마음에 두고 있던 한 해 선배의 남자와 부딪히게 되었다.그 남자와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될 때까지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경도대학교에 있을 것 같아?”소만리가 물었다. 예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살짝 웃었다.“나도 확신할 수 없지만 네 말처럼 군연과 함께 했던 추억이 있는 곳은 다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여기 왔어. 운에 한번 맡겨 보려고.”예선은 말을 마치며 학교 안으로 걸어갔다.학교는 개방식이어서 예선과 소만리는 아무런 제지도 없이 바로 들어갔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6장

    소군연의 할아버지는 소군연의 글을 보고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퇴원하자마자 한 여자 때문에 사라져?게다가 이 여자가 아니면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그는 결코 그런 일이 발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소군연이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하니 마음이 몹시 답답하고 당황스러웠다.만약 소군연이 정말 결혼하지 않는다면 그들 소 씨 가문은 후사가 없게 되는 게 아닌가?낭패였다.그건 안 된다. 절대 안 될 일이었다.예선은 밖으로 뛰쳐나온 후 그가 갈 만한 곳을 찾아가 보았지만 오전이 다 지나도록 소군연의 행방을 알아낼 수 없었다.그녀는 소군연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역시나 받지 않았다.아무런 소득 없이 시간만 흘러가자 예선은 갑자기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그녀는 길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았다.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인생에 주어진 하루하루를 무탈히 사는 것만 같았다.갑자기 상실감이 확 밀려왔다.군연, 정말 날 포기하기로 한 거예요?우린 이렇게 헤어져서 제 갈 길을 가게 되는 건가요? 그런 건가요?예선은 막막한 마음을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었다.생각하면 할수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바로 그때 소만리에게서 전화가 왔다.예선은 얼른 그녀의 전화를 받아 소군연에게 일어난 상황을 전했고 소만리는 한달음에 예선에게 달려왔다.예선은 소만리를 보자마자 눈물샘이 터져버렸다.소만리는 예선을 위로했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일시적으로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걸 거야. 널 포기했을 리가 없어.”“아니야. 포기한 거야.”예선은 심호흡을 하고 스스로를 진정시켰다.“그의 가족들이 절대 날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특히 어머니는 강경하게 반대하시고 최근에 발생한 일 때문에 다른 가족들도 나에 대한 선입견이 더욱 나빠졌어.”“그동안 일어난 일은 너랑 아무 상관없어. 넌 피해자야.”“하지만 그들은 날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저 소군연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5장

    ”얼른 들어갈게요!”소군연의 엄마는 황급히 뛰어가다가 갑자기 뒤따라오는 예선에게 고개를 돌렸다.“넌 오지 마! 우리 소 씨 가문에 널 환영하는 사람은 없어!”소군연의 엄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예선은 소군연을 만나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예선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어떻게 소군연이 스스로 퇴원을 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어제까지도 분명 병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소군연의 집으로 가는 길에 예선은 소군연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보았다.그러나 소군연은 받지 않았다.소군연에게 핸드폰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선은 계속 전화를 시도했고 예상대로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소군연을 만나고 싶었다.그러나 가는 길이 너무 막혔다.드디어 예선이 소군연의 집에 도착해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앙칼진 소군연의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가 어떻게 스스로 집에 왔다는 거야? 방금 깨어난 거 아니야?”“이것 좀 봐 봐. 이거 보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될 거야.”소군연의 부친은 원망 섞인 말투로 소군연의 모친에게 뭔가를 쥐여 주었다.예선이 얼른 현관에 들어서자 따가운 소군연의 모친 목소리가 그녀를 향했다.“따라오지 말라고 했는데 넌 왜 또 왔어? 누가 널 환영한다구...”“됐어. 그만하고 이것 좀 보라니까.”소군연의 부친은 예선이 들어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군연의 모친 말을 끊었다.예선은 소군연의 부친이 미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쫓아내지 않자 얼른 안으로 걸어갔다.소군연의 모친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메모지 한 장이었는데 메모지에는 짧은 몇 마디가 쓰여져 있었고 모두 소군연의 모친에게 전하는 말인 것 같았다.소군연은 자신이 이틀 전에 깨어났다고 실토하며 잠에서 깬 이후 자신의 엄마가 예선에게 모질게 투덜거리는 말만 하는 것을 보고 예선과 절대 결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4장

    예선은 아무도 없는 병실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즉시 소군연을 찾아나섰다.그러나 근처를 한 바퀴 둘러보아도 예선은 소군연의 모습을 찾지 못했고 마음속에서 초조함이 스멀스멀 밀려왔다.이때 소군연의 엄마가 들어왔다.병상에 누워 있어야 할 소군연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을 본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 혹시 무슨 검사하도 하러 간 거야?”소군연의 엄마는 불만이 가득 담긴 얼굴로 예선에게 물었다.소군연의 엄마가 보이는 이런 태도에는 이골이 났는지 예선은 개의치 않으며 담담하게 돌아섰다.“저도 알고 싶어요.”“나보다 먼저 와 놓고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제가 왔을 때도 병실에 아무도 없었어요.”예선은 돌아서면서 말을 이었다.“간호사한테 한번 물어볼게요.”“잠깐만.”소군연의 엄마가 예선을 멈추어 세우며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너한테 말을 해 둬야겠어. 군연인 이미 너 때문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었어. 다친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 너 때문에 영 씨 집안 두 모녀는 감옥에 갇혔어. 이건 분명히 네가 우리 가문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야. 네가 우리 군연이를 얼마나 좋아하든 우리 군연이 널 얼마나 좋아하든 상관없어. 넌 우리 소 씨 가문에 들어올 수 없어.”이 말을 들은 예선은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영 씨 집안 두 모녀가 감옥에 간 것까지도 예선의 탓으로 돌린단 말인가?예선과 소군연은 엄연히 피해자였다.영내문 같은 악랄한 사람은 오늘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 악행을 저지를 사람이었다.영내문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인 중의 악인이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벌여진 일들로 이 모든 것이 자명한데 소군연의 엄마는 여전히 예선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예선은 더 이상 소군연의 엄마와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시간 낭비 에너지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3장

    채수연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이미 모든 상황을 다 이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여온아.”채수연이 기여온에게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앉아 다정하게 말했다.“여온아, 선생님이 여온이 좋아하는 거 알지? 어딜 가든 매일 기쁘고 즐거운 일만 있길 바라. 그리고 하루빨리 말도 할 수 있게 되길 바랄게.”기여온이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한껏 고개를 끄덕였다.채수연은 일어서서 강자풍을 바라보았다.아직도 눈에는 그에 대한 호감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조금 전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더 이상의 집착은 사라졌다.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반드시 고집스럽게 쟁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채수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강자풍을 바라보며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강자풍도 더 이상 아무 말없이 몸을 굽혀 기여온을 품에 안고 돌아섰다.돌아서기 전에 채수연에게 따뜻한 작별의 미소도 잊지 않았다.“채 선생님,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어쨌든 선생님께 많이 신세 졌습니다. 고맙습니다.”채수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절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 주신 걸로 이미 다 갚으셨어요. 하지만 강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긴 하네요. 기회가 되면 같이 식사라도 해요.”“그럼요, 언제든지요.”강자풍이 흔쾌히 승낙했다.친구가 된다는 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채수연은 그 자리에서 기여온을 안고 점점 멀어지는 강자풍의 뒷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두어 걸음 앞으로 나섰다.“강 선생님, 저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 대답해 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강자풍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다정한 미소를 가득 품고 뒤돌아보며 물었다.“뭐가 궁금하신가요?”“좋아하는 여자가 정말 있긴 한 거죠?”강자풍은 기여온의 작은 얼굴에 부드러운 시선을 잠시 떨구며 입을 열었다.“지금 저의 가장 큰 소원은 여온이가 무탈하고 건강하게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2장

    ”어쩌다가 듣게 되었어요.”강자풍은 순순히 시인했다.채수연은 강자풍의 대답을 듣고 자신이 난감해할 줄 알았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예전처럼 초조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고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다만 약간의 부끄러움은 어쩔 수 없었다.강자풍은 채수연이 난감해하지 않도록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채 선생님을 도와드리려고 했던 건데 어떻게 하다가 영상이 찍혀 인터넷에 올라오는 바람에 선생님을 더 난처하게 해 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나와 여온이 일로 또 한 번 고민거리를 안겨 드린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강자풍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기여온을 향해 부드러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하지만 선생님, 걱정 마세요. 앞으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 없을 거예요.”채수연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순간 마음속에서 상실감이 강하게 몰아쳤다.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강자풍을 쳐다보며 강자풍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역시나 그의 말은 그녀를 안타깝게 만들었다.“채 선생님, 여온이한테 더 잘 맞는 유치원을 찾았어요. 제가 일하는 곳과도 더 가까워서 여온이 등하원하는 데도 훨씬 편리할 것 같아요.”강자풍의 말을 들은 채수연은 갑자기 마음이 너무나 허전했다.“여온이한테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봐 유치원을 옮기기로 하신 거예요?”강자풍은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이게 선생님한테도 우리한테도 좋은 것 같아요.”강자풍은 ‘우리'라는 말을 할 때 기여온에게 시선을 주었다.채수연은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자신의 감정이 줄곧 일방적인 것이었고 닿을 수 없는 허무한 희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강자풍의 눈에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강 선생님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채수연도 강자풍의 말에 활짝 웃으며 동의했다.“아까는 정말 죄송했어요. 저희 엄마와 엄마 친구가 강 선생님에 대해 한 말은 정말 부적절했어요. 죄송합니다.”강자풍은 조금도 개의치 않으며 입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1장

    류 씨 성을 가진 남자가 트집을 잡았고 결국 강자풍이 기여온을 데리고 나가는 장면이 모두 찍혀 인터넷에 공개된 것이었다.이 남자도 양심은 있었던지 기여온의 모습은 블러 처리를 해서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게 했지만 강자풍의 모습은 영상에서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채수연의 엄마는 한눈에 영상 속 사람이 강자풍임을 알아차렸다.영상 아래의 댓글을 본 채수연의 엄마는 더욱 초조한 눈빛으로 말했다.“수연아, 너 어떻게 이런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할 수 있어?”채수연의 얼굴이 찡그려졌다.“맞아요. 부인하지 않을게요. 난 강 선생님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어요.”“뭐라고!”“아유... 수연아, 너 정말 이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진 씨 부인의 눈빛이 미묘하게 반짝거렸다.“내가 보니까 여기 댓글 단 사람들이 벌써 이 남자 신상을 다 파헤친 것 같던데. 이 남자 예전에 우리 F국에서 한때 주름잡았던 그 강어라는 사람 동생이라더라구. 그 강연이라나 뭐라나 누나라는 사람은 업계에선 더욱 악명이 높았대.”“뭐! 그 강 선생이 강어와 강연의 동생이라고?”채수연의 엄마는 자신의 소중한 딸이 악명 높은 집안 배경을 가진 사람과 사귀게 될까 봐 전전긍긍했다.“나도 그 사람 형과 누나에 대해서 들은 적 있어요. 나도 알고 있다구요. 하지만 강 선생님은 지금까지 그 일에 개입한 적이 없어요. 만약 조금이라도 개입했다면 벌써 경찰서에 잡혀 들어갔을 거예요.”채수연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게다가 강 선생님은 이 아이의 친아빠가 아니에요. 친구 딸인데 잠시 이 아이를 돌보고 있을 뿐이에요. 그리고 아주머니, 부탁드리는데요. 이 아이가 말을 못 하는 걸로 자꾸 걸고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말을 못 해서 누구보다 괴로운 건 이 아이잖아요. 입장 바꿔서 누군가가 아주머니 아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절대 듣고 싶지 않을 거잖아요, 네?”“...”채수연의 입에서 뭐라도 가십거리를 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