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리는 걸음을 잠시 멈추고, 서늘한 눈빛으로 곁눈질하며 말했다.“뭐라고요? 예전처럼 그렇게 잔인한 방법으로 나에게 교훈을 주고 싶나요? 기모진, 나는 짓밟히고 모욕 당했던 그때의 소만리가 아니에요. 나는 더이상 당신이 두렵지 않아요!”그녀는 남자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검은 눈동자를 두려움 없이 마주했다.기모진은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 깊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소만리의 흠 없고 아름다운 얼굴에 부드러운 시선을 머물며 유심히 응시했다.사실, 그는 그녀가 지금 한 말이 단지 아름다운 속임수라는 것을 이미 깨달았다.그는 기꺼이 그녀의 속임수에 빠져 조금 더 오래 바라보고 싶었다.이렇게 자신을 속여야만 그녀와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날이 막무가내로 다가왔다.잠시 침묵이 흐른 후, 기모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에게 한마디 묻고 싶어.”소만리는 눈앞의 남자를 차갑게 바라보다가 기모진이 “아직도 날 사랑하나요?” 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천하의 우스갯소리를 들은 듯 소만리는 낮은 소리로 웃었다.웃음이 사라지자 그녀는 차가운 시선으로 흘겨보았다.“기모진, 당신이 이 말을 물었을 때 당신 스스로도 웃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당신을 사랑하냐고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게 별거 아닌가요? 기 도련님은 나 같은 여자한테 사랑받는 게 더러울 거라고 생각했겠죠?”기모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소만리의 이 반문에 그가 듣고 싶지 않은 대답이 돌아왔다.그는 소만리의 증오가 더 커지는 큰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기모진, 나는 당신을 많이 사랑했는데 당신의 잔혹하고 냉정한 말과 행동으로 그 사랑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예요.”“지금의 저는 이미 정신을 차렸어요. 더 이상 당신이 나를 조금이라도 아껴주고 좋아해 줄 거라 생각하지 않겠어요. 설령 있다 하더라도,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 나는 단지 당신이 가진 게 하나도 없이 파멸하는 것을 보고 싶을 뿐이에요. 그래야 제가 기쁘겠
위청재는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기모진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모진, 엄마가 아주 중요한 일을 너에게 말해줄게.”위청재는 당황한 기색으로 말했다.“그 소만리 그 여자가 죽지 않았어! 그녀가 바로 천미랍이야! 그저께 그녀가 직접 나에게 인정했어. 정말 소만리야!”위청재는 당황하며 말했다. 그러나 기모진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눈동자를 굴리며 말했다.“모진, 너 설마 벌써 알고 있었니? 그 계집애가 소만리인 거 알았니?”그녀의 말 한마디에 기모진은 깊은 눈빛을 번쩍 들어 올렸다.그 눈에 비친 싸늘한 기운에 위청재는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기모진은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채 차갑게 일어나 걸음을 내디뎠다.위청재는 다급히 쫓아가며 말했다.“모진, 이, 지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니? 너는 소만리를 상관 하지 않니? 너는 네가 없는 요 며칠 동안 그녀가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니? 모진 제발 방심하지 마, 이 여자가 복수하러 왔어! 모진! 모진!”기모진은 위청재가 아무리 소리쳐도 그녀를 상대하지 않았다.위청재는 좌절감에 발만 동동 구르며 돌아서서 다른 부서의 팀장에게 회사일을 알아보러 갔다.묻지 않아도 될 뻔했다. 그녀는 질문 후에 거의 기절할 뻔했다.뜻밖에도 “다시 태어나” 돌아온 소만리는 그녀가 상상도 못할 정도로 능력과 용기를 갖고 있다니 거의 기씨 그룹을 다 쓸어버릴 지경이었다.기씨 그룹을 떠난 후, 소만리는 제일 먼저 경찰서로 향했다.그녀는 소만영이 시룬을 모해한 사실을 비난하며 그동안 수집한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해 고소했다.그녀는 동시에 소만영이 모보아를 살해한 혐의도 고소했지만, 사실 어찌하여 증거는 없었다.그후 소만리는 흰 국화를 사서 시룬의 무덤으로 갔다.그녀는 흰 국화를 내려놓고 향초를 켜고 세번 허리를 굽혀 절을 했다.“외할아버지, 당신을 죽인 사람은 곧 벌을 받을 거예요. 편히 쉬시기 바래요.”“당신의 딸이 저를 도둑질해서 바꿔치지를
소만리의 비난과 질문에 기모진의 머릿속에 그날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는 또렷하게 기억했다.눈보라가 몰아치자 그녀는 유골함을 안고 온몸을 심하게 떨었고, 그녀의 하얀 이빨은 피로 붉게 물들었다 사람은 온통 완전히 망가진 인형 같았고 그 눈동자만이 그토록 집요하고 단호하게 그의 행동에 항의 했었다.그녀가 말했다.“기모진, 나를 죽이세요. 당신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요.”그녀가 다시 말했다.“기모진, 당신은 후회할 거예요!”하지만 당시 그는 독선적으로 답했다.“내 사전에는 후회라는 두 글자는 없어.”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후회라는 단어가 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에 잠겨 눈살을 찌푸리는 기모진을 보고 소만리는 비웃었다.“어떻게? 그때 당신이 한 일을 생각나요? 말할 때마다 어떻게 우리의 친 자식이 사생아라고 말하고 아직도 그녀의 뼈를 부러뜨리고 잿더미로 만든 그 무자비함이 원망스러운가요?”소만리의 비꼬는 말을 듣고 서야 기모진은 정신을 차렸다.그때의 냉혹하고 무지비한 자신의 행동을 떠올려보면, 마치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이 그에게 반발하는 것 같았다.알고 보니 당신의 마음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던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기모진, 여기서 사과하는 척 하지 마세요. 당신이 무슨 말을 하든, 저에게 가했던 상처를 만회할 수 없어요.”소만리는 그를 냉담하게 바라봤고, 더이상 그에게 전과 같은 그리움은 없었고, 그의 사랑에 대한 분노만 있었다.“그때 할아버지가 정말 중병을 앓고 계신 줄 알았어요. 제발 돈을 빌려 달라고 빌었는데 한 푼도 빌려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소만영과 함께 저를 모욕했어요. 그녀의 거짓말은 내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다는 거짓말까지 믿었고 심지어 우리 아이가 사생아라고까지 말했어요!”“소만영의 치밀했던 계획 때문에, 당신은 내가 할아버지의 병을 가장해 돈을 위해 당신에게 외할아버지가 아프다는 거짓말을 했다고 믿으며, 전예와 소구가 나를 때리고 욕설을 퍼
기모진은 그녀를 사랑한 적이 없었다. 조금의 애정조차도 없었다.그녀가 당시 그 여자아이의 신분을 사칭했던 사실이 밝혀진 후, 그녀는 기모진의 눈에서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들 사이에 “아들”이 하나쯤은 있었어도 심지어 낯선 사람 보다 못한 존재였다.“당신 모습을 보니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네.”기모진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고, 그의 큰 몸집이 다가오자 그 매서운 카리스마가 사람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소만영은 억울한 듯 고개를 저었다.“모진, 전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눈물 한 방울을 짜내려고 애쓰는 그녀의 눈빛이 억울해 보였다.“모진, 우리 부부를 위해, 또 군군을 봐서라도 당신이 나를 여기서 꺼내 줄래요? 난 정말 억울해요......”“아.”소만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모진의 비웃음 소리가 그녀를 가로막았다.“왜 당신이 지금까지 살아있는지 알아요?”그가 갑자기 이렇게 물었다.소만영은 점점 무서워지는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나는 만리의 대답을 계속 기다렸기 때문이야.”“......”소만영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고 공포감에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역시 모진은 천미랍이 소만리, 소만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가 그렇게 다정하게 그녀를 불러줬는데, 이름만 언급 되도 눈빛이 순식간에 부드러워졌을 정도로 소만리를 향한 그의 애정은 진짜였다.“만리는 나를 미워하고, 내가 그때 그녀에게 한 일을 미워하고, 내가 당신의 모든 거짓말을 믿어서 그녀를 점점 더 고통스럽게 만들었다고 말했어.”그는 말을 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고, 온몸에 퍼지는 매서운 한기에 소만영은 공포에 휩싸인 채 감옥 구석으로 한걸음 물러났다.기모진은 손을 확 내밀어 소만영의 목을 움켜잡았다.그는 거의 힘들이지 않고 천천히 소만영을 위로 들어올렸고, 가늘고 긴 눈은 점점 더 사나워졌다.소만영은 한순간에 자유롭게 숨을 쉴 권리를 잃고 발가락이 바닥에 닿지 않았다.그녀는 공포에 질려
기모진의 눈동자 속에 담긴 살의가 한순간에 녹아내렸다.그는 소만영의 교도복 멱살을 집어 들고 그녀를 읖으로 끌어당겼다.“방금 한 말 다시 한번 말해봐.”소만영은 탐욕스럽게 기모진에게 나는 차가운 향기를 맡으며 가여운 듯 눈물을 흘렸다.눈앞의 남자는 비록 눈가에 냉기가 가득했지만, 그의 검은 눈썹과 반짝이는 눈, 번성한 얼굴은 화를 내도 여전히 가까이 가고 싶은 대상이었다.“모진, 비록 제가 나쁜 짓을 많이 했지만, 당신에 대한 저의 마음은 진짜예요. 저는 정말 당신을 사랑해요.......”“고통받으며 살고 싶지 않다면, 아까 내 질문에 답해, 나와 만리의 아이가 정말 살아 있어?”기모진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말을 끊었고, 살벌한 눈빛으로 소만영의 온몸이 시려오는 것을 보았다.그녀가 벌벌 떨며 기모진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살아있어요, 그, 그는 정말 살아있.......”기모진의 눈썹에 맺힌 서리가 순식간에 녹는 듯 했다.“그는 어디에 있어? 그 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어?”소만영은 마른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모진, 나 여기서 나가고 싶어요.”“지금 당신이 나와 협상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내가 알기 전에 말하는 것이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나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을 거야.”“......”소만영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그녀는 결국 솔직하게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사실 그 애, 그, 그는, 항상 당신 곁에.......”기모진의 깊은 눈동자에 한순간 빛이 났다.“군군?”그의 머릿속에 기란군의 모습이 저절로 반사되었다.소만영이 달갑지 않은 듯 이를 악 물며 기모진의 눈에 비친 기쁨의 빛을 보았다.그녀가 가짜로 임심을 했을 때와 가짜로 기란군을 낳았을 때 기모진은 결코 즐겁고 흥분한 적이 없었다.그러나 지금 그의 눈에는 기쁨과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다름이 아니라 그 아이가 소만리와 그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때문이었다.
지난 5년 동안, 그는 기란군이 아빠라고 부르는 것이 이렇게 감동적이라고 처음으로 느꼈다.그는 기란군 앞에 가서 쪼그리고 앉아, 온유하고 웃는 눈빛으로 이 작은 얼굴을 자세히 감상했다.작은 얼굴, 어쩌면 심리적인 영향인지 지금 보면 볼수록 이 아이의 눈썹과 눈이 소만리와 매우 닮았다고 느꼈다.“군군.”그는 속으로 들뜬 마음을 억누르고 부드럽게 외쳤다.기란군은 고개를 끄덕였다.“아빠, 언제 집에 갈수 있어요? 저 엄마가 보고 싶어요. 아 엄마가 아니고, 미랍 누나지.”그는 일부러 강조했다.기모진의 마음이 조여왔다.“군군, 미랍 누나가 바로 너의 어머니야. 너에게 엄마는 오로지 이 한 명이야. 기억하렴.”“기억할게요.”기란군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안의 작은 물건을 흔들었다.“제가 이 작은 토끼를 빨리 만들어서 엄마께 호신용으로 선물할 거예요.”꼬마가 이야기하면서 그것을 소개했다.기모진은 그제서야 이것이 소형방범 무기라는 것을 깨달았다.다섯 살 기란군이 이런 손재주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지만, 그가 소만리에게 선물한 위치추적 칩이 달린 팔찌를 생각하면 이 아이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사화정이 에프터눈 티와 간식을 들고 방에서 나오다가 갑자기 기모진을 보고 그녀는 조금 의아하게 생각했다.“기 도련님, 언제 오셨어요? 군군을 데리러 오셨어요?”기모진은 다가오는 사화정을 바라보며 천천히 일어섰다.“외할머니.”기란군은 사화정을 즐겁게 불렀고,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예전 같지 않던 편안함과 즐거움이 묻어났다.기란군의 이러한 변화는 전부 소만리의 노력이라는 것을 기모진은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이 아이는 소만영에 의해 음지로 끌려들어갔지만 다행히 친 어머니인 소만리가 햇살이 내리쬐는 양지의 세계로 다시 데려왔다.“군군 정말 착하구나.”사화정은 한 손을 내밀어 기란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못내 아쉬운 듯 가볍게 탄식했다.“소만영이 한 짓은 정말 끔찍해서 나
“쨍그랑--------”사화정이 손에 들고 있던 애프터눈 티가 갑자기 미끄러져 땅에 떨어졌다.순간 약해진 그녀의 손은 마치 허공에 움직이지 않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당...당신 무슨 소리예요.....미랍이 만리라니.....”사화정은 중얼거렸다. 수정 같은 눈물이 그녀의 눈가에 가득차서 그녀의 눈앞의 모든 것을 흐리게 했다. 또렷한 것은 그림 같은 소만리의 얼굴이었다.사화정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으며, 물론 그녀의 소중한 딸이 정말로 이 세상에 무사히 살아 있기를 진심으로 바랬고, 그리고 그녀는 이 기간 동안 천미랍도 진심으로 사랑했다.그녀는 자신이 마땅히 기뻐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쩐지 마음이 몹시 아팠다.소리를 들은 모현은, 사화정이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눈물을 흘리는 서 있는 모습을 보고, 걱정과 의문스럽게 다가갔다.“화정, 왜 그래요? 왜 이렇게 울어요?”모현은 근심 가득한 눈빛으로 기모진을 바라보며 말했다.“기 도련님 언제 오셨어요? 화정이 왜 이렇게 슬퍼 하죠? 당신이 군군을 데리러 온 게 아닌가요?”기모진은 기란군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저는 군군을 데려가지 않고, 모 부인 역시 슬퍼하시는 게 아니라 기뻐하시는 거예요.”“기뻐요?”모현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그가 질문하려고 하자, 사화정이 갑자기 몸을 돌려 그의 손을 꼭 잡았다.“모현, 우리의 소중한 딸이 원래 살아 있대요!”“...........뭐라고? 화정 당신 뭐라고 했어요?”모현의 눈이 순간 흥분과 기대의 빛이 번뜩였다.사화정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실제로 미랍이 바로 만리예요, 그녀가 우리의 소중한 천리! 그녀가 바로 천리예요!”모현의 온몸이 얼이 빠지고,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미랍이 바로 만리......”사화정은 몸시 울며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모현의 어깨에 기대어 말했다.“모현, 정말 다행이에요, 우리의 소중한 딸이 아직 살아있어요, 그녀가 살아있어요, 정말 다행이야!”
“갔다고요? 그녀가 어디로 가요? 어디로 갔는지 아세요?”사화정은 애타게 물어보았다.프런트 데스크 아가씨는 추측하듯 말했다.“이 시간에 당연히 집으로 간 것 아닐까요.”“집으로.......”사화정은 멍한 눈빛으로 두 글자를 곱씹었다.집........모씨의 집은 그녀의 집이어야 했지만, 사화정과 모현은 소만리가 기꺼이 그들과 함께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아마도 그녀는 원하지 않을 것이다.사화정은 전날 밤 소만리가 기란군을 위해 집을 방문했을 때 소만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그녀는 그날이 그녀가 마지막으로 모가에 가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당시 사화정은 알 수 없었지만, 이제는 소만리의 뜻을 알게 되었다.그 생각에 사화정은 순간 눈물이 비 오듯 쏟아지며 뼈저리게 후회했다.모현은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화정 울지 마요, 우리 서두르지 말아요, 우리는 꼭 천리를 만날 수 있어요.”“그녀는 우리가 보고 싶지 않을 거예요. 그녀는 우리를 분명 죽도록 미워할 거예요......”사화정은 눈시울을 붉히며 머릿속에서 병원에서 있었던 그날이 떠올랐다.그녀는 소만리가 바로 자신의 친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자책하며 자살을 기도했었다.그때 소만리가 엄마라고 불렀었다.그녀는 단지 그녀를 구하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외쳤다고 했지만 사실 그 엄마라고 부른 소리는 진짜였다.사화정은 당시 소만리가 외쳤던 그 두 글자를 되새기면 더욱 가슴이 아팠다.만약 소만리가 그녀를 어머니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가슴 아픈 두 글자가 될 것이다.소만리는 예선과의 약속 장소로 차를 몰고 갔다.불향기가 가득한 마라탕 분식집, 이 시간은 이미 만원이었다.많은 사람들이 소만리를 보고 모두가 의아해 했다. 이런 연기나는 음식을 안 먹을 것 같은 선녀가 마라탕을 먹으러 온 셈이다.이때 예선이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만리, 여기야!”소만리가 소리를 듣고 바라보니 예선을 보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