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한 약속 때문에 그는 바보처럼 타락해버린 여자를 지키면서,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한칼에 잔혹하게 죽여버렸다.기모진은 다시 휴대전화를 들어 화면에 있는 글을 보았다. 소만영의 어린 시절 사진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그는 소만영과의 재회 후 어릴 적 사진을 여러 번 보여 달라고 했지만 소만영은 이사를 한 뒤 사진을 모두 잃어버렸다고 말했었다.그런데 지금, 네티즌들이 그녀의 어린 시절 사진을 퍼와 인터넷에 업로드 하고 있었다.기모진은 마디 굵은 손가락을 살짝 내밀어 제목을 눌렀다.“똑똑..”사무실의 유리문을 두드리는 소리였다.기모진이 고개를 들어보니 육경이 서있었다.“들어와요.”그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조금 전 느꼈던 감정을 마음 속 깊이 숨겼다.육경은 기모진의 책상 앞으로 걸어가 단도직입적으로 보고했다.“사장님, 제가 기묵비 씨를 한동안 조사했으나, 특이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기식컴퍼니 이사회 원로 두 분과 비밀리에 미팅을 했더군요.”“삼촌은 어릴 적부터 그저 독자적으로 행동 했었고, 우리 가문의 권세와 돈에 의지한 적도 없었는데.. 심지어 가족들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생각도 없어 보였어.. 그런데 갑자기 기식컴퍼니 이사회 사람들과 연락이라니?”기모진은 잠시 동안 곰곰이 생각에 잠겨 읊조렸다.그는 매번 기묵비에게 뭔가 비밀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비밀은 할아버지만이 분명히 알고 있는 것 같았고, 할아버지는 늘 언급을 피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그는 할아버지가 늘 기묵비를 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기묵비는 항상 신사적인 모습이었지만, 그의 부드러운 눈 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아. 그리고, 천미랍 씨의 딸 기여온 씨의 출생증명서와 현지 병원 자료입니다. 조사가 조금 어려워서 답변을 받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육경은 다른 서류를 한 부 건네 주었다.기모진은 서류를 받기 전 잠시 멈추었다. 친자 확인을 했는데, 이 보
소만리는 지난 번 기모진이 붉은 장미꽃 한다발을 사는 것을 우연히 목격하고 그에게 소만 영 이외의 또 다른 여자가 있다고 생각 했던 것을 잊지 않았다.그런데 몰래 미행해 보니 그가 장미꽃을 가지고 온 곳은 묘지였다. 소만리는 미행 하는 것도 힘들었고, 기모진이 장미꽃을 가지고 묘지에 와서 뭘 하려는지 알아내려 해도 알아 내지 못 한 것도 사실이다. 오늘 그녀는 때마침 지나가는 길이 아니라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은밀히 감시하고 있었다. 그가 또 꽃집을 가는 것을 보자 그녀는 우연한 만남 인 것처럼 하기위해 일부러 나타났다.생각에 빠져 있는 차에 기모진이 차 문을 열어 주었다. 소만리는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호기심 어린 척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고개를 돌려 기모진이 이미 그 장미 꽃다발을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과연 이 묘지 안 누구에게 이 꽃을 보내려고 하는 걸까. “당신이 꽃을 주려는 사람이 이 근처에서 일하나요?” 소만리가 의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기모진은 눈을 내리깔고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여기에 잠들어 있어.”“.......”소만리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당신이 괜찮다면 나랑 같이 올라가자.” 기모진은 말하고는 곧 몸을 돌렸다.그는 이미 익숙해져서 눈을 감고도 갈수 있는 이 길을 지금도 확실히 오로지 느낌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왜냐하면 지금 모든 생각들이 예전의 일들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그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비웃었다. 이 일에 있어서는, 소만리에게 더 할 래야 더 할 수 없는 상처와 보상해 줄 수 없는 한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소만리는 항상 그를, 그렇게 많이 사랑했었다.그녀의 사랑은 마치 캄캄한 깊은 밤 구석진 모퉁이에 핀 꽃 같았고, 늘 인내하고 끈질겼다.본래 그는 오직 그를 위해 피어난 성대한 꽃을 수확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는 오히려 그녀를 이 황폐하고 적막한 땅에 뼈를.....그 뒤로, 소만리는 아무 말 없이 기모진을 따라갔다.다만 걸음을 옮길
원래 소만영은 기무진이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었다.기무진이 원래 가장 사랑했던 사람은, 이미 죽었다......“당신 지금 뭐 찾아요? 내가 같이 찾아 줄까요?” 소만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녀는 기모진이 마치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무엇인가 찾는 모습이었다.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우며, 태평해 보이는 얼굴에는 형용할 수 없는 슬픔과 괴로움, 그리고 마치 어떤 것을 잃어버려 다시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두려워 하는 듯한 그의 눈빛에 무시무시한 빛과 살의를 띄고 있었다.소만리는 더더욱 이해 할 수가 없었다. 그에게로 다가가, “당신 괜찮아요?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내가 먼저 당신을 데려다 줄게요.”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말투와 분위기를 구분할 수 없었지만, 그의 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한기는 몹시 끔찍하고 무서웠다.소만리를 아파트에 데려다 줬는데, 예전에 기모진은 그녀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기다렸다가 떠났지만 오늘은 소만리가 차에서 내리자 마자 바로 차를 몰고 가버렸다.그녀는 훌쩍 떠나버리는 차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리며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무덤이 파헤쳐 있는 것을 본 그를 거의 미칠 지경으로 만들 만큼, 그 묘지 안에 잠들어 있는 여인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한편, 기모진은 차를 빠르게 몰아 곧장 모씨 집으로 향했다.가사도우미가 알릴 겨를도 없이 기모진은 몹시 화를 내며 거실로 달려 들어갔다.소만영은 사화정을 모시고 느긋하게 애프터눈 티를 마시며 악세서리를 보고 있다가 갑자기 폭풍처럼 등장한 기모진을 보고 두 사람 모두 어리둥절했다.“모진.” 소만영은 놀란 얼굴로 그에게 달려갔다. “모진, 당신은 나를 찾으러 온 거예요?”기모진은 눈앞에 얼굴을 바라보며, 냉기가 가득 찬 눈으로 “당신이 한 짓 맞지?”“.......” 소만영은 천진난만한 얼굴로 “모진, 당신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내가 뭘 했다는 거예요?저 요 몇일 계속 엄마랑 함께 있었어요,
소만영의 말이 끝나자 마자, 그녀는 순식간에 온몸에 냉기가 몰아치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온몸이 차가워지자 몸서리를 쳤다.그녀는 기모진이 무슨 행동을 할지 생각하던 차에, 스스로 호흡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의 목이 조여왔다.“무, 무진......”소만영은 깜짝 놀라 지금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남자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그럴 리가, 그가 어떻게 그녀를 이렇게 대할 수 있을까.그는 뜻밖에도 소만리 그 천한 여자를 위해, 그녀에게 손찌검을 했다.“네가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내가 널 좋아하고 내버려두면 제멋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니?”그는 더욱더 살기가 느껴지는 눈 빛과 차디찬 바람이 쓸고 내려온 듯한 냉정한 소리로 말했다.소만영은 목이 졸려서 숨을 쉴 수가 없어 괴로워 곧 죽을 것만 같았다.하지만 그녀가 뭐라고 하던 기모진은 손을 놓기는 커녕 손가락 하나하나 더 조였다.이때 그의 눈빛은 어둡고 음흉해서 마치 사탄이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한 매서운 기세로 섬뜩했다.“모진, 나, 나 너무 괴로워, 나를 놓아줘, 모진, 모진오빠......”소만영의 숨이 거의 끊어지는 순간, 결국 기모진은 손을 놓았다.그녀는 맥이 풀려 바닥에 풀썩 주저 앉아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셨다.뜻밖에도 마지막에 그 “모진 오빠” 라는 말이 그의 마음을 움직일 줄은 몰랐다.물론, 그는 그 당시 소만리에게 무척이나 집착했다.소만영은 묵묵히 생각하며 눈가에 눈물이 가득 차 흘러 내렸다.그녀는 두려웠고, 당황스러웠고, 더욱 질투도 났고, 정말 원망스러웠다.그때나 지금이나 소만영은 소만리가 기모진의 마음을 차지한 것이 원망 스러웠다.기모진의 마음속에는 시종일관 소만리 한 사람 뿐이었다.“그녀를 내게 돌려줘. 그럼 나는 더이상 따지지 않을게.” 소만영의 머리위에 기모진의 온기 없는 목소리가 맴돌았다.소만영은 한동안 괴로운 듯 숨을 내쉬었고, 거짓의 눈물을 흘리며 “왜, 나한테
“말해.”“약속을 지키면 그때는 나를 받아들이고 아내로 맞아주세요.” 소만영은 망설임 없이 말을 이어나갔다.기모진은 갑자기 미간을 치켜세우며 잔뜩 꺼려하는 눈빛으로 소만영을 바라 보았다.“모진,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미친 듯이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영원히 당신과 함께하고 싶었어요.”소만영은 넋 놓은 듯한 눈빛으로 기모진을 바라보고 있었다.“모진, 당신은 내가 계속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에요, 만약 당신이 없다면, 난 차라리 죽는게 나아요. 만약 당신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나는 기란군을 데리고 이 세상을 떠날 거예요. 내가 죽으면 당신은 영원히 소만리의 유골을 찾을 수 없을 거고요.”소만영의 단호한 눈빛을 바라보며, 기모진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너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거니?” “내가 어떻게 감히 당신을 협박하겠어요? 나는 그저 내가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있고 싶을 뿐이고, 기꺼이 당신 눈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나쁜 여자가 될 용의가 있을 뿐이에요.”말이 끝나자, 기모진의 섬뜩한 눈빛으로 말했다 “내가 너를 그렇게 해줄게.”갑자기 그의 대답에, 소만영은 믿을 수 없는 눈동자로, “모진, 정말이에요? 당신 정말 나와 결혼하 하겠다고 약속해줄 수 있어요?” 라고 말했다.기모진은 소만영이 잡은 손을 뿌리치며, “내 마음이 바뀌기 전에, 만리의 유골을 나에게 돌려줘.”소만영의 눈에 보이던 기쁨이 순식간에 흩어져 버렸다.그녀는 가볍게 웃고서는 텅 빈 두 손을 내렸다.지금껏 그녀는 그가 그녀와 결혼 한다고 동의 하는 것을 기다렸지만, 그가 동의하게 된 이유는 바로 이미 잿더미로 변한 소만리를 위해서였다.소만영은 조롱하듯 웃으며, “모진, 당신이 나를 미워해도 괜찮아요. 우리 결혼식이 거행 되기 전까진 소만리의 유골을 돌려주지 않을 거예요.”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모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계속 노려보았다.소만형은 놀라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일부러 애처로
문이 열리자, 소만리는 술냄새를 맡았다.3년만에 그녀는 자신이 이곳에 다시 오리라고는 꿈에도 몰랐고, 더욱 의외였던 것은 문이 열리자 눈 앞에 익숙했던 가구와 장식품들이 그대로 였다는 것이었다.눈앞의 모든 것들이 3년 전과 그대로 똑같았다.소만리는 미심쩍은 듯 천천히 걸음을 옮겼고, 아파트는 크지 않아 들어가자마자 그녀는 기모진을 보았다.두 눈을 감고 소파 옆 바닥에 기대 앉은 그의 자세는 나른하고 편해 보였다.그의 몸에 걸친 흰 셔츠의 네크라인이 풀려서, 쇄골이 뚜렷하게 드러났다.그의 볼은 진홍색이었고, 창백한 그의 입술에 촉촉함이 남아 있는 것을 보니, 술을 마신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았다. 그의 앞 티 테이블에는 이미 따진 두 병의 와인병이 놓여져 있었다.소만리는 술 취해 보이는 남자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기모진, 당신 도대체 뭐 하는 거예요?왜 여기로 와서 술로 걱정을 잊으려는 거예요?소만리는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모진.”그녀는 조그만 목소리로, “저 미랍이에요, 당신이 왜 여기서 술에 취해 있나요?”목소리를 들었는지, 기모진은 천천히 어렴풋이 눈을 떴다.그의 눈빛은 흐렸지만 눈 앞에 빙그레 웃는 얼굴을 보았을 때, 눈가에 맺힌 알코올이 마치 한꺼번에 증발해 버린 듯이 선명해 졌다.그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서있던 소만리를 자신의 품으로 덥석 끌어당겼다.소만리가 방심하던 틈에 기모진의 품에 꽉 안겨버렸다.그의 몸이 매우 뜨거워서, 와이셔츠를 사이에 두고 그녀의 피부를 뜨겁게 달구었다.소만리는 일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기모진의 힘은 더욱 조여와 마치 그녀를 몸속으로 집어 몸속으로 넣을 것 만 같았다.“당신 돌아왔구나, 돌아왔으면 됐지, 돌아왔으면 됐어.....”그는 그녀의 귀에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그녀의 볼에 그의 뺨을 대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애뜻함을 나타냈다. “다시는 나를 떠나지 말아줘......”그의 낮고 부드러운 말투는 애절하고 간절한 부탁으로 느껴졌다
그녀가 다가가 보니 그것은 자신의 일기장이었고, 일기장이 펼쳐져 있는 페이지에는 과거 그에 대한 애정과 집착이 가득했다.소만리는 그 때의 바보 같고 어리석었던 자신을 보는 듯 조용히 웃었다.그녀는 일기장을 들고 일어나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기모진이 다시 잡아 당겨서, 소만리는 똑바로 서지 못하고 땅에 넘어져 기모진의 가슴으로 부딪쳤다.그는 술에 취한 눈빛으로 그녀를 애틋하게 바라 보았다.“안가면 안돼? 다시는 나를 떠나지 마.”“기모진, 나를 놔주세요.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 사람이 아니에요.”소만리는 저항했지만, 기모진은 말없이 그녀를 응시하며 힘껏 안았다.소만리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의 품 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그는 이렇게 그녀에게 밀착해서,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소만리는 땀을 뻘뻘 흘리며 발버둥을 쳤지만 헤어나오지 못하고 끝내 지쳐 눈을 감았다.....아침의 첫 햇살이 창틀을 비추자 기모진은 눈썹을 찡그리며 깨어나 그의 품에 안겨 편안하게 잠든 여인을 보았다. 그는 손을 들어 그림 같은 그녀의 눈매, 코끝, 입술을 어루만졌다.그의 손가락 끝이 그녀의 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 그녀의 흩어진 옷깃까지 따라 내려갔다.묘한 기분에 잠에서 깨어난 소만리는 눈을 뜨자마자 기모진의 차가운 눈빛과 마주쳤다.“미안해, 어젯밤에 또 무례한 짓을 저질렀어.” 그가 입을 열었다. “걱정 마, 내가 반드시 책임 질게.”“그 책임이란 게 저와 결혼 하는 것 인가요?” 소만리는 유유히 일어나 앉으며 “저는 저를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라고 말했다.“만약 내가 사랑한다고 말하면?” 기모진은 오매불망 그리웠던 얼굴 앞에 “내게 잠시 시간을 줘, 결혼 준비할게.” 라며 말했다.그는 그녀가 거절하지 못하게, 약속했다.소만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기모진과의 결혼이었다. 그러나 그 날이 그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소만리는 기모진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짐작 할 수 없었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
“뭐라고?”“너 뭐라고 했니?”사화정과 기씨 부인은 “으악!”하며 충격으로 가득 찬 얼굴이었다.“천미랍, 너 방금 한말 다시 한번 말해봐!” 기씨 부인이 추궁했다.소만리는 아연실색한 소만영을 힐끗 쳐다보고는,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 기모진의 눈을 마주쳤다.“모진, 나 당신의 아이를 가졌어요.”그녀는 살짝 웃으며, 진단서를 건네 주었다.“아침에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았어요. 이게 의사 진단서예요.”기모진은 소만리를 보며 손을 뻗어 진단서를 받았다.적혀 있는 수치들은 명백히 그녀가 임신 했다는 것을 증명했다. 임신 3주 반 이었다.“나도 보여줘!” 기씨 부인이 기모진의 손에서 진단서를 낚아채 고개 숙여 바라보았다.사화정도 와서 쳐다보았는데, 결과를 본 두 사람의 얼굴빛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이를 본 소만영은 질투와 증오가 가득한 눈으로 소만리를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몇 초가 지났을까,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애처로운 눈빛과 연약한 말투로 말했다.“왜 이런 일이 생겨?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소만영이 괴로워하며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자, 사화정은 울분을 토하며 손에 든 진단서를 구겨 바닥에 던져버렸다.“천미랍 이 요괴 같은 년, 너.......”“입 닥쳐. 기모진은 차갑고 매서운 눈빛으로 사화정을 쓸어내리고, 손을 뻗어 소만리의 손을 잡았다. “우리 가자.”소만리는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고 있는 소만영을 바라보며 미소 지으며 말했다.“좋아요.” 이를 본 기씨 부인은 황급히 말했다.“모진아, 너 지금 뭐 하는 거니? 너와 만영이는 곧 결혼할 건데, 너 어떻게 이 여자와 함께 가려고 하니?”“기모진, 너 만영이와 파혼 한다고 했다가, 또 만영이와 결혼한다고 했다가, 이쯤 되니 또 다른 여자와 얽혀서 너 도대체 우리 만영이를 뭘로 보는 거야!” 사화정은 얼굴이 분노로 잿빛이 되어 말했다.“너 오늘 반드시 만영이에게 해명해!”“내가 당신들에게 해명해 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