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리는 입술을 살짝 다물고 웃음지었다. 술에 취한 그녀의 보조개가 입술 양옆으로 피어났다.“기모진 씨, 내가 당신에게 사랑에 빠진 게 탐탁치 않은 건가요? 사실 당신은 여전히 소만영씨를 사랑하고 있는 거죠? 그렇죠?”그녀는 그의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눈시울을 붉혔다.“만약 그렇다면.. 지금 당신을 떠나서 다시는 찾지 않을 게요.”소만리는 기모진의 손에 일부러 힘을 풀고 넥타이를 놓아주었다.넥라인이 느슨해지자 기모진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따뜻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눈앞의 그녀가 슬퍼하며 돌아서는 것을 보자 그는 아찔한 착각으로 인해 멍해졌고, 갑자기 마음이 보이지 않는 바늘에 찔린 듯 따끔거렸다.“가지마.”기모진이 천미랍의 손목을 낚아챘다. 겨우 두 걸음도 채 가지 못한 소만리는 발걸음을 멈추고 기모진이 보이지 않게 조용히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다만 이 승리를 누린 지 몇 초도 되지 않아 그녀의 몸이 강한 힘에 이끌리는 것을 느꼈다.소만리는 갑작스럽게 그의 가슴팍에 부딪혔다. 차갑고 익숙한 향기가 그녀의 호흡을 빠르게 휘감았다.당시 그에게서 나는 그 향을 얼마나 좋아했던가... 그를 껴안은 채 매일 밤 편히 잠들기를 얼마나 바랐던지... 그러나 그녀를 기다리던 것은 끝없는 기다림과, 그 기다림에 지쳐 돌처럼 무겁게 가라앉아버린 마음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그녀의 단념으로 가망조차 없이 끝나버렸다.소만리는 한 쪽 입꼬리를 살짝 들어올리고 비웃음을 짓고 나서야 눈길을 위로 향했다. 그 순간 기모진과 눈을 마주친 그녀였다.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을 줄이야.. 무심결에 깊은 밤처럼 그윽한 그의 시선과 마주친 그녀의 시선은 갈 곳을 잃은 듯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을 보는 기모진의 눈빛이 너무나 애틋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번 차갑고 무정한 그의 모습들만 보았던 그녀를, 지금 이 순간 얼떨떨하게 만드는 기모진이었다.그러나 그녀는 아래층 벽 모퉁이에 있던 실루엣이 여전히 그녀와 기모진을 보고 있다는 것을 느
”할아버지.. 저에 대한 오해가 깊으시다는 거 알고 있어요...”“나에게 변명할 필요 없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거 아니냐.”“......”소만영은 입을 열었지만 말이 없었다.이때 전예가 쿵 소리를 내며 할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었다.“영감님, 이 일은 모두 제가 혼자 저지른 일입니다! 만영이는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얘가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일부러 절 막으러 온 거에요. 그 때문에 만영이가 이런 안타까운 일을 당한 겁니다. 저에요. 제가 만영이를 해친 겁니다!!”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자책했다.“영감님, 탓하시려면 저를 탓하십시오. 절 경찰서에 보내시는 건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만영이는 정말 좋은 아이입니다. 저는 모진이가 저 때문에 만영이를 오해하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이미 이 아이는 많은 고생을 겼었습니다. 모진이가 이럴 때 우리 만영이의 마음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됩니다.”“사실 그 모든 잘못들 모두 그 천미랍이라는 계집애의 잘못이에요!”사화정은 천미랍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그러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계단에 한 쌍의 익숙한 그림자가 나타났고, 그 뒤로 천미랍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유유히 들려왔다.“사모님은 정말 만나기 어려운 좋은 어머님이시네요. 분명히 사실과 증거가 눈 앞에 있는데도 당신은 겉과 속이 다른 훌륭한 딸을 지키고 계시니까요.”사화정은 그 말을 듣고 안색이 바뀌었다. 시선을 돌리자 기모진 옆에 선 천미랍이 환하게 웃으며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더욱 분노하여 어쩔 줄 몰라했다.“천미랍. 내가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너 같은 불륜녀가 만영이의 약혼자를 빼앗으려고 할 텐데, 그녀의 양어머니가 어떻게 사람을 부려 널 납치하게 할 수 있단 말이야? 바로 너 때문에 우리 만영이가 사고를 당했을 거야. 난 네가 정말 너무 가증스럽다!”“가증스럽다고요?”소만리는 낮게 웃으며 사화정 앞으로 다가갔다.“전 오히려 사모님이 더 가엾어요.”“... 너.. 방금
천미랍의 이야기와 함께 소만영의 얼굴은 웃음기가 싹 가셨다. 그녀의 얼굴은 완전히 굳어졌다.‘뭐라고? 잘못들은 건가? 천미랍이 대체 뭐라는 거지?’소만영은 그저 기모진과 그의 할아버지 앞에서 다정하고 의로운 사람인 척 보이고 싶었을 뿐. 정말 전예를 대신해서 죄를 뒤집어쓰려던 것이 아니었다.모두 다 꾸며낸 것이었을 뿐!전예와 사화정 모두 천미랍이 저렇게 독한 캐릭터일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기에 그저 놀라고만 있었다.소만영의 경악한 표정을 보며 천미랍은 기모진을 향해 유유히 웃었다.“모진 씨.. 그렇다면 지금 저와 함께 경찰서로 가줘요.”기모진은 복잡한 눈빛으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어쩔 줄 모르는 소만영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제가 같이 가 줄게요.”천미랍은 활짝 웃으며 기모진의 팔짱을 끼고, 차가운 눈빛으로 발 옆에 무릎 꿇고 있는 소만영을 내려다보았다.“납치. 협박. 상해. 이런 걸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아마도 몇 년 동안 옥살이를 해야 할 텐데? 만영씨는 옥살이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겠죠? 그럼 이번 기회에 감옥에서 그 안의 어둠을 한 번 경험해보세요. 아 참! 감옥에 들어가면 또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심하게 구타당한다고 들었어요.. 정말 무서울 것 같던데..”“......”이 말을 들은 소만영의 얼굴이 창백해졌다.그러나 그 순간 기모진은 가장 먼저 소만리가 떠올랐다.그 어두운 곳에서 그녀는 끝없는 고통과 매질을 겪었다..그녀의 몸에 있었던 흉터와 상처가 마치 그의 눈에 그려지는 듯했다. 그 때 그는 그토록 선명하게 그녀의 상처들을 마주했었다.“천미랍 씨!”사화정의 다급한 목소리에 천미랍은 채 몇 걸음도 가지 못하고 멈추어 섰다. 그녀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 소만리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 속에서 쓰라림을 느꼈다.사화정이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온화하고 아름다워야 할 얼굴은 원망으로 가득했다.천미랍은 조용히 사화정을 바라보았다.“부인..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사
천미랍은 기모진의 손을 놓고 대범하게 빙그레 웃었다.“여기서 기다릴게요.”“좋아요.”기모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만영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전예와 사화정도 함께 대문을 나섰다.소만영이 기모진을 따라가는 뒷모습을 보며 소만리는 입꼬리를 올려 통쾌하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소만영.. 내가 너에게 돌려줄 것은 이게 다가 아니야.. 넌 절대 빨리 쓰러지면 안 돼.’“만리가 살아 생전에 자네처럼 조금만이라도 강했다면.. 이렇게 빨리 세상을 떠나진 않았을 텐데 말이야...”기씨 영감이 천미랍의 등뒤에서 탄식하며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소만리는 가슴이 찡했다. 누군가가 자신을 걱정해주는 마음이 이토록 따뜻한 것이었다니..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할아버지를 돌아보았다.“할아버지께서 괜찮으시다면 저를 소만리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기씨 영감은 눈앞의 아름다운 얼굴을 찬찬히 살펴 보았지만 아쉬운 듯 고개를 저었다.“아무리 닮았 대도.. 그저 비슷할 뿐이지.. 넌 내 손자며느리가 아니야..”“아마 곧 손자며느리가 될지도 몰라요, 할아버님.”소만리는 웃으면서 말했다.“모진씨가 저와 결혼하고 싶다고 해서, 고민중입니다.”“뭐야?!”기모진의 어머니가 급히 위층에서 뛰어내려왔다.“모진이가 너랑 결혼을 한다고? 지난 번에 너 기묵비와 결혼하겠다며?”“저희는 이미 파혼했습니다.”“......”기모진의 어머니는 눈이 휘둥그래졌다.“나는 네가 이 집의 대문으로 들어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거다. 너의 얼굴은 보기만 해도 싫어. 네가 소만리 그 천한 것과 그렇게 닮은 것도 좋은 일이 아니고.”“그 입 다물어라!”할아버지가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만리는 항상 네 며느리다. 설령 그 애가 이미 세상을 떠났대도, 만리가 우리 기씨네 며느리라는 사실을 바꿀 수는 없어!”“그리고! 예전에 그 더러운 일들은 만리와 전혀 무관한 일이야! 모두 그 여우 같은 소만영이가 만든 일이라는 걸 아직도 못 깨달
소만리의 심장 박동이 갑자기 어지러워졌다. 하지만 그녀는 침착하게 놀라고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기모진의 검은 눈을 마주보았다. “네? 전처가 죽지 않았다고요?” 그녀는 눈썹을 비틀며 그를 따라 웃었다.“설마 또 제가 당신의 전처 소만리라고 의심하는 건 아니겠죠?”천미랍의 말이 끝나자 기모진도 함께 웃었다. 가을 바람이 서서히 불어와 그의 눈 속에 신비한 색채를 은은하게 퍼뜨렸다. 그는 천미랍을 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누군가 살아있으면, 그녀는 이미 죽은 것이고.. 하지만 그 누군가가 죽게 되면, 그녀는 아직 살아있게 되죠.”천미랍은 조용히 그의 말을 듣고 입꼬리를 올렸다.“설마 모진 씨의 전처가 여전히 당신 마음속에 살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은 건 아니죠?”그녀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웃음은 그에 대한 풍자로 가득했다.“그 소만리라는 여자는 당신이 가장 혐오하는 여자라는 걸 알고 있어요. 아마 누구나 다 알 텐데?”“모두가 알고 있다..?”기모진은 그녀의 말을 곱씹으며 씁쓸한 듯 가볍게 웃음 지었다. 그렇다. 모두들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소만리가 미친 듯이 그를 사랑했다는 걸..그러나 아무도 그가 소만리를 사랑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그 자신 조차도 그 사실을 이미 너무 늦게 알아 버렸기에..진심을 전하기에 너무도 늦어버린 지금, 마음 속 한 마디는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만리야.. 널 사랑해..’천미랍의 끈질긴 설득으로 기모진은 그녀를 원래 살던 집으로 돌려보냈다.얼마 뒤, 소만리는 인터넷에서 기씨 할아버님의 팔순 잔치 사건을 폭로한 글을 보았다.많은 유저들은 소만영의 SNS로 달려가 욕을 해대고 있었다.그리고, 이 사건에 심하게 몰입하여 소만영의 흑역사를 모두 파헤치는 유저들도 있었다.그녀의 학창시절 사진에서부터 초중고, 대학사진까지 모두 찾아다니는 그들이었다.소만영은 이 사실을 알고 돈을 써서 흑역사들을 다 처리하려 했지만, 일부 내용은 이미 캡쳐 되어 인
어릴 적 한 약속 때문에 그는 바보처럼 타락해버린 여자를 지키면서,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한칼에 잔혹하게 죽여버렸다.기모진은 다시 휴대전화를 들어 화면에 있는 글을 보았다. 소만영의 어린 시절 사진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그는 소만영과의 재회 후 어릴 적 사진을 여러 번 보여 달라고 했지만 소만영은 이사를 한 뒤 사진을 모두 잃어버렸다고 말했었다.그런데 지금, 네티즌들이 그녀의 어린 시절 사진을 퍼와 인터넷에 업로드 하고 있었다.기모진은 마디 굵은 손가락을 살짝 내밀어 제목을 눌렀다.“똑똑..”사무실의 유리문을 두드리는 소리였다.기모진이 고개를 들어보니 육경이 서있었다.“들어와요.”그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조금 전 느꼈던 감정을 마음 속 깊이 숨겼다.육경은 기모진의 책상 앞으로 걸어가 단도직입적으로 보고했다.“사장님, 제가 기묵비 씨를 한동안 조사했으나, 특이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기식컴퍼니 이사회 원로 두 분과 비밀리에 미팅을 했더군요.”“삼촌은 어릴 적부터 그저 독자적으로 행동 했었고, 우리 가문의 권세와 돈에 의지한 적도 없었는데.. 심지어 가족들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생각도 없어 보였어.. 그런데 갑자기 기식컴퍼니 이사회 사람들과 연락이라니?”기모진은 잠시 동안 곰곰이 생각에 잠겨 읊조렸다.그는 매번 기묵비에게 뭔가 비밀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비밀은 할아버지만이 분명히 알고 있는 것 같았고, 할아버지는 늘 언급을 피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그는 할아버지가 늘 기묵비를 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기묵비는 항상 신사적인 모습이었지만, 그의 부드러운 눈 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아. 그리고, 천미랍 씨의 딸 기여온 씨의 출생증명서와 현지 병원 자료입니다. 조사가 조금 어려워서 답변을 받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육경은 다른 서류를 한 부 건네 주었다.기모진은 서류를 받기 전 잠시 멈추었다. 친자 확인을 했는데, 이 보
소만리는 지난 번 기모진이 붉은 장미꽃 한다발을 사는 것을 우연히 목격하고 그에게 소만 영 이외의 또 다른 여자가 있다고 생각 했던 것을 잊지 않았다.그런데 몰래 미행해 보니 그가 장미꽃을 가지고 온 곳은 묘지였다. 소만리는 미행 하는 것도 힘들었고, 기모진이 장미꽃을 가지고 묘지에 와서 뭘 하려는지 알아내려 해도 알아 내지 못 한 것도 사실이다. 오늘 그녀는 때마침 지나가는 길이 아니라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은밀히 감시하고 있었다. 그가 또 꽃집을 가는 것을 보자 그녀는 우연한 만남 인 것처럼 하기위해 일부러 나타났다.생각에 빠져 있는 차에 기모진이 차 문을 열어 주었다. 소만리는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호기심 어린 척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고개를 돌려 기모진이 이미 그 장미 꽃다발을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과연 이 묘지 안 누구에게 이 꽃을 보내려고 하는 걸까. “당신이 꽃을 주려는 사람이 이 근처에서 일하나요?” 소만리가 의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기모진은 눈을 내리깔고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여기에 잠들어 있어.”“.......”소만리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당신이 괜찮다면 나랑 같이 올라가자.” 기모진은 말하고는 곧 몸을 돌렸다.그는 이미 익숙해져서 눈을 감고도 갈수 있는 이 길을 지금도 확실히 오로지 느낌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왜냐하면 지금 모든 생각들이 예전의 일들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그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비웃었다. 이 일에 있어서는, 소만리에게 더 할 래야 더 할 수 없는 상처와 보상해 줄 수 없는 한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소만리는 항상 그를, 그렇게 많이 사랑했었다.그녀의 사랑은 마치 캄캄한 깊은 밤 구석진 모퉁이에 핀 꽃 같았고, 늘 인내하고 끈질겼다.본래 그는 오직 그를 위해 피어난 성대한 꽃을 수확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는 오히려 그녀를 이 황폐하고 적막한 땅에 뼈를.....그 뒤로, 소만리는 아무 말 없이 기모진을 따라갔다.다만 걸음을 옮길
원래 소만영은 기무진이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었다.기무진이 원래 가장 사랑했던 사람은, 이미 죽었다......“당신 지금 뭐 찾아요? 내가 같이 찾아 줄까요?” 소만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녀는 기모진이 마치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무엇인가 찾는 모습이었다.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우며, 태평해 보이는 얼굴에는 형용할 수 없는 슬픔과 괴로움, 그리고 마치 어떤 것을 잃어버려 다시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두려워 하는 듯한 그의 눈빛에 무시무시한 빛과 살의를 띄고 있었다.소만리는 더더욱 이해 할 수가 없었다. 그에게로 다가가, “당신 괜찮아요?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내가 먼저 당신을 데려다 줄게요.”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말투와 분위기를 구분할 수 없었지만, 그의 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한기는 몹시 끔찍하고 무서웠다.소만리를 아파트에 데려다 줬는데, 예전에 기모진은 그녀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기다렸다가 떠났지만 오늘은 소만리가 차에서 내리자 마자 바로 차를 몰고 가버렸다.그녀는 훌쩍 떠나버리는 차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리며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무덤이 파헤쳐 있는 것을 본 그를 거의 미칠 지경으로 만들 만큼, 그 묘지 안에 잠들어 있는 여인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한편, 기모진은 차를 빠르게 몰아 곧장 모씨 집으로 향했다.가사도우미가 알릴 겨를도 없이 기모진은 몹시 화를 내며 거실로 달려 들어갔다.소만영은 사화정을 모시고 느긋하게 애프터눈 티를 마시며 악세서리를 보고 있다가 갑자기 폭풍처럼 등장한 기모진을 보고 두 사람 모두 어리둥절했다.“모진.” 소만영은 놀란 얼굴로 그에게 달려갔다. “모진, 당신은 나를 찾으러 온 거예요?”기모진은 눈앞에 얼굴을 바라보며, 냉기가 가득 찬 눈으로 “당신이 한 짓 맞지?”“.......” 소만영은 천진난만한 얼굴로 “모진, 당신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내가 뭘 했다는 거예요?저 요 몇일 계속 엄마랑 함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