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모진은 잘 재단된 블랙 수트를 입었는데, 그 때문인지 늘씬하고 스타일리시한 몸매가 완벽하게 드러났다. 그의 외모, 몸짓 모두에서 우아하고 고상한 자태가 빛을 발했다.소만영이 처음 봤을 때 독점하고 싶었던 그 모습 그대로인 그였다!그녀는 몇 년 동안 음모와 속임수로 그를 속여왔지만, 오늘 이토록 완벽한 그가 다른 여자의 손을 잡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소만영은 기모진 옆에 서있는 천미랍을 노려보았다. 더욱 납득할 수 없는 사실은, 기모진이 자신을 위해 맞춤 제작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드레스를 천미랍이 입고 있었다는 것이다!이런 꼴을 보려고 바보처럼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렸다니..결국 현실은 그녀를 모질게 후려치고 있었다.기모진은 사람들 속에서 빛났다. 정원에 있던 하객들이 그의 등장에 시선을 빼앗겼고 덩달아 그와 팔짱을 끼고 등장한 천미랍에게도 눈길을 빼앗겼다.경국지색이라고 할 만큼의 외모는 아니었지만, 그들의 시선은 무의식적으로 그녀에게 쏠리고 있었다.그녀가 입은 드레스는 매우 아름다웠으나 그저 천미랍을 더 화려하게 만들어줄 들러리 역할을 할 뿐이었다.그녀의 몸매는 아름다워 마치 난초처럼 생기 넘쳤고, 고운 피부는 희고 매끄러웠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엔 마치 있는 듯 없는 듯 희미한 향기만이 남아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눈살을 찌푸렸다 웃는 그녀의 모습은 조금 산만한 듯했지만, 보기에 또 우아한 맛이 있었다.누군가 자신도 모르게 속삭였다."저 사람이 바로 그 천미랍이란 사람이 아닌가요?""ML의 창시자 겸 디자이너잖아요~""지난 번 ML의 2주년 비즈니스 파티는 정말 엄청났었죠.""그런데 천미랍 씨는 기모진 도련님 전처와 정말 닮았어요. 그런 일을 겪고도 어떻게 닮은 여성과 같이 있을 수 있지?""최근에 기도련님이 천미랍 씨가 사는 곳을 자주 찾아간다는 이야기를 오래 전부터 들었습니다. 관계가 가볍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지난달에 소만영씨가 납치되어서 건달들에게 안 좋은 일을 당했다는
사화정은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나도 큰 사람이었기에, 소만영의 말을 듣자 더욱 마음이 쓰라렸다."만영아, 안심하렴.. 엄마는 네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당하게 두지만은 않을 거야. 오늘 여기 계신분들은 경도에서 제일 명문가의 자제라는 기모진 도련님이 얼마나 배은망덕한 인간인지 똑똑히 보게 될 거야!!! 어쩜 사람이 이리도 무정한지.. 의리 따윈 져버린 지 오래고 딴 생각만 하는 찌질이 인지?! 그리고! 천미랍이라는 여자는 얼마나 비열하고 뻔뻔한 여우 같은 년인지!"하객들은 사화정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사화정의 말을 듣고 보니 천미랍이라는 사람이 기모진과 소만영 사이에 끼어들어 소만영이 버림받은 것 같아 보였다."엄마~ 그만하세요.. 그만해요.. 다 제 잘못이에요.. 모진이와 미랍 씨와는 관련 없는 일이니까 우리 그냥 가요~ 흑흑.."눈물을 흘리는 소만영의 모습이 얼마나 불쌍해 보였는지, 그녀의 눈물 연기는 많은 사람들이 연민을 느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사람들은 소만영의 편을 들기 시작했다. 소만영과 기모진의 관계에 대해 알고 있던 사람들의 눈에 천미랍은 마치 불륜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대부분의 손님들은 점차 소만영의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꼈고 천미랍을 경멸하는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기모진은 온몸으로 주변 분위기의 변화를 느끼고는 고개를 돌려 천미랍을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괜찮아요?"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가볍게 쓰다듬었다.소만리는 우아하고 태연하게 미소 지었다. “제가 겨우 손바닥 하나 때문에 문제가 생기겠어요? 전 그렇게 약하지 않아요."그녀가 웃으며 사화정과 소만영을 바라보자, 온몸으로 따가운 시선을 느껴야 했다."사모님.. 모든 사람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책임져야하죠.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유 없이 절 때리고 여우라고 욕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합당한 설명을 하셔야겠죠?”그녀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당당한 눈빛은 적의와 의심이 가득한 눈빛들을 스쳐 지났고, 그녀의
소만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주위가 점점 고요해졌다.그럼.. 이 사건의 진실은 무엇이란 말인가?설마 방금 들었던 모든 것들이 모두 진실이 아니라고?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소만영은 사실 그 사건의 주범이 자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천미랍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안절부절못했다.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 지 고민하고 있을 때, 사화정이 먼저 다가와 그녀를 보호해주었다."천미랍.. 너 정말 대단하구나?! 내 딸을 헐뜯으려고 속임수까지 쓰다니!"사화정은 화가 나서 천미랍을 가리키며 호통쳤다."네가 돈을 써서 그 건달들을 산 뒤에 만영이를 납치한 것이 아니냐?! 넌 만영이를 그렇게 잔인하게 모욕을 당하게 만들었어. 게다가 넌 이걸 인터넷에 올려서 만영이의 명예를 손상시키기까지 했잖아. 나는 오늘 내 딸을 대신해서 너랑 끝장을 볼 테야!""엄마..."소만영은 눈물을 흘리며, 사화정의 팔을 붙잡고 한없이 연약한 척을 해댔다."됐어요 엄마.. 이것에 대해 더 이상 따지고 싶지 않아요. 모진이를 기분 나쁘게 하고 싶지 않다고요...""기모진, 이것 봐. 만영이는 지금까지도 너만 생각하고 있는데 너는 도대체가?!"사화정은 마음 아픈 듯 소만영을 껴안고 기모진과 천미랍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너는 저 여우 같은 년 때문에 만영이가 억울함을 당하더라도 관심도 않고 묻지도 않았었어. 지금의 넌 내 딸의 상대로 어울리지 않아!""모진아~ 예비 안사돈의 말을 들으렴. 넌 만영이를 무시할 수 없다. 이 일도 끝까지 조사해봐야 한다고!"기씨 부인은 소만영의 편을 들고 있는 것 같았다. 소만영은 이런 주변의 이야기를 듣자 눈물을 흘리면 흘릴수록 마음이 설렜다."어머님, 엄마. 이 두 분께서 절 응원해주시기만 하면 되어요. 저는 피해자이지만 정말 이 일에 대해 따지고 싶지 않아요. 흐윽.."소만영은 몇 차례 흐느끼며 천미랍을 바라보았
"얼마 전에 제가 납치됐다는 이야기를 여러분들이 들은 적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맞아요.. 전 납치 되었고 건달들에게 모욕을 당했어요.. 이 일의 배후는 바로 제 눈앞에 있는 저 천미랍 씨에요.. 사실 이 일에 대해 다시 추궁하고 싶지 않았는데.. 미랍 씨가 자꾸 이렇게 사실을 숨기고 절 모욕하니 정말 참을 수 없어 이렇게 모두의 앞에서 이야기하게 되었어요..."소만영은 입술을 깨물고 갑자기 천미랍을 가리켰다."천미랍!!! 내가 당신을 고소할 거야!"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람들은 일제히 소만영의 편을 들고 있었다."소만영씨! 우리는 모두 당신의 말을 믿어요.""천미랍.. 당신 정말 얌체 아니야!?""만영씨, 안심해요~ 우리 모두가 당신이 이 여자를 고소하는 것을 지지한다고요!""천미랍!! 당신 같은 인성을 가진 여자의 브랜드를 우리가 다시 찾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신의 ML 브랜드는 망하게 될 거라고!""모두 그 입 다물어!!!"갑자기 군중들 속에서 냉랭한 목소리가 거세게 밀려와 천미랍을 향한 욕설들을 멈추게 만들었다.모두들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소만리 옆에 서있는 기모진의 눈치를 살피더니 이내 섬뜩함을 느끼기 시작했다.기모진의 날카롭고 음험한 두 눈은 마치 날카로운 검날과 같았다. 아무런 온기도 없는 그 날카로운 눈빛은 천미랍을 향해 욕설을 퍼붓던 사람들을 베어버리고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소만영의 얼굴을 겨냥하고 있었다.소만영은 갑자기 심장이 두근대며 호흡 또한 긴장되기 시작했다."왜 굳이 굴욕을 자초하는 거야? 내가 이 일에 대해서 다시는 언급하지 말라고 경고 했을 텐데.. 하필 이런 자리에서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씩이나 계속해서 들추는 거냐고..?""모진아.. 그런 게 아니야! 어쩔 수 없이 그랬던 거야~! 나를 해친 사람이 계속 법을 피해 요리조리 빠져나가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랬어..흑흑.."소만영은 억울하다는 듯 변명하기 시작했다."그래, 더 이상 이야기하
소만리의 급할 것 없다는 듯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고는 화면에다 전화 번호를 하나 띄웠다.모두가 화면을 바라보았다. 소만영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화면에 적힌 일련의 번호들을 쳐다보았다.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화면을 자세히 본 그녀의 얼굴색은 새파랗게 질렸고, 눈빛도 흔들리기 시작했다.당황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소만리는 편안하게 미소 지었다.“소만영씨~ 왜 말이 없으세요? 이 번호..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으세요? 물론 낯익겠죠. 당신 양어머니 전예 씨의 번호니까요.”소만리는 웃으며 우아한 걸음으로 소만영의 앞에 다가가 우아하고 당당함을 내뿜으며 그녀를 압도하고 있었다.“만영씨는 참 똑똑한 것 같아요. 혹시나 이 일이 발각될까 봐, 양어머니의 휴대전화로 그 네 명의 양아치에게 연락했죠? 지금 그 양아치의 휴대전화에는 당시 통화기록이 남아있어요. 기록을 삭제하더라도 통신사에 가서 조금만 조사해보면 바로 알 수 있죠.”“아 참! 또 하나 알려 줄게 있는데~ 그 건달이 말이죠.. 거래할 때마다 녹음하는 습관이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 녹음을 틀어서 여기 계신 모든 분들께 들려 드리는 게 어떨까요?”“......”소만영은 경악한 채 두 눈을 크게 떴고,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조금 전 까지만 해도 소만영을 응원하며 천미랍을 고소하겠다고 했던 사람들 모두 자신들이 속았다는 것에 분노하며 눈을 부릅 뜨고 있었다.이런 반전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소만영을 지지하겠다던 그들은 하마터면 무고한 사람의 체면을 깎아내리고 누명까지 씌울 뻔했던 것이다.소만리는 주변의 반전된 분위기를 만족스럽게 지켜보며 가볍게 웃었다.“소만영씨! 아직도 피해자 코스플레이를 계속 하실 건가요?”“......”“모진 씨는 당신과 교제했다는 이유로 차라리 자신의 친구를 희생하고 당신을 도와주려고 했어요. 그렇지만 잘잘못도 분간할 줄 모르고 이런 자리에서 좋으신 어머님과 함께 나와 모진 씨를 욕하다니.. 만영
남들 앞에서 그렇게 화를 낸 적이 없던 그였지만, 오늘 천미랍을 위해 평소의 고상하고 도도한 이미지를 버렸다."기모진! 전예의 말 들었지? 만영이는 피해자야! 무고하다고!"사화정은 소만영이 그렇게 비열한 인간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했다."어서 그 여자를 내려 놓지 못해? 만영이는 어디다 두고?"그러나 기모진은 천미랍을 내려 놓지 않고 오히려 그녀를 껴안은 채 자신의 품에 안긴 그녀를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전 평생 이 사람의 손을 놓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의 딸과 이미 파혼했으니 다시 번복하게 하지 마십시오."말을 마친 기모진은 천미랍을 안고서 뒤를 돌아 유유히 집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장면을 보고 사화정은 아무 말없이 분노에 차서 이를 갈았다.소만영에게도 이 상황이 얼마나 거슬리고 가증스럽고 창피했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기모진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녀와의 혼사를 철저히 부정하고 천미랍에 대한 결심을 언급하다니..이걸 어떻게 참을 수 있어?기모진은 천미랍을 안고 바로 그의 방으로 들어왔다.그가 비록 이곳에 와서 지내는 일은 매우 드물었지만, 방은 늘 청소가 되어있었다.소만리는 방에서 익숙한 향기를 맡았다.그녀가 직접 배합한 것으로 숙면의 효과가 있는 향이었다.기모진의 아버지는 예전에 사람을 시켜 이 디퓨저 두 상자를 사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그 중 하나는 기모진에게 주었는데, 그의 숙면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소만리는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 입고 침실로 돌아와 기모진이 창가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는 깔끔하고 매끈하게 드라이 된 셔츠를 입었고, 따뜻한 가을 햇살이 그의 아름다운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의 평온한 모습은 그녀로 하여 대학교에서 처음 만난 날을 상기시켰다.하지만 그는 그 때의 기모진이 아니었다."조금 전의 일.. 저에게 책임을 물으실 건가요?"소만리는 그의 등 뒤에 서서 어렵게 입을 뗐다.기모진이 고개를 돌리자 요염한 눈매가
소만리는 입술을 살짝 다물고 웃음지었다. 술에 취한 그녀의 보조개가 입술 양옆으로 피어났다.“기모진 씨, 내가 당신에게 사랑에 빠진 게 탐탁치 않은 건가요? 사실 당신은 여전히 소만영씨를 사랑하고 있는 거죠? 그렇죠?”그녀는 그의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눈시울을 붉혔다.“만약 그렇다면.. 지금 당신을 떠나서 다시는 찾지 않을 게요.”소만리는 기모진의 손에 일부러 힘을 풀고 넥타이를 놓아주었다.넥라인이 느슨해지자 기모진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따뜻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눈앞의 그녀가 슬퍼하며 돌아서는 것을 보자 그는 아찔한 착각으로 인해 멍해졌고, 갑자기 마음이 보이지 않는 바늘에 찔린 듯 따끔거렸다.“가지마.”기모진이 천미랍의 손목을 낚아챘다. 겨우 두 걸음도 채 가지 못한 소만리는 발걸음을 멈추고 기모진이 보이지 않게 조용히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다만 이 승리를 누린 지 몇 초도 되지 않아 그녀의 몸이 강한 힘에 이끌리는 것을 느꼈다.소만리는 갑작스럽게 그의 가슴팍에 부딪혔다. 차갑고 익숙한 향기가 그녀의 호흡을 빠르게 휘감았다.당시 그에게서 나는 그 향을 얼마나 좋아했던가... 그를 껴안은 채 매일 밤 편히 잠들기를 얼마나 바랐던지... 그러나 그녀를 기다리던 것은 끝없는 기다림과, 그 기다림에 지쳐 돌처럼 무겁게 가라앉아버린 마음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그녀의 단념으로 가망조차 없이 끝나버렸다.소만리는 한 쪽 입꼬리를 살짝 들어올리고 비웃음을 짓고 나서야 눈길을 위로 향했다. 그 순간 기모진과 눈을 마주친 그녀였다.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을 줄이야.. 무심결에 깊은 밤처럼 그윽한 그의 시선과 마주친 그녀의 시선은 갈 곳을 잃은 듯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을 보는 기모진의 눈빛이 너무나 애틋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번 차갑고 무정한 그의 모습들만 보았던 그녀를, 지금 이 순간 얼떨떨하게 만드는 기모진이었다.그러나 그녀는 아래층 벽 모퉁이에 있던 실루엣이 여전히 그녀와 기모진을 보고 있다는 것을 느
”할아버지.. 저에 대한 오해가 깊으시다는 거 알고 있어요...”“나에게 변명할 필요 없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거 아니냐.”“......”소만영은 입을 열었지만 말이 없었다.이때 전예가 쿵 소리를 내며 할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었다.“영감님, 이 일은 모두 제가 혼자 저지른 일입니다! 만영이는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얘가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일부러 절 막으러 온 거에요. 그 때문에 만영이가 이런 안타까운 일을 당한 겁니다. 저에요. 제가 만영이를 해친 겁니다!!”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자책했다.“영감님, 탓하시려면 저를 탓하십시오. 절 경찰서에 보내시는 건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만영이는 정말 좋은 아이입니다. 저는 모진이가 저 때문에 만영이를 오해하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이미 이 아이는 많은 고생을 겼었습니다. 모진이가 이럴 때 우리 만영이의 마음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됩니다.”“사실 그 모든 잘못들 모두 그 천미랍이라는 계집애의 잘못이에요!”사화정은 천미랍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그러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계단에 한 쌍의 익숙한 그림자가 나타났고, 그 뒤로 천미랍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유유히 들려왔다.“사모님은 정말 만나기 어려운 좋은 어머님이시네요. 분명히 사실과 증거가 눈 앞에 있는데도 당신은 겉과 속이 다른 훌륭한 딸을 지키고 계시니까요.”사화정은 그 말을 듣고 안색이 바뀌었다. 시선을 돌리자 기모진 옆에 선 천미랍이 환하게 웃으며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더욱 분노하여 어쩔 줄 몰라했다.“천미랍. 내가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너 같은 불륜녀가 만영이의 약혼자를 빼앗으려고 할 텐데, 그녀의 양어머니가 어떻게 사람을 부려 널 납치하게 할 수 있단 말이야? 바로 너 때문에 우리 만영이가 사고를 당했을 거야. 난 네가 정말 너무 가증스럽다!”“가증스럽다고요?”소만리는 낮게 웃으며 사화정 앞으로 다가갔다.“전 오히려 사모님이 더 가엾어요.”“... 너.. 방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