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리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기란군을 향해 달려갔다. 소만리의 본능은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더라도 제일 먼저 아이를 보호하는 것을 택했다.기란군을 꼭 안은 소만리는 미처 몸을 피하지 못했고, 자신의 몸과 차의 본체가 맞닿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부상을 각오하고 있었다.짧은 순간, 누군가 참혹한 교통사고가 발생할 것이라는 생각에 놀라 비명을 질러 댔지만, 통제 불능이었던 차가 갑자기 멈춰섰다.소만영은 멀리서 이 상황을 지켜보면서 속으로 욕을 해댔다.‘저 차가 저 눈엣가시 같은 천미랍이랑 기란군 둘 다 한꺼번에 치어 죽여 버리길 바랬는데!’그 시각, 차가 멈추자 소만리는 온 세상이 고요해진 것을 느꼈다.조심스럽게 기란군을 놓아준 그녀는, 자신의 품에 꼭 안겨 있는 꼬마를 보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군군~ 괜찮아. 이 미랍 누나가 널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으니까, 그 말은 꼭 지킬 거거든."소만리는 손을 들어 사랑스럽게 기란군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꼬마는 순수한 그 커다란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이의 눈 속에는 말해야 할지, 아니면 그만두어야 할지 복잡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엄마..."그는 또 한 번 그녀를 이렇게 불렀다.소만리는 어리둥절하여 잠시 멍하니 있었다. 강렬한 쓰라림과 아픔이 그녀의 마음을 아리게 만드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다시 기란군을 끌어안으며 안타까워했다.분명 소만영이 그에게 못되게 굴어, 그를 사랑하는 엄마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 아찔하거나 울적할 때마다 소만리를 엄마라고 부르는 게 틀림없었다."군군아!" 그제서야 소만영의 다급한 목소리가 능청스럽게 들렸다.“천미랍! 그 손 못 놔?! 누가 내 아들을 건드리래?”소만리가 눈을 들자 강한 힘에 의해 밀려났고, 그와 함께 그녀의 품 안에 있던 기란군도 소만영에게 억지로 끌려갔다."군군아, 괜찮아? 방금 엄마가 깜짝 놀라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고."소만영은 기란군을 끌어안고 걱정하며 긴장을 감추지 못하는 척했다.
사고 영상은 여기서 끝났다.“천미랍.”기모진을 영상을 다시 반복해서 재생해보았다. 그의 심장 박동은 잠시 통제를 잃었고, 그는 허둥대며 외투를 걸치고 소만리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는 계속 연결되지 않았다. 그는 신속하게 차 사고가 발생한 곳으로 출발했다. 막 사고 장소에 다다랐을 때 휴대전화가 울렸다.휴대폰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하고, 그의 심장 박동은 단번에 안정되었다.그는 이어폰을 누르며 불안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천미랍씨?”"네 저에요."수화기 너머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기모진의 이마에 진하게 져 있던 주름이 풀렸다.10분 후, 그는 무사한 소만리를 만나게 되었다. 기모진은 한 달음에 그녀에게 다가간 뒤 묵직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따져 물었다.“당신 정말 괜찮은 거 맞아요?”소만리는 아무일 없다는 듯 다친 부위를 바라보았다."저는 별로 안 다쳤어요. 제 생각엔 기모진씨는 제 걱정이 아니라 아드님께 관심을 가지셔야 할 것 같은데요."기모진은 긴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란군이요?”"아. 정말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란군이가 정말 소만영씨의 친아들이 맞긴 한가요?"소만리는 의혹에 가득 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친아들이 차에 치일 뻔했는데, 혼자 도망을 쳐서.. 정말 의외였어요."기모진의 미간은 더욱 찌푸려졌다. 그는 조금 전 보았던 영상을 떠올리며 그제야 소만리가 몸을 던져 구한 꼬마가 기란군임을 깨달았다.그러나, 그 영상에서 그는 소만영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제가 모셔다 드리죠."기모진은 소만리를 부축하러 갔고, 보기에 그는 자연스레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은 것 같았다."그럼.. 괜찮으시다면 기모진씨가 지내는 그곳으로 데려다 줘요. 소만영씨가 방금 기란군을 데려갔는데, 그 아이가 괜찮은지 궁금해서요."기무진은 눈앞의 아름다운 옆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죠. 당신을 데려다 줄게요.”차를 타고 가면서 기모진은 백미러를 통해 수시
소만영은 소만리의 말에 크게 분노하며 화를 냈다. 그리고는 풋살구처럼 애교스러움이 가득한 눈으로 기모진을 바라보았다."모진아, 군군이는 우리의 사랑스런 아들인 걸? 난 목숨을 걸고 우리 군군이가 조금의 상처도 입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거야. 그런데 내가 어떻게 군군이를 그냥 버려두고 다쳐도 가만히 내버려둘 수 있겠어?”이때 사화정이 기란군을 이끌고 천천히 걸어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소만리를 쳐다보며 말했다."천미랍씨.. 제가 듣기로는 묵비와 곧 결혼한다면서요? 그런데 왜 날마다 내 딸의 약혼자에게 치근덕거리는 건가요? 부모님께서 이런 짓거리를 하면 뻔뻔한 것이라고. 몰염치한 일이라고 말씀 안 하던가요?"사화정의 냉소적인 말에 소만리는 담담하게 빙그레 웃었다."부인께서 잘 물어봐 주셨어요.. 제 부모님께서는 이런 걸 저에게 가르쳐 주신 적이 없어요. 태어난 지 얼마 안되었을 때, 잠시 부주의한 나머지 남의 집 아이를 잘못 데려다 키우셨거든요. 결과적으로 저는 부모님께 버린 받은 셈이네요."갑자기 소만리가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기모진은 의외라는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피어난 우아하고 옅은 미소를 본 그의 마음은 영문을 모르게 무엇인가에 찔린 듯 아파왔다.사화정과 소만영은 깜짝 놀라 멍해졌다.‘어쩜 이렇게 소만리 그 천한 것과 닮을 수 있지?’ 소만영은 조용히 고민했다.반면 사화정은 약간 넋을 잃었고, 얼굴에는 조금 전까지 만해도 가득했던 경멸스러운 웃음도 사라졌다.사화정과 소만영의 안색 변화를 눈치챈 소만리는 예쁘장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제 친부모님께서 그런 걸 가르쳐 주신 적은 없지만, 나중에 절 키워 주신 분이 그렇게 가르쳐 주셨답니다. 그럼 이제는 제가 사모님께 여쭤볼 차례네요. 이렇게 교양 있으신 분이 가르치신 딸이, 어째서 이처럼 성품이 비열하고 됨됨이가 상스러운 거죠..? 게다가 가족애를 무시해도 너무 무시해서 위험한 상황에서는 친아들을 버리고 혼자 살아남으려 하던
멀리 가지 않아 소만리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이렇게 물러선 것은 오히려 매우 성공적이었고, 확실히 지금의 기모진이 더욱 신경 쓰는 사람은 그녀였기 때문이다.기모진은 친절하게 소만리에게 차문을 열어주었다.소만리는 그의 차에 올라탔는데 백미러로 소만영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보자 생각만해도 속이 시원했다.차가 출발하자 소만리는 난처한 듯 입을 열었다."납치 사건은 더 이상 따지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그들이 절 고소할 것 같은데요? 적반하장도 참.. 이런 억울함을 전 참을 수 없어요.""그렇게 되는 건 제가 허락하지 않죠."기모진이 약속했다.소만리는 흥미로운 듯 그를 바라보았다."소만영씨를 위해서는 정말 심혈을 기울이시네요."기모진은 그 말을 듣고 낯빛이 어두워져서는 뭔가를 부정하려 했지만 결국 말을 하지는 않았다.잠깐의 침묵 뒤 그는 뭔가가 떠오른 것 같았다."조금 전 좋은 소식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뭐가 좋은 소식이죠?"소만리는 섬세한 눈썹을 치켜 올리며 활짝 웃었다."그게 말이죠..."그녀는 가을 물처럼 맑고 부드러운 눈으로 기모진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오늘 저녁에 모진씨의 집에 가서 직접 만든 캔들라이트 디너. 다시 한 번 맛보고 싶은데요? 그때 제가 이 좋은 소식이 무엇인지 알려드리죠."기모진은 이 말을 듣고 잠시 넋을 잃어 눈앞에 켜진 빨간 신호등을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눈을 들어 소만리의 휘어진 눈썹과 웃는 얼굴을 마주한 그의 심장 박동은 이유를 알 수 없이 빨라졌다.기모진은 소만리를 데리고 마트에 들렀다. 두 사람은 마치 신혼부부 같았다. 그녀는 음식을 고르고 그는 옆에서 그녀를 위해 장바구니를 들었다.쇼핑을 마친 기모진은 소만리를 데리고 별장으로 돌아왔다.방금 산 재료들을 내려 놓은 후 기모진은 회사의 전화를 받았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는 소만리에게 그의 방에 가서 그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것을 제안했다.소만리는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
소만영은 그 말을 듣자마자 화를 내지 않고 도리어 웃었다."천미랍.. 네가 미친 것 같은데..? 감히 나에게 이런 말을 해?""네가 미친 거지. 난 미치지 않았어."소만리는 놀라지 않고 입을 열었다."이 지경까지 왔는데, 지금도 기모진이 널 원할 거라고 생각해?""흥! 무슨 소리야~ 꿈도 꾸지 마! 모진이가 나를 버리고서 너를 원할 것 같아?"소만영은 두 손으로 팔짱을 끼고 건방지게 비웃었다. 그녀의 얼굴은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천미랍.. 내가 말해주는데, 내가 어찌 되든 모진이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는 영원히 나야. 이건 누구도 대체불가라구!"소만영이 자신만만하게 날뛰는 모습을 본 소만리는 한쪽 입고리를 삐죽거리며 비웃었다.“대체불가?”그녀는 의미심장하게 이 네 글자를 반복하며 웃음 지은 채, 비싼 와인을 집어 들어 앞에 놓인 와인 글라스에 반을 채웠다."너처럼 비열하고. 추잡하고. 악랄한. 이런 여자는 보기 드물지. 확실히 네 말대로 '대체불가'인 걸작 같달까..?"소만리는 여유롭고 태연하게 술잔을 들고 가볍게 흔들며 우아하게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이 천박한 년! 네가 감히 나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어?!"소만영의 낯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천미랍이 자신을 욕하고도 이렇게 여유롭게 술을 홀짝대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그녀는 더욱 화가 났다."이건 내가 특별히 모진씨와 함께하려고 준비한 저녁 식사인데.. 너도 같이 마시는 게 어때?!"그러자 소만영은 갑자기 세차게 손을 뻗어 소만리가 술잔을 들고 있는 손을 힘껏 밀어버렸다. 약간의 와인이 쏟아져 몇 방울이 소만리의 목련 흰색 드레스에 튀었다.소만리의 치마가 더럽혀진 것을 본 소만영은 고소하고 즐거운 듯이 웃었다."후후훗.. 천미랍. 내가 너에게 경고할게~ 소만리 그 천한 년이랑 똑같이 생긴 네 얼굴 때문에, 넌 반드시 그 기집애처럼 나에게 짓밟힐 운명이라구. 너는 그 천박한 것처럼 내 상대가 될 자격이 없어. 내 신발을 들어주는 하찮은 일
소만영의 화난 눈에서 갑자기 강렬한 살의가 느껴졌다. 마치 천미랍을 갈기갈기 찢어 죽여버리겠다는 생각인 것 같았다.그녀는 캐비닛에 있는 가위를 집어 들어 날카로운 끝을 천미랍에게로 향한 채 살벌하게 달려들었다.소만영은 분노로 가득 차 천미랍에게 피비린내 나는 교훈을 주려고 애를 썼다.그러나 소만리는 회피하기는 커녕 두려워하지도 않았다.그녀는 태연하게 손을 내밀어 가위를 휘젓는 소만영을 잡을 타이밍을 얻었다.소만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른 손으로 천미랍을 공격하려고 했지만 그녀는 한눈에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에 소만영을 제지하는 동시에 조금의 주저없이 소만영의 뺨을 세게 때렸다.“짝”뺨 맞는 소리와 함께 소만영의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가 들렸다.소만영의 뺨에 난 칼자국이 아물기도 전에, 조금 전 천미랍에 의해 와인으로 적셔졌고 지금은 손바닥으로 후려침까지 당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얼굴은 화끈거리며 쓰라린 듯이 타오르기 시작했다."아악!! 내 얼굴!"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화가 치밀어 올라 눈을 번쩍 들었다.그러나 뜻밖에도 고개를 든 소만영은 오만하고 냉혹한 눈빛과 마주했다. 소만영은 쥐처럼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왜? 너도 이제서야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맛이 얼마나 쓰라린지 이제서야 느껴 본거야?"소만리는 가볍게 웃었다."너.. 천미랍! 날 놔줘!!”소만영은 화를 내고 짜증을 내며 벗어나려 발버둥쳤다."천미랍. 잘 들어. 당장 나를 놓아주는 게 좋을 걸?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를 죽기보다 못한 삶을 살도록 만들어 줄 테니까!""죽기보다 못한 삶이라?"소만리는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녀는 소만영을 놓아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만영이 빼려고 하는 손목을 더욱 꽉 움켜쥐었다.그 아름다운 눈동자에서 갑자기 날카로운 빛이 뿜어져 나왔다."소만영. 너야 말로 내 말을 똑똑히 들어야겠는데? 나는 네가 죽여버리고 짓밟도록 내버려둔 소만리가 아니야!""네가 소만리에게 한 일들에 대해 나는 이미
기모진이 그렇게 바로 자신을 밀어낼 줄이야. 그녀는 당황하여 눈이 휘둥그래졌다.그녀는 기모진이 천미랍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었다. 그의 말투에 담긴 걱정과 관심은 분명 온전히 그녀만의 것이었는데!하지만, 지금은 그 관심들을 다른 여자에게 주고 있는 그였다.그리고 소만영을 더욱 당황하게 만든 것은 천미랍이 지금 바닥에 앉아 마치 누군가에게 떠밀린 듯 연약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왜 바닥에 이렇게 앉아있는 거에요?"기모진은 빠르게 천미랍에게 다가가 웅크리고 앉았다. 그의 눈과 눈썹은 근심과 보기 드문 부드러움이 물들어 있었다.소만리는 가을물처럼 맑은 눈을 반짝이며 기모진의 뒤에 있는 소만영을 바라보았다."만약 제가 이 고귀한 소만영씨가 절 넘어뜨렸다고 말한다면, 저를 믿을 수 있으시겠어요?"그녀는 억울한 듯 기모진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소만영은 이 말을 듣고 주먹을 꽉 쥔 채 화를 내며 변명을 했다."천미랍! 너 대체 무슨 헛소리야? 내가 언제 널 밀었어? 분명히 네가 나를 도발한거지! 내가 모진이를 위해 준비한 저녁상을 엎고 날 때렸잖아!!!!"그녀는 기모진 옆에 쭈그리고 앉아 그의 팔을 붙잡으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모진아.. 절대 이 여자한테 속으면 안돼. 저 여자가 날 괴롭혔어. 나는 손가락 하나도 건들지 않았다구. 모진아, 설마 날 못 믿는 거 아니지?"소만영은 기모진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반응을 기대하고 있었다.그러나 기모진은 소만영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손을 내밀어 부드럽게 소만리를 일으켰다."쓰읍.."천미랍은 눈살을 찌푸렸다.기모진은 천미랍이 아침에 당했던 교통 사고로 찰과상을 입은 부위를 보았다."아파요?""조금요..""내가 치료해 줄게요."기모진은 말을 하다가 소만리의 어깨를 껴안고 부드럽게 부축해 소파에 앉혔다.소만영은 자신이 보고 있는 이 장면을 믿기 어려웠다. 그녀의 두 눈에는 부러움과 질투가 가득했다.기모진이 작은 구급상자를 가져와 천미랍의
‘소만영. 마침내 네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신뢰받지 못한다는 게 어떤 건지 깨달았지? 네가 애당초 나에게 줬던 모욕과 모함들에 비하면 오늘 일은 아무 것도 아니야. 물론 너의 악행에 대한 보답은 이걸로는 부족하지만.’"내가 요즘 자꾸 당신을 다치게 하는 것 같아요."기모진의 낮은 목소리가 부드럽게 들려왔다."하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약속하겠습니다."소만리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그가 마침 고개를 들고 있었다.두 사람의 눈빛이 무심코 만났다. 그는 바다처럼 깊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눈은 마치 소용돌이가 일고 있는 것 같았다. 단번에 소만리의 모든 이목이 그에게 집중되었다.소만리는 웬일인지 모르겠지만 심장 박동이 갑자기 빨라지면서 귀 밑에서 볼까지 천천히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눈앞에 있는 반반한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심장 박동이 더욱 빨라졌다. 원래 맑고 깨끗한 눈동자에는 잔잔한 물결이 점점 흩어져 한순간에 고혹적으로 변했다.천미랍이 자신을 홀린 듯 바라보고 뺨은 부끄러운 듯 붉고 눈썹은 실처럼 아름다웠기에 기모진의 심장 박동도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그의 추억속에 남아 있는 소만리를 쏙 빼닮은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그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감동적이었다.그러나 그는 두 사람이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분명 설렐 수 없을 기모진이었지만, 심장 박동의 변화는 그로 하여 착각과 황홀함을 느끼게 만들었다.정말 눈앞에 있는 그녀에게 미묘한 호감이 생겨버린 것 같았다."왜 그렇게 쳐다보고 있어요?"그가 나지막하게 물었다.소만리는 멍하니 넋을 놓고 있었고, 호흡과 심장박동 모두가 혼란스러웠다. 마치 데자뷰처럼 온 몸을 바싹 말려버릴 듯한 열감이 그녀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그녀는 그 순간 뭔가 떠올랐다."아까 소만영씨가 준비해 준 와인을 한 모금 마셨어요. 당신을 붙잡기 위해 술에 약을 탄 것 같네요. 지금 굉장히 어지럽네요."소만리는 강한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