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1339장

작가: 십육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02-10 17:00:05
기모진은 신경이 바짝 곤두섰고 그의 의식은 순간 완전히 깨어났다.

그는 스탠드를 켜고 따스한 조명 아래 소만리가 식은땀을 흘리며 이불을 끌어당기는 모습을 보았다.

소만리는 두 눈을 꼭 감은 채 눈썹을 찡그리며 입에서는 계속 불안한 듯 도움을 청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모진, 가지 마. 가지 마...”

그녀는 잠꼬대를 하며 울먹였다.

심지어 그녀의 눈가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악몽을 꾼 것 같았다.

기모진은 그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듯 그녀의 손을 잡으며 이름을 불렀다.

“소만리.”

그러나 그가 부드럽게 이름을 부르자 소만리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경연, 당신 도대체 뭘 어쩌려는 거야?”

그녀는 갑자기 이렇게 물었다.

분명 그녀의 꿈에 경연이 나타난 듯했고 경연은 꿈속에서도 그녀에게 못할 짓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기모진은 마음이 찢길 듯 아팠고 다시 손을 뻗어 소만리의 차가운 손을 꼭 잡았다.

“소만리, 일어나.”

“아니, 싫어. 싫어...”

“소만리.”

“경연, 내 부모님을 놔줘. 다시는 도망갈 생각하지 않을게. 말 잘 들을 테니까. 제발...”

이 말을 듣고는 기모진의 마음이 산산조각 나는 것 같았다.

소만리, 경연 그 나쁜 놈이 얼마나 당신을 괴롭혔던 거야?

그가 얼마나 잔인하게 굴었길래 이렇게 악몽까지 꾸게 만든 거야.

기모진은 소만리에게 몸을 숙여 가까이 다가갔고 손을 들어 그녀의 이마를 만졌다.

이마에 촘촘하게 식은땀이 박혀 있었고 그녀의 뺨도 차갑게 식어 있었다.

지금 소만리의 마음이 얼마나 불안하고 두려운지 짐작할 수 있었다.

“소만리, 소만리. 일어나.”

기모진은 검은 눈썹을 찌푸리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소만리를 불렀다.

그녀가 제발 더 이상 악몽에 시달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소만리, 내가 당신 집으로 데려다줄게. 무서워하지 마. 어서 일어나서 날 좀 봐 봐. 당신이 그리던 모진이 왔어. 경연이 절대 당신한테 손 못 대게 할 거야. 소만리...”

마치 기모진의 말을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340장

    그럴 리가 없다. 이 짧은 시간 동안 그녀는 그리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다.기모진은 가슴속에서 살며시 고개를 드는 불안을 지그시 누르며 묵묵히 자신을 위로했다.그녀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니 그는 너무나 두려웠다.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던 그의 손에서 식은땀이 흘렀다.“소만리!”기모진은 텅 빈 사방을 향해 소만리의 이름을 외쳤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방향을 잡지 못한 밤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뿐이었다.소만리, 어디 간 거야?당신이 찾던 모진이 여기 있어, 이 바보야.기모진의 마음은 화로 속에 얹어진 듯 타들어갔다.바로 그때 어디선가 비명 소리와 함께 누군가 넘어지는 것 같은 둔탁한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소만리!”기모진은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소리가 나는 곳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역시나 바닥에 넘어져 있는 소만리의 모습이 보였다.그녀는 어찌 된 일인지 집 뒤쪽 강가에 와 있었고 가로등 아래 땅바닥을 덮치며 넘어져 있었다.기모진이 달려갔을 때 소만리는 힘겹게 땅을 짚고 일어서려고 했다.“소만리.”그가 바람처럼 재빨리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몸을 비틀거리고 있던 그녀를 덥석 안았다.그녀의 살갗이 닿는 순간 기모진은 그녀가 무서워서 몸을 벌벌 떨고 있는 진동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누군가 그를 안는 것을 알아챈 소만리는 다시 그를 밀었다.“이거 놔! 너 경연이 보낸 사람이지, 그렇지? 경연이 너한테 나 잡아오라고 했지, 그지? 우리 엄마 아빠는? 우리 엄마 아빠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소만리는 횡설수설하며 질문을 퍼부었다.어둑어둑한 가로등 불빛 아래서도 핏기 하나 없는 그녀의 창백한 얼굴이 기모진의 눈동자에 시리게 파고들었다.“모진, 모진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나 데리러 온다고 했는데.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그녀는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얼굴에 놀라운 빛을 띠며 말했다.“알았어, 경연이야! 경연이 기모진한테 무슨 짓을 한 게 틀림없어! 모진...”

    최신 업데이트 : 2023-02-10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341장

    소만리의 시선이 기모진이 들고 있는 물건에 박혔다.옅은 구름을 달무리에 휘어감은 달이 그녀의 얼굴에 온화한 빛을 조용히 드리우고 있었다.이 순간 정말 그녀는 조용한 인형처럼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아름다운 눈동자만이 달빛에 흠뻑 젖어 미세한 흔들림을 보이고 있었다.“모진.”소만리는 손을 들어 기모진의 손끝에 쥐여진 빛바랜 일곱 빛깔 조가비를 집어 들었다.기억 저편에 있던 어린 시절 추억이 소만리의 흐릿한 기억 속을 비집고 선명하게 떠올랐다.“내가 모진한테 선물한 조개껍데기야.”소만리는 조금 전 격해져 있던 감정이 누그러진 듯 속삭이며 말했다.“이게 왜 당신한테 있어? 정말 당신들이 모진을 잡은 거야? 당신이 모진한테서 뺏은 거지!”기모진은 소만리의 차가운 손을 잡았다.“소만리, 이건 당신이 나에게 준 사랑의 증표야. 난 누구에게도 준 적 없고 누구한테 뺏긴 적도 없어. 바보야, 나를 잘 봐. 내가 바로 당신이 찾던 모진 오빠야.”소만리의 눈동자가 갑자기 반짝였고 그녀는 기모진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생각하면 할수록 소만리는 더욱 괴로운 듯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고 있었다.“모진, 당신이 모진이라고? 당신 정말 모진이야?”그녀는 중얼거리며 손을 들어 기모진의 뺨을 어루만졌다.그녀의 손길이 닿는 촉감과 체온이 그대로 기모진의 마음속으로 흘러들었다.기모진을 향한 그녀의 시선은 점점 부드러워지고 고민도 더 깊어지는 듯했다.“내가 어떻게 모진을 못 알아보겠어? 그럴 리가. 내가 당신을 어떻게 못 알아봤을까?”소만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깊이 감탄했다.눈앞에 서 있는 그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라는 것을 확신하는 순간이었다.이렇게 괴로워하고 자책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기모진의 마음은 더욱더 아파왔다.“소만리, 당신 잘못이 아니야. 당신 지금 아프잖아. 당신이 다 나으면 날 못 알아보는 일 같은 거 절대 없을 거야.”“내가 지금 아파?”소만리가

    최신 업데이트 : 2023-02-10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342장

    날이 어슴푸레 밝아올 때쯤 기모진은 방 밖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기모진은 방 밖으로 나가 위청재에게 소만리가 잠시 후 깨어나면 좀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위청재는 자세한 이유도 모른 채 고개를 끄덕였고 이유를 캐묻고 싶었지만 이미 기모진은 돌아서서 방으로 들어갔다.소만리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고 기모진은 그제야 눈을 감고 잠시 쉬었다.하지만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꿈속에서 소만리는 다시 떠나려고 했고 그는 슬픔으로 온몸이 가벼운 발작을 일으키면서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깨어나 보니 침대 옆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소만리.”기모진은 얼른 침대에서 내려와 곧장 문밖으로 달려나가 소만리를 찾으려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아래층 거실에 앉아 두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소만리의 모습을 보자 그의 긴장된 마음이 한순간에 풀어졌다.기모진은 다시 방으로 돌아와 서둘러 씻고 옷을 갈아입고는 얼른 아래층으로 내려와 소만리의 곁으로 돌아왔다.한 시도 한 발자국도 그녀에게서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소만리.”그가 그녀를 다정하게 불렀다.기여온이 그린 그림을 보고 있던 소만리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눈을 들어 그를 향해 빙그레 웃어 보였다.“모진, 일어났구나.”기모진는 살짝 놀라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소만리, 나 알아보겠어?”소만리는 웃으며 기모진을 향해 말했다.“오늘 나 심리치료 가는 날 맞지? 나 이미 준비 다 됐어. 당신 뭐 좀 먹고 나서 우리 출발해.”“...”기모진은 다시 한번 어리둥절해졌다.소만리가 먼저 정신과 의사를 만나러 가는 일을 꺼냈다.그래서 지금 그녀는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일까?기모진은 대충 아침을 먹고 나서 소만리를 데리고 정신과 의사를 만나러 갔다.소만리는 의외로 순순히 치료에 협조했고 심리치료사조차도 소만리의 이런 긍정적인 태도가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의사의 말은 기모진에게 많은 자신감을 불어넣어

    최신 업데이트 : 2023-02-10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343장

    소만리의 손발이 순식간에 차갑게 식었고 마치 얼음물에 온몸이 송두리째 빠진 듯 으스스한 기운에 둘러싸였다.사람의 손이 그림자를 드리우며 그녀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고 남자가 손에 든 책을 그녀에게 내밀며 말했다.“받아.”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소만리는 이 목소리를 듣고 당황하여 몸을 홱 돌렸다.그녀가 눈을 들어보니 가늘고 길쭉하게 골을 이룬 눈매에 교활하고 음침하게 웅크린 눈동자가 보였다.모처럼 안정되었던 소만리의 감정이 다시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치기 시작했다.“경연.”그녀는 핑크빛 입술을 떨며 불안하게 그의 이름을 내뱉었다.경연은 손을 들어 캡 모자를 아래로 지그시 내려 그의 깊은 눈동자를 가리고 얇고 창백한 입술을 들썩이며 말했다.“난 또 당신이 날 잊은 줄 알았지.”그가 속삭이는 말속에 의미심장한 꿍꿍이가 숨어 있는 것 같았다.소만리가 당황한 표정을 하자 경연은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만지려고 했다.그러나 그녀는 황급히 경연의 손길을 피해 도망치려 했고 경연이 재빨리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무슨 생각 하는 거야? 당신 또 뭘 하고 싶은 거야?”소만리는 횡설수설하며 물었다. 눈빛에는 공포가 가득 차 있었다.“내 말만 잘 들으면 당신 괴롭히지 않는다고 했지. 그런데 소만리, 당신은 그러지 못했어.”“소만리.”경연의 협박 섞인 말이 떨어졌고 기모진의 목소리가 저 앞쪽 책꽂이에서 들려왔다.경연도 기모진의 발자국 소리가 다가오는 것을 들었고 자신에게 시간이 많지 않음을 깨달았다.“소만리, 당신 부모님이 무사하길 바란다면 날 따라와.”경연이 목소리를 낮추며 위협했다.그는 현재 소만리의 혼란스러운 기억을 이용해 그녀의 감정을 통제하려는 것이었다.“이 남자는 기모진이 아니야. 당신 속고 있는 거야.”“이 사람은 모진이야.”소만리는 완강하게 반박했다.“이 사람은 내가 준 조개껍데기를 가지고 있어.”“조개껍데기? 그건 이 남자가 훔친 거야.”경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

    최신 업데이트 : 2023-02-11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344장

    기모진은 소만리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섣불리 경솔한 행동을 해서 경연이 소만리에게 몹쓸 짓을 할까 봐 두려웠다.경연은 기모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고, 택시 문을 열어 소만리에게 올라타라고 명령했다.소만리는 의심 가득한 눈으로 경연을 보았고 눈살을 찌푸리며 내키지 않는 듯 몸을 돌렸다.그녀가 막 택시에 오르려던 순간 곁눈으로 기모진이 급히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그녀가 돌아보며 반가운 웃음을 지었다.기모진도 소만리가 자신을 본 것을 알아차리고 그가 다가오는 것을 경연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검지를 입에 대며 그를 아는 척하지 말라는 신호를 소만리에게 보냈다.그러나 소만리는 한발 앞서 기모진을 향해 자연스럽게 소리쳤다.“모진!”소만리가 웃음 지으며 기모진을 부르면서 그를 향해 달려가려고 했다.경연은 그제야 이미 그의 정체가 기모진에게 발각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기모진에게 달려가려는 소만리를 보고 재빨리 잡아당겨 자기 앞으로 끌어당겼다.기모진은 경연의 행동을 막고 싶었지만 거리가 멀어서 그저 소만리가 경연에게 잡혀 있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다.“경연, 소만리 놔줘!”“그런 유치한 소리 하지 마. 내가 소만리를 보고 달려왔는데 순순히 놔줄 것 같아?”경연은 시커먼 눈을 치켜뜨고 입가에 비열한 웃음을 띠었다.하지만 경연은 총상 때문인지 컨디션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기모진, 내가 지금 숨어 있는 것이 그저 최후의 발악일 수도 있다는 거 알고 있어. 하지만 당신 잘 들어. 내가 잡히기 전에 당신에게 사랑을 잃는 아픔이 뭔지 꼭 느끼게 해줄 거야.”경연은 완력으로 소만리를 택시 안으로 밀어 넣고 자신도 뒤따라 차에 올라타서 운전기사에게 명령했다.“출발해!”“소만리!”기모진은 택시로 달려들었고 택시 안에 붙잡힌 소만리가 차창을 힘껏 두드리며 당황한 표정으로 그에게 뭐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았다.그녀의 입술 모양을 보니 끊임없이 기모진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 것이었다.

    최신 업데이트 : 2023-02-11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345장

    경연의 말에 비로소 소만리는 지금이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는 걸 깨달았다.그녀는 몸을 옆으로 돌려 힘겹게 땅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경연이 완력으로 그녀를 끌어당겨 그와 마주 보게 하였다.“소만리, 이 마지막 기회를 놓쳐서는 안 돼.”경연은 거침없이 야욕을 드러내고 있었고 두 눈빛은 지옥에서 온 악마처럼 불을 뿜고 있었다.이윽고 악마의 손길이 스멀스멀 그녀의 치마로 향하더니 망설임 없이 찢었다.소만리는 몹쓸 짓을 하려는 경연의 손을 잡고 망설임 없이 깨물었다.경연은 아파서 얼굴을 찡그렸다. 소만리가 이런 저항을 할 줄 몰랐다.그러나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소만리의 두 손을 자신의 손으로 누르고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키스하려고 했다.“나쁜 놈! 이거 놔!”소만리는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쳤지만 역부족이었다.그녀는 기모진의 이름을 부르며 그가 어서 나타나 자신을 구해주기를 기도했다.“이 나쁜 놈아! 모진한테 데려다주겠다고 하더니 거짓말이었어. 날 속인 거야!”소만리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키스하려고 다가가던 경연은 갑자기 허공에서 멈추었다.소만리가 지금 한 말을 듣고 경연은 그녀의 정신 상태에 뭔가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정상적인 소만리는 절대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허허, 그녀는 역시 나 때문에 미쳐버렸다.경연은 넋을 잃고 어안이 벙벙해 있었다.이때 소만리는 두 손을 필사적으로 경연의 손에서 빼내어 그의 어깨를 힘껏 밀어버렸다.경연은 미처 대비하지 못했고 하필이면 소만리가 건드린 어깨는 경연이 총상을 입은 곳이었다.“악!”그는 고통스럽게 염증이 생긴 상처를 손으로 감쌌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소만리는 경연이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지 못한 채 기어서 문 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경연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려고 했다.그러나 문 앞에 다다르자 그녀는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소만리는 바닥에 주저앉아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경연을 돌아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어깨의 염증

    최신 업데이트 : 2023-02-11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346장

    그녀는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피로 물든 거즈를 단호하게 뜯어냈다.선혈이 낭자한 그 상처를 보고 소만리는 어리둥절했다.“당신 나 속였지. 내가 밀어서 된 게 아니잖아.”소만리는 불만스러운 듯 노려보았다.“당신 정말 나쁜 놈이야. 모진한데 데리고 간다고 날 속인 것도 모자라 이제 와서 내가 밀쳐서 다쳤다고 또 속이고 있어.”경연은 소만리가 따지는 소리를 들으며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소만리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경멸하는 눈빛으로 경연을 쏘아보았다.“난 당신을 어떻게 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 당신도 내 엄마 아빠를 놓아주고 그리고 모진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마.”소만리의 요구를 들으며 경연은 순간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녀의 부모는 이미 안전한 곳이 있고 기모진도 무사하다.이건 분명히 그녀도 알고 있을 텐데 그녀는 지금 기억을 잃은 탓인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역시 그녀의 정신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경연의 긴 눈썹이 깊게 일그러졌다.반년 전 그녀를 만났을 때 당당하고 자신만만한 그녀의 모습에는 사람을 매료하는 보이지 않는 매력이 온몸에서 넘쳐흘렀다.경연은 그 모습에 홀리듯 그녀에게 사로잡혔다.경연이 아무리 괴롭혀도 그녀는 끈질기게 굴복하지 않고 버텼다.하지만 그에게 괴롭힘을 당한 끝에 결국 이런 꼴이 되고 말았다.말없이 생각에 잠겨 있던 경연은 문득 어깨에서 따끔하고 차가운 느낌이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그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소만리가 약간 몸을 구부리고 손에 알코올 면봉을 들고 조심스럽게 상처를 소독해 주고 있었다.소만리의 이런 행동은 경연을 적잖이 놀라게 했다.지금 이런 상황에서 소만리가 자신을 도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경연은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는 소만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예전에 경연은 소만리가 기모진과 함께 도망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그녀에게 총을 쏘아 관통한 적이 있었다.그가 그녀에게 많은 피를 흘릴 정도로 큰 부상을 입혔는

    최신 업데이트 : 2023-02-11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347장

    경연의 눈빛은 더없이 온화했다. 더 이상 음흉하고 교활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러나 소만리는 왠지 이런 경연의 모습이 꺼림칙했다.“뭐라고? 뭘 바란다고?”경연은 어깨를 감싼 상처를 보고 손을 뻗어 소만리의 손을 잡아당기려 했지만 예상대로 소만리는 그의 손을 피하며 말했다.“도대체 나한테 뭘 바란다는 거야?”그녀는 직설적으로 물었다.경연은 자조하듯 고민하며 웃었다.“곧 알게 될 거야.”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마치고 천천히 일어나 불안과 알 수 없는 찝찝함에 가득 찬 소만리의 눈빛을 마주 보고 갑자기 정색을 하며 입을 열었다.“소만리, 당신이 내가 바라는 걸 다 해주면 내가 직접 기모진한테 데려다줄게.”소만리는 눈을 크게 떴다. 분명히 경연의 말을 믿을 수는 없었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기모진이 차를 불러 경연의 차를 뒤쫓았지만 교차로를 지날 때 경연과 소만리가 탄 차를 놓쳐버렸다.그는 CCTV를 조사해 본 후 결국 그들의 차가 아주 낡고 작은 집으로 갔다는 걸 알고 찾아갔다.그러나 기모진이 도착하자 이미 그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아무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기모진은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소만리의 이름을 불렀다.기모진은 어디선가 소만리가 대답하기를 기대했지만 그의 부름에 돌아오는 건 고요한 침묵뿐이었다.단서를 찾던 기모진은 테이블 위에서 의료용 상자와 사용하던 면봉, 피 묻은 거즈를 보았다.기모진은 이곳에 틀림없이 경연이 머물렀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그러나 도대체 경연이 어디로 소만리를 데리고 갔는지 알 수 없었다.그는 차로 돌아와 약간 의기소침한 듯 의자에 머리를 기댔다.기모진, 너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눈앞에서 소만리가 경연에게 끌려가게 하다니!말끝마다 소만리를 보호한다고 큰소리치더니 그 결과가 이거야?넌 또다시 소만리를 위험한 상황에 빠뜨렸어.마음속에서 끝없이 밀려드는 자책과 후회로 기모진은 수없이 자신을 꾸짖었다.하지만 이제 와서 자책해

    최신 업데이트 : 2023-02-12

최신 챕터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9장

    문 앞에 서 있던 소군연의 모친은 이 모습을 보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소군연의 부친이 옆에서 말렸다.“그만 좀 해. 아들이 평생 홀아비로 살길 바라는 거야?”“누가 지금 가서 훼방 놓으려는 줄 아세요? 가서 말해 줘야죠. 나도 이 혼사에 동의해도 되겠냐고.”“당신 동의하는 거야?”소군연의 모친이 막 대답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강연장 안 불빛이 밝아지는 것을 보았고 안에서 환호하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깜짝 놀라 소군연의 품에서 나온 예선은 소만리와 기모진,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 심지어 나익현과 나다희까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들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예선과 소군연을 향해 다가왔다.예선은 멍하니 소만리를 쳐다보다가 결국 이 모든 것이 그들이 미리 계획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그녀와 소군연의 부모만 감쪽같이 몰랐던 것이다.소군연은 절대 그녀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단지 그녀에게 인생에서 가장 지키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 누구인지 각인시키기 위해 좀 다른 방법을 썼을 뿐이다....이듬해 봄.생명의 기운이 깃든 모든 것들이 축제를 펼치는 계절.경도호텔 야외 정원에서는 결혼식이 한창이었다.그렇다.오늘은 소군연과 예선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공주님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멈추지 않았다.두 부부의 눈에는 실로 눈앞의 모든 존재들이 기적과도 같았다.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막내와 그 옆을 잘 보살피고 있는 듬직한 기란군, 그리고 곱고 맑은 딸 기여온까지.“엄마 아빠, 나랑 막내한테도 뽀뽀해 줘.”“뽀뽀, 뽀뽀.”막내는 기란군의 말을 알아들은 듯 소리쳤다.“너랑 막내는 맨날 하잖아. 여온이는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까 특별히 좀 더 많이 해 줘야지.”기모진은 귀여운 기여온을 안고 볼에 뽀뽀를 했다.“여온아, 요즘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 그놈이 평소에 무섭게 굴지는 않아?”“당신이 말한 그놈이 혹시 나예요?”강자풍이 짐짓 뾰로통한 얼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8장

    예선의 말을 듣고 소군연의 모친은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었다.예선의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있는 줄은 몰랐다.게다가 예선은 자신을 향해 ‘존중'이라는 단어를 썼다.예선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소군연의 모친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는 중 갑자기 소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예선아, 네가 그들을 존중한다고 해서 그들이 널 존중해 줄 줄 알아? 사람은 서로 존중해 주어야 하는 거야.”“그렇지만 군연은 그들의 아들이잖아. 만약 내가 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이 군연이랑 결혼을 한다면 그들은 두고두고 평생 나와 군연을 원망하며 살 거야.”예선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군연을 그렇게 만들고 싶진 않아. 나와 부모님 사이에서 평생 힘들어하면서 살게 할 순 없어.”“그렇지만 예선아...”“소만리, 이제 그만해. 너 나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꼭 함께 지내야만 하는 건 아니야. 그 사람이 평안하고 즐겁게 지낸다면 그것으로 족한 거야, 안 그래?”예선의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미 마음속에 결심을 한 것 같았다.소만리는 예선을 말리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 뭐라고 조언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선아, 그럼 이제 갈 거야? 소군연 선배 더 안 찾을 거야?”“찾아볼 곳은 다 찾아봤어. 이래도 못 찾는다는 건 아마도 군연과 나의 인연이 여기까지라는 거겠지. 군연이 혼자 조용히 있게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아.”예선이 돌아서자 소군연의 모친은 얼른 몸을 숨겼다.자신이 그들을 미행했다는 걸 그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이때 소만리가 예선을 불러 세웠다.“예선아,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너랑 군연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 보는 건 어때? 아직 안 가 본 곳이 혹시나 없는지 잘 생각해 봐. 소군연 선배가 거기서 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예선은 이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아직 안 가 본 곳이 한 군데 있긴 해.”“거기가 어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7장

    멀리서 예선을 몰래 관찰하던 소군연의 부모는 차 안에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흥. 군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게 깊다더니 한나절이 지나도록 군연이 어디 갔는지 짐작도 못하고 있군.”소군연의 모친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투덜거렸다.소군연의 부친은 아내를 힐끗 쳐다보았다.“그런 말 좀 이제 그만해. 지금은 군연이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야. 사실 난 저 예선이란 애, 꽤 괜찮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부모도 없다고 당신 많이 싫어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부모도 있고 그뿐만 아니라 엄마는 갑부에 아빠는 유명한 의사인데 당신 뭐가 불만이 그렇게 많아? 정말 아들을 평생 독신으로 살게 할 셈이야?”소군연의 부친은 솔직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지만 소군연의 모친은 그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당신도 예전에는 반대했잖아요? 나중에는 나도 동의했다구요. 하지만 아버님 체면 세워 드리느라고 동의하지 않았던 건데 이제 와서 날 탓하면 어쩌라는 거예요?”“그만둬.”소군연의 부친이 아내의 말을 끊었다.“어째서 말을 못하게 해요? 내가...”“예선이 움직였어!”소군연의 부친이 급히 액셀을 밟았고 소군연의 모친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잠시 후 소만리의 차는 경도대학교 정문 앞에 멈춰 섰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눈에 익은 건물을 바라보며 예전에 함께 보냈던 날들을 떠올렸다.그들이 대학에 갓 입학한 첫날이었다.그때 그들은 모두 각자 마음에 두고 있던 한 해 선배의 남자와 부딪히게 되었다.그 남자와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될 때까지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경도대학교에 있을 것 같아?”소만리가 물었다. 예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살짝 웃었다.“나도 확신할 수 없지만 네 말처럼 군연과 함께 했던 추억이 있는 곳은 다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여기 왔어. 운에 한번 맡겨 보려고.”예선은 말을 마치며 학교 안으로 걸어갔다.학교는 개방식이어서 예선과 소만리는 아무런 제지도 없이 바로 들어갔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6장

    소군연의 할아버지는 소군연의 글을 보고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퇴원하자마자 한 여자 때문에 사라져?게다가 이 여자가 아니면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그는 결코 그런 일이 발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소군연이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하니 마음이 몹시 답답하고 당황스러웠다.만약 소군연이 정말 결혼하지 않는다면 그들 소 씨 가문은 후사가 없게 되는 게 아닌가?낭패였다.그건 안 된다. 절대 안 될 일이었다.예선은 밖으로 뛰쳐나온 후 그가 갈 만한 곳을 찾아가 보았지만 오전이 다 지나도록 소군연의 행방을 알아낼 수 없었다.그녀는 소군연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역시나 받지 않았다.아무런 소득 없이 시간만 흘러가자 예선은 갑자기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그녀는 길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았다.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인생에 주어진 하루하루를 무탈히 사는 것만 같았다.갑자기 상실감이 확 밀려왔다.군연, 정말 날 포기하기로 한 거예요?우린 이렇게 헤어져서 제 갈 길을 가게 되는 건가요? 그런 건가요?예선은 막막한 마음을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었다.생각하면 할수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바로 그때 소만리에게서 전화가 왔다.예선은 얼른 그녀의 전화를 받아 소군연에게 일어난 상황을 전했고 소만리는 한달음에 예선에게 달려왔다.예선은 소만리를 보자마자 눈물샘이 터져버렸다.소만리는 예선을 위로했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일시적으로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걸 거야. 널 포기했을 리가 없어.”“아니야. 포기한 거야.”예선은 심호흡을 하고 스스로를 진정시켰다.“그의 가족들이 절대 날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특히 어머니는 강경하게 반대하시고 최근에 발생한 일 때문에 다른 가족들도 나에 대한 선입견이 더욱 나빠졌어.”“그동안 일어난 일은 너랑 아무 상관없어. 넌 피해자야.”“하지만 그들은 날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저 소군연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5장

    ”얼른 들어갈게요!”소군연의 엄마는 황급히 뛰어가다가 갑자기 뒤따라오는 예선에게 고개를 돌렸다.“넌 오지 마! 우리 소 씨 가문에 널 환영하는 사람은 없어!”소군연의 엄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예선은 소군연을 만나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예선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어떻게 소군연이 스스로 퇴원을 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어제까지도 분명 병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소군연의 집으로 가는 길에 예선은 소군연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보았다.그러나 소군연은 받지 않았다.소군연에게 핸드폰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선은 계속 전화를 시도했고 예상대로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소군연을 만나고 싶었다.그러나 가는 길이 너무 막혔다.드디어 예선이 소군연의 집에 도착해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앙칼진 소군연의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가 어떻게 스스로 집에 왔다는 거야? 방금 깨어난 거 아니야?”“이것 좀 봐 봐. 이거 보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될 거야.”소군연의 부친은 원망 섞인 말투로 소군연의 모친에게 뭔가를 쥐여 주었다.예선이 얼른 현관에 들어서자 따가운 소군연의 모친 목소리가 그녀를 향했다.“따라오지 말라고 했는데 넌 왜 또 왔어? 누가 널 환영한다구...”“됐어. 그만하고 이것 좀 보라니까.”소군연의 부친은 예선이 들어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군연의 모친 말을 끊었다.예선은 소군연의 부친이 미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쫓아내지 않자 얼른 안으로 걸어갔다.소군연의 모친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메모지 한 장이었는데 메모지에는 짧은 몇 마디가 쓰여져 있었고 모두 소군연의 모친에게 전하는 말인 것 같았다.소군연은 자신이 이틀 전에 깨어났다고 실토하며 잠에서 깬 이후 자신의 엄마가 예선에게 모질게 투덜거리는 말만 하는 것을 보고 예선과 절대 결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4장

    예선은 아무도 없는 병실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즉시 소군연을 찾아나섰다.그러나 근처를 한 바퀴 둘러보아도 예선은 소군연의 모습을 찾지 못했고 마음속에서 초조함이 스멀스멀 밀려왔다.이때 소군연의 엄마가 들어왔다.병상에 누워 있어야 할 소군연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을 본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 혹시 무슨 검사하도 하러 간 거야?”소군연의 엄마는 불만이 가득 담긴 얼굴로 예선에게 물었다.소군연의 엄마가 보이는 이런 태도에는 이골이 났는지 예선은 개의치 않으며 담담하게 돌아섰다.“저도 알고 싶어요.”“나보다 먼저 와 놓고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제가 왔을 때도 병실에 아무도 없었어요.”예선은 돌아서면서 말을 이었다.“간호사한테 한번 물어볼게요.”“잠깐만.”소군연의 엄마가 예선을 멈추어 세우며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너한테 말을 해 둬야겠어. 군연인 이미 너 때문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었어. 다친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 너 때문에 영 씨 집안 두 모녀는 감옥에 갇혔어. 이건 분명히 네가 우리 가문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야. 네가 우리 군연이를 얼마나 좋아하든 우리 군연이 널 얼마나 좋아하든 상관없어. 넌 우리 소 씨 가문에 들어올 수 없어.”이 말을 들은 예선은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영 씨 집안 두 모녀가 감옥에 간 것까지도 예선의 탓으로 돌린단 말인가?예선과 소군연은 엄연히 피해자였다.영내문 같은 악랄한 사람은 오늘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 악행을 저지를 사람이었다.영내문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인 중의 악인이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벌여진 일들로 이 모든 것이 자명한데 소군연의 엄마는 여전히 예선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예선은 더 이상 소군연의 엄마와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시간 낭비 에너지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3장

    채수연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이미 모든 상황을 다 이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여온아.”채수연이 기여온에게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앉아 다정하게 말했다.“여온아, 선생님이 여온이 좋아하는 거 알지? 어딜 가든 매일 기쁘고 즐거운 일만 있길 바라. 그리고 하루빨리 말도 할 수 있게 되길 바랄게.”기여온이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한껏 고개를 끄덕였다.채수연은 일어서서 강자풍을 바라보았다.아직도 눈에는 그에 대한 호감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조금 전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더 이상의 집착은 사라졌다.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반드시 고집스럽게 쟁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채수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강자풍을 바라보며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강자풍도 더 이상 아무 말없이 몸을 굽혀 기여온을 품에 안고 돌아섰다.돌아서기 전에 채수연에게 따뜻한 작별의 미소도 잊지 않았다.“채 선생님,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어쨌든 선생님께 많이 신세 졌습니다. 고맙습니다.”채수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절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 주신 걸로 이미 다 갚으셨어요. 하지만 강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긴 하네요. 기회가 되면 같이 식사라도 해요.”“그럼요, 언제든지요.”강자풍이 흔쾌히 승낙했다.친구가 된다는 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채수연은 그 자리에서 기여온을 안고 점점 멀어지는 강자풍의 뒷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두어 걸음 앞으로 나섰다.“강 선생님, 저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 대답해 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강자풍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다정한 미소를 가득 품고 뒤돌아보며 물었다.“뭐가 궁금하신가요?”“좋아하는 여자가 정말 있긴 한 거죠?”강자풍은 기여온의 작은 얼굴에 부드러운 시선을 잠시 떨구며 입을 열었다.“지금 저의 가장 큰 소원은 여온이가 무탈하고 건강하게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2장

    ”어쩌다가 듣게 되었어요.”강자풍은 순순히 시인했다.채수연은 강자풍의 대답을 듣고 자신이 난감해할 줄 알았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예전처럼 초조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고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다만 약간의 부끄러움은 어쩔 수 없었다.강자풍은 채수연이 난감해하지 않도록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채 선생님을 도와드리려고 했던 건데 어떻게 하다가 영상이 찍혀 인터넷에 올라오는 바람에 선생님을 더 난처하게 해 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나와 여온이 일로 또 한 번 고민거리를 안겨 드린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강자풍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기여온을 향해 부드러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하지만 선생님, 걱정 마세요. 앞으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 없을 거예요.”채수연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순간 마음속에서 상실감이 강하게 몰아쳤다.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강자풍을 쳐다보며 강자풍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역시나 그의 말은 그녀를 안타깝게 만들었다.“채 선생님, 여온이한테 더 잘 맞는 유치원을 찾았어요. 제가 일하는 곳과도 더 가까워서 여온이 등하원하는 데도 훨씬 편리할 것 같아요.”강자풍의 말을 들은 채수연은 갑자기 마음이 너무나 허전했다.“여온이한테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봐 유치원을 옮기기로 하신 거예요?”강자풍은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이게 선생님한테도 우리한테도 좋은 것 같아요.”강자풍은 ‘우리'라는 말을 할 때 기여온에게 시선을 주었다.채수연은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자신의 감정이 줄곧 일방적인 것이었고 닿을 수 없는 허무한 희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강자풍의 눈에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강 선생님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채수연도 강자풍의 말에 활짝 웃으며 동의했다.“아까는 정말 죄송했어요. 저희 엄마와 엄마 친구가 강 선생님에 대해 한 말은 정말 부적절했어요. 죄송합니다.”강자풍은 조금도 개의치 않으며 입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1장

    류 씨 성을 가진 남자가 트집을 잡았고 결국 강자풍이 기여온을 데리고 나가는 장면이 모두 찍혀 인터넷에 공개된 것이었다.이 남자도 양심은 있었던지 기여온의 모습은 블러 처리를 해서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게 했지만 강자풍의 모습은 영상에서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채수연의 엄마는 한눈에 영상 속 사람이 강자풍임을 알아차렸다.영상 아래의 댓글을 본 채수연의 엄마는 더욱 초조한 눈빛으로 말했다.“수연아, 너 어떻게 이런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할 수 있어?”채수연의 얼굴이 찡그려졌다.“맞아요. 부인하지 않을게요. 난 강 선생님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어요.”“뭐라고!”“아유... 수연아, 너 정말 이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진 씨 부인의 눈빛이 미묘하게 반짝거렸다.“내가 보니까 여기 댓글 단 사람들이 벌써 이 남자 신상을 다 파헤친 것 같던데. 이 남자 예전에 우리 F국에서 한때 주름잡았던 그 강어라는 사람 동생이라더라구. 그 강연이라나 뭐라나 누나라는 사람은 업계에선 더욱 악명이 높았대.”“뭐! 그 강 선생이 강어와 강연의 동생이라고?”채수연의 엄마는 자신의 소중한 딸이 악명 높은 집안 배경을 가진 사람과 사귀게 될까 봐 전전긍긍했다.“나도 그 사람 형과 누나에 대해서 들은 적 있어요. 나도 알고 있다구요. 하지만 강 선생님은 지금까지 그 일에 개입한 적이 없어요. 만약 조금이라도 개입했다면 벌써 경찰서에 잡혀 들어갔을 거예요.”채수연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게다가 강 선생님은 이 아이의 친아빠가 아니에요. 친구 딸인데 잠시 이 아이를 돌보고 있을 뿐이에요. 그리고 아주머니, 부탁드리는데요. 이 아이가 말을 못 하는 걸로 자꾸 걸고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말을 못 해서 누구보다 괴로운 건 이 아이잖아요. 입장 바꿔서 누군가가 아주머니 아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절대 듣고 싶지 않을 거잖아요, 네?”“...”채수연의 입에서 뭐라도 가십거리를 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