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11화

작가: 차라
소희연이 소민아의 손을 잡고 말했다.

“이번에 돌아온 건 너한테 알려줄 게 있어서야.”

소민아가 무언가를 감추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엄마, 저 너무 졸려서 자야겠어요. 그 얘기 저 깨어난 다음에 하시면 안 돼요?”

“민아야, 엄마아빠 모두 그 일 때문에 온 거야. 얼마 전 누군가 정보 시스템을 해킹해 나와 네 아빠의 정보를 빼내 갔어. 분명 최종 목적은 너일 거야. 이제 너한테 알려줄 때가 온 것 같아.”

소민아는 순간적으로 새빨개진 눈으로 미친 듯이 귀를 막으며 소리쳤다.

“저 안 들을래요. 안 들을래요.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아요.”

완강히 거부하는 딸의 모습에도 소희연은 독하게 마음을 먹고 말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민아야, 이번 일이 아니었다면 우리도 죽을 때까지 너한테 숨기고 싶었어.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어. 엄마는 오늘 너한테 반드시 알려줘야 해. 비록 내가 낳지는 않았지만, 우린 널 입양하려고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친딸이라고 생각해왔어.”

“민아야... 입양 서류는 우리한테 그저 종이 한 장일 뿐이야. 그래도 그건 있어야 정식으로 널 입양할 수 있었으니까.”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넌 끝까지 내 딸이야.”

“엄마랑 아빠는 널 위해 불임 수술까지 받았어. 네가 자라서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질까 봐.”

소민아는 서서히 감정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녀가 그렁그렁한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저 버리려는 거 아니죠? 우리 앞으로도 계속 가족인 거 맞죠?”

소희연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어리석은 놈 같으니라고. 우리한테 자식이라곤 너 하나밖에 없는데 어떻게 버릴 수가 있겠어!”

소민아는 순간 마음이 놓였는지 눈물이 왈칵 차올랐다.

“두 분까지 절 버리면 전 엄마아빠도 없는 고아예요. 앞으로 두 분 말 잘 들게요.”

“그래. 이랑이와도 잘 지내. 너희 둘이 친하게 지내는 거 보니까 엄마아빠는 마음이 놓이더구나.”

소민아가 소희연의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

“그럼 약속하신 거예요?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212화

    소민아는 신이랑에게 답장을 보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표 사무실에 가기는 싫었다. 또한 송시아의 비서로 일하는 건 더더욱 싫었다.송시아와의 관계 때문이기도 하고, 아직은 그 자리를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나아가고 싶었다.소민아가 집에서 쉬는 며칠 동안 회사에서도 그녀에게 출근하라고 독촉하지 않았다.엄마아빠는 함께 머무르며 딸의 마음을 풀어준 다음 또다시 그녀 혼자만 남겨놓고 그들의 연구소로 떠나버렸다.아침 일곱 시 반.소민아는 엄마아빠를 공항까지 모셔다드린 뒤 회사로 복귀했다.사무실에 들어가 보니 편집부 직원들이 바삐 돌아치고 있었다.“민아 씨, 좋은 아침.”소민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은 아침이에요.”평소 가장 먼저 회사에 나오던 신이랑은 아직 출근하지 않은 듯했다. 소민아는 이상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핸드폰을 들고 그에게 문자를 보내려다가 다시 내려놓았다.아직 자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오랜만에 지각해도 되는 여유가 생긴 것일지도 모른다.편집부 내부 서류는 소민아에게 자동으로 메일로 보내진다. 때로는 신이랑이 혼자 처리하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었다.소민아의 자리는 신이랑과 그리 멀지 않은 바로 옆이었다.오전 마케팅팀에선 영화사와 저작권 계약서를 작성했다.송시아가 회의를 마치고 회의실에서 나왔을 땐 열 시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그녀의 얼굴색은 그리 좋지 않았다.그녀가 다시 체결하려 했던 성세 그룹 내부 모든 프로젝트가 전연우의 사인이 없다는 이유로 제동이 걸린 것이다. 그녀에겐 강제로 집행시킬 권리가 없었다.송시아가 들고 있던 서류를 바닥에 내던졌다.“병신 같은 것들. 전부 전연우 편만 들고 내 말은 듣지도 않아!”대표 사무실 비서실장이 된 소피아가 옆에서 그녀를 위로했다.“송 대표님, 그런 사람들 때문에 화낼 필요 없으십니다. 다들 보는 눈이 없어도 너무 없어요.”송시아가 이마를 찌푸리고 소피아에게 시선을 돌렸다.“구르미 시리즈의 소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213화

    소민아가 메일을 보내고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읽음 표식이 떴고, 이내 소설 영화화 프로젝트 기획서가 순조롭게 통과되었다.그녀는 그다지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사무실 바깥에서 잔뜩 들뜬 환호성이 들려왔다.고작 프로젝트 하나가 통과되었을 뿐인데 왜 저렇게 좋아한단 말인가.하지만 이내 문밖에서 흥분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세상에. 전 우리 구르미 시리즈가 망하는 줄 알았어요.”“그러니까요! 하마터면 사표를 쓸 뻔했다니까요.”“요즘 총편집장님도 오시지 않고 소 비서도 2주나 자리를 비웠었잖아요. 그동안 실적이 없어 이번 달 월급이 백만 원도 안 됐어요. 저번 달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이에요. 정말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요.”“맞아요! 지금까지 윗선에선 우리한테 관심도 주지 않았잖아요. 총편집장님 말로는 저번 주에 보낸 메일을 아직까지도 읽지 않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어이가 없어요.”“내가 듣기로 최근 편집장님은 소 비서를 보살피느라 휴가를 냈다고 하더라고요. 하느님이 저한테도 그런 신랑감을 내려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편집장님은 그야말로 완벽한 남자친구예요. 소 비서한테 지극정성인 데다 잘 생기고 성격까지 좋아요. 부러워 죽겠어요.”“잠시만요! 총편집장님과 소 비서 언제부터 사귄 거예요? 난 왜 몰랐죠? 회사에서 사내연애 금지하는 거 아니었어요?”“쉿! 조용히 해요. 소 비서가 듣겠어요.”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녀와 신이랑의 관계를 오해하고 있다고?소민아는 핸드폰을 꺼내 기성은과 나눴던 문자 기록을 살펴보았다. 거의 모두 그녀가 보낸 것이었다. 그녀는 이 기록을 남겨두기 위해 핸드폰을 새로 사지도 못했다.그녀는 기성은과의 유일한 추억이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그가 이렇게까지 오래 떠나있을 줄 알았다면 함께 있을 때 사진이라도 많이 찍어둘걸.소민아도 일이 바쁘지 않을 때만 그를 떠올렸다. 문자 하나하나를 읽으니 머릿속에서 수많은 기억들이 소용돌이쳤다.그녀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매일 시간을 내어 오늘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214화

    “송 대표님, 별다른 용건 없으시면 전 이만 가볼게요.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있어서요.”소민아가 회사에 나온 건 그저 일을 하기 위함이다. 송시아와는 조금도 엮이고 싶지 않았다.송시아는 그녀의 요구는 전혀 개의치 않고 소피아에게 출발하라고 지시했다.소민아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송시아 씨 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마침 점심시간이라 내가 구영관 예약해뒀어.”그녀와 밥을 먹는다니, 소민아는 단호히 거부했다.“전 한낱 비서일 뿐입니다. 송 대표님과 겸상할 자격 없어요. 아니면 이제 다른 방식으로 절 괴롭히시려는 거예요? 아니면 저번처럼 또 그러시려고요? 이번엔 클라이언트한테 던져놓을 생각인가요?”“민아야, 예전 일은 다 오해야. 우리 자매 힘들게 다시 만났는데 과거는 과거로 묻어두면 안 될까? 언니가 어떻게든 너한테 보상할게. 오늘 저녁에 파티가 있는데 나랑 같이 가자. 내가 사람들 소개해줄게. 앞으로 너한테 도움이 될 거야.”소민아가 창밖을 바라보니 확실히 구영관으로 가는 노선이었다. 그녀는 생각하지도 않고 거절해버렸다.“전 인맥 같은 거 필요 없어요. 전 그냥 제가 맡은 일만 잘하고 싶어요.”송시아는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부드럽게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너 이 화내는 표정 어렸을 때랑 똑같아. 다만 너무 말랐어. 더 많이 먹어야 해.”“네가 구르미 시리즈에 남고 싶다고 하면 이 언니도 강요하지 않을게. 널 도울 수도 있어. 네가 뭘 하든 언니는 응원할 거야.”“언니랑 같이 점심밥 먹어주면 기성은이 어떻게 됐는지 알려줄게. 어때?”소민아는 심장이 떨려왔다.“정말이에요?”송시아가 그녀의 손을 꼭 잡자 소민아는 불편함에 바로 빼내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당연하지. 언니가 어떻게 널 속일 수가 있겠어.”소피아는 뒷좌석에서 들려오는 두 사람의 대화에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앞차와 충돌하려는 순간 그녀가 다급히 차를 세웠다.송시아가 소리쳤다.“운전 하나 제대로 못 해요?”소피아는 연신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215화

    만들어둔 음식들이 잇따라 상에 올랐다. 이어 고구마죽이 오르자 송시아는 숟가락으로 한 그릇 뜬 뒤 소민아에게 밀어주었다.“이건 내가 특별히 만들어달라고 한 거야. 나 예전에도 자주 먹었어. 물론 네가 예전에 언니한테 만들어 준 죽과는 비교도 안 돼.”“이젠 언니가 돈 많이 벌었으니까 넌 주방에 안 들어가도 돼.”소민아는 예전 일을 말하고 있는 송시아를 앞에 두고 시선은 다른 곳에 고정하고 있었다. 분명 무언가 애써 피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난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송시아가 웃으며 말했다.“넌 잊어버려도 괜찮아. 이 언니가 다 기억해.”“자, 어서 죽부터 먹어.”“다 먹으면 네가 보고 싶어 하는 거 보여줄게.”소민아는 처음엔 거부했지만 지금은 숟가락을 들어 올렸다. 송시아의 유혹에 점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이다.소민아는 몇 분 안에 그릇에 있던 죽을 모두 해결했다.“이제 말해줄 수 있죠? 장난은 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그때 송시아가 핸드폰을 열어 저장해두었던 영상을 재생시켰다.영상 속 기성은은 검은색 코트를 입고 있었고 그 뒤엔 여러 명의 흉악한 인상의 사람들이 진을 치고 서 있었다. 4, 50세 정도 되어 보이는 중년 여자가 무릎을 꿇고 사투리로 그에게 애원하고 있었다.중년 여자의 눈앞에 서 있는 남자는 그녀의 울부짖음에도 미동도 하지 않고 냉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기성은이 몇 글자 내뱉자 중년 여자의 동공이 순식간에 확장되더니 눈동자에 절망감이 가득 차올랐다.이어 여자를 압박하고 있던 남자가 들고 있던 총으로 그녀 몸을 겨누었다...1초 뒤...탕.귀를 찌르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고 피가 사방으로 솟구쳐올랐다.소민아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광경에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너무 놀라 정지 버튼을 눌렀고 더는 계속하여 볼 수가 없었다. 그녀는 구석으로 뛰어가 가슴을 움켜잡고는 괴롭게 헛구역질했다.소민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 그럴 리가 없어요. 그 사람이 아니에요! 난 믿지 못하겠어요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216화

    “오빠, 여기 음식 진짜 맛있어요! 다음에도 또 먹으러 와요, 네?”소민아는 이곳에서 신이랑과 신수지와 마주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신이랑이 신수지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민아 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소민아는 깜짝 놀라 신수지를 쳐다보았다가 이내 다시 시선을 돌렸다.“송 대표님이랑 밥 먹으러 왔어요. 저 먼저 갈게요.”“민아 씨.”신이랑은 급히 떠나는 소민아를 따라갔다. 신수지는 하이힐을 신고 있어 빠르게 걷을 수가 없었다.“오빠, 나 기다려요.”신이랑은 문 앞에서 소민아의 손목을 잡았다.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가 먼저 말했다.“따라와요.”신이랑은 그녀를 차 조수석에 앉히고 안전띠를 해주었다.신수지가 쫓아와 문을 두드렸다.“오빠, 나 아직 차에 못 탔어요. 오늘 나랑 같이 밥 먹겠다고 약속했잖아요. 어떻게 나 혼자 남겨둘 수가 있어요.”신이랑이 창문 유리를 내리고 말했다.“너 혼자 택시 타고 가.”말을 마친 뒤 신이랑은 액셀을 밟고 바로 출발했다. 소민아가 백미러로 살펴보니 신수지는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수지 씨 혼자 저기에 남겨두면 어떻게 해요. 나 혼자 갈 수 있어요.”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게 가라앉아있었다. 신이랑은 단번에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거라 예상했다.신이랑이 물었다.“회사로 돌아갈 거예요?”소민아가 대답했다.“네. 당연히 돌아가야죠. 그 여자 한 명 때문에 내 생활이 영향받을 수는 없잖아요.”그녀는 확연히 마음이 복잡해 보였다.신이랑은 음악을 틀고 그녀에게 말했다.“뭐 더 먹지 않을래요?”“아니에요. 배 안 고파요.”“회사로 갈까요?”“네. 부탁할게요.”예의를 차린 거리감 느껴지는 말에 신이랑은 더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이렇게까지 거리를 둘 필요는 없지 않은가.신이랑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회사까지 도착했다. 이미 점심시간이 지나 있었다.소민아는 예전과 다르게 오늘은 너무나도 조용했다.사무실에 도착한 뒤 소민아는 자리에 앉아 보고서와 앞으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217화

    “미안해요! 순간 여자친구인 척해야 한다는 걸 잊어버렸어요.”신이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민아에게로 향했다.“민아 씨... 저번 병원에서 송시아가 나한테도 말해줬어요. 그리고 나... 본가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여자친구 일은 계속 민아 씨를 귀찮게 해야 할 것 같아요.”“만약 불편하면 여기에서 끝내고요.”소민아가 주먹을 꽉 말아쥐고 한동안 고민하고는 말했다.“얼마나 더 해야 하는데요?”“...”“이랑 씨도 알다시피 저한테는 기성은 씨가 있어요. 그 사람이 돌아왔을 때 오해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하지만 걱정 말아요. 이랑 씨가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 협조해 줄게요.”“예전 이랑 씨가 저 많이 도와줬었잖아요.”신이랑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우린 친구잖아요. 그럼 이 친구한테 아까 송시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려줄 수 있어요? 회사에 오는 길에서 한마디도 안 했잖아요. 민아 씨답지 않았어요.”“민아 씨, 걱정이 있으면 말해봐요. 내가 같이 해결해줄게요.”“난...”소민아가 고개를 들고 입을 열었다가 다시 말을 삼켜버렸다. 그녀의 머릿속에 송시아가 보여주었던 영상이 떠올랐다. 감정 하나 없이 서늘한 표정으로 내뱉은 기성은의 한마디에 그 여자는 피를 튀기며 죽어버렸다. 그에게 있어 사람 목숨이란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 걸까.“아무렇지도 않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난 괜찮아요.”그때, 사무실 바깥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소민아와 신이랑이 동시에 그쪽을 바라보았다. 소피아가 고급스럽게 포장된 선물 상자를 들고 와 소민아의 책상에 내려놓았다. 그녀 얼굴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게 일그러져 있었다.“이건 송 대표님께서 민아 씨한테 보낸 구영관 간식거리예요. 민아 씨가 점심에 밥을 제대로 안 먹었어서 걱정이 되시나 봐요.”말을 마친 뒤 소피아는 자리를 떴다.신이랑이 말했다.“송시아는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정말 민아 씨한테 보상하고 싶은가 봐요. 민아 씨는 송시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소민아는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218화

    피가 낭자한 그 사진들은 소민아의 신경을 극도로 자극했다.소민아가 일하고 있을 때, 컴퓨터 옆에 놓아두었던 핸드폰이 진동했다. 소민아가 살펴보니 송시아가 그 영상과 사진을 보내왔다.그 참혹한 현장이 담긴 사진 하나하나에 소민아는 정신이 아찔해졌다.다시 봐도 손이 덜덜 떨려왔다. 이 모든 게 진짜라는 걸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일면식이 있는 성세 그룹 본부 디자인팀 직원에게 사진 진짜 여부를 감별하는 방법을 물었다.이후 바로 검증을 시작했다.10분 뒤...검증 결과 그 사진들은 모두 2차 가공을 거치지 않은 진짜 원본 사진이었다.얼마가 지났을까.소민아의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바로 컴퓨터 안 사진을 지워버리고는 핸드폰을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신이랑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소민아는 가장 위층에 위치한 대표 사무실로 향했다. 전연우가 이곳에 있을 때엔 한 걸음도 들어가지 못했지만 지금은 노크도 하지 않고 바로 벌컥 문을 열었다.사무실 안은 바닥에 서류가 가득 떨어져 있어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고, 소피아는 쪼그리고 앉아 그 서류들을 줍고 있었다.다짜고짜 들어온 소민아를 본 소피아가 말했다.“소민아 씨, 여기 대표님 사무실이라는 거 몰라요? 소민아 씨가 마음대로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송시아가 말했다.“앞으로 민아는 여기에 수시로 드나들 수 있어요. 이건 내가 민아한테 준 특권이에요. 소피아 씨는 나가 있어요.”소피아는 입술을 꽉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바깥으로 나갔다.문이 닫히자 소민아가 물었다.“저한테 그런 사진을 왜 보낸 거예요?”송시아가 말했다.“기성은의 모든 걸 알고 싶었던 거 아니야? 그게 기성은의 진짜 모습이야. 왜? 받아들이지 못하겠어?”소민아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고작 이런 게 뭘 설명할 수 있는데요? 앞으로 보내줄 필요 없어요. 그 사람이 내 앞에서 직접 말하기 전엔 그 누구의 말도 믿을 수 없어요.”“안 믿는다고?”송시아가 사무실 책상을 돌아 그녀 옆으로 다가왔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219화

    소민아는 송시아와 함께 비행기에 올랐고, 경호원들도 그 뒤를 따랐다.비행기 안.“도착하려면 아직 몇 시간 남았으니까 그동안 쉬고 있어.”소민아은 긴장과 기대감이 가득한 얼굴로 핸드폰을 꽉 붙들고 앉아 있었다. 드디어 그를 만나게 되는 건가?송시아는 소민아의 핸드폰 화면에 뜬 기성은의 이름을 보자마자 눈썹을 깊게 찌푸렸다.“민아야, 남자 한 명한테 네 마음을 전부 다 내주면 안 돼. 남자의 마음은 자그마한 유혹에도 흔들리기가 일쑤거든. 달콤한 말로 꼬드기고는 어떻게든 이용하려고 혈안이 되어있어. 차라리 네가 손에 넣을 수 있는 다른 것에 집중하는 게 나아.”“네가 정말 기성은이 갖고 싶다고 하면 언니가 도와줄 수 있어. 하지만 결혼은 절대 안 돼.”소민아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당신처럼 모든 남자들을 희롱하며 다니라고요? 강지훈, 이젠 그 현씨 남자까지... 정말 대표님이 아무것도 모르실 거라 생각해요? 대표님은 당신 같은 여자 상종도 하기 싫어하세요.”송시아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하지만 소민아에겐 조금의 화도 분출할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분명 경을 치고 말았을 것이다. “적어도 난 전연우 때문에 손해 본 건 없어! 그런데 넌? 기성은에게서 뭘 얻었는데? 기성은의 돈도, 마음도 갖지 못한 거나 다름없잖아.”“그렇게 이해관계를 따지는 건 사랑이 아니라 이용이에요. 항상 이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당신은 돈을 많이 벌긴 했어요.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에요? 지금 당신 처지를 봐요. 돈 말고는 아무것도 없잖아요.”“나한텐... 적어도 날 사랑해주는 가족들도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있어요.”그 말이 송시아의 마음속 여린 곳을 건드렸다.“언니한텐 네가 있잖아... 넌 언니의 유일한 가족이야. 민아야... 언니가 한 모든 행동들은 다 널 위해서야, 다 우리 자매가 다신 예전과 같은 고초를 겪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고.”“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널 찾는 걸 포기한 적이 없어.”“심지어 제일 불행한 생각까지도

최신 챕터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86화

    “강용은... 내가 먼저 돌려보냈어. 현아야, 강용은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넌 몸을 추스르는 데에만 집중해. 알았지?”강용이 보이지 않으니, 소현아는 좀처럼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소월아, 강용 밥은 제대로 먹었어? 정말 강용과는 아무 상관없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덜렁대는 바람에... 강용이 가라고 했는데도 내가 계속 기다렸어... 소월아, 강용한테 화내지 마, 응?”장소월은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소현아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강용은 그토록 무관심하게 그녀를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 소현아는 강용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보여주고 있기에 자연히 마음속 저울도 그에게 더욱 기울어져 있었다.강용이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에 소현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건 알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녀에게 모질게 대할 필요는 없다.소현아 뱃속 아이에게 불상사가 생기기라도 했다면, 강용이 얼마나 큰 곤경에 처할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강지훈은 전연우보다도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이다...북경 감옥이 어떤 곳인가?그곳에 갇힌 사람들 중 살아 돌아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강용이 강지훈에게 잡혀가기라도 한다면...장소월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나 화 안 났어.” 장소월은 소현아에게 다가가 이불을 덮어주며 말했다.“푹 쉬어. 난 강용 좀 만나고 올게.”소현아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소월아, 나랑 약속해. 강용한테 화 안 내겠다고.”“알았어.”병실을 나선 뒤, 누군가 장소월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고개를 돌려보니 곁에 있던 여자아이가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엄마... 웃어...”장소월은 그제야 손이준이 아직 병원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평범한 얼굴에 어딘가 낯선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가 그녀의 바로 뒤에 서 있었다.병원에서 집까지는 몇 걸음만 걸으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였다. 월이는 지쳤는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장소월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애교를 부렸다.“힘들어요. 엄마... 안아 줘...”“미안해, 월아. 난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85화

    “현아 어떻게 된 거야?”장소월은 앞으로 걸어가 강용의 뺨을 후려쳤다.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현아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너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장소월은 손이준과 함께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이곳 마을에 있는 병원은 시설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인 것들은 갖춰져 있었다.병원에선 출혈이 있는 임산부를 보자마자 수술실로 옮겼다. 장소월은 수술실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강용이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와 물었다.“현아 대체 어떻게 된 거야?”장소월은 차가운 목소리로 그를 질책했다. “그건 내가 너한테 물어야 할 말이야. 왜 그렇게 현아한테 모질게 대하는 거야? 현아가 너한테 뭘 잘못했는데?”“단지 현아가 널 좋아한다는 이유로?”“강용, 내가 말 했잖아, 현아는 순수한 어린아이 같은 사람이라고! 나한테 화났다는 거 알아. 하지만 그걸 왜 현아한테 풀어? 임신한 거 뻔히 알면서!”강용은 유구무언이었다. “미안해.”“가 버려.” 장소월은 괴로움에 이마를 짚었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강용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용서 구할게.”장소월은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말을 아꼈다. “현아가 괜찮아진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오늘 일 감사했습니다.”손이준이 아이를 안아 올리며 말했다. “별말씀을요.”“여긴 저희가 지키고 있으면 되니까 바쁘실 텐데 먼저 가셔도 돼요.”손이준이 떠나고 30분 뒤, 소현아가 수술을 마치고 수술실에서 나왔다. 검사를 마친 의사가 말했다. “아이는 괜찮습니다. 다만 유산기가 조금 있었는데, 다행히 빨리 병원에 오셔서 위험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임산부는 일반 병실로 옮겨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 회복할 겁니다.”그야말로 천만다행이었다.“수고하셨습니다.”장소월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일반 병실, 소현아는 한동안 링거를 맞은 끝에 서서히 깨어났다. “소... 소월아.”“내 아기 괜찮아?”장소월은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꼭 잡아주었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84화

    소현아는 위층 강용의 방으로 향했다. 그는 방 안 소파에 앉아 분노를 쏟아내듯 게임기를 두드리고 있었다.소현아는 열린 문틈 사이로 조심스레 고개를 들이밀었다. 두 손에는 음식을 가득 담은 그릇이 들려 있었다. “강용, 나 들어갈게.”강용은 TV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못마땅한 듯 말했다. “꺼져! 들어오기만 해봐!”소현아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그를 쳐다보았다. “밥 갖다 주러 왔어. 네가 싫다면 안 들어가고 문 앞에서 기다릴게. 먹고 싶어지면 말해, 그때 갖다 줄 테니까.”그녀는 문 앞에 우두커니 서서 꼼짝 않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뜨거운 시선이 강용은 너무나도 신경이 쓰였다. 심지어 짜증스러움까지 느껴졌다.그는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햇볕 아래 땀으로 흠뻑 젖은 소현아를 쏘아보고는 못마땅한 듯 시선을 돌리고 외면해 버렸다.하지만 오랫동안 참아내지는 못했다.강용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쾅 하고 문을 닫아 버렸다.“강...”소현아는 눈앞에서 매몰차게 닫히는 문을 멍하니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식사를 마친 뒤, 장소월은 남은 음식을 냉장고에 넣어 보관했다. 월이는 그녀가 가는 곳마다 줄곧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장소월은 물소리를 듣고 시선을 돌렸다. 손이준이 싱크대 앞에 서서 설거지를 돕고 있었다.장소월이 말했다.“그릇들은 그냥 놔두세요. 설거지 안 하셔도 돼요.”손이준은 냉담하게 대꾸했다.“전 남에게 빚지는 거 좋아하지 않습니다.”장소월은 입술을 잘근 깨물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깨끗이 설거지를 마친 손이준이 물었다. “그릇은 어디에 두면 되죠?”“오른쪽 찬장 아래에 놓으면 돼요.”장소월이 그에게 휴지 몇 장을 뽑아 건넸다. “닦으세요.”손이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휴지를 받아 들었다.“감사합니다.”“오늘 신세 많았습니다. 할 일이 있어 이만 가보겠습니다.”장소월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지어졌다.“네.”“안... 안 가. 엄마...”월이는 장소월의 다리를 꼭 붙잡고 올려다보고 있었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83화

    장소월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쳐다보았다. “강용, 말조심해. 애 앞에서 그게 무슨 말이야.” 강용이 말했다.“안 그래도 수상쩍었어. 자기 자식도 제대로 보지 않는 아버지가 어디 있어.” “게다가 사방팔방 아무 데나 뛰어다니게 놔두고... 보자마자 엄마라고 부르잖아.”“아가씨, 수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장소월이 말했다. “강용, 몇 번이나 확인했잖아. 그 사람은 전연우가 아니야.” “별이도 아니야. 내가 별이를 못 알아볼 리가 없잖아. 저번에 살펴봤는데 팔에 검은 몽고반점도 없었어. 강용, 네가 나 걱정하는 건 알지만, 그냥 어린아이일 뿐이야.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 지금 장소월의 눈에는 오직 아이만 보이는 듯했다. 그녀는 아이의 작은 얼굴을 꼬집으며 물었다. “밥 먹었어? 월아?” “아!” 아이가 소리쳤다. 장소월의 입꼬리가 흐뭇하게 올라갔다. 만약... 그녀에게도 아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소현아는 밥 먹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이 어색한 분위기를 눈치채지 못했다. “강용, 왜 안 먹어! 내 배 속 아기는 벌써 많이 먹었지롱. 안 먹으면 나 혼자 다 먹어버릴 거야.” 강용은 한숨을 푹 쉬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배불러. 입맛 없어.” “강용!” 장소월이 그를 불렀다. 소현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강용 왜 저래?”장소월은 걱정스러운 눈빛을 감추며 말했다.“괜찮아, 이따가 내가 강용한테 밥 가져다줄게. 현아는 먼저 먹어.” “괜찮아, 내가 하면 돼.” 소현아는 밥을 몇 숟가락 급하게 퍼먹고 그릇을 깨끗하게 비운 뒤 강용의 그릇에 밥과 반찬을 가득 담았다. “강용 이 속 좁은 놈, 내가 닭 다리 뺏어 먹을까 봐 심통이 났나 보네. 닭 다리 먹고 싶으면 말하면 되지.”장소월이 당부했다. “조심해서 올라가, 넘어지지 않게. 이따가 내가 다시 보러 갈게.” 소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소현아가 그릇을 들고 올라가는 동안 장소월의 시선은 그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늘 덜렁거리기만 하는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82화

    장소월은 근심 걱정 없이 투덕거리는 두 사람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끊임없이 분쟁이 일어나는 서울에서 벗어나...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사람들 없이... 계속 이렇게 지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장소월에겐 너무나도 얻기 힘든 행복한 나날이었다. 그녀는... 그들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을 더없이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다. “됐어. 우선 밥부터 먹자. 이따가 놀러 가기로 했잖아.” 소현아는 잔뜩 신이 나 팔짝팔짝 뛰며 손뼉을 쳤다. “좋아! 그럼 얼른 밥 먹자. 아니... 누가 먼저 다 먹는지 시합할까?” 강용은 장소월 옆에 앉아 그녀에게 국을 떠주었다. “너 시끄러운 거 싫어한다는 거 알아.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돼.” “날씨가 너무 더워서 네가 힘들어할까 봐 걱정돼.” 장소월은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내 몸 그렇게까지 허약하지 않아.” 그때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세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문밖으로 향했다. 어린아이 한 명이 손에 빵 조각을 들고 배시시 웃으며 장소월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다가 장소월의 다리를 잡고 철퍼덕 바닥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엄마...” “여긴 어떻게 왔어?” “월아, 네 아빠는 어디 계셔? 왜 같이 안 왔어?” 장소월은 한 손으로 아이를 힘겹게 안아 올려 무릎에 앉혔다. 월이는 침을 질질 흘리며 해맑게 웃고 있었다. 강용은 바닥에 떨어진 빵 조각을 주워 쓰레기통에 버렸다.“세상에, 어떻게 여기까지 뛰어온 거야. 아빠는 뭐 하는 거야, 아이도 제대로 보지 않고.” 강용은 일어나 아이를 안아 들려 했다. “내가 데려다주고 올게.” 장소월은 망설이다 말했다. “나는 이 아이가 마음에 들어. 볼살도 통통하니 귀엽고, 현아 어렸을 때랑 많이 닮았어. 머리 예쁘게 땋고 나비 머리핀도 꽂았네.” 이 아이를 볼 때마다 머릿속에 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난날 그녀가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였다면, 전연우는 그녀를 남원 별장에 가두는 족쇄로 별이를 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81화

    그녀는... 여전히 과거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전연우는 불이 꺼진 어두운 방에 외로이 홀로 서 있었다.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수면제 덕분인지 점심 12시가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났다.오늘의 거리는 평소와는 달리 조용했다. 매일 길가에서 채소를 팔던 노점상들도 오늘은 어쩐 일인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장소월이 세수를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강용은 국을 들고 부엌에서 나오고 있었다. 소현아는 숟가락을 입에 물고 강용을 졸졸 따라다니며 뜨거울 텐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릇 아래에 손을 대고 있었다. 강용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이 바보야! 국 쏟아지면 어쩌려고 그래. 저리 비켜, 귀찮게 하지 말고.”소현아는 훌쩍거리며 말했다. “네가 넘어질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잖아. 국 몸에 쏟으면 엄청 뜨겁단 말이야.” 그녀는 계속하여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을 향해 부채질을 했다. “조심해! 국 쏟으면 안 돼. 빨리 내려놔.”강용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못마땅한 듯 그녀를 흘끗 쳐다보았지만, 결국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계단 위에 서 있는 장소월을 발견한 강용이 앞치마를 풀며 말했다. “깼어? 웬일로 늦잠까지 잤네. 내려와서 내가 만든 생선국 먹어봐.” 장소월은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수고했어. 오늘 딱히 할 일 없으니까 이따가 오아시스에 놀러 가자.” 소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좋아, 좋아!” 강용이 장소월에게 그릇과 젓가락을 건네주자 소현아는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내 거는? 강용, 내 것도 줘.” “너 손 없어? 임신한 거지, 손발이 잘린 건 아니잖아. 직접 가져와.”장소월이 말했다. “내가 가져다줄게.” 장소월이 일어나려 하자 강용은 그녀를 눌러 앉혔다. “됐어, 둘 다 아주 상전이시구먼. 노비인 내가 모셔야지 어쩌겠어!” “그게 아니라... 다음에는 내가 가져다줄게.” 소현아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장소월은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현아야, 강용은 철없는 어린아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80화

    거리에는 아직 적잖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그때 밤 열두 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장소월에게는 마치 죽음의 문턱을 넘는 것과 같은 소리였다. 전생에서 그녀는 이 종소리와 함께 병상에서 죽음을 맞이했었다. 시곗바늘이 자정을 지나는 순간, ‘펑’ 한 줄기 불꽃이 피어올랐다. 이어 연이어 폭죽들이 터지며 찬란하게 하늘을 수놓았다. 깜빡 잊고 있었다. 오늘은 불꽃 축제를 하는 날이라는 걸. 보아하니 오늘도 잠 못 이루는 밤이 될 것 같았다. 복도에서 잔뜩 들뜬 소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월아, 소월아, 빨리 봐, 불꽃 놀이한다.” “정말 예뻐!” “와, 강용, 빨리 봐. 여기 불꽃놀이 서울에서 하던 거랑 비슷하게 예뻐.” “우리 밖에 나가서 놀면 안 돼?” 강용은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 문틈으로는 불빛이 새어 나오지 않고 있었다. 잠들었나? 장소월은 창문을 닫고 커튼을 친 뒤 욕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 그리고는 침대에 앉아 탁자 위에 놓인 수면제를 바라보다가 결국 집어 들었다. 평소에는 두 알을 먹었지만, 지금은 네 알을 먹어야 한다. 이미 내성이 생겨 두 알로는 효과를 볼 수 없었으니 말이다. 약을 삼키자 금세 졸음이 밀려왔다. 얇은 커튼 밖으로 불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밤새도록 이어질 줄 알았던 불꽃놀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끝이 났다. 그렇게 거리는 이전의 평온함을 되찾았다. 소현아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왜 이렇게 빨리 끝나는 거야. 하나도 안 예뻤어. 이제 잘 거야.” “강용, 잘 자.” 강용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바보.” 이어 그는 팔짱을 낀 채 차가운 표정으로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냉담한 태도에도 소현아는 신나는 듯 폴짝폴짝 뛰며 방으로 돌아갔다. 조금 전 강용이 그녀에게 웃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녀를 싫어하지 않는 게 분명하다. 소현아는 천진난만한 눈으로 임신 4개월 된 둥그런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가, 태어나면 아빠랑 만날 수 있을 거야. 엄마는 두 명이나 있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79화

    별이는 몸을 기울여 장소월에게 팔을 뻗으며 옹알거렸다.“엄마... 안아...”“저 아이 참 신기해요. 낯도 안 가리고 저한테 엄마라고 부르네요”가짜 손이준 행세를 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전연우였다. 그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어렸을 때 병을 앓아서 뇌 손상이 좀 있었어요. 신경 쓰지 말아요.” 장소월은 가슴이 저릿해졌다. 그녀는 손을 뻗어 아이의 얼굴을 어루만지고는 휴지로 입가에 묻은 기름을 닦아주었다. “다시 엄마를 찾아줄 생각은 안 해봤어요? 지금은 너무 어려서 보살펴줄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야 아빠도 덜 힘들 텐데요.” “그 사람 돌아올 겁니다.” 국수를 먹고 있던 강용은 그 말에 사레가 들려 연이어 재채기를 했다. 장소월이 그의 등을 토닥여주자 소현아도 그녀를 따라 강용의 등을 두드렸다. 장소월이 말했다. “천천히 먹어.” 소현아도 똑같이 말했다. “천천히 먹어.” 강용은 그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대단한 사랑이네요.”장소월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강용.”“알았어. 입 다물게.” 장소월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 먹었지? 시간이 늦었어. 이만 돌아가자.” “만둣국 잘 먹었습니다. 강용, 식삿값 드려.” 다른 두 사람도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강용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돈을 더 얹어 주었다. “힘내세요, 형님.” 그들이 떠난 후, 전연우는 아이를 내려놓았다. 조금 전까지 신이 나 방긋방긋 웃던 별이는 곧바로 서러운 표정으로 울어대기 시작했다. “엄마...” 전연우가 말했다. “엄마는 곧 우리 곁으로 돌아올 거야.” 그녀는 국수엔 거의 손대지 않고 만두만 모두 비웠다. 전연우는 그녀가 남긴 국수를 남김없이 모두 먹어치웠다. 장소월은 집에 돌아온 뒤 두 사람에게 말했다. “강용, 차표 예매해. 여긴 안전하지 않은 것 같아. 더 이상 머물러서는 안 돼.” 소현아는 졸린 듯 눈을 비볐다.“우리 가는 거야? 어디로 가는데?” 장소월이 대답했다. “난 어디든 좋아.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78화

    “와, 이 아이 정말 귀여워. 소월아, 빨리 봐봐. 나도 나중에 딸 낳고 싶어. 매일 예쁘게 꾸며주고... 우리 세 명이서 같이 쇼핑도 다니자. 강용은 아빠, 나는 엄마, 소월이도 아기 엄마가 되는 거야.” 거의 정리가 끝나갈 무렵, 강용이 손을 툭툭 털며 말했다. “꿈이 아주 야무지네.” 장소월은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치며 우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가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자 그녀는 아이를 달래주고 싶은 마음에 팔을 뻗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이 아직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그녀를 막아서며 소리쳤다. “만지지 말아요.” 장소월은 깜짝 놀라 재빨리 손을 움츠렸다. 그가 부엌에서 국수 네 그릇을 들고 나와 탁자 위에 놓았다. “애가 낯을 많이 가려서요.” 소현아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왠지 소월이를 좋아하는 것 같았어요! 엄마라고 부르기까지 하던데.” “참, 아저씨, 이름이 뭐예요?” 그가 대답했다. “손이준이에요.” 강용이 물었다. “한국인이에요?” “사정이 있어 한국을 떠나 이곳에 정착했어요.” 소현아가 또 물었다. “그럼 아기 엄마는 어디 갔어요?” 고개를 젓는 장소월을 본 소현아는 맹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씹으며 중얼거렸다. “소월아, 왜 그래? 아, 알겠다. 이런 걸 물어보면 안 된다는 거지!” “아저씨, 대답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예의가 없었어요.” 강용이 손을 들어 소현아의 머리를 가볍게 톡 쳤다. “너 정말 바보구나.” 그는 아이를 안아 올리고 숨김없이 대답했다. “아내가 돈 들고 도망갔어요.” 강용은 얼굴을 감싸 쥐었다. 소현아는 동정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저씨, 정말 딱하시네요!” “아기도 너무 불쌍해요. 이렇게 어린 나이에 엄마를 여의다니.” 손이준이 말했다. “미안함의 의미로 국수를 끓였어요.” 장소월이 바로 말했다.“괜찮습니다.”하지만 소현아는 잔뜩 들뜬 얼굴로 손뼉을 쳤다. “좋아요, 좋아요.” 강용이 삐딱하게 물었다. “그렇게 좋아?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