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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작가: 아여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12 14:26:13
시체는 피부가 전부 벗겨져서 새빨간 살이 드러났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선명한 호랑이 이빨 자국이 아니었다면 큰언니인 줄도 몰랐을 것이다.

여족 언니들은 호랑이가 큰언니를 물어뜯어서 죽은 것이라고 했지만 믿기지 않았다.

큰언니 몸에 호랑이한테 물어뜯긴 흔적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큰언니는 호랑이한테 당해서 죽은 게 아니에요! 우리 언니는...”

말하면서 고개를 돌리자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놀랍게도 하루 사이에 할머니의 피부는 매끄러워졌고 윤택이 돌았다. 콧대에 작은 점이 하나 생겼는데 얼굴에 잔뜩 피어난 검버섯과 섞여서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난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큰언니도 콧대에 작은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는데 나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아서 섣불리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저 침을 꿀꺽 삼키면서 침착하게 대응하려고 노력했다.

“진아야, 진혜가 호랑이한테 습격당한 건지 아닌지 네가 어떻게 아는 거야? 혹시 진혜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기라도 해?”

할머니는 검은 기운을 내뿜으면서 천천히 내 곁으로 다가왔다. 나는 깜짝 놀라서 바닥에 주저앉았고 하늘이 떠나갈 듯이 울었다.

“우리 언니는 죽지 않았어요. 언니가 어떻게 갑자기 죽어요! 그럴 리가 없다고요!”

나는 울부짖으면서 다른 여족 언니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우리 언니한테 잘해주니까 질투 나서 언니를 죽인 거죠? 족장의 자리가 탐나서 우리 언니를 죽인 거잖아요!”

갑자기 눈에 들어온 벽돌을 잡고는 인파로 들어가 여족 언니들을 때리려고 했다.

“어머, 진아가 미쳤어요!”

“우리가 한 짓이 아니라니까! 누가 진혜 보고 한밤중에 뒷산으로 가라고 했어? 호랑이한테 당한 것도 다 진혜 팔자야.”

사당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할머니는 금색 지팡이를 휘두르면서 눈짓했다. 그러자 할머니를 따르는 여족 언니들이 나를 제압했다.

“진아야, 그만해. 진혜는 이미 죽었어.”

할머니는 소름 끼칠 정도로 인자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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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언니가 한창 쾌락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할머니가 사당 문을 열고 들어왔다.“진서야, 이게 뭐 하는 짓이냐!”할머니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서 둘째 언니의 머리채를 잡고는 바닥으로 내팽개쳤다. 볼이 빨갛게 달아오른 둘째 언니는 할머니를 보자마자 가죽을 단번에 뜯었다. 할머니는 고통스러워하면서 부르짖었다.“풉! 할머니, 친손녀를 예뻐한다고 했으면서 사당에 이렇게 좋은 것이 있다는 걸 왜 알려주지 않았어요? 혼자 독차지하니까 좋았어요?”할머니는 씩씩거리면서 둘째 언니를 때리려고 했다. 하지만 겁 없는 둘째 언니는 도망가지 않았고 묶여있는 남자의 목을 칼로 그었다. 그러자 새빨간 피가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다.“안돼!”할머니는 남자의 피가 바닥에 떨어질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둘째 언니는 할머니를 협박했고 당장 사당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 할머니가 사당 밖으로 나가자 둘째 언니는 칼로 남자의 목을 힘껏 그었고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은색 바닥이 새빨간 피로 물들자 둘째 언니는 미친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미친 노인네! 나의 몸을 탐내다니, 어림도 없지!”“하하하!”이때 광기로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어, 어떻게 이럴 수가... 남자의 피가 바닥에 떨어지면 죽을 거라고 했잖아.”할머니는 둘째 언니의 목을 있는 힘껏 조였고 버둥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끅!”“멍청한 것, 감히 나를 죽이려고 해?”할머니는 며칠 전부터 사람들을 시켜 사당에 방수포를 깔아두었다.“진혜의 빈소에 숨어있는 것을 내가 못 본 줄 알았어? 얼마나 급했으면 옷자락도 제대로 숨기지 못했더구나. 내가 그딴 수에 넘어갈 것 같아?”할머니는 둘째 언니의 머리를 잡고 바닥에 내리쳤다. 사정없이 내리치는 바람에 피가 두 눈을 가렸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빈, 빈소라니? 그건... 내, 내가 아니야.”둘째 언니가 뭐라고 더 말하려는데 할머니는 목을 더 꽉 졸랐다. 둘째 언니의 얼굴은 터질 것처럼 빨개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

  • 혈옥석   제4화

    엄마의 목소리였다.“너도 참 멍청하구나. 내가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아직도 그걸 물어?”할머니는 화가 가득 난 것 같았고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할머니랑 엄마가 큰언니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것 같았다.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나는 황급히 관의 뒤쪽 공간으로 숨었고 간발의 차이로 들키지 않았다.할머니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엄마한테 물었다.“무슨 소리가 난 것 같은데, 넌 못 들었니?”겁이 많은 엄마는 할머니의 팔을 붙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설마 진혜가 돌아온 건 아니겠죠? 억울하게 죽으면 영혼이...”엄마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할머니가 엄마의 뺨을 후려갈겼다.“또 이상한 말만 하는구나! 우리 마을을 위해 여족의 일원이 희생된 건 영광으로 알고 기뻐해야 한다고 말했잖니!”“어머니, 진혜는 제 딸이에요. 엄마가 되어서 어떻게...”엄마는 빨갛게 부은 뺨을 만지작거리면서 흐느꼈다. 할머니는 멈칫하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진혜가 죽었는데, 나라고 마음이 편했겠어? 아무도 없을 때 얼른 해야지.”할머니는 금색 통과 호스를 꺼내더니 호스의 한쪽은 금색 통에 넣었다. 그러고는 발꿈치를 들어 호스의 다른 한쪽을 관 안으로 깊숙이 찔러넣었다.피비린내가 삽시에 퍼졌고 속이 울렁거렸지만 들키지 않기 위해 입을 막고 있었다. 고요한 빈소에서 피가 흐르는 소리만 들려왔다. 할머니와 엄마가 왜 큰언니의 피를 뽑고 있는지 의아했다. 얼마 후, 할머니는 금색 통을 흔들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이만큼밖에 안된다고? 내가 좋은 것만 먹이고 얼굴에 바르게 했는데도 제구실을 못 한다니, 나쁜 년! 비싼 옥용 크림을 사주었는데도 피부 탄력이 좋지 않아서 내가 입으니까 꽉 끼잖아. 네가 진혜를 말렸으면 그년이 첫 경험을 하는 일도 없었을 거야. 넌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지?”할머니는 엄마의 멱살을 잡고 뺨을 정신없이 때렸다. 엄마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덜덜 떨었고 눈물만 흘렸다. 할머니는 금색 통을 들고 차갑게 말했다.“진아랑 진서중에 네가 골라.

  • 혈옥석   제3화

    시체는 피부가 전부 벗겨져서 새빨간 살이 드러났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선명한 호랑이 이빨 자국이 아니었다면 큰언니인 줄도 몰랐을 것이다.여족 언니들은 호랑이가 큰언니를 물어뜯어서 죽은 것이라고 했지만 믿기지 않았다. 큰언니 몸에 호랑이한테 물어뜯긴 흔적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큰언니는 호랑이한테 당해서 죽은 게 아니에요! 우리 언니는...”말하면서 고개를 돌리자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놀랍게도 하루 사이에 할머니의 피부는 매끄러워졌고 윤택이 돌았다. 콧대에 작은 점이 하나 생겼는데 얼굴에 잔뜩 피어난 검버섯과 섞여서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난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큰언니도 콧대에 작은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는데 나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아서 섣불리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저 침을 꿀꺽 삼키면서 침착하게 대응하려고 노력했다.“진아야, 진혜가 호랑이한테 습격당한 건지 아닌지 네가 어떻게 아는 거야? 혹시 진혜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기라도 해?”할머니는 검은 기운을 내뿜으면서 천천히 내 곁으로 다가왔다. 나는 깜짝 놀라서 바닥에 주저앉았고 하늘이 떠나갈 듯이 울었다.“우리 언니는 죽지 않았어요. 언니가 어떻게 갑자기 죽어요! 그럴 리가 없다고요!”나는 울부짖으면서 다른 여족 언니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할머니가 우리 언니한테 잘해주니까 질투 나서 언니를 죽인 거죠? 족장의 자리가 탐나서 우리 언니를 죽인 거잖아요!”갑자기 눈에 들어온 벽돌을 잡고는 인파로 들어가 여족 언니들을 때리려고 했다.“어머, 진아가 미쳤어요!”“우리가 한 짓이 아니라니까! 누가 진혜 보고 한밤중에 뒷산으로 가라고 했어? 호랑이한테 당한 것도 다 진혜 팔자야.”사당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할머니는 금색 지팡이를 휘두르면서 눈짓했다. 그러자 할머니를 따르는 여족 언니들이 나를 제압했다.“진아야, 그만해. 진혜는 이미 죽었어.”할머니는 소름 끼칠 정도로 인자하게 웃으면서 말했다.“할머니,

  • 혈옥석   제2화

    나는 더 자세히 보려고 안간힘 썼지만 손이 미끄러져서 떨어지는 바람에 발목을 다쳤다. 통증이 심해져서 큰언니를 불렀지만 곧 나가겠다고 하면서 1시간이 넘어서야 사당을 빠져나왔다. 큰언니가 나왔을 때, 나는 벽에 기대 발목을 주무르고 있었다.“진아야, 나 좀 도와줘.”큰언니는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나에게 기댔다. 그리고 같이 담장을 넘었는데 우연히 큰언니가 속옷을 입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당 안에 뭐가 있냐고 물어보자 큰언니는 다른 여족 언니처럼 부끄러워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도 18살이 되면 알게 될 거란다. 별거 아니야.”좋은 것을 혼자 누리는 큰언니가 왠지 괘씸했다. 그래서 배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슬그머니 사당으로 돌아왔다. 이때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몇 명의 여자들이 물건을 옮기고 있었다. 두꺼운 종이로 꽁꽁 싸맨 물건을 두 사람이 같이 들었다. 한 여자가 미끄러지면서 물건을 바닥에 떨구었고 종이가 살짝 찢어졌다. 할머니는 다급히 달려가서 확인하고는 찢어진 곳에 종이를 덧대어 다시 포장했다. 찢긴 부분에서 떨어진 건 토막 난 팔이었고 나는 입을 틀어막은 채 벽 뒤에 숨어서 덜덜 떨었다.“새 물건이 준비되었으니 오늘 내로 처리해.”할머니의 말에 넷째 이모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건을 차에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산으로 향했고 뒷모습이 사라질 때쯤에야 나는 숨을 헐떡이면서 집으로 달려갔다.집에 돌아온 뒤로 나는 고열에 시달렸고 며칠 동안 집에서 누워있어야만 했다. 큰언니는 망을 볼 사람이 없어서인지 매일 밤 사당으로 달려갔다가 얼마 안 되어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서 단잠에 빠졌다. 내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은 할머니가 나를 보러왔다.나는 그날 밤에 사람을 죽였냐고 묻고 싶었지만 거친 손으로 나를 쓰다듬는 할머니와 눈이 마주치자 어쩐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 며칠 못 본 사이에 할머니의 피부는 더 거칠어졌고 하얗게 부어오르면서 당장이라도 벗겨질 것 같았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할머니가 갈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고는

  • 혈옥석   제1화

    우리 마을은 시내와 동떨어진 깊은 산 속에 있었다. 1년 동안 혈옥석으로 만든 침대에 누워 자면 영생을 누릴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혈옥석은 채집하기 어려웠지만 혈옥 광맥과 잇닿아 있는 우리 마을 사람들은 그로 인해 돈을 가득 벌었다. 마을에는 남자가 한 명도 없었고 여자만으로 이루어진 여족 마을이었다. 나에게는 언니 두 명 외에도 오빠들이 있었는데 태어나자마자 익사해서 목숨을 잃었다고 전해 들었다. 몇 년 후, 나는 여족 사람들이 남자아기를 처리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갓 태어난 남자아기가 울기도 전에 입을 막았고 뒷산으로 데려가 강에 던져버렸다.“남자는 태어날 때부터 비열한 본질을 타고났으니 울음소리마저 비천하기 그지없도다! 산신의 노여움을 달래고 우리 여족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그 아기는 반항할 틈도 없이 곧바로 가라앉았다. 나는 사람들의 뒤를 따라가다가 깜짝 놀랐다. 커다란 강 위에 수없이 많은 머리뼈가 둥둥 떠다녔고 벌레가 몰려와서 강 근처로 쉽게 다가갈 수가 없었다. 할머니는 여족의 족장으로서 절대적인 권리를 가졌고 아무도 할머니의 말을 거역하지 못했다.어느덧 큰언니도 18살이 되었고 될 성인식에 참가할 것이다. 하지만 큰언니를 유난히 예뻐했던 할머니는 큰언니의 뺨을 후려갈기면서 절대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내 말이 우스워? 가면 안 된다고 몇 번 말해!”할머니는 올해 연세가 99세인데도 힘이 셌다. 큰언니의 뺨은 빨갛게 부어올랐고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 모습을 보던 할머니는 한숨을 내쉬고는 큰언니의 매끈한 얼굴을 쓰다듬어주면서 말했다.“할머니는 널 위해서 그러는 거란다. 성인식에 참가하면 족장 자격을 잃게 된다는 걸 너도 알잖아.”큰언니는 할머니의 팔을 잡고 흔들면서 싱글벙글 웃었다.“할머니, 정말 제가 차기 족장인가요?”할머니는 큰언니의 뽀얀 손을 만지작거리면서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성인식이 있던 날, 마을 전통 복장을 한 여자들은 줄을 서서 사당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여자마다 얼굴에 홍조를 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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